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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문화산업: 전략에서 법제화로

베트남 문화산업: 전략에서 법제화로

전략: 10개 산업과 GDP 비중 7% 목표

2025년 11월 베트남 총리는 결정 제2486/QĐ-TTg호를 통해 '2030년까지의 베트남 문화산업 발전 전략(2045년 비전)(Strategy for the Development of Vietnam's Cultural Industries to 2030, with a vision to 2045)'을 승인했다. 이 전략은 영화, 미술·사진·전시, 공연예술, 소프트웨어·엔터테인먼트 게임, 광고, 수공예, 문화관광, 창의적 디자인, 텔레비전·라디오, 출판 등 10개 분야를 문화산업으로 지정했다.

이 가운데 영화, 공연예술, 소프트웨어·게임, 광고, 수공예, 문화관광 등 6개 분야를 우선 투자 대상으로 선정했다. 정부가 제시한 목표도 상당히 높다.

목표2030까지2045까지
국내총생산(GDP) 비율7%9%
문화산업 연간 성장률약 10%—
전체 고용에서 차지하는 비중6% (고용 연 10% 증가)8%
문화산업 수출 증가율연 7% 연 9%
전체 생산에서 디지털 부문이 차지하는 비중—80% 초

목표 달성을 위한 단계별 접근도 주목할 만하다. 2030년까지는 베트남 문화상품의 내수시장 수요를 충족하는 데 주력하고, 수출은 베트남 교민이 많이 거주하는 국가를 우선 공략한다는 방침이다.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은 2045년까지 달성할 장기 목표로 설정했다.

또한 이 전략에 따라 베트남 문화체육관광부(MoCST)는 문화산업 관련 국가 데이터베이스와 통계 지표를 구축하는 역할을 맡는다. MoCST 통계에 따르면 2018~2022년 베트남 문화산업의 연평균 생산액은 약 1,060조 동(약 440억 달러, 약 61조 6,000억 원)에 달했다.
 

정치적 배경: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떠오른 문화

문화산업 발전 전략은 이제 베트남 공산당 최고 지도부가 추진하는 보다 광범위한 정책의 일환으로 자리 잡았다. 특히 2026년에 발표된 세 건의 주요 문건을 계기로 문화산업 관련 법률 제정이 우선 추진 과제로 부상했다.

  • 결의 제80-NQ/TW호(2026년 1월 7일). 베트남 문화 발전에 관한 공산당 정치국의 결의로, 영화를 비롯한 문화산업을 경제 성장에 기여하는 분야로 규정했다. 2030년까지 문화산업의 GDP 비중을 약 7%로 높인다는 목표도 앞서 발표한 전략과 일치한다.
  • 결론 제18-KL/TW호(2026년 4월 2일). 베트남 공산당 중앙위원회가 두 자릿수 경제성장 목표와 연계해 발표한 2026~2030년 사회경제 발전계획에 관한 문건이다. 문화산업의 적극적인 육성을 촉구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 통지 제12-TB/BCĐTW호(2026년 7월 30일). 베트남 문화 발전 중앙운영위원회는 제2차 회의를 마친 뒤 문화산업을 새로운 경제성장 동력으로 규정했다. 아울러 간소화된 절차를 통해 관련 법률안을 마련하고, 10월 국회 회기에 맞춰 제출할 수 있도록 지시했다.

이 밖에도 베트남 국회는 '2025~2035년 문화 발전 국가목표프로그램(National Target Programme on Cultural Development for 2025–2035)'을 이미 승인했다. 제14차 당대회를 위한 정치보고서 초안에도 '문화산업과 유산경제'가 새로운 성장 모델의 구성 요소로 명시됐다.

이러한 배경은 문화산업 관련 입법 추진을 이해하는 데 중요하다. 베트남 경제는 2026년 1~9월 9.01% 성장했으며, 지도부는 10% 안팎의 경제성장률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문화산업에도 국가 정체성이나 소프트파워 강화에 그치지 않고 경제성장에 기여하는 역할이 요구되고 있다.
 

법안: 6개 정책 분야와 특례 제도

문화산업발전법 초안은 2026년 8월 5일부터 24일까지 대국민 의견 수렴을 거쳤다. 이후 검토 과정에서 조항 수가 단계적으로 축소됐다. 의견 수렴 당시 60개였던 조항은 9월 24일 국회 상무위원회 심사에서 53개로 줄었고, 10월 24일 국회에 제출된 법안은 총 8개 장 39개 조로 정리됐다. MoCST는 이 법안의 취지를 문화적 정체성을 지적 자산으로, 나아가 지적 자산을 현금 흐름으로 전환하는 데 있다고 설명한다.

법안은 마련 과정 전반에 걸쳐 6개 정책 분야를 중심으로 구성됐다. 아래 표는 9월 심사 당시 공개된 주요 조치를 정리한 것이다.

정책 분야주요 조치 (9월 초안 기준)
생태계국가 경제체계 내 문화산업의 법적 지위 확립, 영화·음악·게임·디자인·패션 등 분야의 신제품 및 신규 사업 모델을 위한 규제 샌드박스 도입
지식재산(IP)문화 IP의 자본 출자 및 대출 담보 활용 허용, 금융기관의 가치평가 보고서 활용 허용, 문화상품과 IP 권리를 상장·거래하는 '문화산업 거래소' 설립
인적자원국가자격체계와 연계한 직무역량 체계 구축, 우수 인재에 대한 국제적 경쟁력을 갖춘 보수 지급, 고숙련 인력에 대한 5년간 개인소득세 면제
인프라기존 산업시설을 전환한 공간 등을 활용한 '창의문화 복합단지' 조성, 사업 자격 요건과 성과에 따른 토지 및 공동 기반시설 비용 경감
시장학생·저소득층 등 우선 지원 대상자를 위한 전자 신분증 계정 연계 '국가문화카드' 도입, 수출 촉진 및 국가 브랜드 강화
금융 및 투자 베트남에서 촬영하는 외국 기관·개인에 대한 부가가치세(VAT) 환급, 고부가가치 사업의 비용 일부 지원, 출판·독창적 IP·우선 지원 상품에 대한 인센티브 제공, 신규 기금 신설 없음

법안은 기술과 지식재산을 도입해 베트남 내에서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외국인 투자자에게도 우대 혜택을 제공하도록 했다. 이러한 인센티브는 민간 투자를 대체하기보다는 투자 위험을 분담하고 민간 자본의 유입을 촉진하기 위한 장치로 제시됐다.

9월 심사에서 국회 상무위원회는 법 제정의 필요성에 공감했다. 다만 법안 심사를 담당하는 국회 문화사회위원회는 다음 네 가지 우려를 제기했다.

  • 법률 간 중복 및 충돌. 법안이 지식재산법, 교육법, 교원법과 충돌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국회 상무위원회는 검토 대상에 민법, 디지털기술산업법, 국가예산법, 투자 및 기업 관련 법률도 추가했다.
  • 용어 정의. 지식재산법과 일관성을 유지하기 위해 '지적 자산'을 별도로 정의하기보다는 가치평가 원칙을 규정해야 한다.
  • 실현 가능성. 세제·신용·보수·벤처캐피털 관련 지원책에 대한 영향평가를 더욱 면밀히 실시하고, 실제 창작 활동에 직접 참여하는 사람들에게 혜택이 돌아가도록 해야 한다.
  • 형평성. 국가문화카드는 신청에 따라 지원 여부를 임의로 결정하는 방식을 지양해야 하며, 기존 신분증이나 학생증을 활용하는 방안도 고려할 수 있다.
     

10월 제출된 법안에서도 핵심적인 내용은 유지됐다. 보도에 따르면 통제된 환경에서 신제품과 사업 모델을 시험하는 규제 샌드박스, 문화산업 거래소, 창의문화 복합단지, IP의 출자 및 담보 활용(제11조) 등이 포함됐다. 또한 창작 과정을 기록하는 창작용 소프트웨어와 디지털 플랫폼도 기반시설로 인정했다. 세제 혜택 역시 원칙적으로 유지됐지만, 국회 문화사회위원회의 10월 보고서에서는 VAT 환급을 개괄적인 수준에서만 다뤘다. 위원회는 같은 회기에서 개정이 추진되는 세법과 일관성을 유지할 수 있도록 환급 원칙과 한도, 세율 등을 구체화할 것을 요구했다. 한편 10월 법안에 관한 공개 보도에서는 국가문화카드에 대한 언급이 확인되지 않았다.

위원회는 같은 보고서에서 법안 작성자들에게 각종 지원책에 따른 재정 부담을 평가하고, 규제 샌드박스가 과학기술혁신법과 중복되지 않도록 할 것도 요구했다. 아울러 우선 지원 대상에서 '의료관광'을 제외하고, 온라인상 문화주권과 국경을 초월해 운영되는 플랫폼에 관한 규정을 추가할 것을 요청했다. 외국인 투자자가 약속한 의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제공된 혜택을 환수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법안의 최종 표결 시점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9월에 상무위원회는 이번 회기에서 법안에 대한 의견을 수렴한 뒤 다음 회기에 표결할 계획이었으나, 10월 일부 보도에서는 이번 회기 내 법안이 통과될 가능성을 제기했다.
 

시험대에 오른 영화산업

영화는 베트남의 문화산업 육성 의지가 가장 뚜렷하게 드러나는 분야이자 이미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분야다. CJ CGV 베트남에 따르면 2025년 베트남의 영화 흥행 수입은 약 5조 6,000억 동(약 2억 1,300만 달러, 약 2,982억 원)에 달했으며, 영화 관람권 판매량은 7,000만 장을 넘어섰다. 이는 2024년 대비 각각 24%, 26% 증가한 수치다. 베트남 영화의 시장 점유율은 62%를 기록했다.

성장의 규모뿐 아니라 성장의 양상도 주목할 만하다.

  • 흥행작 증가와 작품 간 격차. 2025년 개봉한 베트남 영화는 50편으로, 편당 평균 흥행 수입은 690억 동 (약 36억 5,700만 원)이었다. 이 가운데 11편이 1,000억 동 (약 53억 원)을 넘는 수입을 올렸지만, 베트남 영화 개봉작의 70%는 흥행 수입이 500억 동 (약 26억 5,000만 원)에 미치지 못했다.
  • 특정 장르에 집중된 흥행. 2025년에는 젊은 관객층의 호응을 얻은 공포영화가 저예산·고수익 장르로 시장을 주도했다.
  • 국가 지원을 받은 대작의 흥행. 베트남 인민군영화사(People's Army Cinema)가 제작한 역대 흥행 1위작 '붉은 비(Mưa đỏ, 2025)'는 7,100억 동 (약 376억 3,000만원)이 넘는 흥행 수입을 기록하며 역대 최고 흥행작에 올랐다. 이 작품의 성공은 전쟁을 소재로 한 역사영화도 상업적으로 흥행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
     

이러한 성장세는 2026년에도 이어져 1분기에만 영화 6편이 1,000억 동 (약 53억 원)을 넘는 흥행 수입을 기록했다. 국제적으로도 성과가 있었다. 2025년 말 호찌민시가 유네스코(UNESCO) 창의도시 네트워크의 영화 분야 창의도시로 지정되면서, 필리핀 케손시티와 함께 동남아시아 최초의 영화 창의도시 두 곳 중 하나가 됐다.

9월 법안에 포함된 외국 촬영팀 대상 VAT 환급 방안에서는 또 다른 전략을 엿볼 수 있다. 바로 해외 영화 제작을 유치하기 위한 촬영지 경쟁이다. 태국과 말레이시아 등 주변국은 이미 영화 제작 지원 제도를 운영하고 있어 세금 환급만으로는 충분한 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려울 수 있다. 촬영 허가 처리 속도와 전문 제작 인력의 확보, 후반 제작 역량 역시 중요한 경쟁 요소가 될 전망이다.

반면 독립영화와 예술영화 제작자에게 돌아갈 혜택은 상대적으로 불확실하다. 법안에 마련된 지원책은 IP의 가치를 평가하고 이를 담보로 제공하거나 거래할 수 있는 권리 보유자에게 유리한 구조다. 영화제와 국제 공동제작 기금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소규모 제작사는 향후 시행령에 별도의 지원책이 마련되지 않는 한 직접적인 혜택을 받기 어려울 수 있다.
 

법안에 남은 쟁점

GDP 비중 7%에 무엇을 포함할 것인가. 문화산업 발전 전략은 10개 산업을 지정하고 있지만, 국회 상무위원회에 제출된 법안은 음악, 디지털 콘텐츠, 음식, 패션, 건축 등을 추가해 적용 범위를 더욱 넓혔다. 10월 국회 문화사회위원회가 우선 지원 대상에서 '의료관광'을 제외하도록 요구한 사실은 문화산업의 범위가 얼마나 광범위해졌는지를 보여준다. 2030년 GDP 비중 목표를 확대된 법률상 분류 기준으로 산출한다면, 비중이 높아지더라도 그 일부는 실제 생산 증가가 아닌 집계 대상 확대로 인한 결과일 수 있다. 문화산업 발전 전략은 MoCST에 관련 통계 지표의 구축을 요구하고 있다. 목표 달성 여부를 평가하기 전에 이러한 지표를 공개해야 GDP 비중 7%라는 목표의 신뢰성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올해 창의경제의 범위를 확대한 인도네시아 역시 같은 과제를 안고 있다.

지식재산의 가치를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 지식재산을 담보로 하는 금융 지원이 활성화되려면 금융기관이 신뢰할 수 있는 가치평가 체계가 필요하다. 국회 상무위원회가 '지적 자산'의 정의를 새로 마련하는 데 신중한 입장을 보인 것도 함께 추진 중인 지식재산법 개정이 그만큼 중요하기 때문이다. 상무위원회는 같은 날 오전 지식재산법 개정안도 검토했다.

인공지능(AI)을 어떻게 다룰 것인가. 올해 별도로 제정된 디지털 문화 인프라 관련 정부 시행령 제277/2026/NĐ-CP호는 베트남에서 개발한 디지털 문화상품을 장려하고, 문화산업 분야의 AI 및 빅데이터 투자를 우선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문화산업발전법안 자체에는 AI 관련 내용이 거의 없다. 10월 24일 국회 논의에서는 한 의원이 문화 데이터와 저작물을 허가 없이 AI 모델 학습에 활용하는 행위와 타인의 이미지·목소리·창작 스타일을 무단으로 모방하는 AI 활용을 금지하자고 제안했다. 이러한 규정이 최종 법안에 포함될지는 창작자들에게 매우 중요한 문제다.

법안이 다루지 않는 영역은 무엇인가. 문화산업발전법 초안은 기존 개별 법률에서 규율하는 사항을 중복해서 규제하지 않도록 설계됐다. 따라서 영화·출판·방송 분야의 인허가 및 콘텐츠 관련 규정은 기존 법률의 적용을 받는다. 이번 법안의 지원책은 이러한 규제 체계를 바꾸는 것이 아니라 기존 체계에 추가되는 형태로 시행될 예정이다. 한편 콘텐츠 관련 규제는 별도의 입법 절차를 통해 개편이 추진되고 있다. 10월 20일 국회에서는 영화법을 비롯한 8개 법률을 개정하는 법안이 논의됐다. 이 법안에는 온라인 배급사의 책임을 강화하고, 국가 정책 목표에 부합하는 민간 제작 영화에 정부가 제작비 일부를 지원할 수 있도록 하며, 외국이 참여하는 영화제의 개최 허가 권한을 지방 성(省) 당국에 이양하는 내용이 담겼다.
 

향후 주목할 과제와 한국과 아세안(ASEAN)의 협력에 주는 시사점

이 법이 실제 현장에 얼마나 큰 변화를 가져올지는 다음 네 가지 사항을 통해 가늠할 수 있다.

  1. 표결과 최종 법안. VAT 환급, 소득세 감면, 국가문화카드 등 주요 지원책 가운데 어떤 조치가 최종 법안에 포함될지, AI 학습 데이터 관련 규정이 추가될지 주목해야 한다.
  2. 법안 통과 시 적용 범위. 최종 산업 목록이 발전 전략에서 지정한 10개 분야를 따를지, 더 넓은 범위를 규정한 법안 초안을 따를지, 이에 따른 통계 지표도 마련될지 살펴봐야 한다.
  3. 시행령 마련. 대부분의 지원책을 시행하려면 아직 확정되지 않은 지원 대상 요건과 성과 기준을 구체화해야 한다.
  4. 문화산업 거래소와 IP 금융의 실효성. 은행들이 실제로 문화 IP를 담보로 대출을 제공할지, 이때 어떤 가치평가 기준을 적용할지가 관건이다.

문화산업 육성은 외교 일정과도 맞물린다. 베트남은 2027년 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PEC) 회의를 개최할 예정으로, 이는 자국 문화산업을 국제사회에 알릴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한국과의 협력 가능성도 뚜렷하다. 베트남의 법안 관련 보도에서는 한국이 1999년 제정한 문화산업진흥기본법을 참고 사례로 언급하고 있다. 한국 기업들도 이미 베트남 시장에 깊이 진출해 있다. 앞서 영화 흥행 통계를 제공한 CJ CGV는 베트남의 주요 극장 사업자 중 하나다. 한국이 지난 20여 년간 쌓아 온 경험 역시 베트남에 중요한 참고 자료가 될 수 있다. 특히 지식재산 가치평가, 콘텐츠 제작 완성을 위한 자금 조달, 콘텐츠 통계 구축 과정에서 거둔 성과와 시행착오는 베트남이 현재 필요로 하는 실질적인 노하우다. 이러한 경험을 투자뿐 아니라 정책 교류를 통해서도 공유한다면 양국의 협력 관계를 더욱 균형 있게 발전시킬 수 있을 것이다.
 


 

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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