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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류를 넘어 학문으로...영국 옥스퍼드 대학의 한국학센터 설립이 보여주는 변화

  • 조회수

    16

  • 게시일

    2026-04-26

  • 국가

    영국

최근 영국에서 매우 반가운 소식이 전해졌다. 세계 최고 권위의 대학 가운데 하나인 영국 옥스퍼드 대학(University of Oxford)이 올해 가을 옥스퍼드 한국학센터(Oxford Centre for Korean Studies) 출범을 추진한다고 밝힌 것이다. 이는 한국을 바라보는 관심이 대중문화 소비를 넘어 학문과 제도 영역으로 확장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소식이라는 점에서 영국 내에서도 주목받고 있다. 특히 이번 센터의 설립은 문화 강국이 된 한국을 독립적인 연구 영역으로 제도화하는 움직임이라는 점에서 의미를 지닌다.


옥스퍼드 대학의 발표에 따르면, 이번 한국학센터는 한국의 언어와 역사, 문학, 정치, 경제를 아우르는 연구와 강연을 총괄하고 관련 연구의 중심지(hub) 역할을 하게 된다. 특히 이번 결정은 오랜 기간 동안 학내 교수진들의 논의를 거쳐 최종 승인된 것으로, 한국과 한국 문화에 대한 일시적인 관심이 아니라 장기적인 학문 인프라(infra)를 구축하게 될 것이라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이번 사업은 조지은(Jieun Kiaer) 옥스퍼드 대학 한국어 학자 교수와 제임스 루이스(James Lewis) 한국사 연구자 등이 주도해 한국학센터의 설립을 이끌어 냈다.


여기서 상징적인 대목은 옥스퍼드 대학이 이미 일본 연구센터와 중국 연구센터를 운영해 온 가운데, 이제 한국학센터를 별도 축으로 세운다는 점이다. 그동안 동아시아 연구 지형에서 한국은 별도의 센터로 독립되어 있지 못했으나, 이번 센터 설립을 통해 하나의 독립적인 연구 대상으로 자리 잡았다. 제임스 루이스(James Lewis) 교수는 이번 센터가 장기적으로 유럽 전반의 한국학 연구에도 영감을 줄 수 있다고 전망했고, 조지은 교수 역시 영어권에서 한국학 연구의 지속성과 확장을 위한 중심지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번 센터 설립 소식이 더 흥미로운 이유는 이러한 움직임이 갑작스러운 변화가 아니라 지난 몇 년간 축적돼 온 문화적인 위상의 변화와 함께 대중적인 관심의 흐름 위에 놓여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옥스퍼드 대학은 그동안 다양한 한국 문화는 물론 한국어와 한국학 기반을 꾸준히 넓혀왔다. 옥스퍼드 대학 내 아시아-중동학부에서는 한국어와 한국사를 학생들에게 가르쳐왔고, 다양한 학내 행사 등을 통해 한국 문화와 한국에 대한 관심 저변을 확장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 한국어가 중국어나 일본어와 함께 정규 학문 영역 안에서 자리 잡고 있다는 점은 한국에 대한 관심이 단순한 문화적인 유행을 넘어섰음을 보여준다.


< 옥스퍼드 아시아 중동 연구 센터에 나와 있는 한국 관련 공식 설명 

– 출처: 옥스퍼드 대학(Oxford University) 홈페이지 >


이런 흐름은 지난 2024년 시작된 '영국 한류 아카데미(UK Hallyu Academy)'에서도 이미 알려진 바 있다. 옥스퍼드 대학이 일반 대중을 대상으로 한국어와 한국 문화를 소개하는 10주 과정 수업 과정을 열었을 당시, 수강생들은 케이팝과 드라마를 계기로 한국어를 배우고 싶었다고 말했다. 흥미로운 점은 이 과정이 대중문화를 소비하는 수준에 머물지 않고 세종대왕, 실학, 제주 해녀, 한국식 회화 등 역사와 전통문화까지 다루며 확장됐다는 점이다. 문화적인 관심에서 시작된 '한류'가 이제 한국 문화와 한국어를 본격적으로 공부하고 연구하는, 즉 학문으로서의 입문 역할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사례다.


이번 한국학센터 설립은 바로 이런 축적의 연장선이다. 케이팝이나 드라마, 영화 등의 대중문화가 한국에 대한 관심의 문을 열고, 한국어에 대한 언어 교육이 기반을 닦은 후, 이제 연구 기관이 이를 제도화를 시키는 단계로 접어드는 셈이다. 실제로 이번 발표에서도 '소프트 파워(soft power)'가 중요한 배경으로 언급됐다. 교수진 회의에서는 한국에 대한 학생들의 관심, 특히 한국 대중문화에 대한 높은 수요가 센터 필요성을 뒷받침한 요인으로 거론됐는데, 이는 분명 흥미로운 변화이다. 한때 케이팝이나 한국 드라마는 학계에서 부차적인 문화 현상 정도로 여겨졌지만, 이제는 오히려 학문적인 관심을 촉발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영국 사회에서 한국 문화가 자리 잡아온 광범위한 맥락과도 맞닿아 있다. 최근 몇 년간 영국에서는 한국 문학에 대한 번역본 출간이 늘어 나고 있으며, 한국 영화와 드라마는 주류 담론에 자주 등장하고 있고, 케이팝을 통해 한국어를 배우려는 움직임도 눈에 띄게 커졌다. 최근 BBC 등 영국 내 주요 언론 매체가 보도하고 있는 영국 내 한국어 학습 열풍도 이런 흐름의 일부이다. 즉 문화 소비가 언어 학습으로, 다시 제도 교육과 연구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가 형성되는 것이다.


< 2023년 10월에 이루어진 옥스퍼드 대학을 투어하는 모습 – 출처: '코리아넷(Korea.net)' >


영국에서 이번 소식이 더욱 상징적인 이유는 이번 한국학센터가 설립되는 곳이 바로 옥스퍼드 대학이라는 점이다. 11세기부터 이어진 교육의 역사를 가진 유서 깊은 영어권의 대학에서 한국학을 별도 센터로 공식화한다는 것은 아시아 프로그램 확대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이는 한국과 한국 문화가 이제 학문적으로 연구해야 할 지식 생산의 영역으로 인정받고 있다는 신호로도 볼 수 있다.


흥미롭게도 이 흐름에는 문화와 학문이 서로를 끌어올리는 상호작용도 보인다. 예컨대 한국 대중문화가 학생들의 관심을 이끌고, 그 관심이 한국어 교육 수요를 만들며, 그 기반 위에서 연구 센터가 본격적으로 세워지는 구조다. 보통 학문이 문화를 설명하는 경우가 많지만, 한국의 경우 문화가 오히려 학문 인프라(infra)를 견인하는 역동성이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또한 이번 한국학센터의 설립은 한류가 얼마나 멀리 왔는지를 보여주는 또 하나의 사례이기도 하다. 한때 영국에서 한국 문화는 일부 마니아층만이 소비하는 일종의 '니치(niche, 거대하고 일반적인 시장 대신 특정 취향, 니즈, 규제를 가진 소규모 집단을 겨냥해 형성되는 틈새 시장을 의미)' 현상에 가까웠지만, 이제는 대학 학위과정과 연구 의제가 되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대중음악과 드라마를 통해 시작된 관심이 언어와 역사, 정치, 사회 연구로 연결되고 있다는 점은 한류 담론의 성숙을 보여준다. 그런 점에서 조지은 교수가 강조한 '영어권 한국학 연구의 지속성'이라는 표현은 인상적이다. 이는 단순히 영어권 국가에 한국을 소개하는 데 그치지 않고, 한국을 둘러싼 지식이 영어권에서 축적되고 재생산되는 구조를 만들겠다는 뜻으로 분석된다. 다시 말해 한국 문화의 일시적인 인기가 아니라 한국학의 지속 가능성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영국에서 한국을 향한 관심이 이제 드라마 자막을 넘고, 콘서트 현장을 넘어 도서관과 강의실로 확장되고 있는 이번 소식은 매우 반가운 소식이다. 한국 대중문화가 영국 사회에서 넓힌 접점들이 학문적인 제도 안으로 스며들고 있다는 점에서, 옥스퍼드 대학의 한국학센터 출범은 한국과 영국 사이 간 문화 교류의 다음 장을 기대하게 만든다.

 

사진출처 및 참고자료

에덱스라이브(EdexLive) (2026. 04. 26.). Oxford University to launch centre for Korean studies,

https://www.edexlive.com/amp/story/news/oxford-university-to-launch-centre-for-korean-studies-2

코리아 타임즈(The Korea Times) (2026. 04. 25.). Oxford University to launch center for Korean studies,

https://www.koreatimes.co.kr/amp/southkorea/society/20260425/oxford-university-to-launch-center-for-korean-studies

- 옥스퍼드 대학교(University of Oxford Faculty of Asian and Middle Eastern Studies, Korean) 공식 홈페이지,

https://www.ames.ox.ac.uk/korean

코리아넷(Korea.net) (2024. 02. 05). Oxford starts Korean language, culture course for UK public,

https://www.korea.net/NewsFocus/Culture/view?articleId=2465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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