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최초 할랄(halal) 한식당 등장

< 한라식당에서 만난 이강현 인도네시아 한인상공회의소장 - 출처: 통신원 촬영 >
지난 2월 10일(화),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시내 한라 레스토랑(Halla Restoran)에서 이강현 한인상공회의소장과 만남이 있었다. 이강현 회장은 30년 이상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 인도네시아 현지법인에서 요직을 역임했으며, 9년간 한인상공회의소(코참) 부회장을 거쳐 2022년 회장으로 선출되었다. 최근 재선되어 2029년까지 인도네시아 한인상공회의소를 이끌 예정이다.
그는 2018년 발생한 국영보험사 지와스라야(Jiwasraya) 금융 비리 사건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부패 경영진과 주가 조작 세력의 결탁으로 고객 자금 17조 루피아(약 12조5,000억 원)가 손실된 사건에서, 약 5,000억 루피아(약 430억 원) 피해를 입은 한인 투자자들을 대표해 인도네시아 국회에 출석했다. 한국 투자자들이 인도네시아 국영기업이라는 국가 신용을 믿고 투자했음을 강조하며 피해보상을 강력히 요구했고, 국영기업부(BUMN)와 금융감독청(OJK)과의 지속적인 면담과 집단 행동을 통해 피해액의 70%에 달하는 보상을 이끌어냈다.
그의 이러한 책임감과 활동력의 바탕에는 인도네시아 현지 정·재계와 한인 사회를 오가며 구축한 탄탄한 네트워크가 자리한다. 국회 소위원회에서 한인들의 입장을 대변할 수 있었던 것도 이러한 네트워크 덕분이다. 그는 2023년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시가렛걸>의 여주인공 디안 사스트로와르도요와도 친분을 유지하고 있어, 그의 인적 범위가 정·재계에만 국한되지 않음을 보여준다.
특히 이강현 회장은 주요 한인단체 수장 중 유일하게 자신의 기업을 운영하지 않은 인물로, 평생 타인을 위해 일해 온 경력을 바탕으로 단체 리더로서 신뢰를 받아 왔다. 일부 회원사들은 재력 부족을 단점으로 볼 수 있었지만, 많은 이들이 그의 인맥과 신뢰를 기반으로 한 협상력과 네트워크가 금전적 자산보다 더 큰 가치를 지닌다는 점에 공감하며 두 차례 회장으로 선출했다. 이강현 회장은 최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교외 알람수트라(Alam Sutra)에 한국식 ‘할랄’ 레스토랑 한라 레스토랑(Halla Restoran)을 열었다. 제주돈(Jeju Don) 식당을 운영한 경험이 있지만, 한국식으로는 이번 한라가 첫 번째 할랄 식당이다. ‘한라(Halla)’라는 이름은 한라산을 연상시키면서, 할랄(Halal)의 직관적 의미를 담아 스펠링을 변형한 애너그램(anagram)이기도 하다.

< 한라 레스토랑 현관에 설치된 '할랄' 인증 표시 - 출처: 통신원 촬영 >
할랄(Halal)은 단순히 돼지고기를 먹지 않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식자재의 생산과 처리 과정에서 사용되는 기구, 촉매, 첨가물까지 모두 정결해야 하며, 소고기조차도 할랄 도축 절차를 거쳐야 한다. 또한 돼지고기 요리에 사용된 프라이팬으로 소고기를 조리해서도 안 된다. 때문에 독실한 무슬림들은 한류 드라마에 등장한 한국 음식과 문화를 즐기고 싶어도, 일반 한국식당에서는 이러한 종교적 기준을 충족시키기 어렵기 때문에 방문을 꺼리는 경우가 많다.
이강현 한인상공회의소장은 “처음부터 큰 사업을 하겠다는 생각이 아니라, 아내와 주변 사람들이 편히 밥 먹을 공간이 필요해서 시작했다”고 말했다. 한라 레스토랑은 건너편에 위치한 다아룻 따우히드 모스크(Madjid Daarut Tauhiid)와 가까워, 기도를 마친 무슬림들이 종교적 부담 없이 찾을 수 있는 한식당으로 자리 잡았다. 이 회장 가족은 평소 불우한 무슬림 이웃과 고아들에게 도시락을 제공해 왔는데, 한라는 이러한 나눔을 안전하게 이어갈 수 있는 공간이기도 하다.
2층에는 직원과 손님을 위한 기도실 무숄라(Musholla)가 마련되어 있으며, 한국 드라마 주인공들의 소주 장면을 재현하고 싶어 하는 손님들을 위해 무알콜 탄산음료 ‘모지수(Mojiso Korean Sparkling Water)’가 냉장고를 채우고 있다. 반둥에서 생산되는 모지수는 초기에 ‘할랄 소주’라는 브랜드로 시작했으나, 종교부와 당시 할랄 인증을 담당하던 인도네시아 울라마 대위원회(MUI)에서 술을 연상시키는 이름과 형태는 할랄 인증 취지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을 받았다. 이후 공식 브랜드명은 ‘모지수(Mojiso)’, 한글로는 ‘모지수’로 사용하게 되었다. Mojiso는 ‘맛있다’는 의미의 모히토(Mojito)와 소주(Soju)를 합친 이름이다.


< 2층 무숄라를 가리키는 이강현 소장(왼쪽), 소주병 포장의 무알콜 음료 ‘모지수’ - 출처: 통신원 촬영 >
현지 할랄허가청(BPJPH)의 엄격한 기준을 모두 충족해 획득한 할랄 인증은, 삽겹살과 소주를 찾는 대부분 한국인 손님들을 사실상 배제하는 결정이다. 만약 단순히 수익만을 고려했다면 내릴 수 없는 결단이었다. 이강현 소장은 현 인도네시아 정부가 추진하는 무상급식 프로그램 참여나 밀키트, 패키지 판매에는 전혀 관심을 두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라 레스토랑은 의외로 성업 중이다. 한식을 동경하면서도 종교적 이유로 한식당을 방문하지 못했던 현지인이 많았다는 반증이며, 인도네시아인 동료나 거래처에게 한식을 대접할 때 한라가 첫 번째 선택지가 될 만큼 신뢰를 얻고 있다.
이 회장은 “한류로 대변되는 케이 컬처는 단순히 물량을 대량 투하하는 방식으로만 전파되지 않는다. 상대국의 문화를 이해하고 존중하며, 우리 쪽 문턱을 낮춰주는 세심한 배려가 더욱 큰 효과를 낸다”고 강조한다. 자카르타와 수도권에 수백여 개가 넘는 한식당 가운데, 유일한 할랄 한식당인 한라는 현지 한국 요식업의 새로운 이정표를 세우고 있으며, 향후 한국에도 그 지점을 확장할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사진 출처 및 참고자료
- 통신원 직접 촬영
- ≪KumparanNEWS≫(2022.11.27), Kisah Founder Mojiso, Racik Soju Halal Tanpa Tahu Rasa Soju Betulan,
https://kumparan.com/kumparannews/kisah-founder-mojiso-racik-soju-halal-tanpa-tahu-rasa-soju-betulan-1zK5ncSFcP9/ful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