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패스트푸드 브랜드 버거킹 헝가리(Burger King Magyarország)가 한국 고추장을 주재료로 한 프리미엄 신메뉴 〈킹스 그레이트 고추(King's Great Gochu)〉를 출시하며 현지 시장 공략에 나섰다. 이번 메뉴는 프리미엄 라인 〈킹스 셀렉션(King's Selection)〉의 일환으로 선보인 제품으로, 마케팅 배너 전면에 한글 ‘고추장’을 직접 표기하는 파격적인 전략을 택해 눈길을 끌고 있다. 통신원은 헝가리 전통 매운맛인 파프리카와 차별화된 한국 고추장 소스가 현지 소비자들의 입맛을 어떻게 사로잡고 있는지, 그리고 이번 신메뉴가 헝가리 내 한류 확산에 갖는 문화적 의미를 살펴보기 위해 부다페스트 아스토리아에 위치한 버거킹 매장을 방문했다.
한글 ‘고추장’ 앞세운 마케팅... 부다페스트 거리 장식
2026년 2월 17일 기준, 헝가리 전역 버거킹 매장 키오스크와 공식 홈페이지 메인 화면에는 이색적인 광고가 등장했다. “동양의 왕이 도착했다(A kelet királya megérkezett!)”라는 슬로건 아래 붉은 소스가 흘러내리는 버거 이미지와 함께 선명한 한글로 ‘고추장’이라는 문구가 전면에 배치된 것이다. 현지 소비자들에게는 익숙하지 않은 한글을 브랜드 마케팅의 핵심 요소로 내세운 점이 특히 주목을 받고 있다.

< 한글 '고추장' 표기가 전면에 배치된 '킹스 그레이트 고추' 신메뉴 홍보 배너 - 출처: 버거킹 헝가리'(Burger King Magyarország)' 홈페이지 >
그동안 헝가리 외식 업계에서도 한국 식재료를 활용한 사례는 간헐적으로 등장했지만, 글로벌 대형 프랜차이즈가 제품 명칭과 홍보 전면에 한국어 고유 명사를 그대로 노출한 사례는 매우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는 최근 헝가리 내 한국 드라마와 케이팝의 인기로 한국 음식(K-Food)에 대한 심리적 장벽이 낮아졌음을 보여주는 사례로 해석된다. 현지 마케팅 전문가들은 “고추장이라는 단어 자체가 헝가리 MZ세대에게 ‘힙(Hip)’하고 세련된 문화적 기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 부다페스트 버거킹 아스토리아 지점 키오스크 및 주문 데스크에 한글 '고추장' 표기와 함께 노출된 '킹스 그레이트 고추' 홍보물 - 출처: 통신원 촬영 >
통신원은 ‘고추장’의 실제 풍미를 확인하기 위해 〈킹스 그레이트 고추(King's Great Gochu)〉를 직접 주문해 시식했다. 가격은 3,350포린트로, 한화 약 1만 5천원 수준이다. 프리미엄 라인 제품답게 번(Bun)의 윤기와 패티의 완성도는 전반적으로 우수한 편이었다. 그러나 정작 핵심으로 내세운 ‘고추장’의 맛은 뚜렷하게 느껴지지 않았다. 한국 고추장 특유의 매콤함과 발효에서 비롯되는 깊은 풍미보다는 헝가리 소비자들에게 익숙한 훈연 향 중심의 기존 버거 소스 맛이 더 강하게 전달됐다. 고추장 특유의 풍미를 기대한 한국인 소비자나 현지 한국 음식 애호가들에게는 다소 아쉽게 느껴질 수 있는 부분이다. 업계에서는 글로벌 프랜차이즈가 현지 대중의 입맛에 맞추기 위해 강한 향과 자극을 조절하는 이른바 ‘현지화 전략’의 사례로 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 '킹스 그레이트 고추' 버거 내부 단면 - 출처: 통신원 촬영 >
버거킹 헝가리 페이스북(@BurgerKingHU)에 고추장 버거의 출시를 알리는 포스팅 아래 수많은 댓글이 달려 현지인들의 반응을 살펴볼 수 있었다. 댓글 중 가장 눈길을 끈 것은 현지 이용자 헤베시 죄르지(Hevesi György)가 남긴 답글이었다. 그는 외국어 명칭을 자국식 발음으로 변형해 표기하길 선호하는 헝가리 언어 습관에도 불구하고, 이번 메뉴가 한국어 음역인 ‘고추장(Gochujang)’을 그대로 사용한 이유를 설득력 있게 제시했다. 헤베시는 고추장이라는 명칭이 내용물인 ‘고추(Gochu, 파프리카)’와 ‘장(Jang, 발효 페이스트)’ 결합을 완벽하게 묘사하고 있음을 짚으며, 한국의 수천 년 발효 문화 역사까지 상세히 소개했다. 특히 국제 요리 문화 기준에 따라 헝가리식 표기인 ‘코주장(kodzsudzsang)’ 대신 한국 원형 발음을 유지한 마케팅 당위성을 강조하며 한국 식재료가 가진 고유한 맥락을 현지인들에게 전파했다.

< '킹스 그레이트 고추' 버거 출시 관련 현지인 반응 및 고추장 어원 분석이 담긴 버거킹 헝가리 페이스북 댓글 - 출처: 버거팅 헝가리(@BurgerKingHU) 페이스북 >
댓글을 통해 나타난 현지 소비자들의 〈킹스 그레이트 고추〉에 대한 평가는 통신원이 현장에서 느낀 아쉬움보다 더욱 구체적이고 날카로웠다. 에디나 오베르프랑크(Edina Oberfrank)는 “고추장을 아주 조금 넣는다고 해서 정통 한국의 맛이 나는 것은 아니다”라며 “일반 와퍼에 와사비를 넣고 일본 버거라고 부르는 것과 다를 바 없는 상업적 속임수”라고 비판했다. 클라우디아 호르바트(Klaudia Horváth) 역시 “과장이 아니라 고추장 맛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고 실망감을 드러냈다.
야슈카이 서볼치(Jászkai Szabolcs)는 “광고 사진과 실제 제품이 크게 다르고 가격 대비 가치가 부족하다”고 지적했으며, 아코스 우드바르디(Ákos Udvardi)는 “창의성 없는 소스를 개발한 담당자를 교체해야 한다”는 강도 높은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이는 글로벌 브랜드의 안일한 현지화 전략에 대한 비판으로 이어졌다. 반면 일부 이용자들은 한국 문화에 대한 관심을 바탕으로 건설적인 의견을 제시하기도 했다. 헤레기 아마리아(Héregi Amália)는 “진정한 한국식 실험을 원했다면 최소한 김치를 활용했어야 했다”며 한국적 정체성이 보다 강화된 메뉴 구성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 같은 반응은 헝가리 소비자들이 단순한 한류 이미지 마케팅에 머무르지 않고, ‘전통 한국의 맛’을 구별하려는 미식적 기준을 형성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로 해석된다.
그럼에도 이번 고추장 버거 출시는 헝가리 주류 시장에서 한국 문화가 지닌 브랜드 파워를 확인시켰다는 평가도 나온다. 한글 ‘고추장’이라는 단어가 부다페스트 시민들의 일상적 소비 공간인 햄버거 메뉴명에 등장했다는 사실 자체가 상당한 문화적 파급력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다만 ‘고추장 없는 고추장 버거’라는 비판에서 드러나듯, 외형적 요소만 차용한 한류 마케팅은 오히려 한국 식문화에 대한 왜곡된 인상을 남길 가능성도 있다. 글로벌 자본의 상업적 타협과 현지 소비자의 높아진 문화 이해도 사이에서 탄생한 이번 신메뉴는, 향후 한류 콘텐츠가 단순한 이미지 소비를 넘어 어떻게 진정성 있는 경험으로 확장될 수 있을지에 대한 과제를 던지고 있다는 평가다.
사진출처 및 참고자료
- 통신원 촬영
- Burger King Magyarország 홈페이지, https://burgerking.hu/kings-selection-gochu
- 버거킹 헝가리 페이스북(@BurgerKingHU), https://buly.kr/1GLGWLZ