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헝가리에서 한국 문학의 위상이 단순한 소비를 넘어 작가와 독자가 직접 교감하는 단계로 진화하고 있다. 지난 4월 11일 개최된 강지영 작가 작가와의 만남과 사인회는 현지 독자들의 폭발적인 호응 속에 마무리되며 한국 장르 소설의 경쟁력을 입증했다. 이러한 열기는 김호연 작가의 인기 도서 『불편한 편의점』의 헝가리어판 출간 소식으로 이어지고 있다.
부다페스트 사로잡은 '심 여사'... 강지영 작가 북토크 성황
지난 4월 11일, 소설 『심여사는 킬러(Sim asszony, a bérgyilkos)』로 현지에서 큰 인기를 얻고 있는 강지영 작가가 헝가리를 직접 방문해 독자들과 만났다. 오전 11시 부다페스트 대형 쇼핑몰 안에 입점한 리브리 알레(Libri Allee) 서점에서 진행된 강지영 작가의 사인회에는 이른 시간부터 팬들이 몰려 장사진을 이뤘으며, 오후 5시 마그베퇴 카페(Magvető Café)에서 열린 작가와의 만남은 전석 매진을 기록하며 현지인들의 높은 관심을 반영했다.
체페리 아드리엔(Csepelyi Adrienn) 언론인의 진행으로 열린 이번 작가와의 만남에서 헝가리 독자들은 평범한 주부가 킬러가 된다는 소설의 설정과 그 속에 담긴 사회적인 페이소스(pathos, 동정과 연민을 불러일으키게 하는 극적인 표현 방식)에 대해 심도 있는 질문을 던졌다. 아테네움(Athenaeum) 출판사와 주헝가리 한국문화원이 공동 기획한 이번 행사는, 한국 드라마의 성공으로 구축된 콘텐츠 인지도가 원작 작가의 팬덤 형성으로 확장되며 대면 문화 행사의 성황을 이끈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다. 영상 속에 머물던 대중적인 호기심이 작가와의 직접적인 만남이라는 실제적인 경험으로 치환되면서, 한류 소비가 '시청'을 넘어 '체험'과 '독서'로 깊어지는 유의미한 성과를 남겼다.
『불편한 편의점』 출간과 제목 번역의 딜레마
강지영 작가가 쏘아 올린 한국 문학의 신드롬(Syndrome)은 김호연 작가의 세계적인 화제작 『불편한 편의점』의 헝가리어판 출간으로 이어진다. 현지의 최대 규모의 도서 리뷰(review) 사이트인 '몰리(Moly.hu)'에 공개된 정보에 따르면, 이 책은 '위대한 기대를 담은 작은 가게(Nagy remények kisboltja)'라는 헝가리판 제목으로 현지 독자들과 만날 예정이다.

< 4월 28일 현지 출간 예정인 김호연 작가의 소설 '불편한 편의점' 헝가리어판 표지 - 출처: 몰리(Moly.hu) >
다만 헝가리어판 제목 번역 방식은 비판적인 시각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 원문의 핵심 요소(motive)인 '편의점(Convenience store)'은 동시대 한국의 경제·문화와 사회적인 관계망이 응축된 상징적인 공간이다. 그러나 헝가리에는 한국식 편의점과 같은 24시간 운영과 취식, 그리고 생활 서비스를 동시에 제공하는 시스템이 존재하지 않는다. 그렇기에 현지 독자 이해를 돕는다는 명목 아래 출판사가 선택한 '작은 가게(Kisbolt)'라는 명칭은 소설이 지닌 독특한 공간성과 사회적인 맥락을 평이하게 희석하는 결과를 초래한 것이 아닌지 의심스럽다.
더욱이 원작이 가진 역설적인 미학인 '불편한'이라는 수식어 대신, 서구권 독자에게 익숙한 찰스 디킨스(Charles Dickens) 소설가의 문학적 오마주를 빌린 '위대한 기대(Nagy remények)'를 배치한 것은 책의 한국적인 요소들을 원형 보존했다기보다 상업적인 마케팅(marketing) 효과에 치중한 것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1인치 자막의 장벽과 'K-문학' 번역이 가야 할 길
물론 이러한 의역은 현지 독자 접근성을 높이는 필수적인 선택일 수 있다. 하지만 한류가 세계적으로 주류 문화로 안착한 지금, 우리 문학이 어떠한 태도로 현지 언어와 만나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도 깊어진다. 봉준호 감독은 영화 〈기생충〉이 오스카(Oscar) 수상 당시 "1인치 되는 자막 장벽을 뛰어넘으면 훨씬 더 많은 영화를 즐길 수 있다"고 역설했다. 그렇다면 여전히 외국 콘텐츠의 헝가리어 더빙을 선호하는 현지 문화 안에서, 문학 번역 역시 '현지화'라는 명목 아래 한국적인 원형(Originality)을 지나치게 희석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전 세계적인 화제작 『파친코』의 이민진 작가는 영어 원문에 '정'뿐만 아니라, 서구 언어로 대체 불가능한 한국인 특유의 정서인 '한', 사회적인 계급을 뜻하는 '양반', 가족 간 애칭인 '할머니'와 '여보' 등의 단어를 번역하지 않고 한국어 발음 그대로 기재했다. 이는 타국 언어로 치환되는 순간 사라져버릴 한국적인 맥락과 정서적인 무게를 온전히 지켜내기 위한, 그야말로 작가의 굳은 의지가 담긴 선택이었다.
최근 동유럽권에서 한국식 '힐링 소설'이 사랑받는 현상은 현지 독자들이 이미 문맥을 통해 한국의 사회상을 충분히 수용할 준비를 마쳤음을 방증한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과도한 의역은 한국 문학 특유의 정서적인 원형을 온전히 전달하기보다, 오히려 현지 독자가 마주해야 할 문화적인 경험의 폭을 좁히는 결과를 초래하는 것은 아닐까?
사진출처 및 참고자료
- 몰리(Moly.hu)의 김호연 작가 관련 페이지. https://moly.hu/konyvek/kim-hojon-nagy-remenyek-kisboltja
- 주헝가리 한국문화원의 공식 인스타그램(@koreaikultura), https://www.instagram.com/p/DW3TDo5AogP/?igsh=M2wzbTBsOGlqb3A0
- 《아주경제》 (2026. 02. 23.). K-스릴러 문 연 강지영 작가…지극히 한국적인 캐릭터의 힘,
https://www.ajunews.com/view/20260220131551286
- 아테네옴 키아도(Athenaeum Kiadó) 출판사 홈페이지,
https://athenaeum.hu/konyvek/sim-asszony-a-bergyilkos/1395297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