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연상호 감독의 좀비 영화 <군체(Colony)>가 말레이시아에서 극장가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말레이시아 역대 한국 영화 흥행 순위 1·2위를 기록한 <부산행(Train to Busan)>과 <반도(Peninsula)>에 이어 <군체>까지 흥행에 성공하면서, 말레이시아 내 한국 영화 흥행 순위 1~3위를 모두 연상호 감독의 작품이 차지하는 이례적인 기록을 세우고 있다.
지난 5월 22일, 동남아시아 국가 가운데 가장 먼저 말레이시아에서 개봉한 <군체>는 이후 폭발적인 반응을 이어가고 있다. 말레이시아 최대 영화관 프랜차이즈인 골든 스크린 시네마(Golden Screen Cinemas)에 따르면 <군체>는 개봉 첫날에만 박스오피스 수익 140만 링깃(약 5억 3,000만 원)을 기록했다. 이후 흥행세가 이어지면서 개봉 약 2주 뒤인 6월 3일 기준 누적 수익은 2,098만 링깃(약 81억 원)을 돌파했다.

< 말레이시아에 감사 인사를 전하는 ‘군체’ 연상호 감독과 배우들 – 출처: GSC 틱톡(TikTok) 계정(@gscinemas) >
<군체>는 2026년 말레이시아에서 개봉한 전체 영화 가운데 가장 높은 흥행 수익을 기록한 작품으로 올라섰으며, 역대 한국 영화 박스오피스 1위 기록도 새로 썼다. 6월 6일 골든 스크린 시네마는 공식 소셜미디어를 통해 “<군체>가 말레이시아 역대 한국 영화 최고 흥행 기록을 세웠으며, 현재 2026년 말레이시아 전체 개봉작 가운데 가장 높은 흥행 수익을 기록한 영화가 됐다”며 “박스오피스 수익 2,380만 링깃(약 92억 원)을 돌파하며 감염 사태가 말레이시아 전역을 휩쓸고 있다”고 밝혔다.

< 2026년 말레이시아 최고 흥행작에 오른 ‘군체’ – 출처: GSC 인스타그램(Instagram) 계정(@gscinemas) >
<군체>의 흥행 열기가 이어지는 가운데 말레이시아 현지 언론들도 관련 소식을 비중 있게 다루며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말레이시아 중국계 언론 《말레이시아-차이나 인사이트(Malaysia-China Insight)》는 “말레이시아가 ‘군체’ 열기(‘Colony’ Fever)에 빠졌다”고 보도하며, 단기간에 대규모 관객을 동원한 흥행 성과에 주목했다. 말레이시아 대표 영문 일간지인 《말레이 메일(Malay Mail)》은 “좀비 영화 장르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기존 호러 영화와는 다른 경험을 선사한다”고 평가하며, 이를 “진화한 한국 좀비(K-Zombie) 영화”라고 소개했다. 또한 “일부 관객들은 좀비 영화를 진부한 장르로 여길 수 있지만, <군체>는 새로운 장르의 탄생을 알렸다”며 호평했다.
<군체>에 대한 뜨거운 반응은 소셜미디어에서도 확인된다. 현지 이용자들은 영화 속 장면을 패러디한 영상을 제작·공유하며 작품에 대한 관심을 드러내고 있다. 한 틱톡(TikTok) 사용자(@ilovemuachi)는 “말레이시아 가정판 <군체>”라는 제목으로 가족들과 함께 영화 장면을 재현한 영상을 올려 화제를 모았다. 또 다른 사용자(@onedearnanay)는 “친구와 별점 10점 만점에 100만 점짜리 <군체>를 보고 난 뒤”라는 제목의 영상에서 좀비처럼 몸을 떨고 울부짖는 모습을 연출해 웃음을 자아냈다. 이에 다른 이용자들은 “진짜 좀비 같다(@luang2011)”, “영화와 똑같다(@tojunwei)” 등의 댓글을 남기며 공감을 표했다.

< ‘군체’ 패러디 영상을 공유한 현지 관람객 – 출처: 말레이시아 틱톡 사용자 계정(@ilovemuachi) >

< 영화 속 좀비를 따라 하는 현지 관람객 – 출처: 말레이시아 틱톡 사용자 계정(@onedearnanay) >
이번 <군체>의 성공에는 현지 배급사의 독창적인 홍보 전략이 주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군체>를 배급한 현지 배급사 메가 필름스 디스트리뷰션(Mega Films Distributions)은 말레이시아 수도 쿠알라룸푸르에서 이색적인 홍보 행사를 진행했다. 해당 행사는 4면을 통유리로 제작한 대형 트럭 짐칸에 좀비 분장을 한 배우들을 태운 채 도심 곳곳을 순회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마치 좀비들이 실제로 도시를 배회하는 듯한 모습을 연출해 시민들의 시선을 사로잡았으며, 소셜미디어에서도 큰 화제를 모았다. 현지 이용자들은 “쿠알라룸푸르에 나타난 좀비들이 두렵다(@nothudabeauty7)”, “대단한 마케팅이다. 당장 영화 보러 가야겠다(@missaishah11)”, “창의적인 마케팅이 정말 마음에 든다(@marsaandari)” 등의 반응을 남기며 높은 관심을 보였다. 이처럼 오프라인 홍보와 온라인 입소문이 맞물리면서 <군체>는 개봉 초기부터 대중의 관심을 끌어모으는 데 성공했다.

< 말레이시아 메가 필름스 디스트리뷰션의 ‘군체’ 홍보 차량 – 출처: MFD 인스타그램 계정(@megafdmy) >
또한 기존 좀비 영화와 차별화된 서사와 메시지 역시 <군체>의 흥행 요인으로 꼽힌다. 말레이시아 유력 경제매체 《비즈니스 투데이(Business Today)》는 “봉쇄된 고층 건물을 배경으로 예측할 수 없는 사건들이 펼쳐진다”며 “마치 숨이 막힐 듯한 긴장감을 선사했으며, <부산행>보다도 더욱 긴장감 넘쳤다”고 평가했다. 《말레이 메일(Malay Mail)》은 연상호 감독과의 인터뷰를 인용해 <군체>를 단순한 좀비 영화가 아닌 현대 사회에 대한 우화로 해석했다. 연상호 감독은 작품이 “개성, 집단성, 인간성에 대해 고민하게 만드는 이야기”라며 “정보가 무서운 속도로 확산되는 시대에 집단 의식만 남고 개인의 개성은 점차 사라지고 있다”는 문제의식을 담았다고 설명했다. 이에 《말레이 메일》은 <군체>를 “AI 시대의 괴담(Horror Story About the AI Era)”으로 분석하기도 했다.

< 영화 '군체' 포스터 - 출처: 통신원 촬영 >
이처럼 <군체>는 기존 좀비 영화의 공식을 벗어나 새로운 장르적 가능성을 제시하는 동시에 현대 사회를 향한 의미 있는 질문을 던진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높은 긴장감과 사실적인 좀비 연기, 공포 연출에 더해 AI와 집단 의식, 개성, 인간성과 같은 동시대적 주제를 담아내며 관객들에게 깊은 고민과 여운을 남기고 있다는 평가다. 2016년 말레이시아에서 큰 사랑을 받았던 <부산행> 역시 단순한 시각적 효과나 액션 때문만이 아니라 가족애와 희생, 공동체 의식 등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인간적 서사를 담아내며 호평을 받았다. 실제로 지난 5월 23일 보도된 《비즈니스 투데이(Business Today)》는 <군체>를 높이 평가하면서도 “<부산행>만큼 감정적인 여운을 남기지는 않았다”고 비교했다. 이는 한국 좀비 영화가 단순한 오락용 공포 영화를 넘어 사회와 인간을 성찰하는 작품으로 받아들여져 왔음을 보여준다.
<군체>는 <부산행>과는 또 다른 방식으로 동시대의 문제를 조명한다. 디지털 기술의 발전, 집단 의식의 확산, 개성의 상실과 같은 현대 사회의 고민을 전면에 내세우며 모두가 같은 것을 바라보고 같은 방식으로 생각하게 되는 사회에 대한 질문을 좀비 장르를 통해 풀어낸다. 이러한 문제의식은 과거 <부산행>에서 가족애와 인간성에 공감했던 말레이시아 관객들에게 또 다른 차원의 공감을 이끌어내고 있다. 결국 <군체>의 성공은 연상호 감독의 명성이나 말레이시아 관객의 공포·액션 장르 선호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 장르적 재미와 긴장감에 더해 현대 사회를 향한 문제의식과 보편적 공감대를 담아냈다는 점이 말레이시아 흥행의 중요한 배경으로 작용한 것으로 평가된다.
사진 출처 및 참고자료
- 통신원 촬영
- 《말레이 메일(Malay Mail)》 (2026.06.03). South Korean zombie thriller ‘Colony’ storms past RM20m in Malaysia, director Yeon Sang-ho and cast thank local fans (VIDEO), https://buly.kr/2qaiu3k
- 《말레이시아-차이나 인사이트(Malaysia-China Insight)》 (2026.05.24). Malaysia Catches ‘Colony’ Fever as Yeon Sang-ho’s Zombie Thriller Tears Past RM3.3m in Three Days, https://buly.kr/3jAVo8m
- 《비즈니스 투데이(Business Today)》 (2026.05.23). Is ‘Colony’ Actually Better Than ‘Train To Busan’?, https://buly.kr/CM1ds7N
- 《말레이 메일(Malay Mail)》 (2026. 5. 16). ‘Train to Busan’ director Yeon Sang-ho returns with AI-era zombie horror ‘Colony’ — Malaysia gets SE Asia’s first release (VIDEO), https://buly.kr/HHerKxl
- 《스크린 데일리(Screen Daily)》 (2020.07.27). Yeon Sang-ho’s ‘Peninsula’ tops box office in seven territories, https://buly.kr/5q9bZwB
- 《말레이 메일(Malay Mail)》 (2016.10.08). With RM21m, ‘Train to Busan’ is highest grossing S. Korean film in Malaysia ever, https://buly.kr/7FTfQT5
- 골든 스크린 시네마(Golden Screen Cinemas) 인스타그램(Instagram) 계정(@gscinemas), https://www.instagram.com/gscinemas/
- 메가 필름스 디스트리뷰션(Mega Films Distributions) 인스타그램(Instagram) 계정(@megafdmy), https://www.instagram.com/megafdmy
- 골든 스크린 시네마(Golden Screen Cinemas) 틱톡(TikTok) 계정(@gscinemas), https://www.tiktok.com/@gscinema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