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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오버투어리즘, '분산'이 답이다

  • 조회수

    13

  • 게시일

    2026-04-18

  • 국가

    이탈리아

2026년 봄, 이탈리아의 주요 관광 도시들은 수년간의 논의와 시범 운영을 거쳐 더욱 정교해진 관광 통제 정책을 현장에 적용하면서 오버투어리즘(Overtourism, 과잉 관광) 해결을 위한 제도적인 안착을 시도하고 있다. 밀라노, 피렌체, 베네치아 등 전 세계 여행객이 집중되는 거점 도시들은 과거의 단발성 대책에서 벗어나, 데이터에 기반한 상설 규제를 마련하며 도시의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는 데 사활을 걸고 있다. 동시에 이탈리아 정부는 이러한 대도시 집중 현상을 해소하기 위해 내륙 소도시로 관광객을 분산시키는 이른바 '슬로우 투어리즘(slow tourism)' 정책을 국가 의제로 설정하고 관광 패러다임(paradigm)의 근본적인 변화를 꾀하고 있다.


가장 주목받는 지역은 단연 베네치아다. 지난 2024년 4월, 당일치기 관광객을 대상으로 입장료를 부과하며 전 세계의 관심을 모았던 베네치아의 '도시 입장료(Contributo di Accesso)' 제도는 2026년 현재 시범 운영 기간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하여 제도적으로 보완을 거듭하고 있다. 초기 도입 당시에는 입장료 부과에도 불구하고 인파 억제 효과가 미미하다는 비판이 제기되기도 했으나, 시 당국은 2026년 성수기와 주요 공휴일을 중심으로 예약 시스템을 고도화하고 상황에 따라 입장료를 탄력적으로 운영하는 등 관리 강도를 높이고 있다. 이는 단순히 수익을 창출하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 IT 기술을 활용해 도시의 수용 능력을 실시간으로 파악하고 방문객의 흐름을 조절하려는 행정적 실험의 연장 선상에 있다.



< 언제나 엄청난 관광객으로 붐비는 피렌체의 폰테베키오(Ponte Vecchio) - 출처: 통신원 촬영 > 


피렌체 역시 수년 전부터 추진해 온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보호 및 거주권 확보 정책들을 구체적인 실행 단계로 옮기고 있다. 피렌체시는 역사 지구 내 에어비앤비(Airbnb)와 같은 신규 단기 임대 등록을 금지하는 조치를 유지하는 한편, 최근에는 도시 미관 개선과 주민들의 생활권 보호를 위해 건물 외벽에 무분별하게 설치된 '셀프 체크인용 키박스(key box)' 철거 명령을 본격화했다. 이러한 조치는 관광객의 편의보다, 현지 주민의 주거권과 역사적인 경관의 원형 보존을 우선순위에 두겠다는 피렌체시의 정책 기조를 명확히 보여준다. 즉 오래된 도시의 정체성을 유지하기 위해, 관광 산업에서 발생하는 일부 불편을 감수하더라도 현지인의 삶의 질을 회복하겠다는 장기적인 포석이다.


이탈리아 정부와 관광부(Ministero del Turismo, Mi Tur)가 추진해 온 ‘관광 분산’ 전략도 점차 가시적인 변화를 만들어내고 있다. 이탈리아 관광부의 분석에 따르면, 여전히 전체 관광객의 상당수가 특정 대도시에 집중되어 있지만, 이를 해결하기 위해 체결한 '아말피 헌장(Carta di Amalfi)'과 소도시(Borghi) 활성화 정책이 2026년 들어 더욱 탄력을 받고 있다. 올해 이탈리아 소도시를 찾을 것으로 예상되는 방문객은 약 2,100만 명에 달할 전망이며, 정부는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국가 철도청(Ferrovie dello Stato Italiane, FS)과 협력하여 소도시를 잇는 일명 ‘빈티지 관광 열차’ 노선을 확충하고 관련 인프라(infra) 정비에 예산을 집중 투입하고 있다. 이는 대도시의 인파 밀도를 낮추는 해독제인 동시에, 인구 감소로 소멸 위기에 처한 외곽 지역 경제를 재건하려는 복합적인 전략이다.



< 피렌체에서 기차로 한 시간 거리에 있는 조용하고 아름다운 토스카나의 소도시 루카(Luca)의 모습 - 출처: 통신원 촬영> 


이러한 이탈리아 현지의 정책적인 변화는 한국인 여행객들의 여행 패턴(pattern)에도 뚜렷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과거 로마, 피렌체, 베네치아 등 주요 거점을 짧은 시간 내에 훑고 지나가던 이른바 '인증샷 중심'의 여행 문화는 이제 확연히 저물고 있다. 대신 토스카나의 농가 주택(Agriturismo)에 체류하며 현지의 식문화를 깊이 있게 체험하거나, 움브리아(Umbria)나 아브루초(Abruzzo)와 같은 숨겨진 지역의 작은 마을에서 일주일 이상 머무는 '슬로우 트래블(slow travel)' 형태가 주류로 부상했다. 특히 MZ세대를 중심으로 한 소셜 미디어(social media)에는 유명 상징 건물의 사진보다 이름 모를 소도시 골목길이나 현지 주민들만 아는 작은 식당에서의 일상이 더 가치 있는 경험으로 공유되고 있다. 이는 이탈리아 정부가 추구해 온 지속 가능한 관광의 방향성과 한국 여행자들의 개인화된 취향 소비가 자연스럽게 맞물린 결과로 해석된다.


물론 수년간 이어져 온 정책적 노력에도 불구하고 현장의 진통은 현재 진행형이다. 베네치아의 일부 주민들은 여전히 "도시가 박물관이나 테마파크(theme park)로 전락하고 있다"며 규제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고, 단기 임대 제한으로 경제적인 손실을 입은 일부 상인들의 반발도 존재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탈리아 관광 당국은 "관광 산업은 경제의 핵심이지만, 현지인의 삶과 문화적인 유산이 훼손된다면 산업의 근간 자체가 흔들릴 것"이라며 정책적인 일관성을 유지하고 있다. 대도시 중심의 과밀 관광에서 지역 기반의 '슬로우 투어리즘'으로 체질을 개선하려는 이탈리아의 이러한 실험은, 전 세계 관광 국가들이 직면한 오버투어리즘 문제를 해결하는 데 있어 중요한 정책적인 이정표이자 실증적인 사례가 되고 있다.


사진출처 및 참고자료

- 통신원 촬영

- 베네치아 유니카(venezia unica)의 공식 홈페이지, https://cda.veneziaunica.it/

- 숙박 예약 플랫폼 랏지파이(lodgigy)의 공지 사항 (2026. 01. 23.). Regolamento affitti brevi a Firenze: Cosa cambia nel 2026, 

https://www.lodgify.com/blog/it/normativa-affitti-brevi-firenze/

- <아베니르(avvenire)> (2026. 01. 23.). Nel 2026 previsti 21 milioni di arrivi nei piccoli comuni. Ecco l'antidoto all'overtourism,

https://www.avvenire.it/attualita/nel-2026-previsti-21-milioni-di-arrivals-nei-piccoli-comuni-ecco-lantidoto-allovertourism_103612

- 이탈리아 관광부(ministero turismo)의 보도 (2026. 04. 15.). 

Made in Italy e turismo, MiTur: un binomio vincente da 14 miliardi di euro, 

https://www.ministeroturismo.gov.it/made-in-italy-e-turismo-mitur-un-binomio-vincente-da-14-miliardi-di-eur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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