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 한국 드라마와 영화가 “또 도우반(豆瓣)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는 소식은 이제 낯설지 않다. 그러나 이러한 고평점이 곧 중국 대중의 ‘한국 문화에 대한 호감’을 의미하는 것인지, 아니면 도우반이라는 특정 플랫폼 내부에서 작동하는 독립적 ‘콘텐츠 품질 평가’의 결과인지에 대해서는 보다 면밀한 분석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결론부터 말하면, 단순한 ‘호감’만으로는 설명이 부족하며 핵심 요인은 ‘품질’이라는 분석이다. 다만 이 품질 판단 역시 도우반이라는 플랫폼이 지닌 고유의 커뮤니티 성격과 결합해 형성된 결과라는 점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 같은 논의를 정리하기 위해서는 우선 “도우반 평점이 무엇을 설명하는가”라는 질문부터 점검해야 한다. 도우반 평점이 대중적 인기의 지표인지, 아니면 특정 이용자 집단의 취향과 평가 기준이 반영된 결과인지에 대한 분석이 선행돼야 한다는 것이다. 그 다음 단계로는 “한국 콘텐츠가 왜 ‘좋은 작품’으로 평가되는가”라는 문제를 살펴볼 수 있다. 이는 작품의 서사 구조, 연출 완성도, 장르적 특성 등 텍스트 차원의 요인과 더불어 제작 시스템, 산업 구조, 기획 역량 등 산업적 요소를 함께 검토해야 가능한 분석이라는 설명이다.
1. 도우반 평점은 ‘중국 전체 여론’이 아닌, 취향 공동체가 만든 신호
중국 언론은 최근 도우반을 더 이상 ‘대중 평균’을 측정하는 도구로 보지 않는 분위기라고 전한다. 도우반 점수는 단순한 작품 평가를 넘어,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형성된 팬덤 심리가 결합된 결과라는 것이다. 이에 따라 평점은 객관적 척도라기보다 플랫폼 내부의 집단 역학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지표라는 설명이 나온다. 특히 도우반이 비교적 문화 소비 성향이 강한 이용자층을 기반으로 성장해왔다는 점을 고려하면, 도우반의 고평점을 곧바로 “중국 대중이 한국을 좋아한다”는 의미로 해석하기는 어렵다는 분석이다. 최근에는 이러한 경향이 더욱 뚜렷해지고 있다는 진단도 제기된다. 중국 매체 펑파이(澎湃)는 2025년 중국 드라마 시장을 회고하며, 작품의 화제성과 도우반 평점이 서로 다른 궤도로 움직이는 현상이 강화됐다고 지적했다. 이는 “잘 팔리는 작품”과 “높게 평가받는 작품”이 점차 분리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이 같은 분리는 한류를 둘러싼 논쟁에서도 중요한 함의를 갖는다. 도우반에서의 고평점 한류는 ‘대중적 호감’이라기보다, 적어도 도우반 내부에서 통용되는 ‘좋은 작품’의 기준과 먼저 연결해 해석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문화 알고리즘을 통해 취향과 취향을 연결하는 콘텐츠 커뮤니티는 다수를 대변하지 않더라도, 중국 내 새로운 세대를 흡수하는 문화예술 토론의 장으로 기능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정리하면, 도우반 고평점 한류를 단순히 ‘문화적 호감’으로 읽는 것은 과잉 해석일 수 있다는 지적이다. 중국 대표 평점 사이트로 꼽히는 도우반은 이미 ‘평점=대중 여론’이라는 구조에서 벗어났다는 것이다. 따라서 ‘고평점 한류’를 민족·문화 감정으로 곧바로 환원하기보다, 평점을 생성하는 집단의 문화자본과 취향 구조, 즉 어떤 장르에 후한지, 어떤 서사 문법을 선호하는지 등 구체적 기준을 통해 접근하는 것이 보다 설득력 있다는 분석이 제시된다.
2. 그럼에도 “높게 평가되는 이유”는 텍스트 내부 설계(서사·정서 코드)에서 찾는다
그렇다면 도우반 고평점 한류는 ‘플랫폼 편향’이 만들어낸 착시에 불과할까. 2025년 중국 매체들의 텍스트 분석을 보면, 사정은 그보다 복합적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펑파이(澎湃)는 드라마 〈오징어게임〉(鱿鱼游戏)을 대상으로 도우반과 IMDb 리뷰를 크롤링해 중국과 해외 관객이 어떤 지점에 주목하는지 비교 분석했다. 그 결과, 고평점의 배경은 ‘한국에 대한 호감’이라기보다 중국 관객이 문화 콘텐츠를 소비할 때 중시하는 가치, 예컨대 주제의식·현실성·사회적 함의 등에 부합했는지 여부와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일부 중국 평론은 특정 한국 드라마가 주목받는 이유를 ‘국적 프리미엄’이 아니라 ‘정서 구조와 서사 문법’에서 찾는다. 2025년 방영된 한국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苦尽柑来遇见你)에 대한 분석에서도 비슷한 논지가 제시됐다. 도우반 이용자들이 ‘좋은 작품’으로 평가하는 요소인 동아시아 지역 인물의 보편적 감정선, 사회적 맥락을 건드리는 주제, 장르적 완성도가 충족됐기 때문에 높은 점수를 받았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특정 ‘문화’는 단순한 호감의 대상이 아니라, 평가 기준을 구성하는 하나의 코드로 작동한다. 가족·계층·노동·세대 등과 같은 주제를 서사적 설득력을 갖춘 방식으로 풀어내는 전개는 중국 시청자에게도 익숙한 동아시아적 경험을 환기한다는 분석이다. 이때 형성되는 ‘공감’은 특정 국적에 대한 선호라기보다, 작품 내부 장치가 만들어낸 정서적 설득에 가깝다.
결국 도우반 고평점 한류는 ‘문화적 호감’의 산물이라기보다, 문화적 할인 효과를 넘어 유사한 문화권에서 체득된 ‘좋은 이야기’의 문법에 대한 반응으로 해석하는 것이 보다 타당하다는 시각이 제기된다. 정치적·국적적 경계를 넘어서는 문화의 힘 역시 이러한 서사적 설계와 정서 코드에서 비롯된다는 평가다.
3. 2026년 담론, 한류의 ‘산업적 완성도’에 주목
2025년 한 해 동안 중국 산업·비즈니스 매체들이 보도한 내용을 종합하면, 한류 콘텐츠의 고평가를 보다 직접적으로 제작 시스템과 산업 역량의 차이에서 찾는 경향이 뚜렷하다. 2026년 1월, 후시우(虎嗅)는 넷플릭스(Netflix) 시대 한국 드라마의 중국 내 열풍 사례를 짚으며, 중국 현대 로맨스물이 직면한 한계를 각본 개발, 캐릭터 구축, 제작 공정, 장르 전략 등 산업적 요소로 나눠 분석했다. 단순한 취향 차원이 아니라, 기획과 제작 시스템 전반에서 구조적 차이가 존재한다는 진단이다. 앞서 도우반을 ‘취향 공동체’로 규정하며 대중 여론과 구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제기됐지만, 중국 언론이 한국 드라마와 중국 드라마의 흥행 사례를 비교하고 산업적 차이를 분석하는 흐름은 한국 콘텐츠가 고유의 특성으로 중국 내 문화 소비에 실질적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방증한다는 평가다. 이는 도우반 고평점이 단순한 취향이나 정서적 공감의 산물에 그치지 않고, 콘텐츠 생산 체계의 결과물에 대한 평가이기도 함을 보여준다. 다시 말해, 한국 콘텐츠가 도우반에서 강세를 보이는 배경에는 외국 시청자 역시 체감할 수 있는 수준의 완성도 차이, 즉 서사의 밀도, 장면의 설득력, 입체적인 캐릭터 구축, 장르적 쾌감의 축적이 자리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 같은 논리에서 도우반은 단순한 인기 지표가 아니라, 일정 부분 ‘독립적 품질 평가’의 영역으로 기능한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4. 결론: “문화적 호감 vs 독립적 품질”이 아닌, “플랫폼화된 품질”로 읽어야
관련 기사들을 종합하면, 도우반의 고평점 한류를 단순히 “문화적 호감이냐, 독립적 품질이냐”의 구도로 나누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결론에 이른다. 보다 타당한 해석은 ‘플랫폼화된 품질’이라는 개념에 가깝다는 분석이다.
도우반의 고평점 한류 현상은 중국 내 한국에 대한 문화적 호감이 초기 관심 단계에서 일정 부분 작용했을 가능성을 내포한다. 그러나 이를 전부로 해석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분석이다. 도우반은 이미 ‘대중 여론’을 평균화해 반영하는 공간이라기보다, 특정 취향 공동체가 형성한 평가의 장(場)에 가깝고, 그 내부에서 형성된 판단이 다시 사회적 신호로 확산되는 구조를 보이고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한국 콘텐츠 소비를 두고 ‘호감이냐, 품질이냐’라는 이분법으로 접근하기보다는, 도우반 주요 이용자층이 구성한 미학적 기준을 전제로 해석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즉 한국 콘텐츠가 서사적 설계, 정서적 설득력, 산업적 완성도 측면에서 플랫폼 내부의 평가 기준을 충족하며 ‘좋은 작품’이라는 정당성을 획득한 결과가 고평점으로 이어졌다는 설명이다.
사진출처 및 참고자료
- ≪샹구안(上观)≫ (2021. 10. 19), 我们抓取了《鱿鱼游戏》的豆瓣与IMDB评论, 发现东西方观众的关注点并不同,
https://www.jfdaily.com.cn/staticsg/res/html/web/newsDetail.html?id=415644
- ≪즈후 (知乎)≫ (2025. 3.14), 20年后,我们为何依然需要豆瓣?, https://zhuanlan.zhihu.com/p/30301786040
- ≪펑파이(澎湃)≫(2025. 5. 8), 东亚社会的“苦难诗学”:从《苦尽柑来遇见你》说起, https://buly.kr/AwgoqwZ
- 웨이보(Weibo)(2025. 11. 28). 豆瓣9.5分,韩剧为什么总能出神作?,
https://card.weibo.com/article/m/show/id/2309405157181220847846
- ≪펑파이(澎湃)≫(2026. 1. 16), 国产剧1月大繁荣,谁能成为首部开年爆剧?, https://buly.kr/4Fu1Zs1
- ≪시나왕(新浪网)≫(2026. 1. 27), 翻拍韩剧:爱情奇幻不对味,现实主义才是版本答案?,
https://k.sina.com.cn/article_6618707265_18a81754100101j0lo.html
- ≪후시우(虎嗅) ≫(2026. 1. 30), Netflix时代,韩剧给现偶的对错题集, https://m.huxiu.com/article/4831223.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