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설날을 베트남에서는 ‘뗏(Tết)’이라 부른다. 뗏은 우리나라의 음력 설과 마찬가지로 연중 가장 큰 명절로, 이 기간이 되면 베트남 전역은 축제와 같은 뜨거운 열기로 가득 찬다. 오랜만에 가족과 만나기 위해 고향으로 향하는 대규모 귀성 행렬이 이어지고, 각 가정에서는 집안을 정돈하며 새해를 맞이할 준비에 분주하다. 이러한 모습은 우리나라 설 명절 풍경과도 매우 닮아 있다. 특히 거리와 전통시장은 명절 장식과 선물용품을 구매하려는 인파로 붐빈다. 집안에 행운과 풍요를 가져다준다고 믿는 복숭아꽃과 금귤나무를 사고파는 풍경은 뗏 기간에만 볼 수 있는 베트남 고유의 명절 문화로 꼽힌다.

< ‘뗏(Tết)’을 앞두고 하노이 항마거리에 진열된 각종 장식품들 - 출처: 통신원 촬영 >
뗏의 이면에는 조상에 대한 존중과 감사의 마음을 표현하는 깊은 전통문화가 자리하고 있다. 각 가정은 가족 단위로 제사상을 차리고 조상에게 한 해의 안녕을 기원하는 의식을 치른다. 이때 찹쌀과 녹두, 돼지고기를 넣어 만든 전통 떡인 반쯩(Bánh chưng)과 반텟(Bánh tét)을 준비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북부 지방에서는 사각형 모양의 반쯩을, 남부 지방에서는 원통형 모양의 반텟을 주로 만드는데, 이들 음식은 베트남인들에게 명절의 상징으로 여겨진다.
또한 새 옷을 차려입고 서로 덕담을 나누는 풍습도 이어진다. 특히 붉은 봉투에 세뱃돈을 담아 주고받는 ‘리씨(Li Xi)’ 문화는 베트남 사회에 깊이 뿌리내린 대표적 명절 관습으로 꼽힌다. 상업적 측면에서 뗏은 연중 가장 중요한 가공식품 및 선물 소비 시즌으로 평가된다. 시장 조사 전문 기업 비-컴퍼니(B-Company)의 ‘2026년 뗏 소비 트렌드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베트남 전체 소비재상품(FMCG) 매출에서 뗏 시즌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18~20%에 달한다. 2025년 뗏 시장 역시 전년 대비 5%, 평시 대비 16%의 매출 증가를 기록하며 명절 특수의 중요성을 재확인했다. 다만 최근 소비 트렌드는 과거와 같은 무조건적인 화려함보다는 합리성과 실용성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이동하는 것이 주요 흐름으로 분석된다.

< 대형마트 '뗏' 선물 코너에 진열된 한국 쌀과자·초코파이 세트 - 출처: 통신원 촬영 >
이러한 소비 흐름의 중심에는 ‘뗏 선물 바구니(giỏ quà Tết)’가 있다. 특히 최근 몇 년 사이 이 바구니의 구성품에서 한국 제품의 비중이 압도적으로 확대된 점이 눈길을 끈다. 과거 전통적인 베트남 로컬 제품들이 주를 이루던 자리를 세련된 한국 식품들이 빠르게 대체하고 있는 모습이다. 무엇보다 베트남 소비자들 사이에서 한국산 건강기능식품에 대한 선호도가 급격히 높아지면서, 홍삼 세트는 부모님이나 상사, 주요 거래처를 위한 ‘프리미엄 선물’의 대명사로 확고히 자리 잡았다. 이 같은 ‘K-웰빙’ 열풍은 명절 선물 시장의 판도를 바꾸는 핵심 요인으로 분석된다. 초코파이는 이미 현지에서 국민 간식을 넘어 제사상에 올리는 필수 품목으로 자리매김했다. 특히 오리온의 초코파이는 베트남 시장에서 높은 인지도와 신뢰도를 바탕으로 명절 선물 세트의 단골 품목으로 꼽힌다. 이와 함께 고급스러운 패키지와 깔끔한 맛을 내세운 한국 쌀과자 역시 프리미엄 선물로서 존재감을 확대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수입 제품 소비를 넘어, 한국 식품이 베트남 소비자들에게 ‘건강과 정성을 전달하는 선물’로 확고히 인식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 한국 제품이 포함된 뗏 선물세트와 별도로 구성된 홍삼 코너 - 출처: 통신원 촬영 >
베트남의 유통 환경 변화 역시 이러한 흐름을 뒷받침하고 있다. 과거 특정 전문 매장에서만 접할 수 있었던 한국 식품은 이제 엠엠 메가 마켓(MM Mega Market), 롯데마트, 고!(GO!), 이온몰 등 대형 유통채널의 뗏 전용 코너 상단에 배치될 만큼 핵심 상품으로 자리매김했다. 오프라인을 넘어 온라인 시장에서도 존재감은 두드러진다. 소피(Shopee), 라자다(Lazada), 틱톡샵(TikTok Shop) 등 전자상거래 플랫폼을 통해 한국 식품 전용 선물 세트가 활발히 유통되면서 소비자 접근성은 크게 확대됐다. 한류의 영향 속에서 한국 식품은 베트남의 전통 명절인 뗏에서 단순한 수입 상품을 넘어 명절 풍경의 한 축으로 자연스럽게 자리 잡아 가고 있다. 현지 고유의 풍습과 비교적 이질감 없이 어우러지며 소비자 신뢰를 축적하고 있으며, 이는 한국 식품이 베트남의 일상은 물론 명절 소비 문화 전반에 점차 깊숙이 스며들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사진출처 및 참고자료
B-Company 웹 사이트, Tet 2026: Consumer Trends Shaping the Festive Economy, https://b-company.jp/tet-2026-consumer-trends-shaping-the-festive-econom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