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전쟁·기후 변화가 반영된 언어의 변화
독일 사회에서 인공지능(AI), 국제 정치, 전쟁, 기후 변화가 주요 화두로 떠오른 가운데, 독일어권 언어학자들이 이를 반영한 '2025년 올해의 단어(2025 Wort des Jahres)'를 발표했다. 독일어 협회(Gesellschaft für deutsche Sprache, GfdS)는 2025년 올해의 단어로 '키에라(KI-Ära, 인공지능 시대)'를 선정했다고 12월 5일 밝혔다. 해당 발표는 독일 비스바덴(Wiesbaden)에 위치한 'GfdS(독일 정부 후원 언어 협회, Gesellschaft für deutsche Sprache)' 본부에서 이뤄졌다.
독일어 협회는 '키에라(KI-Ära)'라는 표현이 “과학 연구의 영역에 머물던 인공지능이 일상 전반으로 확산되며, 사회 전반의 구조적 변화를 이끌고 있다는 점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라고 설명했다. 'GfdS' 측은 인공지능이 더 이상 특정 전문가 집단만의 기술이 아니라, 인터넷 검색, 사진·영상 편집, 텍스트 작성 등 일상생활 전반에 사용되면서 새로운 시대를 열었다고 평가했다. 독일어 협회가 선정한 '2025년 올해의 단어'는 사용 빈도보다는 사회적 의미와 상징성을 기준으로 결정된다. 협회는 매년 수천 건의 언론 기사, 방송, 시민 제안 등을 검토해 정치·경제·사회 전반을 가장 잘 반영한 단어와 표현을 선정한다. 이 제도는 1977년부터 이어지고 있다.

< 올해의 단어 '키에라(KI-Ära)' 선정 관련 독일 공영방송연합 ARD의 뉴스 '타게스샤우(Taggeschau)' 보도 – 출처: '타게스샤우(Taggeschau)' >
인공지능의 확산과 우려 병존
독일어 협회는 인공지능 기술의 확산이 가져올 긍정적 효과와 잠재적 위험성도 함께 언급했다. 언어학자들은 사람들이 인공지능을 활용하는 빈도가 높아지면서 독립적인 사고와 비판적인 언어 사용이 약화될 가능성을 경계했다. 또한 인공지능이 향후 독일어 자체의 언어 구조와 그러한 사용 방식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미 과거 '키보옴(KI-Boom, 인공지능 흥행)', '게네라티페 벤데(generative Wende, 생성형 전환)' 등 인공지능 관련 용어들이 올해의 단어 후보로 오른 바 있다.
'딜(deal)',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 정치 언어의 영향
올해의 단어 2위에는 영어 단어 '딜(deal, 거래 또는 합의)'이 올랐다. 독일어 협회는 이 표현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정치 언어에서 직접적인 영향을 받은 사례라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무역, 관세, 외교 협상을 '딜(deal)'이라는 단어로 단순화해 표현해 왔으며, 이를 자신의 정치적 성과로 강조해 왔다. 이러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이 독일 사회에서도 유의미한 영향력을 미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안드레아 에벨스(Andrea Ewels) 'GfdS' 사무총장은 “지지자들에게 '딜(deal)'은 결단력과 실행력을 상징하지만, 비판자들에게는 피상성과 정치적 쇼를 의미한다”라고 설명했다. 해당 표현은 독일어권에서도 '프리덴스데알(Friedensdeal, 평화 거래)', '촐데알(Zolldeal, 관세 합의)' 등의 복합어들로 확산되고 있다. 독일어 협회 요헨 베어(Jochen Bär) 회장은 영어식 표현의 유입은 오랜 기간 동안 논쟁의 대상이었으나, 최근 이에 대한 사회적 반감은 다소 완화된 것으로 평가했다.
우크라이나 전쟁 반영한 '란트 게겐 프리덴(Land gegen Frieden)'
3위에는 '란트 게겐 프리덴(Land gegen Frieden, 영토와 평화)'이 선정됐다. 이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제기된 평화 조건 논의에서 사용된 표현으로, 우크라이나가 점령당한 영토를 포기해야 평화가 가능하다는 주장을 지칭한다. 독일어 협회는 이 표현이 사실상 '항복에 가까운 평화'와 '강압적 협상'을 상징한다고 설명했다.
그 밖의 주요 단어들
2025년 올해의 단어 상위 10개에는 '존데르페르뫼겐(Sondervermögen, 특별기금)', '베르딘스트-로토(Wehrdienst-Lotto, 병역복권)', '드로니지룽(Drohnisierung, 드론화)' 등이 포함됐다. 이는 독일 내 국방비 증액과 군사 정책 논의를 반영한 표현들이다. 또한 '스트라프쵤레(Strafzölle, 보복 관세)', '볼슈탄츠페를루스트(Wohlstandsverlust, 생활수준 하락)'도 경제 상황을 반영한 단어로 선정됐다. 기후 변화와 관련해서는 '클리마뮈데(klimamüde, 기후 피로)'가 9위에 올랐다. 독일어 협회는 기후 보호가 여전히 중요한 과제임에도 불구하고, 이를 주요 정치 의제로 인식하는 시민이 줄어들고 있다는 점을 반영한 표현이라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페르틱토쿵(Vertiktokung, 틱톡 확산 현상)'은 틱톡(TikTok)을 중심으로 한 짧은 영상 중심의 미디어 소비 경향을 지칭하는 신조어로, 소셜 미디어의 영향력을 반영했다. 독일어 협회는 '2025 올해의 단어' 목록이 단순한 언어 현상이 아니라 해당 연도의 사회적인 기록이자 현재의 시대상을 반영하는 언어 연대기라고 강조했다. 참고로 2024년에는 연방정부 연정 붕괴를 의미하는 '암펠아우스(Ampel-Aus)'가 올해의 단어로 선정된 바 있다.
사진출처 및 참고자료
- ≪Deutsche Welle≫ (2025. 12. 05). Wörter des Jahres: KI-Ära, Deal und Land gegen Frieden, https://p.dw.com/p/54phV
- ≪Taggeschau≫ (2025. 12. 05). Das Wort des Jahres 2025 lautet 'KI-Ära', https://www.tagesschau.de/video/video-1532226.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