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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의 2026~2045년 창조경제 마스터플랜과 '자카르타 비전'

인도네시아의 2026~2045년 창조경제 마스터플랜과 '자카르타 비전'

왜 지금인가: 인도네시아로 돌아온 회의

2026 세계창조경제회의(World Conference on Creative Economy, WCCE)가 10월 21일부터 23일까지 자카르타에서 열렸다. 주요 회의는 호텔 인도네시아 켐핀스키(Hotel Indonesia Kempinski)에서 진행됐으며, 시민 참여형 행사 '크리에이티빌리지(Creativillage)'는 수디르만 중심업무지구(SCBD) 일대에서 25일까지 이어졌다. 이번 회의의 주제는 '포용적 창의성: 집단적 지속성(Inclusively Creative: Collective Continuity)'이었다. 인도네시아 창조경제부(Ministry of Creative Economy)에 따르면 80개국이 넘는 국가와 7개 국제기구에서 대표단이 참석했으며, 이 가운데 대표단장도 38명에 달했다.

행사는 창의경제 우호국 그룹(Friends of Creative Economy) 회의, 장관급 회의, 전체회의, 창의 세션, 크리에이티빌리지 전시, 기업 간(B2B)·정부 간(G2G)·정부-기업 간(G2B) 양자 회의, 공식 만찬 등 7개 프로그램으로 구성됐다. 특히 양자 회의와 비즈니스 매칭에 중점을 둔 것은 단순한 선언을 넘어 구체적이고 가시적인 합의를 이끌어내려는 자카르타의 의지를 보여준다.

개최 시점에도 전략적 의도가 담겨 있었다. 이번 회의는 2027년 도시 설립 500주년을 앞둔 자카르타를 국제사회에 알리는 기회이기도 했다. 또한 인도네시아가 대통령령으로 창조경제 20개년 계획을 확정한 지 4개월도 채 지나지 않은 시점이기도 했다.
 

린데크라프(Rindekraf)란 무엇인가

2026년 7월 2일 제정된 2026년 대통령령 제37호에는 2026~2045년 창조경제 마스터플랜(Rencana Induk Ekonomi Kreatif, 약칭 린데크라프)이 담겨 있다. 이는 창조경제에 관한 2019년 법률 제24호 제25조 제6항에 명시된 마스터플랜 수립 의무를 이행하기 위한 것으로, 각 부처와 지방정부는 자체 전략계획을 이에 맞춰 수립해야 한다.

마스터플랜은 다음 5가지 핵심 요소로 구성된다.

4개 클러스터, 21개 하위 부문. 기존 17개였던 하위 부문을 21개로 확대하고, 이를 예술·문화, 디자인, 기술·디지털 콘텐츠, 미디어·창의적 유통 등 4개 클러스터로 분류했다.

4개 하위 부문 신설. 기술·디지털 콘텐츠 클러스터에 신흥 기술, 디지털 콘텐츠, 보이스오버 서비스를 추가하고, 디자인 클러스터에는 자동차 개조 분야를 새롭게 포함했다.

20년에 걸친 4단계 추진. 전체 계획을 2026~2029년, 2030~2034년, 2035~2039년, 2040~2045년의 4단계로 나눠 추진한다. 2단계부터는 직전 단계 종료 시 실시한 평가를 바탕으로 별도의 대통령령을 통해 각 단계의 실행계획을 수립한다.

8대 우선 추진 프로그램 '아스타 에코노미 크레아티프(Asta Ekonomi Kreatif)'. 데이터(Ekraf Data), 정책(Ekraf Bijak), 인재(Talenta Ekraf), 인프라(Infra Ekraf), 지식재산(Ekraf Kaya), 금융(Dana Ekraf), 시장(Pasar Ekraf), 시너지(Sinergi Ekraf) 등 8개 프로그램으로, 창작부터 보존까지 가치사슬 전반을 아우른다

조정장관급 조정팀 구성. 지역사회역량강화조정장관이 조정팀의 운영위원장을 맡고, 인적자원개발문화조정부 장관을 포함한 조정장관 3명이 부위원장을 맡는다. 창조경제부 장관은 실무 조정과 이행 상황 점검, 보고를 담당한다.

창조경제부에 따르면 마스터플랜 수립은 2025년 3월부터 정부·학계·기업·지역사회·언론·금융기관이 참여하는 '헥사 헬릭스(hexa-helix)' 방식으로 진행됐다. 창조경제부는 지금까지 협력 기관들과 약 63건의 업무협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승부수를 뒷받침하는 수치

인도네시아의 창의경제는 이미 국내총생산(GDP)의 7%를 넘게 차지하고 있으며, 정부 발표에 따르면 성장률도 전체 경제성장률을 웃돌고 있다.

지표수치기간 · 출처
창의경제 수출액73억 8,000만 달러 (약 10조 3,320억원) (연간 목표의 27%)2026년 1분기 · 창조경제부
비석유·가스 수출 중 비중11.8%2026년 3월 · 창조경제부(인도네시아 통계청(BPS) 인용)
GDP 비중·창의경제 성장률7.38% · 6.86% (전체 GDP 성장률: 5.11%)2025년 · 창조경제부
수출액·실제 투자액319억 4,000만 달러 (약 44조 7,160억 원) · 183조 루피아 (약 14조 원)2025년 · 창조경제부
GDP 비중7.28% (1,611조 2,000억 루피아) (약 123조 2,568억원)2024 · BPS

여기서 주목할 점은 두 가지다. 첫째, 수출을 주도하는 것은 여전히 전통적인 산업이다. 2026년 초에는 패션·공예·식품 분야가 수출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둘째, 정부가 제시한 목표는 상당히 높다. 창조경제부는 마스터플랜의 1단계가 끝나는 2029년까지 창의경제의 GDP 비중을 8.0~8.4%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바로 이 지점에서 마스터플랜의 핵심적인 과제가 드러난다. 린데크라프가 새롭게 포함한 분야는 디지털 기술과 서비스 중심인 반면, 계획의 기반이 되는 실제 성과는 전통문화에 뿌리를 둔 상품 중심 산업에서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신설 하위 부문 분석: 창의경제 범위 확대의 득과 실

창조경제부의 설명을 보면 창의경제의 범위가 얼마나 확대됐는지 알 수 있다. '신흥 기술'에는 인공지능(AI), 블록체인, 빅데이터, 사이버보안이 포함된다. '디지털 콘텐츠'에는 콘텐츠 크리에이터뿐 아니라 제휴 마케팅 종사자와 라이브 커머스도 포함된다. '보이스오버'는 영상물에 목소리로 참여하는 전문 성우를 독립된 산업 분야로 인정한 것이다. 자동차 개조 분야 역시 디자인과 엔지니어링, 맞춤형 차량 제작의 가치를 인정받았다.

얻는 것. 창의경제의 범위를 확대하면 빠르게 성장하고 주목받는 분야까지 창조경제부의 정책 대상에 포함할 수 있다. 콘텐츠 크리에이터와 더빙·현지화 전문가, 자동차 튜닝 분야 종사자들도 각종 사업과 자금 및 지식재산(IP) 관련 지원을 받을 수 있게 된다. 또한 AI를 창의경제의 하위 부문으로 포함하면서, 창조경제부는 기존에 주로 디지털 관련 부처가 담당하던 AI 정책 논의에도 참여할 근거를 확보하게 됐다.

치르는 대가. 산업 분류 범위가 바뀌면 기존 통계와의 연속성이 깨진다. 2024년 창의경제의 GDP 비중인 7.28%는 17개 하위 부문을 기준으로 산출한 수치다. 반면 2029년 목표치인 8.0~8.4%를 21개 하위 부문을 기준으로 산출한다면, 비중이 높아지더라도 그중 일부는 실제 성장이 아닌 분류 기준 변경에 따른 결과일 수 있다. 제휴 마케팅과 라이브 커머스는 소매업에 해당하고, 사이버보안은 기술 서비스 분야다. 이러한 활동을 창의경제에 포함하면 예술가와 디자이너, 영화 제작자의 실제 생산활동에는 변화가 없어도 통계상 창의경제의 규모는 커질 수 있다.

이 문제는 국제 비교에서도 나타난다. 새로 추가된 하위 부문 가운데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의 무역 중심 분류 체계나 인접 국가의 산업 분류 체계에 정확히 대응하는 항목은 거의 없다. 한편 아세안(ASEAN)은 설립을 추진 중인 아세안 창의산업 진흥센터(ASEAN Centre of Excellence for Creative Industries; ACE-CI)를 위해 역내 기초 통계를 구축하고 있다.

그렇다고 창의경제의 범위를 확대해서는 안 된다는 뜻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기존 분류 체계와 새로운 분류 체계를 비교할 수 있는 자료를 공개하는 것이다. 일정 기간 17개와 21개 하위 부문 기준 수치를 함께 발표하고, 21개 하위 부문을 국제 분류 코드와 연결한 대응표를 제공하는 방식이다. 마스터플랜의 8대 우선 추진 프로그램 중 첫 번째가 바로 '데이터'다. 창조경제부는 WCCE에서 세계지식재산기구(WIPO)와 공동 개발한 창의경제 데이터 모델(Creative Economy Data Model)도 발표했다. 이에 따라 기존 분류와 새로운 분류를 어떻게 연계할 것인지가 더욱 중요한 과제로 떠올랐다. 인도네시아가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느냐에 따라 데이터 개선이 통계의 정확성 향상으로 이어질지, 아니면 단순히 수치만 키우는 데 그칠지가 드러날 것이다. 이 연재의 후속 글에서는 통계 측정 문제를 다시 살펴본다.
 

발리에서 자카르타로: 국제 의제를 주도하는 인도네시아

인도네시아는 2018년 WCCE를 출범시킨 이후 이 회의를 국제 규범 형성의 장으로 활용해 왔다. 역대 회의는 모두 '포용적 창의성(Inclusively Creative)'이라는 공통 브랜드를 내세웠다.

회차연도개최 도시주제
제5회2026자카르타포용적 창의성: 집단적 지속성
제4회2024타슈켄트포용적 창의성: 변화하는 현실
제3회2022발리포용적 창의성: 세계적 회복
제2회2021두바이포용적 창의성: 미래를 일구다
제1회2018발리포용적 창의성

2018년 발리에서 열린 첫 회의에서는 21개 로드맵으로 구성된 '창의경제를 위한 발리 의제(Bali Agenda for Creative Economy)'가 채택되고, 창의경제 우호국 그룹이 출범했으며, 글로벌 창의경제 전문센터 설립도 제안됐다. 이 회의는 유엔 총회가 2019년 결의를 통해 2021년을 '지속가능발전을 위한 국제 창의경제의 해(International Year of Creative Economy for Sustainable Development)'로 지정하는 데에도 힘을 보탰다. 2023년 12월에는 창의경제에 관한 유엔 총회 결의가 추가로 채택됐다. 2024년 타슈켄트 회의에서는 AI가 핵심 의제로 다뤄졌다.

'창의경제에 관한 자카르타 비전(Jakarta Vision on Creative Economy)'은 이러한 흐름을 잇는 다음 단계다. 각국 대표단은 이번 회의의 장관급 회의에서 자카르타 비전을 채택했다. 이 비전은 기술 및 디지털 인프라에 대한 접근성 확대, 창작자 간 지속적인 협력, 지식재산 보호, 공정한 보상과 금융·투자 접근성 확대 등 4대 우선 과제를 제시한다. 인도네시아는 협력국들과 함께 자카르타 비전을 유엔 총회에 제출하고, 이를 후속 결의안의 토대로 삼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UNCTAD와의 협력 역시 이러한 전략의 일환이다. 창조경제부는 회의에 앞서 UNCTAD와 2026년 10월 발간 예정인 '창의경제 전망 2026(Creative Economy Outlook 2026)'의 제작에 협력하고, WCCE에서 국제 프로그램을 공동 개최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이처럼 UNCTAD와의 긴밀한 협력은 인도네시아가 국제적인 창의경제 논의의 방향에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발판이 된다. 그런 만큼 UNCTAD의 보고서가 인도네시아의 자체 통계와 새롭게 확대된 산업 분류 체계를 어떻게 다룰지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역내의 두 축: 자카르타와 마닐라

인도네시아의 이러한 행보는 필리핀이 2026년 ASEAN 의장국을 맡아 ACE-CI 설립을 우선 경제과제(Priority Economic Deliverables) 중 하나로 추진하는 시기와 맞물린다. 오는 11월 마닐라에서 열리는 제49차 아세안 정상회의에서 각국 정상들이 ACE-CI 설립을 승인할 것으로 예상되며, 2027년까지 운영에 들어갈 수 있다.

현재까지 두 도시는 경쟁보다는 상호 보완적인 관계를 형성하는 모습이다. 인도네시아는 ACE-CI의 마닐라 유치를 공개적으로 지지했으며, WCCE는 2028년 글래스고에서 개최될 예정이다. 양측의 역할 분담도 점차 뚜렷해지고 있다. 자카르타가 국제적인 논의를 이끌고 이를 유엔 차원의 결의로 발전시키려 한다면, 마닐라는 정책 연구와 역량 강화, 시장 개발을 담당할 역내 기구의 거점이 되는 구도다.

다만 통계의 기반이 되는 자료와 기준에는 문제가 남아 있다. ACE-CI는 역내 기초 통계의 타당성을 검증하고 있고, 인도네시아는 자국 창의경제의 산업 분류 범위를 재정립하고 있으며, UNCTAD는 새로운 전망 보고서를 준비해 왔다. 이 세 작업에서 서로 다른 기준을 적용한다면 ASEAN의 창의경제 관련 통계는 늘어나더라도 국가 간 비교는 오히려 어려워질 수 있다.
 

WCCE 2026 이후 주목할 과제와 한국과 ASEAN의 협력에 주는 시사점

자카르타 회의가 막을 내린 지금, WCCE 2026이 단순한 성과 홍보 행사를 넘어 실질적인 성과를 거뒀는지는 다음 네 가지 질문을 통해 평가할 수 있다.

자카르타 비전의 구체적인 내용. 자카르타 비전이 제시한 4대 우선 과제는 기술 접근성, 창작자 간 협력, 지식재산 보호, 공정한 보상과 금융 지원이지만 데이터와 통계 측정은 포함되지 않았다. 비전 전문에는 이와 관련한 구체적인 약속이 담겨 있는가? AI와 창작자의 권리는 어느 수준까지 다루고 있는가? 앞서 타슈켄트 회의에서 AI를 핵심 의제로 다뤘던 만큼, 이번 비전이 AI를 단순히 기술 접근성의 문제로만 다룬다면 오히려 후퇴한 셈이다.

유엔 결의 추진. 새로운 유엔 총회 결의안을 추진할 공동제안국 그룹이 구성될 것인가? ASEAN 회원국 중 어느 나라가 참여할 것인가?

UNCTAD의 전망 보고서. '창의경제 전망 2026'은 발간됐는가? 인도네시아처럼 국가 차원에서 창의경제의 정의를 변경한 사례를 어떻게 다루고 있는가?

실질적 합의 여부. 양자 회의와 비즈니스 매칭을 통해 실제 합의가 발표된 사례는 몇 건이며, 어떤 하위 부문에서 이루어졌는가?

한국의 협력 기관에도 린데크라프는 구체적인 협력 기회를 제공한다. 기술·디지털 콘텐츠 클러스터, 지식재산 및 금융 지원 프로그램, 지역을 성장 거점으로 육성하려는 정책 방향은 한국 기관들이 오랜 경험을 쌓아 온 콘텐츠 IP 개발, 더빙·현지화, 지역 창의산업 클러스터 조성 등의 분야와 맞닿아 있다.

장기적으로 가장 의미 있는 기여는 통계 산출 방식의 개선일 수 있다. 인도네시아 협력 기관과 함께 기존 통계와 새로운 통계를 연계하고 국가 간 비교가 가능한 지표를 개발한다면, 마스터플랜의 데이터 프로그램은 물론 ASEAN이 구축 중인 역내 기초 통계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이 연재에서는 12월 4일 발표할 연말 결산 글을 통해 자카르타 비전의 전문과 이번 회의의 구체적 성과를 살펴볼 예정이다.
 


 

출처

마스터플랜

성과 수치

WCCE와 유엔 결의 추진

역내 동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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