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중부에 위치한 일로일로(Iloilo)는 인구 약 45만 명이 거주하는 도시로, 수도 마닐라에서 비행기로 약 1시간 거리에 있다. 일로일로는 필리핀 내에서 ‘교육 도시’이자 ‘사랑의 도시(City of Love)’로 널리 알려져 있다. ‘사랑의 도시’라는 별칭은 이 지역에서 사용되는 힐리가이논(Hiligaynon, 현지에서는 일롱고라고도 부름) 억양에서 비롯됐다. 현지에서는 이를 ‘일롱고’라고도 부르는데, 말투가 매우 부드럽고 마치 노래를 부르는 듯하게 들린다. 이 때문에 다른 지역 사람들 사이에서는 “일로일로 사람들이 화를 내는 목소리조차 달콤하게 들린다”는 농담이 있을 정도다. 일로일로 사람들은 필리핀에서도 특히 친절하고 손님 환대를 잘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여기에 하로 대성당과 몰로 성당 등 식민지 시대의 건축물이 잘 보존돼 있어, 도시 곳곳에서는 고전적인 분위기와 낭만을 느낄 수 있다. 특히 하로 대성당(Jaro Cathedral)l과 몰로 성당(Molo Church)은 일로일로를 대표하는 명소로 꼽힌다.
일로일로는 필리핀에서 처음이자 유일한 유네스코 미식창의도시로 미식에도 일가견이 있다. 유네스코 미식창의도시(UNESCO City of Gastronomy)는 2004년 유네스코 창의도시 네트워크(UCCN)가 출범한 이후, 2005년부터 지정된 것으로 현재 전 세계적으로 60개가 넘는 도시가 지정되어 있다. 2005년 포파얀(콜롬비아)이 세계 최초로 미식창의도시로 지정된 이래, 아세안에서는 2015년 푸껫(태국), 2021년 쿠칭(말레이시아)·폐차부리(태국) 그리고 2023년에 일로일로와 바탐방(캄보디아)이 지정됐다. 한국은 2012년 전주가 최초로 미식창의도시로 지정됐으며, 강릉도 2023년에 미식창의도시 대열에 합류했다.
미식창의도시인 일로일로를 대표하는 라파즈 바초이(La Paz Batchoy)는 진한 고기 육수가 들어간 면 요리이며, 판싯 몰로(Pancit Molo)는 만둣국과 유사하다. 그 이외에 치킨 비나콜(Chicken Binakol), 라스와(Laswa), 칸시(Kansi) 등도 유명하지만, 치킨 이나살(Chicken Inasal)이 가장 널리 알려져 있다. 치킨 이나살을 파는 식당 가운데 가장 유명한 망 이나살(Mang Inasal)은 지역 언어로 바비큐 아저씨(Mr. Barbecue)라는 뜻이며, 2003년 12월 12일 일로일로에서 시작됐다. 망 이나살은 필리핀에서 가장 인기 있는 패스트푸드 체인 중 하나로, 필리핀 식당에 밥 무한 리필을 도입한 것으로 유명하다.

< 일로일로를 찾은 이상화 주 필리핀 한국대사 - 출처: '일로일로 주' 홈페이지 >
2026년 1월 27일, 이상화 주필리핀 한국대사가 이러한 일로일로를 방문했다. 이 대사는 일로일로 지역의 핵심 개발 사업인 할리우드 강 다목적 사업 2단계(Jalaur River Multipurpose Project II) 현장을 둘러봤다. 할라우르 강 다목적 사업 2단계는 한국 정부의 대외경제협력기금(EDCF) 지원을 통해 추진되고 있는 대표적인 공적개발원조 사업이다. 현장을 방문한 이상화 대사는 이 사업에 대해 “양국 협력을 잘 보여주는 상징물”이라고 평가했다. 현지 언론 《파나이 뉴스(Panay News)》는 사업이 완료되면 일로일로 지역의 만성적인 용수 부족 문제를 해소하고, 광범위한 농경지에 안정적인 관개용수를 공급해 지역 경제 활성화의 계기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한국과 필리핀의 협력은 이 같은 대규모 개발 사업에만 머물지 않는다. 최근에는 민간 차원의 문화·경제 교류 역시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일로일로의 대표적인 신도시 개발지구인 ‘일로일로 비즈니스 파크’에는 서부 비사야 지역 최초의‘케이 타운(K-Town)’이 조성돼 있다. 2022년 일로일로에 케이 타운이 들어선 것은 우연이 아니다. 일로일로는 필리핀에서도 손꼽히는 교육도시로, 영어를 배우기 위해 이곳을 찾는 한국 학생들이 꾸준히 늘고 있다. 이러한 인적 교류는 자연스럽게 한국 문화에 대한 이해와 친밀감으로 이어졌고, 그 결과가 바로 일로일로의 케이 타운으로 나타났다는 평가다. 또한 2024년에는 제리 트레냐스(Jerry Treñas) 일로일로 시장이 서울 도봉구와 자매결연을 체결했다. 이번 협약은 단순한 문화 교류를 넘어 경제 협력과 스마트시티 기술 공유까지 포함하고 있어, 양 도시 간 실질적인 협력 관계를 더욱 강화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 일로일로 케이타운 - 출처: '페스티브 워크 일로일로(Festive Walk Iloilo)' 페이스북(@FestiveWalkIloilo) >
일로일로의 케이타운이 자리한 페스티브 워크(Festive Walk)에는 한국 식당과 K-뷰티 매장, 한국 식료품점 등이 들어서 있어 현지인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이곳은 한국 문화를 직접 체험하려는 현지인과 관광객들이 즐겨 찾는 명소로 자리잡았다. 특히 페스티브 워크의 케이타운은 ‘인스타그램에 올리기 좋은(Instagrammable)’ 사진 촬영 장소로도 주목받고 있다. 밤이 되면 화려한 조명 아래 한국어 간판이 줄지어 늘어서며, 마치 한국 도심의 거리를 그대로 일로일로로 옮겨놓은 듯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현지인들은 이곳에서 일상 속 한국 문화를 자연스럽게 접하고 있으며, 케이타운은 문화적 유대를 상징하는 공간이자 일로일로에 새로운 경제적 활력을 불어넣는 장소로 평가받고 있다.
이 같은 분위기를 바탕으로 아서 데펜소르 주니어(Arthur Defensor Jr.). 일로일로 주지사는 이상화 주필리핀 한국대사와의 면담에서 코로나19 이후 중단된 인천-일로일로 직항 노선의 재개를 공식 요청했다. 주지사는 직항 노선이 일로일로뿐 아니라 파나이섬 전체의 관광산업과 무역 활성화를 이끌 핵심 요소라고 강조했다. 이는 단순히 여행객들의 이동 편의를 높이는 차원을 넘어선다. 한국의 자본과 기술, 그리고 일로일로의 관광·지역 자원이 다시 긴밀하게 연결되며, 양국 간 인적·물적 교류를 복원하는 계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제 일로일로 시민들에게 한국 문화는 더 이상 멀리서 바라보는 대상이 아니다. 한국 문화는 일상 속에서 직접 경험하고 즐기는 문화로 자리잡고 있다. 향후 인천과 일로일로를 잇는 하늘길이 다시 열리게 된다면, 일로일로는 한국인들에게 단순한 관광지를 넘어 가장 가까운 이웃이자 사랑받는 도시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보인다.
사진출처 및 참고자료
- 《데일리 가디언(Daily Guardian)》 (2022. 8. 27). First Korean-themed destination in Iloilo opens at Festive Walk Iloilo with grander K-experiences,
https://dailyguardian.com.ph/first-korean-themed-destination-in-iloilo-opens-at-festive-walk-iloilo-with-grander-k-experiences/
- 《아이엠티 뉴스(IMT News)》 (2023. 8. 13). K-Town at Festive Walk Iloilo hosts Iloilo-Korea Friendship Day,
https://www.imtnews.ph/k-town-at-festive-walk-iloilo-hosts-iloilo-korea-friendship-day/
- 《폴리티코 비사야스(Politiko Visayas)》 (2024. 3. 6). Iloilo City signs sister city agreement with South Korean district,
https://visayas.politiko.com.ph/2024/03/06/iloilo-city-signs-sister-city-agreement-with-south-korean-district/daily-feed/
- 《필리핀 뉴스 에이전시(Philippine News Agency)》 (2026. 1. 26). Korean envoy says Iloilo dam project is ‘game changer’,
https://www.pna.gov.ph/articles/1267723
- 《파나이 뉴스(Panay News)》 (2026. 1. 27). SoKor envoy cites mega dam as symbol of PH-Korea partnership,
https://www.panaynews.net/sokor-envoy-cites-mega-dam-as-symbol-of-ph-korea-partnership/
- 《파나이 뉴스(Panay News)》 (2026. 1. 29). Iloilo-Korea direct flight could unlock tourism, trade gains for Panay,
https://www.panaynews.net/iloilo-korea-direct-flight-could-unlock-tourism-trade-gains-for-panay-guv/
- 페스티브 워크 일로일로(Festive Walk Iloilo) 페이스북(@FestiveWalkIloilo), https://www.facebook.com/FestiveWalkIloilo/
- 일로일로 주 홈페이지, https://www.iloilo.gov.ph/en/foreign-relations-news/iloilo-guv-welcomes-korean-ambassador-lee-sang-hw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