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자흐스탄의 수도, 아스타나에 위치한 카자흐스탄 공화국 국립박물관(National Museum of the Republic of Kazakhstan)에서 3년 만에 한국 작가의 개인전이 열렸다. 바로 현시대의 젊은 작가, 황선정 미디어 아티스트(media artist)의 '플래너티리 위빙(Planetary Weaving)- 지구의 리듬과 얽힌 기억' 전시다.
황선정 작가는 인간과 자연, 기술 사이의 유기적인 연결성을 탐구하며 이를 위한 다학제적인 연구와 감각, 인지를 확장하는 예술적인 실험을 시도한다. 이 실험에 3D 스캐닝, 생성 코딩, 현장 녹음, 인공지능(AI)을 합성하여 특유의 트랜스미디어(transmedia, 하나의 핵심 세계관을 바탕으로 여러 매체를 넘나들며 거대한 이야기를 완성하는 전략) 형식의 다감각적인 환경, 비디오 작업, 설치, 오디오비주얼(audiovisual, 소리와 시각적인 요소를 모두 활용해 정보나 경험을 전달하는 예술 분야), 사운드(sound) 작업 등의 결과물을 선보이고 있다.
그러므로 전시실에 들어서면 처음에는 작가의 의도가 자연을 보여주고 싶은 것인지, 아니면 현대적인 미디어 예술 작품을 보여주고 싶은 것인지 혼란스러운 마음이 들면서 내가 지금 지구인지, 혹은 우주에 있는지 헷갈리게 만드는 착시감도 든다.

< 카자흐스탄 국립박물관 내 전시 회장 입구 - 출처: 통신원 촬영 >

< 전시 회장 전경 - 출처: 통신원 촬영 >
황선정 작가의 작품 세계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탄하무(Tanhamu)'라는 개념을 먼저 알아야 한다. 황선정 작가가 독창적으로 개발한 이 용어는 신체나 마음의 욕구를 의미하는 고대 산스크리트어 '탄하(Tanha)'와 '무(춤추다 무)'를 합성한 것으로, 이는 근 미래에 인간과 땅속 균사체가 자연 합성되어 만들어진 새로운 종이자 공생의 춤이라는 뜻을 갖고 있다. 황선정 작가는 일명 '탄하무 프로젝트'를 통해 다른 종과의 소통, 다름의 연결과 전환을 탐구한다. 더 나아가 지구의 변화 속에서 인류가 생존하기 위한 새로운 관계 맺기와 더불어 공생적인 삶에 대한 여정을 작품 속에 그려 나가고 있다. 특히 버섯이나 곰팡이와 같은 균류의 순환과 네트워크 시스템, 식물들이 뿌리에 있는 곰팡이를 통해 서로 신호를 전달하는 우드 와이드 웹(wood wide web) 시스템에서 이루어지는 공생 관계를 연구한다.

< 황선정 작가의 작품 '탄하무 센소탈리움' - 출처: 통신원 촬영 >
'탄하무 센소탈리움'은 진짜 살아있는 식물과 전자기기가 함께 어우러져 있는 작품으로, 살아있는 유기체와 사운드 시스템, 조각적인 요소가 하나의 생태적인 구성으로 융합되는 다감각적인 환경을 보여준다. 이 작품을 자세히 살펴보면, 그 중심에는 '탄하무 트로니카'라는 작가의 창작 악기가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암막 커튼으로 가려진 전시실에 들어서면 황 작가의 작품인 비디오 아트(viedo art)가 재생되고 있다. 황선정 작가의 세계관을 담은 비디오 작품이 연달아 상영되는 화면, 그리고 황선정 작가의 일명 '탄하무 샤먼' 형상의 춤을 보여주는 '미누이트 헤야'가 쉬지 않고 춤을 추고 있다. '미누이트 헤야'는 차진엽 안무가와 김해니 안무가와의 움직임 연구를 통해 개발한 존재로, 모션 캡처(motion capture, 사람이나 동물의 실제 움직임을 센서나 카메라를 통해 기록하고, 이를 3D 디지털 데이터로 변환하는 기술)를 통해 모델링하여 애니메이션화된 작품이다. 이 존재는 버섯과 닮은 인간의 형체를 하고 있는데, 이는 균류의 성장과 생태적인 교환을 연상시키는 나선형 안무를 구현하고 있다. '헤야'라는 단어의 연구에서 영감을 받아 탄생한 이 작품은 신진대사, 기억, 그리고 행성 순환의 리듬을 표현한다.

< 미디어 전시실에서 황선정 작가의 작품들을 관람하고 있는 시민들의 모습 - 출처: 통신원 촬영 >

< 황선정 작가의 작품 '미누이트 헤야' - 출처: 통신원 촬영 >
움직임, 춤, 시, 산문, 소리, 그리고 움직이는 이미지로 구성되어 있는 황 작가의 다감각적인 전시장 환경은 끊임없이 변화하는 흐름 속에서도 정지의 순간들을 선사한다. 정지되어있는 듯하나 움직이고 있고, 움직이는 듯하나 정지되어있는 듯 보이지만 소리는 끊임없이 흐르고 있으며 이미지도 조금씩 변화를 더해간다.
이 전시는 지구적인 인식 방식을 재구성하고자 하며, 기술과 삶, 인간과 환경 전반에서 인간과 비인간 존재가 어떻게 함께 느끼고, 변화되고, 또 하나가 될 수 있는지 생각하게 한다. 즉 매일 접하는 나무와 풀, 숲을 당연하고 보고 즐기며 살았던 평범한 일상에게 우주적인 시선과 감각을 느끼게 해주는 전시라고 말할 수 있겠다.
황선정 작가의 전시는 오는 5월 24일까지 열려 있으며 이 전시회는 카자흐스탄 공화국 국립 박물관과 주카자흐스탄 한국문화원이 공동으로 기획했다. 또한 이 전시회는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KOFICE)의 '케이 아츠 온더고(K-arts on the Go)' 지원을 받았으며, 미디어 아트 전시로서 LG전자의 기술 지원을 받았다.
그러므로 이번 전시는 문화 예술의 수요가 필요한 곳에 국제 교류 촉진을 위해서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이 후원 및 협력하는 '케이 아츠 온더고 프로젝트'가 카자흐스탄에 예술적 풍요로움을 더해준 의미 있는 전시회라 할 수 있겠다.
사진출처 및 참고자료
- 통신원 촬영
- 케이 아티스트(K-ARTIST) 홈페이지 중 황선정 작가 소개 화면,
https://k-artist.com/ko/Artist_Posts.php?tab_num=tab4&co_id=1758595874
- 주카자흐스탄 한국문화원,
https://kaz.korean-culture.org/ko/494/board/205/read/143452
-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KOFICE),
https://kofice.or.kr/www/conts/view.do?mnucd=157
* 본 공연은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케이-아츠 온더고(K-arts on the GO)>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참고 링크 : www.k-go.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