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이탈리아 토스카나(Toscana) 주의 소도시 폰테데라(Pontedera)에 새로운 피자 전문점(피자리아) '이 구엘피(I Guelfi)'가 개업했다. 현지 언론 《피사 투데이(Pisa Today)》에 따르면, 의원 알레산드로 푸치넬리(Alessandro Puccinelli)를 비롯한 시 행정부와 지역 비즈니스 연합(Confesercenti) 관계자가 개업식에 참석해 축사를 전하며 주목받았다. 이들은 새로운 피자 전문점의 탄생이 개인의 창업을 넘어 도심의 활력을 강화하고 지역 경제 구조에 신뢰를 더하는 부가 가치라고 강조했다. 동네 피자 가게의 개업이 지역 언론의 주요 뉴스로 다뤄지는 현상은 이탈리아인의 삶과 지역 공동체에서 피자 전문점이 지니는 의미를 보여준다.
이탈리아 사람들에게 피자가 갖는 일상적 위상을 한국 문화에 빗대어 설명하면 '라면'을 꼽을 수 있다. 소비 빈도나 일상에서의 접근성, 메뉴 선택의 편의성 측면에서 두 음식은 유사하다. "오늘 뭘 먹지?"라는 고민 끝에 가장 대중적이고 편하게 도달하는 메뉴라는 점에서 두 음식은 무척 닮아 있다. 학생부터 직장인, 노인에 이르기까지 전 연령층이 자주 소비한다는 점도 공통적이다. 가격 부담이 적고 주변에서 쉽게 찾을 수 있는 접근성 역시 공통분모이다.

< 이탈리아 베르가모(Bergamo)의 피자 전문점 - 출처: 통신원 촬영 >
그러나 두 음식을 소비하는 방식과 그 속에 담긴 사회적 맥락에는 차이가 있다. 한국에서 라면이 바쁜 일상 속 끼니를 해결하는 상징이거나, 늦은밤 출출함을 달래는 개인적이고 일상적인 음식으로 기능한다면, 이탈리아의 피자는 '공동체와 소통'을 위한 매개체 역할을 한다. 이탈리아인은 대개 저녁 시간에 피자 전문 식당(Pizzaria)을 찾는다. 일과를 마친 저녁 시간, 정찬을 차리거나 먹기에 부담스러울 때 이탈리아인은 "피자나 한 판 먹으러 가자(Andiamo a mangiare una pizza)"라고 말한다.
이때 피자는 단순한 식사를 넘어 주변 사람들과 단골 피자 가게에 모여 화덕에서 구운 피자를 나누며 교류하는 시간 전체를 뜻한다. 각자 선호하는 피자를 1인 1판씩 주문해 일상을 공유하는 모습은 이탈리아 저녁의 전형적인 풍경이다. 즉 피자는 지인들과 시간을 보내고 사회적 결속을 다지는 문화적 도구로 기능한다. 이탈리아 피자는 화려한 토핑을 얹는 미국식 피자와 달리, 반죽(도우) 본연의 맛과 신선한 핵심 재료의 조화를 추구한다. 대표적인 메뉴는 '마르게리타(Margherita)'이다. 토마토소스와 모차렐라 치즈, 바질 잎으로 구성된 이 피자는 이탈리아 국기를 상징하는 빨간색, 흰색, 초록색의 조화를 보여준다. 단순한 재료로 고유한 풍미와 화덕의 맛을 낼 수 있어 기본기를 평가하는 척도가 된다. 토마토소스와 마늘, 오레가노, 올리브오일을 얹어 치즈 없이 담백하게 제조하는 '마리나라(Marinara)' 역시 역사가 오래된 전통 피자이다.
이탈리아식 생햄인 프로슈토(Prosciutto), 버섯, 아티초크, 블랙 올리브를 구역별로 얹어 사계절을 상징하는 '콰트로 스타조니(Quattro Stagioni)'나, 모차렐라, 고르곤졸라, 리코타, 파르미지아노 등 네 가지 치즈의 풍미가 어우러지는 '콰트로 포르마지(Quattro Formaggi)'도 소비된다. 멸치 절임인 앤초비와 올리브를 활용한 '나폴레타나(Napoletana)' 역시 선호도가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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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슈토(생햄)가 올라간 피자 - 출처: 통신원 촬영>
이탈리아는 지역색이 강한 국가로, 음식 문화 역시 예외가 아니며 각 지방마다 고유한 피자 형태를 발전시켰다. 대표적인 예로 로마의 '핀사(Pinsa Romana)'가 있다. 고대 로마 시대의 조리법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핀사는 밀가루 외에도 콩가루와 쌀가루를 섞고 물을 다량 첨가해 최대 72시간 동안 저온 숙성한 반죽을 사용한다. 일반적인 피자의 형태인 둥근 모양이 아닌 타원형 모양이 특징이며, 겉은 바삭하고 속은 부드러워 소화가 용이하다는 장점으로 소비자의 선택을 받는다.
반면 피자의 성지라 불리는 남부 나폴리 피자는 장작 화덕에서 485°C 이상의 고온으로 1분~1분 30초 사이에 구워내며, 반죽 가장자리(코르니초네)가 공기층으로 부풀어 올라 쫄깃하고 부드러운 식감을 낸다. 이외에도 밀라노를 비롯한 북부 지역에서는 두툼한 반죽에 치즈를 얹어 사각형 틀에 구워내는 조각 피자인 '피자 알 탈리오(Pizza al taglio)'나 시칠리아의 '스핀치오네(Sfincione)' 등을 길거리에서 조각으로 판매한다. 튀긴 반죽 사이에 치즈와 고기를 넣은 '피자 프리타(Pizza fritta)'도 별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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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인 1판 피자는 기본이지만, 서로 피자 조각을 바꿔서 새로운 피자 한판을 만들어 내기도 한다 - 출처: 통신원 촬영 >
이탈리아인이 대화를 나눌 때 피자는 상대방을 파악하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새로운 사람과 교류할 때 이탈리아인은 "어떤 피자를 좋아하느냐(Che pizza ti piace?)"라는 질문을 자주 던진다. 이 질문은 한국에서 성격 유형 검사인 엠비티아이(MBTI)를 묻는 것과 유사한 맥락이다. 선택하는 피자의 종류를 통해 상대방의 성향, 성격, 출신 배경 등을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마르게리타를 선택하는 사람은 대체로 전통을 존중하고 기본에 충실하며, 삶의 복잡함보다는 단순함과 명확함을 선호하는 성향으로 평가받는다. 치즈가 포함되지 않은 마리나라를 선호하는 이는 재료 본연의 맛을 추구하거나 주관이 뚜렷한 성향으로 해석된다. 다양한 토핑이나 매콤한 살라미를 얹은 피자를 고르는 사람은 외향적인 성격으로, 로마식 핀사를 찾는 이에게서는 유행과 건강을 중시하는 성향으로 분석된다. 고르곤졸라와 꿀의 조합이나 지역 식재료가 올라간 피자를 주문하는 이는 개성이 뚜렷하고 독자적인 취향을 가진 사람으로 분류된다.
이처럼 피자는 이탈리아인에게 단순한 한 끼 식사를 넘어 삶을 공유하고 자신을 표현하는 문화적 언어이다. 폰테데라(Pontedera)에 개업한 '이 구엘피'의 화덕 불꽃이 지역 주민들의 관심을 모으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탈리아 전역의 피자 전문점에서는 화덕의 온기만큼이나 뜨거운 이탈리아 사람들의 인생 이야기가 피자 한 판을 사이에 두고 맛있게 구워지고 있을 것이다.
참고자료
《피사 투데이(Pisa Today)》 (2026. 05. 27.). 'Un nuovo locale a Pontedera: taglio del nastro per il ristorante pizzeria 'I Guelfi’
,https://www.pisatoday.it/social/ristorante-pizzeria-i-guelfi-pontedera.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