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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판소리, 시드니 오페라하우스에서 한국어와 영어로 재탄생 바이링구얼 판소리 긴긴밤 공연

  • 조회수

    31

  • 게시일

    2026-02-24

  • 국가

    호주

<  판소리 가족극 '긴긴밤'의 한 장면 - 출처: '카산드라 해너건(Cassandra Hannagan)' >


호주의 세계적인 공연장 시드니 오페라 하우스(Sydney Opera House)에서 지난 주말, 특별한 실험적 무대공연이 펼쳐졌다. 한국의 베스트셀러 동화 원작의 판소리 가족극 <긴긴밤>이 그 하이라이트의 주인공으로 공연이 이루어졌다. 이번 프로젝트는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KOFICE)의 ‘K-arts on the GO’ 지원사업의 일환으로 진행되었는데, 단순히 완성된 작품을 선보이는 초청 공연형식을 넘어서 현지의 공용어 영어를 결합한 ‘바이링구얼(Bilingual)’ 작품으로 새롭게 개발되는 과정을 공개하는 ‘크리에이티브 디벨롭먼트(Creative Development)’ 형식으로 치러져 현지 예술계와 관객들의 큰 관심을 모았다. 이번 공연을 맡아 진행한 이상숙  연출가, 음악감독및 공연을 이끈 이향하 대표, 시드니오페라하우스 해당 프로그램 담당자 타마라 해리슨(Tamara Harrison)과의 인터뷰내용을 이야기를 간추리고 끝으로 통신원이 접한 현장 공연 모습을 전하기로 한다.


전통의 틀을 깨고 ‘바이링구얼’로 현지와 소통하다


이번 프로젝트의 가장 큰 도전은 판소리라는 한국 전통 양식의 공연을 영어와 어떻게 유기적으로 결합하느냐에 있었음을 강조했다. <긴긴밤>의 이상숙 연출가는 “기존의 해외 공연이 주로 자막을 통해 정보를 전달하는 데 그쳤다면, 이번 공연에서는 한국어와 영어가 대등하게 어우러져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방식을 찾는 데 집중했다”고 기획 의도를 설명한다.


또한, 단순히 가사를 번역하는 수준을 넘어, 한국어와 영어 이 두 언어가 무대 위에서 충돌하지 않고 하나의 흐름을 만들어내기 위해 창작진은 치열한 과정을 거쳤다. 한국어 대본을 바탕으로 현지 드라마터그 및 번역가와 긴밀히 소통하고, 호주 현지 어린이들이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표현을 찾아내는 '3차 수정'의 과정을 거쳤다. 이 과정에서 영어가 갖는 특유의 리듬감과 플로우가 판소리의 장단과 만나 예상치 못한 풍성한 예술적 효과를 만들어냈다. “영어가 판소리 안에서 단순한 번역이 아닌 하나의 예술적 소재로 작용하며 장면이 더 풍성해지는 경험을 했다”는 연출가는 판소리를 또 다른 언어로 표현할 때 나타나는 현대적 확장가능성을 실감했다고 말했다.


이번 프로젝트의 또 다른 특징은 완성된 결과물보다 ‘과정’에 가치를 둔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상숙 연출가는 “한국의 빠른 제작 시스템과 달리, 호주에서는 장면을 하나하나 세우고 다시 부수며 깊이 있게 들여다보는 시간을 충분히 가질 수 있었다”며 창작자로서의 기쁨을 전하기도 했다. 호주 배우들과 판소리 워크숍을 진행하며 판소리의 문법을 공유하고, 영어의 리듬을 어떻게 판소리에 녹일지 고민하는 시간들로 채워나갔다. 


이러한 ‘창작 개발(Creative Development)’ 방식은 한국 전통 예술이 현지 시장에 연착륙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단계라 생각하는데, 이것은 단순히 완성된 공연을 파는 것이 아니라, 현지의 토양과 언어에 맞게 작품을 변주하여 지속 가능한 문화 콘텐츠로서의 생명력을 불어넣는 작업이기 때문이며, 배우들 역시 한국어와 영어가 동시에 울려 퍼지는 무대 위에서 언어를 넘어선 정서적 교감을 경험했으며, 이는 향후 해외 진출이나 협업 방식에 있어 중요한 밑거름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한다.


판소리, 이야기의 힘으로 국경을 넘다


<한국과 호주의 배우들이 대단한 연기 케미를 보여준 한 장면, 출처: '카산드라 해너건(Cassandra Hannagan)' >


음악감독이며 이번 공연 팀을 이끈  이향하 입과손스튜디오 대표는 판소리의 본질인 ‘스토리텔링’의 힘에 주목했다. 그녀는 “판소리는 결국 이야기를 전하는 것이며, 이는 어린이 관객과 관계를 맺을 때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강조했다. 판소리 특유의 현장성과 관객이 함께 추임새를 넣으며 완성해가는 구조는 호주의 어린이들에게도 생소한 장벽이 아닌,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즐거운 놀이로 다가갈 수 있었다.


이향하 입과손스튜디오 대표는 유럽, 특히 프랑스 위주의 판소리 진출 시장에서 벗어나 호주라는 새로운 대륙에서 얻은 반응에 고무적인 소감을 전했다. “한류의 영향으로 한국 콘텐츠에 대한 세계적인 관심이 높아지면서, 이제 관객들은 판소리를 단순히 구경하는 것을 넘어 그 이면의 양식적 특징을 깊이 알고 싶어 한다”며, 이번 협업이 판소리의 국제화와 현지화에 있어 중요한 분기점이 될 것임을 확신했고, 또한 현지에서 관객을 직접 만나며 판소리가 갖는 현장의 생생함이 어린이 관객에게도 충분히 재미있게 작용한다는 점을 확인한 것이 이번 창작 과정의 큰 수확이었다고 덧붙였다.


시드니 오페라 하우스가 선택한 K-스토리텔링의 가치


시드니 오페라 하우스의 어린이 및 가족 프로그램 담당자 타마라 해리슨(Tamara Harrison)은 이번 협업의 파트너로서 한국 창작진에 대해 깊은 신뢰를 보였다. 그녀는 2024년 서울 공연예술마켓(PAMS)에서 <긴긴밤>의 쇼케이스를 처음 발견했을 때를 회상하며, “공연의 품질과 창작진의 에너지, 그리고 그들의 헌신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고 밝혔다. 특히 한국에서 큰 인기를 얻은 원작도서라는 작품배경이 호주 관객들에게도 소비하기 좋은 포인트라고 판단했습니다. 


또한, 해리슨은 “판소리는 거대한 감정과 아이디어를 다루기에 매우 정교하고 역동적인 방식”이라고 극찬했다. 그녀는 시드니의 다문화적 특성을 언급하며, “오페라 하우스는 ‘모든 이의 집’이어야 하며, 우리 지역의 다양한 다문화 커뮤니티를 위해 무대 위에서 다양한 언어를 들려주는 것은 매우 중요한 사명”이라고 말했다. 아이들이 모든 한국어 가사를 완벽히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라이브 공연이 주는 에너지와 소리의 질감만으로도 충분히 교감할 수 있다는 그녀의 분석은 문화 교류가 나아가야 할 진정한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생생한 표정 연기로 관객들과 소통하고 있는 한국과 호주의 배우들, 출처: '카산드라 해너건(Cassandra Hannagan)' >


필자가 현장에서 직접 지켜본 <긴긴밤>의 무대는 언어라는 경계가 예술적 장치로 승화되는 마법 같은 순간들의 연속이었다. 한국어 소리꾼의 깊은 성음과 호주 배우의 영어 대사가 북 장단 위에서 대화하듯 오갈 때, 객석의 호주 어린이들은 놀라운 집중력을 보여주었다. 특히, 인상적이었던 것은 객석의 반응이었다. 아이들은 자막을 완벽히 이해하지 못하는 순간에도 주인공 코뿔소 '노든'의 슬픈 소리가 울려 퍼질 때는 함께 숨을 죽였고, 펭귄의 익살스러운 발림(몸짓)에는 까르르 웃음을 터뜨리며 즉각적인 반응을 보여주었다. 판소리가 가진 비언어적 표현력과 인간 보편의 정서가 세계 어디에서든 통한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었다.


이번 <긴긴밤> 바이링구얼 무대프로젝트는 그간 케이팝과 드라마가 열어놓은 한류의 길을 따라, 우리 전통 예술이 어떻게 현대적으로 변용되고 세계인과 깊게 호흡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완벽한 사례가 되었다고 할 수 있다. 단순히 자막이라는 보조 수단이 아니라 현지의 언어, 영어의 리듬감과 플로우를 작품의 핵심 요소로 품어, 언어를 뛰어 넘어 보편적인 감동을 충분하게 전했다. 다른 언어와 충분하게 소통하는 우리 한민족의 전통의 판소리의 국제적 여정은 이제 막 본격적인 궤도에 오른듯하다.


< 이번 프로젝트에 함께한 배우 및 시드니 오페라하우스, 입과손스튜디오 관계자들, 출처: '데이비드 훌리(David Hooley), 시드니오페라하우스' >


호주의 시드니 오페라 하우스라는 상징적인 공간에서 현지 호주의 어린이관객과 가족관객과 소통하며 쌓은 이 순간의 뜨거웠던 기록은 향후 한국 전통 예술의 세계화 전략에 있어 소중한 자산이자 실질적인 매뉴얼이 될 것이다. 판소리가 지닌 이야기의 힘과 이 언어의 장벽을 넘어서려는 예술가, 관계자들의 노력이 관객들에게 충분히 닿을 것이다.


사진출처 및 참고자료

- 시드니오페라하우스 홈페이지, https://www.sydneyoperahouse.com/

- 카산드라 해너건(Cassandra Hannagan) 

데이비드 훌리(David Hooley)

- 본 공연은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케이-아츠 온더고(K-arts on the GO)>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www.k-go.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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