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메조소프라노 김효나, 뉴욕 세계적 오페라 무대 데뷔 “20년 노력, 아직도 믿기지 않아”

<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나비부인'에 데뷔한 한국 성악가, 김효나 - 출처: '김효나' 제공 >
세계 최고 권위의 오페라 극장으로 꼽히는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하우스(Metropolitan Opera House) 무대에 또 한 명의 한국 성악가가 올랐다. 푸치니(Puccini)의 오페라 <나비부인(Madama Butterfly)>에서 ‘스즈키’ 역으로 데뷔한 메조 소프라노 김효나다. 20년의 시간을 돌아 도착한 이 무대에 대해 김효나는 “아직도 실감이 나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러나 그 담담한 한마디와 달리, 그의 여정은 결코 가볍지 않았다.
2026년 시즌 메트로폴리탄 오페라의 대표 레퍼토리로 무대에 오른 *‘나비부인’*은 일본 나가사키를 배경으로 한 비극적 사랑 이야기를 담고 있다. 주인공 초초상의 비극적 운명을 중심으로 전개되는 이 작품에서 ‘스즈키’는 그녀를 가장 가까이에서 지키는 인물로, 극의 감정선을 지탱하는 핵심적인 역할을 맡는다.

<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나비부인' 프로그램 소개 페이지 - 출처: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홈페이지 >
김효나는 그동안 이 역할의 커버(*주역을 대신할 준비가 된 배우)로 활동하며 메트와 인연을 이어왔다. 그리고 2026년, 마침내 ‘스즈키’ 역으로 정식 데뷔 무대에 올랐다. 그는 유럽과 아시아 주요 극장에서 ‘나비부인’ 프로덕션에 참여하며 100회 이상 같은 역할을 소화해왔고, 이러한 축적된 경험은 이번 메트 데뷔에서도 안정감 있는 연기로 이어졌다는 평가를 받았다.

<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나비부인' 한장면 - 출처: '김효나' 제공 >
그의 메트 데뷔는 단번에 이루어진 결과가 아니다. 뉴욕에서 유학하며 오랜 시간을 보냈지만, 메트 무대는 늘 가까우면서도 쉽게 닿을 수 없는 곳이었다. “유학을 나오고 정확히 20년이 걸려서 데뷔를 하게 됐다”는 그는 “돌아보면 참 감사한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정작 무대 위에서는 감정에 젖기보다 공연에 집중하느라 특별한 생각을 할 겨를도 없었다고 덧붙였다.

<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나비부인' 한장면 - 출처: '김효나' 제공 >
메트 무대는 많은 성악가들에게 커리어의 정점으로 여겨진다. 그러나 김효나는 이를 다소 다른 시선으로 바라본다. “메트는 분명 세계적인 극장이고 이곳에 서는 것은 큰 영광이지만, 커리어의 정점은 주관적인 것”이라며 “어떤 극장에 서느냐보다 오늘보다 더 좋은 소리를 내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의 시선은 ‘도달’보다는 ‘지속’에 가까웠다. 이러한 태도는 그가 걸어온 과정에서도 드러난다. 오랜 시간 메트에서 커버로 활동하며 무대에 대한 신뢰를 쌓아온 그는 “극장에서 편하게 부르는 메조소프라노가 되었다고 생각한다”며 “그 과정이 있었기에 이번 기회가 자연스럽게 이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

<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나비부인' 출연진 소개 페이지 - 출처: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홈페이지 >
그가 맡은 ‘스즈키’는 이미 수차례 공연해온 역할이다. “가장 편한 역할 중 하나”라는 그는 “이 역할로 데뷔하게 되어 오히려 다행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메트 프로덕션에서 스즈키는 단순한 하인이 아니라 초초상과 친구 같은 관계로 그려진다. “가장 가까이에서 그녀의 삶을 지켜보며 기쁠 때는 함께 기뻐하고, 비극 앞에서는 대신 울어주는 인물로 이해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나비부인' 한장면 - 출처: '김효나' 제공 >
해외에서 활동하며 마주하는 문화적·언어적 장벽에 대해서는 김효나가 “아직 완전히 극복했다고 말하기는 어렵다”고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다만 그는 “그 차이를 지나치게 의식하기보다, 음악과 무대에 집중하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김효나의 성취는 개인의 노력과 시간이 축적된 결과이지만, 한국 성악가들의 흐름 속에서도 의미 있게 읽힌다. 메트로폴리탄 무대는 이미 홍혜경, 조수미, 이용훈, 연광철 등 수많은 한국 성악가들이 거쳐 간 세계 정상급 무대다. 이들은 각자의 시대에서 존재감을 드러내며 한국 성악가들의 위상을 높여왔다. 김효나는 “세계 어디를 가도 한국 성악가들이 활동하고 있다”며 “성실하고, 성격도 좋고, 무엇보다 실력이 뛰어나다. 지금의 평판은 선배들이 만들어준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 덕분에 후배들이 더 좋은 환경에서 활동할 수 있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 나비부인을 공연중인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하우스 내부 - 출처: 통신원 촬영 >
최근 국제 콩쿠르와 해외 무대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후배들에게도 현실적인 조언을 남겼다. “결국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하는 수밖에 없다”며 “지치지 않고 계속 해나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번 메트 ‘나비부인’에는 메조소프라노 김효나를 비롯해 테너 백석종, 바리톤 차정철 등 한국 성악가들이 주요 배역에 고루 포진해 눈길을 끈다. 그는 “같이 무대에 설 때 마음이 훨씬 편했다”며 “앞으로도 한국 성악가들이 더 좋은 활약을 이어갈 수 있도록 많은 관심과 응원을 부탁드린다”고 전했다.

<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나비부인'에 데뷔한 한국 성악가, 김효나 - 출처: '김효나' 제공 >
20년의 시간을 지나 도달한 메트 무대. 그러나 김효나는 이 순간을 특별하게 과장하지 않았다. 인터뷰 내내 밝고 야무진 모습으로 자신의 시간을 풀어낸 그는 “언제나 처럼 더 좋은 소리를 내고 싶다”고 말했다. 긴 시간을 돌아 도착한 자리에서도, 그는 잠시 머무르기보다 다시 가볍게 다음 걸음을 준비하고 있었다.
사진출처 및 참고자료
- 통신원 촬영
- 김효나 제공
-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홈페이지, https://www.metopera.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