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욱 감독의 신작 〈어쩔수가없다(Bez wyjścia)〉가 폴란드 전역에서 프리미어 상영을 통해 관객들과 먼저 만난다. 프리미어 상영은 정식 개봉에 앞서 영화 팬과 평단, 특정 관객층을 대상으로 작품을 선보이는 행사로, 현지 영화 문화 안에서 작품의 의미와 담론을 확장하는 중요한 창구로 평가된다. 이번 상영은 단순한 선공개를 넘어 유럽 시장에서 한국 영화의 존재감을 다시 한 번 각인시키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연출을 맡은 박찬욱 감독은 이미 유럽 예술영화 시장에서 확고한 입지를 구축한 감독으로 평가받는다. 그는 〈올드보이〉와 〈아가씨〉 등을 통해 강렬한 미장센과 장르적 긴장감, 블랙 유머가 결합된 독창적인 연출 스타일을 선보이며 세계 주요 영화제에서 작품성을 인정받아 왔다. 그의 영화는 폭력과 욕망, 계급과 복수라는 주제를 정교하게 엮어내며 동시대 사회의 균열을 예리하게 포착해 왔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번 작품의 주연은 배우 이병헌이 맡았다. 그는 넷플릭스 글로벌 흥행작 〈오징어 게임〉을 통해 세계적인 인지도를 확보한 배우로, 완벽해 보이던 가장이 하루아침에 실직하며 무너져 내리는 과정을 설득력 있게 그려낸다. 영화는 공장에서 해고된 한 남성이 사회적 지위와 자존감, 나아가 남성성의 상실을 겪으며 극단적인 선택으로 내몰리는 과정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작품은 현대 노동 시장의 불안정성과 치열한 경쟁 구조를 정면으로 다루며, 인공지능 시대의 고용 위기와 성과 중심 사회가 강요하는 성공 신화, 왜곡된 남성성의 압박을 날카로운 풍자로 풀어낸다. 이러한 문제의식은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계급 갈등을 블랙코미디 형식으로 풀어냈던 흐름과도 맞닿아 있다는 평가다. 웃음 뒤에 남는 서늘함과 장르적 쾌감 이면에 자리한 사회적 통찰은 한국 영화가 세계 시장에서 지속적으로 주목받는 이유로 꼽힌다.

< 아시아 예술영화 전문 배급사 구텍 필름을 통해 공개된 박찬욱 감독 신작 포스터 - 출처: 통신원 촬영 >
폴란드 프리미어 상영은 비아위스토크의 포룸 영화관(Kino Forum)에서 2월 19일 시작된다. 이어 그단스크에서는 2월 28일 카메랄네 카페(Kameralne Cafe)와 키노 무제움(Kino Muzeum)에서 상영이 진행된다. 카토비체에서는 시비아토비트 영화관(Kino Światowid)이 2월 21일과 22일 두 차례 관객을 맞이하며, 2월 23일에는 코스모스 영화관(Kino Kosmos)에서 상영이 이어진다. 우치의 찰리 영화관(Kino Charlie)에서는 2월 21일과 27일 프리미어 상영이 열리고, 올슈틴의 아방가르다 영화관(Kino Awangarda)에서는 2월 21일부터 22일까지 이틀간 작품이 소개된다. 포즈난에서는 2월 22일 파와초베 영화관(Kino Pałacowe)에서, 슈체친에서는 같은 날 피오니에르 영화관(Kino Pionier)에서 관객과 만난다.
수도 바르샤바에서는 2월 20일과 21일, 25일 키노테카(Kinoteka)에서 상영이 예정되어 있으며, 2월 25일에는 비스와 영화관(Kino Wisła), 2월 27일에는 무라노프 영화관(Kino Muranów)에서도 상영이 이어진다. 특히 3월 11일 오후 8시 무라노프 영화관에서는 상영 이후 ‘일의 윤리’를 주제로 한 철학 토론 프로그램이 함께 진행돼 작품이 제기하는 사회적 문제의식을 확장하는 자리로 마련될 예정이다. 브로츠와프에서는 2월 22일과 25일 노베 호리종티 영화관(Kino Nowe Horyzonty)에서 상영이 예정돼 있으며, 이 가운데 25일 상영은 심리학 특별 프로그램 형식으로 운영된다. 또한 돌노실롱스키 영화센터(DCF – Dolnośląskie Centrum Filmowe)에서도 2월 22일과 27일 프리미어 상영이 열린다.
이번 작품의 폴란드 배급은 구텍 필름(Gutek Film)이 맡는다. 오랜 기간 아시아 예술영화를 소개해 온 배급사의 기획 아래 〈어쩔 수가 없다(Bez wyjścia)〉는 오는 3월 13일부터 폴란드 전역에서 정식 개봉할 예정이다. 이번 프리미어 상영은 단순한 이벤트를 넘어 주요 도시 극장에서 실제 관객 반응과 흥행 가능성을 가늠하는 시험 무대의 성격을 지닌다. 비아위스토크를 시작으로 바르샤바와 브로츠와프 등으로 이어지는 상영 일정은 예술영화관 네트워크를 중심으로 촘촘히 구성됐으며, 일부 상영 회차는 조기 매진을 기록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 영화에 대한 관심이 유럽 시장에서 다시 확산되는 가운데, 이번 프리미어 상영은 그 흐름의 출발점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정식 개봉 이후 흥행 성적에 따라 이러한 관심은 더욱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사진 출처 및 참고자료
- 통신원 촬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