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코리아 온 스테이지(Korea on Stage)’ 행사 포스터 - 출처: 통신원 촬영 >
설날을 맞은 뉴욕 한복판에 한국 전통 북소리가 힘차게 울려 퍼졌다. 2월 11일(현지시간) 타임스스퀘어에서 막을 올린 이번 행사는 ‘국가유산 방문 캠페인’의 일환으로 마련된 특별 프로그램으로, 전시(Exhibition)·공연(Performance)·경험(Experience)이라는 세 가지 테마를 통해 한국 유산의 가치를 입체적으로 선보였다. 이번 행사는 국가유산청과 국가유산진흥원이 뉴욕한국문화원과 공동 주최했으며, ‘빛의 축원: 찬란히 빛나는 한국의 유산들(Golden Blessings: Discovering Korean Cultural Heritage)’를 주제로 기획됐다. 행사는 케이팝과 한국 드라마로 대표되는 한류의 현재를 넘어, 그 뿌리가 되는 전통 유산을 세계 무대에서 조명한다는 취지로 마련됐다.

< 뉴욕 타임스퀘어에서 펼쳐진‘코리아 온 스테이지(Korea on Stage)’ 오프닝 행사 - 출처: 통신원 촬영>
< 뉴욕 타임스퀘어에서 펼쳐진‘코리아 온 스테이지(Korea on Stage)’ 오프닝 행사를 취재하는 인파 - 출처: 통신원 촬영 >

< 뉴욕 타임스퀘어에서 열린 ‘코리아 온 스테이지(Korea on Stage)’ 오프닝 행사에서 (좌)모둠북춤과 (우)소고춤 공연이 펼쳐지고 있다 - 출처: 통신원 촬영 >
행사는 타임스스퀘어 대형 전광판을 통해 상영된 국가유산 홍보 영상으로 시작됐다. 궁중무용과 전통공예, 문화유산의 이미지는 세계 최대의 광고 무대에서 색다른 존재감을 드러냈다. 이어 2월 11일 오후 3시 타임스스퀘어 플라자에서는 ‘춤누리 한국전통무용단(KTDOC)’과 국가유산진흥원 예술단이 참여한 ‘위시스 인 모션 타임스스퀘어(Wishes in Motion Times Square)’ 공연이 약 30분간 펼쳐졌다. 모듬북과 소고춤, 진도북춤, 부채춤 등 역동적인 무대는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관광객과 뉴요커들의 발걸음을 붙잡았다. 공연 후 배포된 갓 모양 홍보물은 준비 수량이 모두 소진되며 현장의 높은 관심을 입증했다.
같은 날 저녁 문화원에서는 공식 개막식이 열렸다. 외교·문화계 인사 25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허민 국가유산청장은 “케이-컬처의 세계적 인기는 수천 년 이어진 한국 유산의 깊이에서 비롯됐다”고 강조했다. 참석자들에게는 ‘국가유산 방문자 여권’이 전달돼 한국의 문화유산 현장을 직접 방문해 보자는 상징적 메시지를 더했다.

< (좌)국가유산방문 캠페인 ‘코리아 온 스테이지(Korea on Stage)’ 뉴욕 로고와 (우)뉴욕 한국문화원 1층 로비에 전시된 해태상 모습 - 출처: 통신원 촬영 >
행사 기간(11~14일) 동안 뉴욕한국문화원 1층 전시 공간에서는 해태상과 모란 미디어 아트가 관람객을 맞았다. 정의를 수호하고 화재를 막는 상서로운 동물로 여겨져 온 해태는 뉴욕이라는 글로벌 도시에서 한국 문화의 정체성을 상징하는 ‘문화적 문지기’로 자리매김했다. 맞은편에는 부귀와 번영을 상징하는 모란이 디지털 영상으로 재해석돼, 빛과 색의 흐름 속에서 피어나고 흩어지며 공간을 채웠다. 이는 설날의 의미와 맞물려 새해의 축원을 시각적으로 전하는 장면을 연출했다.
공연은 문화원 극장에서도 이어졌다. 12일부터 14일까지 진행된 ‘위시스 인 모션(Wishes in Motion)’ 무대는 궁중무용과 전통춤을 중심으로 구성돼 한국 고유의 장단과 움직임을 현지 관객에게 소개했다. 전통의 재현에 머무르지 않고 새해의 평안과 희망을 기원하는 메시지를 담아낸 점이 특징으로 꼽혔다. 체험 프로그램에 대한 관심도 뜨거웠다. 한지 복주머니 금박 체험(12일), 사찰음식 체험(14일), 진관사 전통 다도 체험(13~14일)은 사전 예약 시작과 동시에 1,700명 이상의 신청자가 몰렸다. 특히 13일과 14일 열린 차담회에서는 대한불교조계종 진관사 소속 스님들이 함께한 가운데 법해 스님의 진행으로 한국에서 공수한 우전(雨前) 녹차를 시음하며 차의 철학과 마음을 다스리는 법을 나누는 시간이 마련됐다. 참가자들은 단순한 시음을 넘어 내적 고요와 집중을 경험하는 자리였다고 평가했다.

< 체험 프로그램 일환으로 진행된 진관사 주지 법해 스님의 차담회에서 참석자들이 경청하고 있는 장면 - 출처: 통신원 촬영) >
행사 기간 방문객들은 층별 프로그램에 참여해 도장을 모으는 ‘국가유산 방문자 여권’ 이벤트에도 참여했다. 참가자들은 색동 키링과 갓 키링 등 K-헤리티지 굿즈를 제공받으며 한국 유산을 보다 친숙하게 체험하는 시간을 가졌다.

< 방문객들에게 제공된 행사 안내서와 갓을 모티브로 만든 열쇠고리 - 출처: 통신원 촬영>
이번 행사는 단순한 문화 홍보를 넘어, 뉴욕이라는 도시에서 설날이 갖는 의미를 새롭게 환기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다양한 아시아계 커뮤니티가 공존하는 뉴욕에서 음력 설은 이미 도시적 축제로 자리 잡았으나, 그 상징성은 중국 중심의 이미지가 강했던 것이 사실이다. 이번 행사는 한국 고유의 문화유산을 전면에 내세움으로써 음력 설이 다원적 문화가 공존하는 축제임을 보여주는 한편, 케이 컬처의 문화적 뿌리를 조명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타임스스퀘어에서 시작해 뉴욕한국문화원으로 이어진 이번 행사는 한국 문화의 현재를 넘어 그 깊이와 뿌리를 되묻는 자리였다. 이는 한국의 유산이 ‘과거’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세계의 중심 도시 뉴욕 한복판에서 살아 숨 쉬는 ‘현재진행형’ 문화 자산임을 확인하는 계기가 됐다. 다만 과제도 남는다. 일회성 이벤트에 그치지 않고 현지 예술계 및 커뮤니티와의 지속적인 협력으로 확장될 수 있을지, 2·3세 한인과 다양한 문화권 관객에게 ‘국가유산’의 가치를 어떻게 현대적 언어로 전달할지에 대한 고민이 요구된다. 또한 전통의 재현을 넘어 동시대 창작과의 접점을 넓혀가는 전략 역시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사진출처 및 참고자료
- 통신원 촬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