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대표 평점 사이트 더우반(豆瓣)은 매년 영화, 드라마, 예능, 도서, 음악 등 분야의 세부 순위를 나누어 발표하기 때문에 이를 통해 한 해 동안 중국인들이 어떤 문화 콘텐츠와 주제에 관심을 두었는지 살펴볼 수 있다. 중국은 ‘한류’라는 단어가 처음 등장했을 때부터 한국 콘텐츠를 소비해 온 나라 중 하나이기 때문에, 지금은 한국 콘텐츠에 대해서 ‘신선하지만 익숙한 문화’에서 오는 문화 충격 시기를 지나가고 있다. 즉 이제는 기대심리를 이용한 문화 소비가 한국 콘텐츠 전체에 대한 소비를 견인 중이다.
중국의 젊은 층에 속하는 사용자들은 전 세계에서 끊임없이 쏟아지고 있는 콘텐츠들에 관한 이야기나 평가를 더우반 사이트 내 커뮤니티를 통해 적극적으로 게시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곳에 올라온 후기와 평점이 중국인들에게 상당한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올해 해당 사이트에는 드라마, 예능, 영화, 출판물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한국 콘텐츠가 순위권 안에 들어가서, 여기서 어떤 콘텐츠가 사랑받았으며 그로 인한 시사점은 무엇인지 알아보고자 한다.
1. 드라마

< 더우반 사이트에서 한국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 의 평점(2025.12.25.기준) – 출처: '더우반(豆瓣)' >
더우반 "평점 높은 한국의 대표적인 드라마(高分经典韩剧榜)" 순위에서 눈에 띄는 것 중 하나는 <폭싹 속았수다(苦尽柑来遇见你)>이다. 해당 드라마의 평점은 9.4(10점 만점)으로 전체 한국 드라마 인기 순위 중 3위를 차지했으며, 넷플릭스에 공개된 당시에 중국 소셜 미디어 샤오홍슈(小红书)에서는 <폭싹 속았수다>의 감상평 게시물들을 볼 수 있다.
이어서 "최근 가장 주목 받은 한국 드라마(近期热门韩剧榜)"의 1위는 <은중과 상연(你和其余的一切)>이 차지했으며, 평점은 8.1을 기록했다. 후기를 살펴보면 그동안 사랑 이야기에 지친 드라마 세계에서 두 여자 주인공의 우정과 인생이 점철된 내용이 신선하고 또한 눈물을 쏟지 않을 수 없다는 반응이었다.

< 더우반 사이트에서 한국 드라마 '은중과 상연'의 평점(2025.12.25.기준) – 출처: '더우반' >
2. 예능
<뿅뿅 지구오락실 3(Biong Biong, 地球游戏厅第三季)>은 상반기에 이어 올해 통틀어 한국 예능 중 가장 평점이 높은 프로그램으로 꼽혔다. 특히 올해 상하이와 마카오에서는 <뿅뿅 지구오락실 3>의 팝업 스토어가 열렸고 나영석 PD과 제작진은 여기서 팬미팅을 진행하여 이 내용이 중국의 소셜 미디어 상에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 인기에 편승해 나영석 PD가 제작한 예능 프로그램 <콩콩 팡팡(豆豆笑笑)>과 <콩콩 밥밥(豆豆饭饭)>이 주목 받았다.


< 더우반 사이트에서 한국 예능 프로그램 '콩콩팡팡'과 '콩콩밥밥'의 평점(2025.12.25.기준) - 출처: '더우반' >
3. 영화

< 더우반 사이트에서 한국 영화 '굿뉴스'의 평점(2025.12.25.기준) – 출처: '더우반' >
한국 영화 <굿 뉴스(凶降喜讯)>는 "더우반 2025년 평점 가장 높은 코미디 영화(豆瓣2025评分最高喜剧片)"의 5위, 그리고 "더우반 2025년 평점 높은 한국 영화(豆瓣2025评分最高韩国电影)"의 1위를 차지했다. 해당 영화의 후기 중 ‘좋아요’를 가장 많이 받은 댓글에는 "흔히 진실은 달 뒷면에 있다고들 하지만 그것이 앞면은 거짓이라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현실과 허구의 경계를 날카롭게 찌르면서 정치적 풍자와 블랙 코미디를 자유자재로 넘나드는 한국 영화 연출의 자유에 감탄했다"라고 올리기도 했다.
4. 출판물


< 더우반 사이트에서 한국 소설 '아버지의 해방일지'와 '아주 희미한 빛으로도'의 평점(2025.12.25.기준) – 출처: '더우반' >
이어서 평점 8.6을 기록한 정지아 작가의 『아버지의 해방일지(父亲的解放日志)』는 "더우반 2025년 도서(豆瓣2025年度图书)"에서 올해 베스트셀러(bestseller) 9위에 올랐으며 "더우반 2025년 해외 문학(소설류)순위(豆瓣2025年度外国文学小说类)"에서는 1위를 차지했다. 특히 해당 책은 중국의 대표 유명 작가인 위화(余华) 작가가 자신의 학생에게 추천한 책으로 입소문을 타면서 중국 현지 서점에서 외국 도서 신간에 자리할 정도로 주목받고 있다.
이 밖에도 "더우반 2025년 해외 문학(소설류)랭킹(豆瓣2025年度外国文学小说类)" 3위에는 최은영 작가의 『아주 희미한 빛으로도(即使以最微弱的光)』가 자리했다. 최은영 작가는 지난 2년간 중국에서 가장 많이 언급된 작가 중 하나다. 최근 중국 출판계에서는 한국 여성 작가 문학(韩女文学), 여성 작가 문학, 힐링 문학 등의 키워드가 요즘 중국 독자들이 많이 찾는 독서 주제인데, 여기서 최은영 작가는 해당 목록에서 늘 빠지지 않는 작가로 주목받고 있다.
이와 같은 모든 내용을 종합하여 정리해 볼 때, 중국에서 올해 사랑받은 한국 콘텐츠들의 공통점과 시사점은 총 세 가지로 이야기할 수 있다. 첫 번째, 자극보다는 정서적인 진정성이 중요한, 요컨대 일상·관계·내면에 집중한 서사라는 점이다. 2025년 중국에서 높은 평가를 받은 한국 콘텐츠들은 공통적으로 극적인 사건, 빠른 전개, 강한 갈등보다는 한 개인의 감정과 관계에 집중하고 있다. 이는 드라마·예능·영화·출판물 전 장르에서 일관되게 나타난다.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와 <은중과 상연>의 경우 거대한 서사보다 인물의 선택, 감정의 결, 관계의 온도에 초점을 둔 드라마였다. 예능 프로그램 <뿅뿅 지구오락실 3>, <콩콩팡팡> 그리고 <콩콩밥밥> 또한 프로그램 자체의 유희성이 도드라진다기보다 오히려 출연자들 간의 관계와 즉흥성, 인간적인 매력이 다 함께 있을 때 시너지를 발휘하여 시청자들에게 호감을 얻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소설 『아버지의 해방일지』와 『아주 희미한 빛으로도』 역시 개인사와 가족사로 얽힌 한 개인의 점철된 인생을 이야기하고 있으며 기억과 감정의 미세한 흔들림을 정면으로 다루고 있다. 이에 따라 중국 시장에서 한국 콘텐츠의 강점은 더 이상 장르적 쾌감이나 속도감이 아니라 한 개인의 정서적인 밀도와 인간 이해에 대한 깊이임이 분명해졌다고 볼 수 있다. 앞으로 중국에 한국 콘텐츠를 수출할 때 '트렌디함'보다는 '공감의 지속성'이 중요해졌다는 신호이다.
두 번째로, '문화 차이'를 넘는 보편성이다. 이 것은 정치·시대 배경보다는 개인의 삶이 더 주목 받는다는 의미이다. 높은 평점을 받은 한국 작품들은 한국적인 특수성이 분명하지만, 그것을 직접적으로 설명하지 않는다는 점이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사항은 한국과 문화가 유사한 동아시아 국가인 중국에서 큰 울림을 주는 요소로 작용한다고 분석한다. 한국 콘텐츠에 담긴 가족, 성장, 상실, 우정, 노동, 기억과 같은 키워드가 중국 독자와 시청자에게도 번역을 초월한 보편적인 정서를 읽을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영화 <굿뉴스>의 경우 한국 사회의 맥락을 배경으로 하되 코미디 영화의 줄거리 핵심으로 인간의 어리석음과 선의를 비춘다는 점. 그리고 소설 『아버지의 해방일지』는 한국 현대사라는 특수성보다도 ‘아버지와 딸’이라는 관계 서사가 중국 독자에게 먼저 깊게 와닿는 것은 중국 내 소셜 미디어의 독자 서평으로도 확인할 수 있었다. 이제 한국 콘텐츠는 ‘한국을 이해해야 소비되는 콘텐츠’가 아니라 ‘개인을 이해하는 콘텐츠’로 인식되고 있다. 이는 한·중 문화 차이를 넘는 가장 안정적인 전략일 수 있다.
마지막으로 '완성도 있는 창작자 브랜드' 다시 말해 작가, PD, 제작진에 대한 신뢰라고 할 수 있다. 2025년 기준 한국 콘텐츠에 대한 중국 사람들의 평점 흐름에서 주목해야 할 점은 작품 단위가 아니라 ‘창작자 단위의 신뢰’라는 점이다. 예를 들어 나영석 PD 제작진이 만든 프로그램의 경우, 그가 제작한 예능의 성공은 중국에서는 단 하나의 프로그램 성공이 아니라 나영석 PD의 제작 세계관 전체에 대한 신뢰라고 할 수 있다. 이에 대한 중국인들의 신뢰와 관심은 샤오홍슈에서도 나영석 PD의 차기작을 주목하는 게시물들을 통해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출판물 부문에서도 특히 최은영 작가의 경우 그녀의 『밝은 밤(明亮的夜晚)』이 2023년 더우반이 선정한 베스트셀러 탑 10에서 평점 9점으로 총 2위를 차지한 바 있다. 그 후로 꾸준히 최은영 작가 책의 번역서가 출간되고 있으며, 올해 출간된 『아주 희미한 빛으로도』에 대한 지속적인 언급은 그녀의 특정 작품을 넘어 "이 작가의 다음 작품도 읽겠다"라는 특정 독자층이 형성되었다는 것을 방증한다. 종합하면, 중국 시장에서는 IP보다 ‘사람(IP의 생산자)’이 브랜드가 되는 단계로 진입했다. 이와 같은 흐름을 따라간다면, 앞으로 한국 콘텐츠는 중국으로 수출할 때 단기 흥행을 중심으로 한 모델에서 장기 신뢰 기반 수출 모델로 이동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사진출처 및 참고자료
- 더우반(豆瓣), https://movie.douban.com/annual/2025/?fullscreen=1&source=movie_navigation_logo,
https://book.douban.com/annual/2025/?fullscreen=1&&dt_from=book_navigation,
https://movie.douban.com/subject/36053256/,
https://movie.douban.com/subject/36359381/,
https://movie.douban.com/subject/36754329/,
https://movie.douban.com/subject/37071135/?from=subject-page,
https://movie.douban.com/subject/36909418/,
https://book.douban.com/subject/37200304/,
https://book.douban.com/subject/3728697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