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2월, 폴란드 출판시장에 한국 소설 세 편이 연이어 출간되며 현지 독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역사적 기억을 다룬 장편, 죽음을 매개로 한 판타지 로맨스, 잔잔한 치유 서사 등 다양한 장르가 같은 시기에 소개되면서 한국 문학의 폭넓은 결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대형 출판그룹 산하 출판사와 동아시아 전문 독립출판사가 동시에 한국 작품을 선보였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동아시아 전문 출판사 타이푸니 (Tajfuny)는 최은영 작가의 장편 『밝은 밤』(Jasna noc)을 폴란드어로 출간했다. 이 작품은 네 세대에 걸친 여성들의 삶을 통해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이라는 역사적 격변을 조명한다. 서울을 떠나 어머니의 고향을 찾은 주인공 지연이 외할머니와 재회하면서 단절되었던 가족의 기억이 복원된다. 증조모 삼천과 할머니 영옥, 어머니 미선으로 이어지는 서사는 개인의 가족사를 넘어 한국 현대사의 집단적 기억으로 확장된다. 전쟁과 식민지 경험이라는 무거운 배경 속에서도 여성들의 연대와 사랑이 서사의 중심을 이루고 있다. 타이푸니는 한국·일본·중국 문학을 꾸준히 번역·출간하며, 현지 문학장에 새로운 목소리와 재조명할 가치가 있는 작품을 발굴하는 데 주력해왔다. 번역 대조와 세심한 교정 과정을 거친 제작 방식으로 독자 신뢰를 쌓아온 이 출판사는, 최은영 작가의 『밝은 밤』 출간을 장기적 기획의 연장선으로 소개했다.

< 2월 폴란드어로 출간 된 한국 문학 작품 - 출처: '엠픽(Empki)' 홈페이지 >
폴란드 출판그룹 즈낙 (Znak) 산하 출판사 리테라노바(Literanova)는 2월 11일 서은채 작가의 『내가 죽기 일주일 전(Tydzień, zanim umrę)』을 선보였다. 작품은 “죽음은 가장 사랑했던 사람의 모습으로 일주일 먼저 찾아온다”는 설정을 바탕으로, 주인공 희완이 세상을 떠난 연인 남우와 재회하며 남은 일주일을 살아가는 이야기를 그린다. 남겨진 시간 동안 ‘해야 할 일 목록’을 실천하며 삶의 의미를 다시 발견하는 과정이 중심 서사로, 판타지적 장치를 활용하지만 본질적으로 상실 이후의 치유를 다룬다. 첫사랑의 기억, 일상의 소중함, 관계의 온기가 죽음이라는 시간적 한계 속에서 더욱 선명하게 부각된다. 이 작품은 2025년 원작을 바탕으로 한 영드라마 제작으로 대중적 인지도를 높였으며, 리테라노바는 폴란드 현대문학과 해외 유력 작가를 함께 소개하는 브랜드로서 최근 아시아 문학까지 영역을 넓히고 있다. 한국 소설 출간은 세계문학 포트폴리오 다변화 전략의 일환으로 평가된다.

< 2월 폴란드어로 출간 된 한국 문학 작품 - 출처: '엠픽(Empki)' 홈페이지 >
같은 날 폴란드 출판사 더블유에이비(WAB, Wydawnictwo)도 한국 소설을 선보였다. 이동우 작가의 『날씨가 좋으면 찾아가겠어요(Spotkajmy się, kiedy będzie ładna pogoda)』이다. 이 작품은 여러 상처를 안고 서울을 떠나 고향으로 돌아온 해원이, 작은 서점을 운영하는 은섭과 재회하며 서서히 마음을 회복하는 과정을 그린다. 극적인 사건보다는 사계절의 변화와 일상의 풍경, 조용한 대화를 통해 감정의 변화를 섬세하게 포착한다. 특히 ‘서점’이라는 공간은 사람과 사람이 느슨하게 연결되는 상징적 장소로 기능하며, 책을 매개로 모인 이웃들이 서로의 삶을 나누고 관계를 회복하는 모습은 현대 사회의 고립감에 대한 대안적 상상력을 제시한다. 화려한 전개 대신 침묵과 여백을 살린 서정적 분위기가 특징으로, 폴란드 독자들에게도 잔잔한 위로를 전달하며 한국 문학의 다채로운 정서를 소개한다.

< 2월 폴란드어로 출간 된 한국 문학 작품 - 출처: '엠픽(Empki)' 홈페이지 >
2026년 2월 폴란드에서 연이어 출간된 세 작품은 장르와 분위기에서 뚜렷한 차이를 보인다. 최은영 작가의 『밝은 밤(Jasna noc)』은 역사와 여성 서사를 중심으로 묵직한 깊이를 전달하며, 서은채 작가의 『내가 죽기 일주일 전(Tydzień, zanim umrę)』은 판타지적 설정과 감성적 전개로 젊은 세대의 공감을 이끈다. 이동우 작가의 『날씨가 좋으면 찾아가겠어요(Spotkajmy się, kiedy będzie ładna pogoda))』 더블유에이비는 일상의 온기와 관계 회복을 통해 치유의 메시지를 전달한다. 세 작품 모두 장르와 서사 방식은 다르지만, 공통적으로 상실 이후의 삶과 기억, 인간 관계의 의미를 탐색한다는 점에서 한국 문학의 근본적 정서를 공유한다.
폴란드 출판계에서 한국 문학은 점차 안정적 번역 흐름을 형성하는 단계에 있다. 대형 상업 출판사와 동아시아 전문 독립출판사가 동시에 한국 작품을 소개하며 독자층이 다변화되고 있다. 바르샤바와 크라쿠프 등 대도시 주요 서점에서는 아시아 문학 코너가 확대되고 있으며, 한국 소설에 대한 관심도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이를 통해 한국 문학의 지평은 유럽 독자와 함께 더욱 넓어지고 있다.
사진출처 및 참고자료
- 엠픽(Empik) 홈페이지, https://www.empik.com/tydzien-zanim-umre-seo-eun-chae,p1696855510,ksiazk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