튀르키예의 한국 음식 선호 추세가 진화를 거듭하면서 몇몇 음식들을 시작으로 이제 단일 품목 중심에서 테마 형태로 크게 변화하고 있다. 그 변화를 가장 앞장서서 이끌고 있는 것은 다름 아닌 한국 소주다. 한국 소주 수출액은 지난 2023년 1억 141만 달러(약 1,491억 원)를 돌파하며 올해엔 단 2년 만에 2억 달러(일반 소주: 약 1억 400만 달러, 과일소주: 약 9,600만 달러)를 달성했다. 라면, 김, 과자에 이어 소주가 네 번째로 한국 음식 반열 안으로 들어서게 됐다. 알코올을 전면 금지하는 사우디아라비아, 이란 등 종교색이 매우 강한 다른 이슬람 국가들과는 달리 비교적 자유로운 분위기의 튀르키예에서도 한국 소주는 일부 한류 팬들 사이에서만 소비됐다. 즉 그다지 대중적이지 못한 탓에 소주는 튀르키예에서 나름의 문화와 정체성을 충분히 형성하지 못한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소주는 튀르키예에서 세계적 흐름으로서의 한국 음식 이미지는 갖추기 어려웠다. 불과 두 해 전까지만 해도 소주는 일부 한식당들을 중심으로만 소비되는 정도였다.

< 소주를 테마로 한 한국 식당 외부 모습 – 출처: 통신원 촬영 >
그런데 지난해와 올해 들어 튀르키예에서 소주의 소비 추세가 눈에 두드러질 정도로 달라졌다. 단순히 판매 소비량만 증가한 것이 아니라 아예 소주를 테마로 하는 한식당이 들어선 것이다. 하루 11만 명~13만 명의 시민들이 이동하는 터미널은 이스탄불의 유럽지구와 아시아 지구를 잇는 환승 허브 일대로, 지난 5월 이곳의 가장 인기 있는 곳에 한국 음식을 대표하는 소주 전문 식당이 들어섰다. 소주 인기를 보여주기라도 하듯 대기하는 줄이 식당 밖까지 길게 늘어선 모습은 이젠 일상의 풍경이 됐다.

< 소주를 테마로 한 한국 식당 내부 모습 – 출처: 통신원 촬영 >
식당 내·외부의 실내 장식은 한글과 영어로 '소주', 'SOJU'라는 글씨로 장식을 했고, <이태원 클라쓰>, <범죄도시>, <무빙>, <괴물>과 같은 한국 드라마와 영화를 대표하는 작품 포스터가 벽면을 메웠다. 그리고 소주의 깨끗한 이미지를 시각적으로 잘 보여주기 위해서 소주를 진열장 천장 위까지 올려 이를 네온 불빛으로 비추게 했다. 식당 음식들은 소주를 중심으로 후라이드와 양념치킨, 떡볶이, 김밥, 비빔밥 등이 있었고, 망고 빙수와 소떡소떡과 같이 한국을 직접 방문했을 때 맛볼 수 있는 음식도 있어 통신원의 관심을 끌었다.

< 현지인들에게 큰 인기를 얻고 있는 한국 음식 메뉴 - 출처: 통신원 촬영 >
그중에서도 눈에 띄는 것은 식당을 찾은 이들의 연령대였다. 소주를 메인 테마로 꾸민 식당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술을 마시기 위한 성인 남·여보다 어린 자녀들과 함께하는 가족 단위의 손님들과 젊은 연인 층들이 많이 보였다. 이는 소주가 알코올이라는 부정적인 술의 이미지보다 가족과 연인이 함께 즐길 수 있는 건전한 한국 음식으로서 자리를 굳혔다는 의미로도 이해할 수 있다. 식당을 찾은 손님들은 한국 음식과 함께 케이팝을 즐기면서 한류의 매력에 흠뻑 빠져든 모습이다.
소주에 이어 한국 라면도 단일 품목으로서의 단순한 인기를 넘어 테마 형태로 한국 음식으로서 진화를 보이고 있다. 2011년 서울 한강공원에서 '세븐 일레븐' 13개 편의점 점포로 시작해서 전국 고속도로 휴게소와 대학 식당가 등으로 확장하며 올해엔 대략 16,000~19,000개 점포로 대성공을 거둔 '한강라면'은 그 이미지 그대로 튀르키예에 들어섰다. 현지에서 불과 몇 해 전 만에도 한국 라면은 대도시에 위치한 한식당들에서만 맛볼 수 있었던, 그것도 종류가 극히 제한적이었기 때문에 접하기 매우 어려운 한국 음식이다. 게다가 할랄 인증 표기가 있더라도 한국 라면에는 돼지고기 기름이 함유되어 있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다른 한국 음식들에 비해서도 그 수요 또한 높지 않았다.
그런데 한국 라면에 대한 수요 증가와 판매 확대로 인해 지금은 한식당만이 아니라 튀르키예의 백화점 수입 식품점들만 가 봐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을 정도다. 현지 최대 e커머스인 '트렌드올(Trendyol)'과 '헵시부라다(Hepsiburada)'에서 한국 라면에 대한 판매량과 구매 후기를 보면 불닭볶음면, 김치라면, 신라면, 컵떡볶이 같은 제품들이 인기리에 판매되고 있는 것을 확인해 볼 수가 있다. 이제는 현지인들이 다양한 한국 라면 제품들의 맛을 직접 선택해서 구매할 수 있게 됐다. 이는 한국 드라마의 인기와 SNS 등의 영향으로 한국 라면에 대한 꾸준한 인식 변화가 모아져서 나타난 변화이다. 더불어 한국 라면을 찾는 이들의 수요 증가와 함께 매운 불닭볶음면 먹기 챌린지(challenge)는 한국 음식을 대하는 대중문화를 끌어냈다고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 튀르키예에 들어선 '한강라면' 테마 식당 - 출처: 통신원 촬영 >
이제는 한국 라면에 대한 수요와 판매 증가, 그 인기 범위를 넘어 국내에서 이미 큰 성공을 거둔 '한강라면'의 편의점 형식 이미지가 테마 형태로 튀르키예에 그대로 넘어왔다. 현지에서는 기존에 없던 편의점이라는 새로운 시스템을 도입해, 소비자가 자신의 입맛에 맞는 한국 라면을 오프라인 매점에서 직접 골라 조리와 시식까지 할 수 있는 한국 음식만의 새로운 공간 이미지를 만들어 냈다. 현지 소비자들은 한국의 한강공원에서 '한강라면'을 직접 맛보는 것은 아니지만, 해당 테마의 한국 식당에서 '한강라면'을 체험할 수 있다. 한국 드라마에서 본 여러 종류의 한국 라면을 자신이 직접 골라, 편의점과 유사한 공간에서 시식하며 매점 안에서 작은 한국을 경험하는 것이다. 기존에는 한식당에서도 한국 라면을 맛볼 수 있었지만 다소 제한된 종류였고, 온라인 쇼핑몰에서 주문해도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 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한국 음식을 통해 즐길 수 있는 맛과 문화까지도 자신이 직접 만들고 경험할 수 있게 됐다.

< '한강라면' 식당 메뉴 체험 - 출처: 통신원 촬영 >
'한강라면'의 맛은 어떨지 통신원도 직접 찾아가 봤다. 진열대 위에는 짜짜로니, 삼양라면, 김치라면, 신라면, 불닭볶음면 등 온라인 쇼핑몰에서 구매할 수 있는 종류보다 더 다양한 상품이 구비되어 있었다. 다만 국내처럼 무인 형식이 아니라 손님이 먹고 싶은 라면 종류를 선택하고, 이를 매점 직원이 직접 조리해 주는 방식이었다. 손님 취향에 따라 버섯, 파, 떡볶이 떡, 삶은 계란을 추가할 수 있도록 재료가 별도로 준비되어 있었다. 통신원 역시 튀르키예에서 처음 '한강라면'을 접해 보면서 한국 음식이 주는 매력을 더 크게 느낄 수 있었다. 단순히 내가 직접 조리해서 만든 한국 라면의 맛만 느끼는 게 아니라, 한국 드라마와 케이팝의 이미지와 함께 한국 음식의 맛까지 복합적으로 체험해 본 시간이었다. 앞으로 튀르키예에서 한국 음식을 선두로 하여, 테마 형태로 진화해 가고 있는 문화 현상들이 고무적으로 번져나가 한국 콘텐츠 장르들이 더 많이 보여지게 되길 기대해 본다.
사진출처 및 참고자료
- 통신원 촬영
- ≪뉴스프리존≫ (2024. 06. 29). 소주도 K-푸드 반열에 올랐다, https://www.newsfreezone.co.kr/news/articleView.html?idxno=578507
- ≪CosmianNews≫ (2025. 03. 14). K소주, 세계 무대에서 빛나다! 수출액 2억 달러 돌파, https://www.cosmiannews.com/news/33507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