2023 해외한류실태조사
이탈리아 한류 심층분석
2000년대부터 시작된 한류의 도약이 한국에 대한 이탈리아인들의 인식을 바꾸어 놓았다고 할 수 있다. 이탈리아에서의 한국 인지도 97.7%는 이러한 인식의 변화를 체감할 수 있는
지표이다. 이탈리아인들은 유럽에서도 자국의 문화적 자부심이 높은 편이라고 볼 수 있다. 이탈리아는 쉽게 바뀌지 않고, 쉽게 받아들이지도 않는 ‘문화적 보수 성향’이 강한 나라이다.
그러나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이 발행한 『2023 해외한류실태조사』를 심층분석한 결과, 향후 이탈리아 한류에 대해 다소 긍정적으로 전망할 수 있다. 이탈리아는 비록 한국 문화콘텐츠
브랜드파워지수 26개국 중 22위(52.3점)로 하위 5개 국가이자 한국 문화콘텐츠 소비비중 하위 5개 국가에 속하지만, 한국 문화콘텐츠 관심도는 1년 전과 비슷하거나 증가했다는
응답이 80.0% 이상으로 나타났다. 1년 후에도 유사한 수준으로 이탈리아의 한국 문화콘텐츠에 대한 관심도는 현재 수준을 유지하거나 소폭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2022년 연간 한류 이슈>를 통해서 이탈리아 속 한국 문화는 그간의 “크게 부각되지 않는 존재” 이미지를 뛰어넘어 어느 정도 자기 역할을 다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확인할 수 있었다. 이는 이탈리아의 한국 문화콘텐츠에 대한 긍정적인 신호이며, 이탈리아 한류에 대한 의혹의 눈길을 불식시키는 계기로 작용할 수 있다.
김효신
대구가톨릭대학교 한국어문학과 교수
이 글은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이 발행한 『2023 해외한류실태조사』(2023.3.) 보고서의 통계 결과를 토대로 이탈리아 한류 현황을 심층 분석한 것입니다. 보고서 전문은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홈페이지(www.kofice.or.kr)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1. 들어가며
이탈리아 속의 한국은 어떤 모습일까? 그리고 한국 속의 이탈리아는 어떤 모습일까? 이 두 질문에 대한 대답은 짧게 이야기하면 크게 부각되지 않는 존재, 그렇지만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존재라고 할 수 있다. 한국 속의 이탈리아는 미국, 독일, 영국, 프랑스 등의 강대국 이미지는 아니지만 그래도 문화와 산업 곳곳에서 무시할 수 없는 존재이다. 마찬가지로,
이탈리아 속의 한국도 이렇게 비교해서 이야기하면 무방할 것이다. 동양이라는 큰 틀에서 볼 때, 중국이나 일본만큼 한국의 영향력이 막강하거나 중국학이나 일본학만큼 한국학이 이탈리아
젊은이들의 선호도 속에 크게 부각될 정도로 문화적 영향력이 뿌리 깊은 것은 아니라고 볼 수 있다. 그렇지만 불과 20~30년 전만 해도 이탈리아 전자상가의 중심에는 일본의 소니가
놓여있었는데, 이제는 한국의 삼성이나 LG가 과거 일본의 소니가 놓여있던 그 자리에 있다는 사실에 주목할 수 있다. 한국의 대기업에서 생산된 제품들이 오늘날 이탈리아 상가의 중앙
스포트라이트를 차지하고 있는 것을 보면, 그 변화의 상황을 금방 알아차릴 수 있을 것이다. “오늘날 이탈리아의 어느 가정에도, 또 어느 사무실에도 한국에서 만들어진 것이 하나도
없는 곳은 없다!”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다. 또한 태권도장이 곳곳에 생기고, 한국 음식점들이 속속 들어오는 요즘이다(김효신, 2018).
이탈리아의 10대, 20대 젊은이들이 케이팝을 사랑하면서 한국말을 배우게 되고 한국을 알게 되며, 한국 문화를 접한다는 사실은 이제 공공연한 일이며, 케이팝이 단순한 노래와
춤바람만이 아님을 알 수 있다. 비록 이탈리아의 한국 문화콘텐츠 브랜드파워지수가 52.3점으로 26개 국가 중 22위를 기록하고 있지만,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존재로서 한국의
입지다. 이에 이탈리아 한류 관련 조사 결과 등을 분석해 앞으로 이탈리아에서의 한국 문화의 영향력과 한류의 전망을 제시해보고자 한다.
2. 연간 한류 이슈로 보는 이탈리아 속 한국 문화
2018년 이탈리아 속 한국 문화가 “크게 부각되지 않는 존재”, 그러나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존재”라고 언급한 바 있다. 그런데 불과 몇 년 사이에 이탈리아 속 한국 문화는
“크게 부각되지 않는 존재”를 뛰어넘어 어느 정도 자기 역할을 다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해외한류실태조사의 ‘2022년 연간 한류 이슈’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좀비를 배경으로 한 넷플릭스 드라마 <지금 우리 학교는>이 이탈리아 넷플릭스 글로벌 1위(2022. 2)를 차지하고, 또 다른 넷플릭스 드라마 <블랙의
신부>가 넷플릭스 TV쇼 부문 7위(2022. 7)를 하는가 하면, 로마의 디지털미디어페스트(Digital Media Fest)에서 웹드라마 <달콤살콤 시즌2>가
세로영상(Vertical Cinema) 부문 베스트 오리지널 아이디어상을 수상(2022. 12)하기도 했다. JTBC 드라마 <설강화>가 2022년 3월에 이탈리아
디즈니 플러스를 통해 독점 방영되기도 했으며, 한국 애니메이션 <브레드 이발소>가 이탈리아 Mondo TV와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2022. 5)하기도 했다. 케이팝의
인기를 실감할 수 있게 하는 것으로 방탄소년단 콘서트가 피렌체 스페이스 시네마에서 실시간으로 동시 중계(2022. 3. 12.)된 사실은 이제 이탈리아 속 한국 문화가 “크게
부각되지
않는 존재”가 아니라 “주목받는 존재”로 거듭나고 있음을 보여준다.
영화 부문에서는 독립운동가이자 시인인 윤동주에 대한 가상현실(VR) 영화 <시인의 방>이 제79회 베니스 국제영화제 이머시브 부문에 공식 초청(2022. 7)을
받았으며, 영화 <브로커>가 이탈리아 현지에서 개봉(2022. 9)된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문학 분야를 보면, 작가 이수지의 그림책 『여름이 온다』가 볼로냐
라가치상을 수상(2022. 2)했으며, 웹툰 『지옥』 단행본이 이탈리아 현지에서 출판(2022. 5)됐다. 또한 고려시대의 학자ㆍ문인 이승휴(1224~1300)의 역사책
『제왕운기』가 이탈리아어로 번역 출간(2022. 10)됐음을 알 수 있다. 『제왕운기』에서 이승휴는 한국과 중국의 역대 사적을 칠언시로 기술했다. 이미지들을 판화로 출력한
해외전시회의 일환으로 <2022년 이탈리아 아트 페스티벌(2022 Art Festival From Italy>(2022. 2)이 한국미술진흥원과 해외교류작가회 주최로
밀라노의 갈레리아 안토니오 바딸리아(Galleria Antonio Battaglia)에서 성황리에 개최됐다. 그리고 주이탈리아한국문화원과 재이탈리아 한국미술가협회(ARCOI
Artisti Coreani in Italia)의 정기 협력 전시회 <대양의 물방울(Gocce nell’oceano)>이 개최(2022. 4)되기도 했다.
또한 2022년 6월 7일에서 12일까지 6일간, 세계 최대 규모 밀라노 디자인 위크에서 <2022 밀라노 한국공예전 “다시, 땅의 기초로부터(Again, From The
Earth’s Foundation)”>가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의 합작으로 밀라노의 펠트리넬리 재단본사(Fondazione Feltrinelli)에서
개최됐다. 이번 전시는 밀라노 디자인 위크 60주년이자 밀라노 한국공예전 개최 10주년을 맞아 그 의의를 더했다. “다시, 땅의 기초로부터”는 계속되는 코로나19 팬데믹과 기후
위기 속에서 땅에서 나오는 재료로 이루어지는 공예의 가치와 자연 존중의 미학을 조망하는 것이다. 전시에서는 총 22명의 한국과 이탈리아 디자이너 및 공예 작가들이 금속, 섬유,
목, 유리, 한지 등의 작품 100여 점을 선보였다(최유진, 2022. 6. 14).
<다시, 땅의 기초로부터> 전시장 전경 (사진출처: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
3. 이탈리아의 한국에 대한 인식
“크게 부각되지 않는 존재”로서의 한국 문화이지만, 이탈리아의 한국 인지도는 97.7%로 높은 편이다. 비록 한국에 대해 정확히 알고 있는 정인지 정도(한국을 정확히 알고 있다)는
12.8%에 불과하지만, 한국에 대해 대략 알고 있는 정도가 48.4%나 되고, 한국에 대해 이름만 들어봤다는 정도는 36.5%이다. 인지도는 높으나, 전반적으로 중인지 또는
저인지의 비중이 크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응답자 특성별 정인지 비율은 성별로는 대체로 비슷한 수준이나 남성(13.3%)이 여성(12.3%)보다 1% 높다. 연령별로는 정인지
비율이 20대(16.9%)에서 가장 높게 나타났고, 그다음이 40대(15.5%), 30대(13.5%), 10대(10.8%)다. 반면에 정인지 비율이 가장 낮은 연령층은
50대(6.2%)이다. 이는 한류가 뜨기 시작한 2000년대 초반의 시기에 20대였던 이들이 현재 40대가 된 것과 어느 정도 맞아떨어지고, 한류의 상승 곡선이 그려지는
2010년대를 10대로 지낸 20대의 정인지 비율이 가장 높은 것과 무관하지 않다고 본다.
한국에 대한 인식 조사에서는 응답자의 56.6%가 한국에 대해 긍정적으로 인식하고 있다. 특히 경제적으로 선진국(54%), 호감이 가는 국가(52.4%)에 대한 긍정(4+5)
의견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문화강국(37.0%)에 대한 긍정률은 다소 낮다. 문화강국 이미지에는 보통이라는 의견이 39.0%이고, 아예 부정(1+2) 의견도 24%나
된다. 이는“크게 부각되지 않는 존재”로서의 한국 문화가 그대로 반영된 것이 아닌가 한다. 성별로는 전반적으로 남성(60.0%)의 긍정 인식률이 여성(53.1%)보다 높게 나왔다.
이는 한국에 대한 인식의 범위가 정치, 경제적 인식에 대한 질문 즉, 경제적으로 선진국, 우호적인 국가, 국제적 사회공헌, 경쟁국이기보다 협력국 등 총 6개 문항 중 4개 문항이
차지하는 비율과도 연관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연령별로는 30대(60.4%)의 긍정 인식 비율이 다른 연령보다 높고, 다음으로 40대(60.0%), 50대57.5%),
10대(56.0%), 20대(50.7%) 등의 순으로 긍정 인식 비율이 나열된다. 전체적인 인식의 긍정도 역시 위의 4개 문항의 특성과 어느 정도 관련이 있어 보인다. 문화와
정서적으로 가까운 10대와 20대가 긍정도에서 떨어지는 것은 이러한 사실과 무관하지 않다.
한국에 대한 연상 이미지 조사에서는 다른 나라들과 마찬가지로, 최초 연상 이미지로 ‘케이팝’(17.2%)이 나타났다. 다음으로 ‘드라마’(15.4%),
‘북핵위협/전쟁위험/북한’(15.0%) 등으로 나타났다. 연상 이미지 조사에서 1위, 2위를 ‘케이팝’과 ‘드라마’가 차지한 것은 한국 문화가 “크게 부각되지 않는 존재”이지만,
이탈리아 사람들이 알게 모르게 한국 노래나 드라마에 많이 노출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남성은 여성보다 한국을 ‘북핵위협/전쟁위험/북한’(17.6%), ‘IT
제품/브랜드’(16.2%) 등의 이미지로 연상하는 사람이 많고, 여성은 남성보다 ‘케이팝’(20.0%), ‘드라마’(18.0%) 등 한류 관련 이미지로 연상하는 사람이 더 많다.
연령별로 20대는 ‘케이팝’(23.6%)과 ‘드라마’(20.0%), ‘한류스타’(13.8%) 연상률이 다른 연령 대비 높다. 50대는 ‘IT 제품/브랜드’(18.8%), 40대는
‘올림픽/월드컵’(17.2%) 연상률이 다른 연령대 대비 높다.
‘태권도’에 대한 관심은 남성(14.4%)이 여성(9.8%)보다 많이 높고, 연령별로 보면 40대(17.9%), 50대(15.0%), 10대(12.0%), 20대(10.2%),
30대(9.3%) 순이다. 1988년 서울올림픽에서 시범종목으로 처음 채택되고, 이어 1992년 바르셀로나올림픽에서도 시범종목으로 채택돼 성공적으로 경기를 치렀던 태권도는 마침내
2000년 시드니올림픽대회 정식 경기종목으로 채택됨에 따라 세계의 스포츠로서 확고한 위치를 굳히게 됐다. 시드니올림픽대회를 20대에 즐겼던 오늘날의 40대가 태권도에 관심이 많은
것은 정식종목으로 태권도가 채택된 사실과 무관하지는 않을 것이다.
2000년 12월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2004년 아테네 올림픽에서 태권도를 공식 종목으로 승인했고, 2001년 이탈리아 태권도 연맹은 공식 국가 스포츠 연맹으로 승인됐다.
2022년 6월 3일부터 5일까지는 제3회 세계 태권도 그랑프리(World Taekwondo Grand Prix 2022)가 이탈리아 로마에서 열렸다. 1932년 개장한 이후
이탈리아의 굵직한 스포츠 행사를 수용해 온 포로 이탈리아(Foro Italico)에서 열렸던 이번 대회는 세계 32위권의 태권도 선수가 2024년 파리 올림픽 출전 자격을 얻기
위한 결정적인 점수를 획득하기 위한 것이었다.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로 6세에서 11세 어린이 선수들의 태권도 대회인 <Kim & Liù>도 로마 그랑프리와 동시에
개최돼 유럽 전역에서 모인 2,000여 명의 어린이들이 메달 경쟁을 했다. 여기에 세계 태권도 그랑프리를 축하하고 홍보하기 위해 한국에서 온 태권도 데모 팀의 이탈리아 투어가
이탈리아 도시에서 펼쳐졌다. 주밀라노 총영사관이 개최하고 이탈리아태권도협회(FITA)가 협력한 세계태권도연맹(WT) 태권도 시범단 초청 공연은 그랑프리 이전, 2022년 5월
21일 밀라노 두오모 광장에서 이탈리아 대중을 만났다. 이탈리아 최대의 야외 가요 콘서트인 ‘라디오 이탈리아 라이브’ 공연을 보기 위해 두오모 광장에 모여있던 수만 명의
이탈리아인과 전 세계의 관광객 앞에 펼쳐진 태권도 시범 공연은 힘 있고 절도 있는 태권도의 정수를 보여주었을 뿐 아니라 오색천, 꽃잎 등을 이용한 화려한 볼거리로 관람객들을
사로잡았다는 평이다(백현주, 2022. 6. 4).
제3회 로마 세계 태권도 그랑프리 포스터 (사진출처: Roma World Grandprix 홈페이지)
4. 이탈리아와 한류 경쟁력
한국 문화콘텐츠 브랜드파워지수 52.3점인 이탈리아는 앞에서 이야기한 대로 26개국 중 22위로 하위 5개 국가에 속한다. 그리고 한국 문화콘텐츠 소비 비중 하위 5개 국가에
속하기도 한다. 경험률이 높은 콘텐츠가 대체로 브랜드파워지수도 높다. 경험률과 브랜드파워지수에 따라 콘텐츠를 구분해보면, 경험률과 브랜드파워지수가 평균과 비슷하거나 평균보다 높은
콘텐츠는 드라마, 음식, 영화, 게임, 애니메이션, 음악이다. 경험률과 브랜드파워지수가 평균보다 낮은 콘텐츠는 웹툰, 출판물, 예능이다. 성/연령별로는 여성 10대와 20대,
30대, 40대, 남성 20대와 30대, 40대의 경험률과 브랜드파워지수가 평균보다 높다.
이탈리아의 한국 문화콘텐츠 경험률은 20.6~60.4%이다. 경험률이 높은 콘텐츠는 드라마(60.4%)와 음식(57.0%), 영화(55.6%) 등이며, 낮은 콘텐츠는
웹툰(20.6%), 출판물(25.6%), 예능(25.8%) 등이다. 그리고 이들은 성별에서 차이를 보이는데, 남성이 여성 대비 ‘게임’(60.9%), ‘애니메이션’(48.8%)
경험률이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났다. 반면 여성은 남성 대비 ‘패션’(44.4%), ‘뷰티’(53.1%) 콘텐츠에 대한 경험률이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났다. 연령별로 살펴보면,
‘드라마’에서는 20대(66.2%)가 가장 높고, ‘음식’에서도 20대(62.7%), ‘영화’에서는 40대(62.1%)가 가장 높고, ‘게임’에서는 10대와 20대 똑같이
55.1%로 가장 높다. ‘애니메이션’에서는 20대(52.0%), 음악에서도 20대(60.0%)가 높은 반면, ‘패션’에서는 40대(44.1%)가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뷰티’에서는 20대(43.1%)가 가장 높고, ‘예능’에서도 20대(33.8%)가, ‘출판물’에서도 20대(31.1%)가 앞서고, ‘웹툰’에서도 20대(27.1%)가 가장 높게
나타났다. 이탈리아의 한국 문화콘텐츠 11개 장르 중에서 20대가 9개 장르에서 가장 높게 나타나고 있는데, 다른 연령 대비 20대가 탁월하게 높은 경험률 수치를 보여주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탈리아인들이 한국 문화콘텐츠를 경험하지 않은 이유는 한국 문화콘텐츠 11개 장르에서 공통으로 ‘한국 콘텐츠에 관심이 없어서’인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의 63.6%가 한국
문화콘텐츠 이용 의향이 없다고 응답했는데, 그나마 향후 이용 의향이 높은 콘텐츠는 ‘음식’(19.5%), ‘드라마’(10.9%)이다. 한국 문화콘텐츠 이용 관련해 이용 용이성은
음악(70.5%)이 가장 높으며, 다음으로 뷰티(62.9%), 음식(52.7%), 웹툰(52.0%), 드라마(50.9%), 예능(50.5%), 게임(50.2%), 패션(50.0%)
등이다. 특히, 음악의 이용 용이성은 여성(74.9%)이 남성(66.3%)보다 높고, 연령별로는 50대(77.8%), 10대(76.2%), 20대(74.8%),
40대(64.0%), 30대(61.1%)로 50대가 가장 높다.
한국 문화콘텐츠 접촉경로를 살펴보면, 드라마, 예능, 영화, 음악, 애니메이션의 주 접촉경로는 ‘온라인/모바일’이다. 11개 문화콘텐츠의 ‘온라인/모바일’ 접촉률은
82.8~92.0%로 매우 높다. 출판물은 ‘글로벌 사이트/앱’(43.5%)이 가장 높고, 웹툰은 ‘네이버 웹툰’(38.3%), 게임은 ‘온라인’(56.5%) ‘직접 플레이’가
높게 나타났다. ‘SNS 영상/사진’접촉률은 패션, 뷰티, 음식 콘텐츠에서 각각 57.5%, 64.7%, 50.6%로 가장 높다. 패션과 뷰티는 ‘한국 영상콘텐츠를 통한 접촉’
또한 비교적 높으며 음식은 ‘유튜버 제작 영상’ 접촉률이 42.8%로 높게 나타났다.
드라마, 예능, 영화, 음악, 애니메이션의 온라인/모바일 플랫폼은 주로 ‘넷플릭스’와 ‘아마존 프라임’으로 나타났고, 전체 콘텐츠 접촉률 1위 플랫폼은 ‘넷플릭스’로, 특히
드라마에서 82.4%의 높은 접촉률을 보였다. 다음으로는 ‘아마존 프라임’과 ‘유튜브’이다. 음악 접촉 플랫폼은 ‘유튜브’(75.9%)가 가장 높게 나타났다.
한국 문화콘텐츠 구매경로는 패션, 뷰티 그리고 음식 모두 ‘글로벌 사이트/앱’ 응답률이 가장 높다. 패션과 뷰티의 경우 ‘자국 사이트/앱’ 다음으로 ‘한국 사이트/앱’이 3위를
기록하며 ‘자국 오프라인 매장’보다 높은 응답률을 나타냈다. 음식의 경우 ‘자국 오프라인 매장’ 39.9%로 2위며, 다음으로 ‘자국 사이트/앱’이 26.4%로 3위다. 한편,
패션, 뷰티, 음식 모두 ‘한국 오프라인 매장’ 이용률은 저조한 편으로 나타났다. 한국 문화콘텐츠에 대한 호감도는 대체로 높은 편이다. 특히 상위 3개의 호감도는 64.0%
이상으로 영화(69.5%), 뷰티(69.3%), 예능(64.6%)이 그것이다. 반면, 호감도 하위 3개의 콘텐츠는 패션, 애니메이션, 음악이다.
최선호 한국 문화콘텐츠 관련한 조사에서 최선호 한국 드라마는 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 게임>이 46.1%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최선호 콘텐츠로 언급된
드라마(<오징어 게임>,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킹덤>, <지금 우리 학교는>, <사랑의 불시착>) 모두 넷플릭스에서
제공 중이며, <킹덤>(2.2%), <지금 우리 학교는>(1.9%)은 <오징어 게임>과 같은 넷플릭스 시리즈로 제작된 드라마다. 특히, 2021년
9월 17일에 공개돼 전 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끌었던 <오징어 게임>은 황동혁 감독이 제작한 넷플릭스 오리지널 한국 드라마로, 456억 원의 상금이 걸린 의문의 서바이벌
게임에 참가한 사람들이 최후의 승자가 되기 위해 목숨을 걸고 극한의 게임에 도전하는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킹덤>, <지금 우리 학교는>은 둘 다 대표적인
한국 좀비 드라마다.
영화의 경우는 <기생충>(16.8%), 애니메이션은 <뿌까>(24.3%)가 가장 높은 응답률을 보였다. 게임은 <마블 퓨처 레볼루션>(20.1%)이
1위를 기록했고, 2위인 <라그나로크>(14.7%)도 선방했다.
한국 문화콘텐츠 인기 요인은 드라마와 영화는 탄탄한 스토리, 예능은 재미있는 게임/소재, 음악은 중독성 강한 후렴구/리듬, 애니메이션은 영상미가 좋음, 출판물은 스토리가 좋음,
웹툰은 섬세하고 사실적인 그림 묘사, 게임은 그래픽/그림 호감이 가장 많이 꼽혔다. 반면 호감 저해 요인은 드라마 영화에서 자막/번역 불편, 예능·음악·애니메이션은 한국어 생소함,
출판물·웹툰은 번역 미흡, 게임은 높은 디바이스 사양 필요 등으로 응답했다.
문화콘텐츠별 인기 국가(1순위)는 주로 ‘미국’이지만, 애니메이션과 웹툰에서 ‘일본’이 1위로 조사됐다. 드라마, 예능, 영화, 음악 등에서는 ‘미국’의 응답률이 50.0%
이상으로 2위 응답률과 큰 차이를 보였다. ‘한국’은 웹툰(18.3%), 드라마(14.4%), 예능(13.1%), 뷰티(11.0%), 게임(9.7%), 음악(8.4%),
영화(7.5%) 등에서 2~3위를 기록했다. 출판물의 ‘한국’ 응답률은 8.4%이나 5위에 머물렀고, 패션과 음식 부문에서는 5위권 밖으로 조사됐다.
5. 마치며
문화콘텐츠별 인기 국가 조사자료를 살펴보면서, 이탈리아 속 한류의 경쟁력을 실감할 수 있었다. 게다가 이탈리아의 한국 문화콘텐츠 브랜드파워지수가 26개국 중 22위인 배경도 확인할
수 있었다. 크게 부각되지 않는 존재, 그렇지만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존재가 바로 그것이다. 앞서 언급한 바 있는 이탈리아에서 한국 문화콘텐츠를 경험하지 않은 이유로, 11개
콘텐츠(드라마, 음식, 영화, 게임, 애니메이션, 음악, 웹툰, 패션, 뷰티, 출판물, 예능)에서 공통으로 드러난 ‘한국 콘텐츠에 관심이 없어서’라는 내용을 한류 경쟁력에 있어서
냉혹한 현실로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물론, 전체 응답자의 43.2%가 한국 문화콘텐츠 경험 후 한국에 대한 전반적 인식이 긍정으로 바뀌었다고 응답했다는 사실은 그나마 위로가 되는
조사 결과이다.
2000년대부터 시작된 한류의 도약이 이탈리아인들의 한국에 대한 인식을 바꾸어 놓았다고 할 수 있다. 이탈리아의 한국 인지도 97.7%를 이 인식의 변화를 체감할 수 있는 지표로
삼을 수 있다. 이탈리아인들은 유럽에서도 자국의 문화적 자부심이 높은 편이라고 볼 수 있다. 이탈리아는 쉽게 바뀌지 않고, 쉽게 받아들이지도 않는 문화적 보수 성향이 강한
나라이다.
그러나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이 발행한 『2023 해외한류실태조사』를 바탕으로 심층분석 및 점검한 결과 향후 이탈리아 한류를 다소 긍정적으로 전망할 수 있었다. 이탈리아는 비록 한국
문화콘텐츠 브랜드파워지수 52.3점으로 26개국 중 22위로 하위 5개 국가에 속하며, 한국 문화콘텐츠 소비 비중 하위 5개 국가에 속하지만, 한국 문화콘텐츠 관심도는 1년 전과
비슷하거나 증가했다는 응답이 80.0% 이상이다. 1년 후에도 역시 유사한 수준으로 이탈리아의 한국 문화콘텐츠에 대한 관심도는 현재의 수준을 유지하거나 소폭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한국 문화콘텐츠에 대한 유료 이용 의향이 음식(35.1%), 드라마(27.3%), 게임(27.1%), 영화(25.3%)에서 25.0%가 넘는 비율을 보였다. 한국 문화콘텐츠
중 드라마에서 순추천지수가 21.1%로 가장 높고, 적극적 추천자가 26.7%, 비추천자 5.6%로 유일하게 신규 이용자가 다른 콘텐츠보다 많을 것으로 해석된다.
무엇보다도 『2023 해외한류실태조사』의 <2022년 연간 한류 이슈>를 통해서 이탈리아 속 한국 문화는 “크게 부각되지 않는 존재”를 뛰어넘어 어느 정도 자기 역할을
다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확인할 수 있었다. 이는 이탈리아의 한국 문화콘텐츠에 대한 긍정적인 신호로, 이탈리아 한류에 대한 의혹의 눈길을 불식시키는 계기로 작용할 수 있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