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시아 시장이 한국 기업의 성장 거점으로 주목받는 가운데, 현지에서 축적된 실무 경험과 네트워크(network)의 중요성도 함께 커지고 있다. 이에 통신원은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한국 기업의 해외 진출을 지원해 온 김지연 경기비즈니스센터 소장을 만나 현장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이번 인터뷰에서는 2000년대부터 현장에서 살펴본 한류와 말레이시아 시장의 변화 흐름을 듣고 한국 기업의 효과적인 진출 전략을 살펴본다.

< 김지연 경기비즈니스센터 쿠알라룸푸르 소장 - 출처: 통신원 촬영 >
Q1. 안녕하세요 소장님.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A1. 안녕하세요. 저는 2009년 말레이시아에 진출해 수출 컨설팅과 전시기획 업무를 하고 있는 김지연입니다. 한국에서는 디지털 콘텐츠 및 장비 분야에서 근무하며 해외 전시회에 참가하여 바이어(buyer) 발굴 및 해외 마케팅(marketing) 업무를 담당했고, 중소기업진흥공단의 해외 시장 개척 요원으로 말레이시아에 파견된 것을 계기로 현지에서 수출 컨설팅과 전시기획 전문가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처음 말레이시아에 파견왔던 시기에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과도 인연이 닿았었는데 이렇게 다시 뵙게 되어 반갑습니다.
현재 저는 경기비즈니스센터 쿠알라룸푸르 소장으로서 경기도 내 다양한 산업 분야의 한국 기업과 해외 바이어를 연결하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또한 인천, 광주, 전남 해외 무역사무소를 함께 담당하고 있으며, 무역협회와 농수산식품유통공사의 해외 마케팅 사업 수행에도 참여하고 있습니다. 코로나19 이전에는 연간 20회 이상 수출 상담회와 우수상품전을 운영했으며, 해외 바이어와의 네트워크 강화를 위해 2015년 발족한 '케이 트레이드 멤버십(K-Trade Membership)'에 현재 600여 개사 이상의 회원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Q2. 말레이시아, 베트남, 태국뿐만 아니라 2025년에는 인도네시아까지 포함해 경기비즈니스센터가 동남아시아 지역에 활발히 진출해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는 국내 기업에게 동남아시아 시장이 매우 중요하다는 의미로 보이는데, 이렇게 이 지역에 집중적으로 거점을 확대하는 이유는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A2. 국내 기업들에게 동남아시아 시장은 전략적으로 점점 더 중요한 지역으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기존에는 미국이나 중국과 같은 대형 시장에 대한 의존도가 높았지만, 최근에는 위험(risk) 분산과 시장 다변화의 필요성이 커지면서 신흥 성장시장에 대한 관심이 확대되고 있습니다. 특히 동남아시아는 지리적으로 가깝고 경제 성장세가 지속되고 있으며, 아세안(ASEAN, 동남아시아 국가 연합) 전체를 하나의 시장으로 보면 유럽연합에 견줄 수 있는 만큼 큰 규모를 가지고 있어 매우 매력적인 시장입니다. 말레이시아 역시 이러한 흐름 속에서 해외 경기비즈니스센터가 설립되던 초기부터 거점이 구축된 국가 중 하나로, 안정성과 성장성을 동시에 갖춘 신흥시장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또한 현지에서의 한류 확산과 소비 트렌드(trend) 변화도 중요한 요인으로 작동합니다. 예를 들어 쿠알라룸푸르의 한인타운인 몽키아라(Mont Kiara)·하타마스(Hartamas) 지역을 제외하고도, 한국산 제품과 한국 문화에 대한 수요가 눈에 띄게 확산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배경 속에서 경기비즈니스센터는 쿠알라룸푸르, 자카르타 등 동남아시아의 주요 거점 도시들을 중심으로 네트워크를 확대하며, 한국 기업의 동남아 시장 진출을 다각도로 지원하고 있습니다.
Q3. 말레이시아 시장에서 한류가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지만, 현지 시장에 진출하는 한국 기업이 성공적인 결과를 기대하려면 어떠한 전략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시나요.
A3. 한류는 한국 기업에게 긍정적인 요인이 되지만, 이를 곧바로 사업(business) 성과로 연결하기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일부 한국 제품은 인지도가 있지만, 전반적으로는 여전히 브랜드 인지도 구축과 현지화 전략이 필요합니다. 특히 광고 통로(channel)나 매체(media) 영향력도 말레이계, 중국계, 인도계 등 계열에 따른 소비자층에 의해 크게 달라지기 때문에 세분화된 접근이 중요합니다. 또한 동남아 시장은 한국과는 다른 속도로 변화합니다. 예를 들어 일부 산업은 한국보다 빠르게 성장하거나, 반대로 짧은 주기(cycle)로 지나가기도 합니다. 최근에는 디지털 전환과 모바일 기반 서비스가 빠르게 확산하면서 전자상거래, 결제 시스템 등이 한국보다도 더 빠르게 변화하고 있습니다. 결국 말레이시아의 다층적인 소비시장과 이러한 흐름을 이해하고 맞춰나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 말레이시아에서 열린 한류 축제 - 출처: 통신원 촬영 >
Q4. 서로 다른 문화권에 속한 비즈니스 파트너(business partner) 간의 협력인 만큼, 적합한 파트너를 발굴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됩니다. 현재 'CNE 글로벌(CNE Global)'에서 이러한 부분을 지원하고 계신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한국과 동남아시아 간 효과적인 비즈니스 파트너를 발굴하기 위해 필요한 기준이나 문화적인 차이를 고려할 때 특히 중요하게 봐야 할 요소는 무엇이라고 보시나요?
A4. 한국 기업의 해외 진출을 위해 정부를 비롯한 여러 기관에서 지원하고 있지만, 결국 시장에서의 성과는 기업과 바이어 간의 관계에 달려 있다고 생각합니다. 오랫동안 관계를 맺어온 바이어 중에는 장기적인 전망(vision)을 가진 곳도 많고, 한국 기업 역시 규모는 작더라도 충분한 가능성을 가진 경우가 많습니다. 다만 좋은 조건의 기업들을 서로 연결한다고 해서 반드시 유의미한 성과로 이어지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예상과 다른 곳에서, 또는 충분한 시간이 지난 뒤에 성과가 나오기도 합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장기적으로 관계를 맺고, 서로에 대한 이해를 얼마나 정확히 파악하느냐 하는 것입니다.
특히 말레이시아와 같은 동남아 시장에서는 이 부분이 더욱 중요합니다. 많은 한국 기업들이 말레이시아가 다민족·다언어 국가라는 사실은 알고 있지만, 그것이 실제 사업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까지 깊이 이해하는 경우는 많지 않습니다. 말레이시아는 말레이계, 중국계, 인도계 등 민족별로 소비 성향, 사용하는 언어, 선호하는 미디어와 플랫폼(platform)이 모두 다르기 때문에, 이를 고려하지 않으면 효과적인 시장 접근이 어렵습니다.
Q5. 그렇다면 처음 해외 시장에 진출하려는 기업들은 어떤 방식으로 시작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일까요?
A5. 해외 진출을 처음 시작하는 기업들은 시장에 단계적으로 접근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1단계는 정보 탐색과 초기 경험입니다. 먼저 기업에 맞는 정부 및 지자체 지원사업을 폭넓게 조사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동시에 가장 기본적이면서 중요한 방법은 직접 해외 시장을 경험해 보는 것입니다. 전시회에 참가해 자사 제품을 소개하고, 현지 시장 분위기와 반응을 확인하는 것이 첫 출발점이 됩니다.
2단계는 본격적인 시장 탐색과 네트워크 구축입니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나 지자체에서 운영하는 통상촉진단, 시장개척단 등에 참여하면 보다 구체적인 시장 정보를 얻을 수 있습니다. 전시회는 다양한 국가와 기업이 참여하는 만큼 시장 전체 흐름을 파악하는 데 유리하고, 시장개척단·통상촉진단은 소규모 기업이 참여하기 때문에 1:1 바이어 매칭을 통해 집중적인 상담을 진행할 수 있습니다. 또한 대한민국우수상품전시회(G-FAIR KOREA)와 같은 프로그램은 국내·외 바이어를 연결해 주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습니다.
3단계는 실행과 현지화입니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나 지자체에서 운영하는 지사화 사업이나 마케팅 지원사업 등에 참여하면 6개월~1년 동안 현지에서 지속적인 바이어 발굴과 사후 관리를 지원받을 수 있습니다. 특히 식품이나 소비재는 라벨링(labelling), 성분 규정 등 현지 인증과 규정을 사전에 철저히 준비해야 하며, 이를 위한 전문 지원도 활용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 말레이시아에 진출한 한국 프랜차이즈 롯데리아 - 출처: 통신원 촬영 >
Q6. 말씀 감사합니다. 2000년대부터 현재까지 오랜 기간 말레이시아 시장을 지켜보시면서 느끼신 흐름의 변화나 사례가 있다면 공유해 주실 수 있을까요?
A6. 말레이시아 시장을 지켜보면서 가장 크게 느낀 변화는 한류와 정보 환경의 변화가 사업 방식 자체를 바꾸고 있다는 점입니다. 우선 한류는 여전히 한국 기업에게 매우 중요한 출발점이자 강점이 됩니다. 말레이시아는 관계 중심적인 문화가 강하기 때문에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처음 만남에서의 신뢰를 형성하는 것이 중요한데, 한류가 그 연결고리 역할을 해줍니다. 한국 드라마나 음악, 음식에 대한 관심 덕분에 자연스럽게 대화가 시작되고, 관계 형성의 장벽이 낮아집니다. 실제로 사업 관계가 단순한 거래를 넘어 장기적인 파트너십(partnership), 나아가 가족 같은 관계로 발전하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또한 바이어들이 한국 방문에 대한 관심이 높다는 점도 중요한 요소입니다. 한국에서 열리는 전시회나 지자체 초청 프로그램을 통해 바이어를 한국으로 초대하면, 단순한 제품 소개를 넘어 기업과 시장에 대한 신뢰를 형성할 수 있습니다. 결국 동남아 시장에서는 시간과 노력을 들여 관계를 구축하는 것이 필요한데, 한류는 그 과정을 훨씬 수월하게 만들어 주는 역할을 합니다.
다만 과거와 비교했을 때 시장의 성격은 분명히 달라졌습니다. 예전에는 '한국 제품'이라는 이유만으로도 기술력이나 품질에 대한 기대가 높았고, 다소 과장된 마케팅도 통하던 시기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정보통신기술의 발달로 시장이 훨씬 투명해졌고, 바이어와 소비자 모두 제품을 더 객관적으로 평가합니다. 한류를 단순히 마케팅 수단으로 활용하거나 과장된 이미지만으로 접근하는 것은 더 이상 통하지 않는 환경이 된 것입니다. 결국 지금은 한류를 기반으로 하되, 그 위에 실제 제품 경쟁력과 신뢰를 쌓아야 하는 단계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인상적인 사례로는 할랄(halal) 한우가 말레이시아에 진출한 것을 들 수 있습니다. 육류는 일반 가공식품보다 할랄 인증을 받기가 훨씬 어려운 품목임에도, 할랄 인증을 받아 말레이시아에 진출했습니다. 과거에는 한국 기업들이 할랄 인증에 대해 막연한 부담이나 부정적인 인식을 갖고 있는 경우도 많았지만, 정부와 기관의 지원이 확대되면서 상황이 크게 달라졌습니다. 이제는 'K-푸드 페어(K-Food Fair)'와 같은 행사에서 모든 전시 제품을 할랄 인증 제품으로 구성하는 시도들이 이어지면서, 한국 식품이 글로벌(global) 할랄 시장으로 진출하며 확대되는 양상이 기대됩니다. 시장 전반의 인식도 함께 변화했습니다. 이러한 변화는 단일 기업의 노력만으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정부·지자체·기관이 함께 장기간 축적해 온 결과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는 실제로 말레이시아를 넘어 다른 이슬람 국가로 확장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드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의 '한류 박람회(KBEE)'에 참여한 한국패션협회 - 출처: 통신원 촬영 >
Q7. 그렇다면 앞으로 한류와 연계해 어떤 산업 분야나 무역 분야에서 변화와 기회가 나타날 것으로 보시나요?
A7. 최근에는 전통문화와 패션 산업이 큰 성장 가능성을 보이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드라마와 케이팝 등 콘텐츠 중심이었다면, 이제는 음식과 뷰티를 넘어 한국 전통문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이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패션 분야까지 관심 영역이 확장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지난해 열린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의 '한류 박람회(KBEE)'에서는 한국패션산업협회가 참여했으며, 현장에서는 특히 한복을 현대적인 패션과 결합하거나 전통 요소를 활용한 제품과 콘텐츠에 대한 관심이 크게 증가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교육과 인적 교류 또한 한류 확산과 시장 변화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한국에서 공부하는 말레이시아 인재들이 늘어나고 있는데, 이는 향후 한국과 말레이시아 기업 간 협력, 인턴십(internship), 현지 시장 이해 등 다양한 분야에서 중요한 자산이 될 것입니다.
Q8. 말씀 감사합니다. 마지막으로 2000년대부터 말레이시아에서 다양한 한국 기업을 만나고 양국 교류를 지원해 오셨는데, 오랜 경험을 바탕으로 한국 기업이 해외 진출에서 가장 중요하게 고려해야 할 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A8. 해외 시장에서 성과를 내는 기업들의 공통점은 가능성을 열어두는 태도라고 생각합니다. 사업은 결국 사람이 하는 일이기 때문에, 당장 성과가 없더라도 관계를 이어가고 기회를 열어두는 것이 중요합니다. 처음에는 반응이 좋다가도 의미있는 성과로 바로 이어지지 않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말레이시아뿐만 아니라 유럽 등 다른 시장에서도 마찬가지로 시기적인 문제인 경우가 많습니다. 또한 특정 국가를 다른 시장과 단순 비교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습니다. 예를 들어 말레이시아를 베트남이나 중국에서의 물량을 기준으로 비교하며 시장성이 낮다고 판단하는 경우가 있는데, 각 시장은 소비 구조와 특성이 다르기 때문에 그에 맞는 기대치와 전략이 필요합니다. 베트남이나 중국에 비하면 말레이시아는 규모보다는 안정성과 확장 가능성 측면에서 접근해야 하는 시장입니다.
특히 동남아 시장에서는 제품 전략의 유연성이 중요합니다. 한국에서는 프리미엄 패키징(premium packaging)과 고가 전략(premium pricing)이 통할 수 있지만, 동남아에서는 가격 경쟁력과 현지 소비 수준에 맞춘 조정이 필요합니다. 실제로 패키징(packaging) 가격을 높이느라 소비자 가격을 맞추지 못해 기회를 놓치는 경우도 많습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사전에 시장을 충분히 조사하고, 직접 바이어를 만나 반응을 확인하면서 제품과 전략을 유연하게 조정하는 것입니다. 처음부터 확신하기보다는 가능성을 탐색하고 방향성을 만들어가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사진출처 및 참고자료
- 통신원 촬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