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베트남에서 한국 문화에 대한 관심이 대중문화를 넘어 출판과 학문 영역으로까지 확장되고 있다. 케이팝과 드라마를 통해 형성된 한류가 이제는 한국 사회와 한국인의 사고방식, 생활문화를 이해하려는 흐름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변화를 보여주는 책이 최근 베트남에서 출간됐다. 『+82 한국: 한국 문화와 한국인 심리 82가지 비밀』은 한국인에게는 익숙하지만 외국인에게는 낯설게 느껴질 수 있는 행동 양식과 사회적 코드를 82개의 주제로 풀어낸 교양서다.

< (좌) 베트남 서점에 진열된 『+82 한국: 한국 문화와 한국인 심리 82가지 비밀』, (우) 저자 응우옌 티 투 번(Nguyen Thi Thu Van) 박사 - 출처: 통신원 촬영 >
저자 응우옌 티 투 번(Nguyen Thi Thu Van) 박사는 하노이외국어대학교 통번역학과 교수이자 한국 문학 작품 약 20편을 베트남어로 번역한 번역가다. 그는 20년 이상의 한국인 교류 경험과 14년간의 한국학 연구를 바탕으로 직장 문화와 교육열, 소비 심리, 가족관계 등 한국 사회의 다양한 모습을 문화인류학적 시각에서 분석했다.
이 책은 한국어와 베트남어를 함께 수록한 이중언어 형식으로 출간됐다. 주요 독자층은 한국어를 전공하는 학생을 비롯해 한국 기업에 근무하는 직장인, 한국 유학을 준비하거나 경험한 사람들, 한국인 배우자와 가정을 이룬 한·베 다문화 가정 등이다. 이는 한국 문화에 대한 관심이 대중문화 소비를 넘어 교육과 진로, 직업, 가족생활 등 실생활 영역으로 확대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한편 이 책은 베트남 독자만을 위한 안내서에 머물지 않는다. 한국 독자들 역시 외부인의 시선으로 바라본 한국 사회와 문화의 모습을 접할 수 있도록 구성됐다. 한국인에게는 익숙한 행동양식과 가치관이 외국인에게는 어떻게 비쳐지는지를 살펴볼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저자와 독자를 직접 만나 책에 담긴 이야기와 한국을 바라보는 베트남인들의 시선을 들어봤다.
I. 저자 인터뷰 - 응우옌 티 투 번(Nguyen Thi Thu Van) 박사

< 저자 응우옌 티 투 번(Nguyen Thi Thu Van) 박사 - 출처: 통신원 촬영 >
1. 『+82 한국: 한국 문화와 한국인 심리 82가지 비밀』을 집필하게 된 가장 큰 계기는 무엇인가요? 또한 기존의 한국 문화 소개서와 비교했을 때 이 책만의 차별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는지 궁금합니다.
저는 2004년부터 한국어를 배우기 시작해 지난 20여 년 동안 한국의 언어와 문화, 그리고 사람들과 깊은 인연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한국에서 공부하고 연구하며 생활한 경험과 베트남에서 14년 이상 한국어와 한국문화를 가르쳐 온 과정에서 다양한 배경의 한국인들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한국에서 공부하거나 생활하는 베트남인, 한국 기업에서 근무하는 직장인, 한국인과 결혼한 베트남 여성들, 그리고 한국 문화에 관심을 가진 베트남인들이 한국인의 사고방식과 행동양식, 문화적 가치관을 이해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경우를 자주 접했습니다.
이 책의 가장 큰 차별점은 단순히 겉으로 드러나는 문화 현상을 소개하는 데 그치지 않고, 문화인류학적 관점에서 그러한 현상 이면에 있는 심리와 문화적 배경을 설명하려 했다는 점입니다. 저는 독자들이 한국 사회의 독특한 문화와 한국인의 심리적 특성을 아는 데서 나아가, 왜 한국인들이 그렇게 생각하고 행동하는지를 이해하기를 바랐습니다. 이 책은 개인적인 경험과 오랜 연구, 교육 활동이 만나 탄생한 결과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또한 독자들이 한국을 보다 입체적이고 균형 있게 이해할 수 있도록 객관적이고 다각적인 시각을 유지하고자 노력했습니다.
아울러 이 책은 베트남어와 한국어를 함께 수록한 이중언어 형식으로 출간됐습니다. 한국 문화와 사람들에 대한 흥미로운 이야기를 전달하는 동시에, 한국어를 전공하는 대학생과 학습자들, 특히 번역·통역을 공부하는 학생들에게 유용한 참고자료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았습니다. 또한 한국 독자들 역시 이 책을 통해 외국인의 시선으로 한국 사회와 문화를 바라볼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물속에 사는 물고기가 물의 존재를 의식하지 못하듯, 사람들 역시 자신에게 너무 익숙한 문화적 특징은 쉽게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 책이 베트남 독자들에게는 한국을 이해하는 하나의 다리가 되고, 한국 독자들에게는 자신의 사회와 문화를 새로운 시각에서 돌아볼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2. 책 제목에 국가번호인 ‘+82’를 사용하신 특별한 의미는 무엇인가요? 독자들에게 어떤 ‘진짜 한국’을 보여주고 싶으셨는지 말씀 부탁드립니다.
처음에는 100개의 주제를 다루는 책을 구상했고, 제목 역시 숫자 100과 관련된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원고를 정리하고 편집하는 과정에서 내용을 보다 압축적으로 구성하기로 하면서 최종적으로 82개의 주제를 담게 됐습니다. 한국인과 함께 공부하거나 일해 본 사람들, 혹은 한국 사회에서 생활해 본 사람들에게 +82는 매우 익숙한 한국의 국가번호입니다. 저는 이 책의 82가지 이야기가 하나의 ‘연결선’이 돼 베트남 독자들을 한국의 문화와 사람들에게 더 가까이 이끌어 주기를 바랐습니다.
제가 소개하고자 하는 것은 케이팝이나 드라마, 혹은 경제적 성취를 통해 알려진 한국만이 아닙니다. 저는 독자들이 보다 입체적이고 진솔한 한국의 모습을 만나기를 바랐습니다. 성공과 발전뿐 아니라 그 이면에 존재하는 압박과 고민, 전통적 가치와 사회적 갈등, 그리고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다양한 내면까지 함께 살펴볼 수 있기를 희망했습니다.
3. 14년 이상 한국어 교육과 한국학 연구를 해오시면서 베트남 사람들이 한국을 가장 많이 오해하는 부분은 무엇이라고 느끼셨나요? 이 책은 그러한 오해를 어떻게 풀어주고 있나요?
제 생각에 가장 흔한 오해 중 하나는 많은 베트남인들이 한국을 드라마와 음악, 그리고 대중매체를 통해 주로 접한다는 점입니다. 물론 이러한 콘텐츠는 한국 사회의 중요한 한 부분을 보여주지만, 한국 사회와 사람들의 다양한 모습까지 모두 담아내기는 어렵습니다. 실제로 한국 역시 다른 나라들과 마찬가지로 눈부신 성과와 함께 다양한 사회적 과제와 고민을 안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빨리빨리 문화’는 한국 사회를 설명하는 대표적인 특징으로 자주 언급됩니다. 일부에서는 이를 한국인들이 항상 서두르고 여유가 부족한 모습으로 이해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이러한 문화는 급속한 산업화와 경제 성장을 경험한 역사적 배경 속에서 형성된 것으로, 제한된 시간 안에 효율적으로 성과를 내야 했던 사회적 조건과 깊은 관련이 있습니다. 동시에 높은 생산성과 빠른 의사결정, 경제 발전을 이끈 원동력으로 작용한 측면도 있습니다.
저는 이 책에 담긴 82개의 주제를 통해 다양한 사회·문화 현상의 역사적·사회적·문화적 배경을 설명하고자 했습니다. 독자들이 현상을 단순히 표면적으로 바라보는 데 그치지 않고 그 형성 과정과 배경까지 이해할 수 있기를 바랐습니다. 문화의 근원을 이해하게 되면 문화적 차이에 대해서도 보다 열린 시각과 공감의 태도를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4. 최근 케이팝과 드라마를 통해 한국에 관심을 갖는 해외 독자들이 많아졌습니다. 콘텐츠 속 한국과 실제 한국 사회 사이에는 어떤 차이가 있으며, 베트남 사람들이 꼭 이해해야 할 한국인의 특징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케이팝과 드라마는 한국의 이미지를 세계에 알리는 데 매우 큰 역할을 해 왔습니다. 하지만 다른 대중문화 콘텐츠와 마찬가지로 특정한 측면을 중심으로 구성되기 때문에 한국 사회 전체를 온전히 보여주기는 어렵습니다. 실제 한국 사회에는 외국인들이 직접 생활하거나 일하면서 비로소 체감할 수 있는 다양한 모습들이 존재합니다. 한국은 매우 역동적이고 빠르게 변화하는 사회로, 많은 기회가 있는 동시에 그에 따른 도전과 압박도 함께 존재합니다. 제가 생각하기에 한국인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강한 노력 정신과 성취 지향적 태도를 이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동시에 공동체 의식과 사람 사이의 정, 가족과 친구, 사회적 관계를 소중히 여기는 가치관 역시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한국인들은 처음에는 다소 원칙적이거나 거리감 있게 느껴질 수 있지만, 신뢰가 형성되면 진심 어린 태도와 따뜻함을 보여주는 경우가 많습니다.
5. 책에서는 교육, 직장 문화, 가족관계, 소비문화 등 82개의 다양한 주제를 다루고 있습니다. 집필 과정에서 가장 흥미롭거나 인상 깊었던 주제는 무엇이었으며, 그 이유는 무엇인가요?
흥미로운 주제는 많았지만, 그중에서도 ‘정(情)’, ‘한(恨)’, ‘흥(興)’과 관련된 내용이 가장 인상 깊었습니다. 저는 이 세 가지가 한국인의 심리와 문화적 삶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개념이라고 생각합니다. ‘정’은 사람과 사람 사이의 유대감과 애정을 의미하고, ‘한’은 한국인의 역사적·집단적 경험 속에서 형성된 깊은 감정을 보여 줍니다. 반면 ‘흥’은 한국 문화 특유의 활력과 긍정적인 에너지, 생동감을 나타냅니다. 책을 집필하고 연구하는 과정에서 저는 이 세 가지 요소가 일상생활과 사회적 관계뿐 아니라 문학과 예술, 대중문화 등 다양한 영역에 깊이 스며들어 있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독자들이 이러한 개념들을 이해함으로써 한국인의 사고방식과 감정, 그리고 행동 양식을 보다 깊이 이해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6. 한국 기업 취업이나 한국 유학을 준비하는 베트남 독자들에게 이 책이 어떤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특히 현지인들이 미리 알아두면 좋은 한국 문화가 있다면 소개 부탁드립니다.
저는 이 책이 한국 유학이나 취업을 준비하는 분들이 앞으로 마주하게 될 문화적 환경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 한국어를 배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문화를 이해하지 못하면 의사소통과 적응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을 수 있습니다. 이 책에는 학교문화와 기업문화, 인간관계 형성 방식, 그리고 한국 사회에서 흔히 경험하는 기대와 압박 등에 관한 다양한 사례가 담겨 있습니다.
특히 저는 ‘눈치 문화’를 미리 이해해 두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눈치는 주변 사람들의 감정과 분위기, 반응을 살피고 그에 맞게 행동하는 능력을 의미하며, 한국 사회에서 중요한 의사소통 방식 가운데 하나입니다. 또한 공동체 의식과 집단에 대한 책임감, 연장자와 위계를 존중하는 문화에 대한 이해도 필요합니다. 이러한 요소들은 한국인들이 소통하고 협력하며 관계를 형성하는 방식에 깊은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7. 박사님께서는 언어 학습과 문화 이해가 함께 가야 한다고 강조하고 계십니다. 한국어를 잘한다는 것과 한국 문화를 이해한다는 것은 어떤 관계가 있다고 보시며, 저자님이 생각하는 ‘진정한 언어 학습’의 의미는 무엇인가요?
저는 항상 언어와 문화는 결코 분리될 수 없는 관계라고 생각합니다. 많은 어휘와 문법을 익힌다고 하더라도 문화적 맥락을 이해하지 못한다면 자연스럽고 효과적인 의사소통은 쉽지 않습니다. 언어는 단순히 정보를 전달하는 도구가 아니라 한 공동체의 사고방식과 가치관, 세계관을 반영하는 매개체이기 때문입니다. 문화를 이해하게 되면 왜 원어민들이 특정한 표현을 사용하는지, 왜 같은 상황에서도 서로 다른 방식으로 반응하는지를 보다 깊이 이해할 수 있습니다. 저에게 외국어 학습이란 단순히 정확하게 말하는 법을 배우는 것이 아니라, 그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들을 이해하는 법을 배우는 과정입니다. 그것이야말로 언어 학습의 가장 깊은 의미라고 생각합니다.
8. 마지막으로 한국어를 공부하고 한국 문화를 사랑하는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부탁드립니다.
한국어와 한국 문화를 사랑하는 베트남의 젊은 세대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는 사실을 매우 기쁘게 생각합니다. 여러분이 앞으로도 호기심과 열린 마음, 그리고 끊임없이 배우려는 자세로 그 열정을 이어가기를 바랍니다. 또한 영화나 드라마 같은 대중문화 콘텐츠뿐 아니라 한국의 역사와 사회, 문학, 그리고 사람들의 일상적인 이야기를 통해서도 한국을 탐구해 보기를 권하고 싶습니다. 저는 연구와 교육 활동을 이어 오면서 '이해'가 모든 문화적 연결의 출발점이라는 확신을 갖게 됐습니다. 진정한 이해는 편견을 넘어 서로를 있는 그대로 바라보게 하고, 다른 문화와 사람을 향한 공감의 문을 열어 줍니다. 만약 『+82 한국』이 베트남 독자들과 한국의 문화와 사람들 사이에 작은 이해의 다리를 놓는 데 기여할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제게는 큰 기쁨이 될 것입니다.
II. 독자 인터뷰 1 — 호앙 쑤언 뚱(Hoang Xuan Tung) / 코트라(KOTRA) 하노이무역관 근무

< 독자 호앙 쑤언 뚱(Hoang Xuan Tung) - 출처: 통신원 촬영 >
1. 한국 문화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있나요?
처음엔 자연스러운 흐름이었습니다. 초등학교 5학년 무렵 베트남에서 한류가 본격적으로 확산되면서 티아라(T-ARA) 음악과 드라마 <꽃보다 남자>를 접했고, 그때부터 한국 문화에 좋은 인상을 갖게 됐습니다. 이후 블랙핑크(BLACKPINK)가 데뷔하면서 관심이 더욱 커졌지만, 당시에는 주로 대중문화에 대한 관심에 머물러 있었습니다.
진정한 전환점은 코로나19 팬데믹 시기였습니다. 거리두기로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우연히 한국어를 배우기 시작했는데, 언어를 익힐수록 그 안에 담긴 문화와 사회적 가치에 더욱 흥미를 느끼게 됐습니다. 그때부터 한국에 대한 관심이 드라마와 음악을 넘어 한국인의 삶과 사회 전반으로 확장됐습니다.
2. 이 책을 읽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저자인 응우옌 티 투 번 교수님 때문이었습니다. 예전에 교수님을 인터뷰할 기회가 있었는데, 당시 조창인의 『가시고기』를 비롯한 여러 한국 문학 작품을 번역한 번역가로 소개됐습니다. 한국어 교육과 번역, 문화 교류 활동을 통해 한국과 베트남을 잇는 가교 역할을 해온 분이어서 평소 깊은 존경심을 갖고 있었습니다. 결정적으로 이 책에 관심을 갖게 된 이유는 따로 있었습니다. 5년 동안 한국어를 배우고 한국과 인연을 이어오면서도 여전히 설명하기 어려운 궁금증들이 남아 있었는데, 이 책이 그 의문을 풀어줄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3. 책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내용은 무엇인가요?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4장 직업 & 직장 문화', 그중에서도 위계질서와 조직문화에 관한 내용이었습니다. 저는 지난 5월부터 코트라(KOTRA) 하노이무역관에서 한국인 동료들과 함께 근무하고 있는데, 처음에는 한국의 조직문화를 이해하는 데 적지 않은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업무 규정뿐 아니라 조직 내에서 자연스럽게 형성된 관행과 소통 방식이 낯설게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시각이 달라졌습니다. 한국의 위계문화가 단순히 권위를 강조하는 체계가 아니라, 각자의 역할과 책임을 분명히 하고 조직 내 협업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 형성된 문화적 특성을 지니고 있다는 점을 이해하게 됐습니다. 이후에는 선배들의 조언에 더욱 귀를 기울이고, 주변 상황과 분위기를 세심하게 살피며 소통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변화는 한국인 동료들과 함께 일하는 방식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됐습니다.
4. 책을 읽은 후 한국에 대한 시각이 달라진 게 있나요?
예전에는 한국 직장인들이 다소 획일적이고 유연성이 부족하다는 인상을 갖고 있었습니다. 엄격한 규칙과 위계를 중시하는 모습이 다소 경직돼 보였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며 그러한 행동양식이 형성된 역사적·사회적 배경을 이해하게 되면서 시각이 달라졌습니다. 제가 '경직됨'으로 받아들였던 모습이 사실은 강한 책임감과 업무 윤리, 조직에 대한 헌신의 표현일 수 있다는 점을 알게 됐습니다. 이 책은 제가 갖고 있던 선입견을 내려놓고 한국 문화를 그 사회의 역사와 가치관이라는 맥락 속에서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습니다.
III. 독자 인터뷰 2 — 응우옌 란아잉(Nguyen Lan Anh) / 한·베 이중언어 MC·통역사, 박닌 거주

< 독자 응우옌 란아잉(Nguyen Lan Anh) - 출처: 본인 제공 >
1. 한국 문화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있나요?
결혼 전부터 드라마와 음악 등 한류 콘텐츠를 통해 한국에 관심을 갖고 있었습니다. 이후 한국인 남편을 만나 연애하고 결혼하면서 한국 문화를 직접 접할 기회가 훨씬 많아졌습니다. 지금은 한·베 이중언어 MC이자 통역사로 활동하고 있으며, 두 문화를 함께 경험하는 가정의 구성원으로서 한국 사회와 문화를 더욱 깊이 이해하기 위해 꾸준히 배우고 있습니다.
2. 이 책을 읽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일과 삶 두 측면에서 모두 필요성을 느꼈기 때문입니다. MC와 통역사로 활동하면서 한국인들과 소통할 기회가 많았고, 한국인 남편과 함께 가정을 이루며 한국 사회와 문화를 더 깊이 이해해야 한다는 생각을 늘 해왔습니다. 이 책은 한국 문화의 겉모습만이 아니라 그 배경과 형성 과정을 함께 설명해 준다는 점에서 관심이 갔습니다. 특히 앞으로 두 아이가 한국과 베트남, 두 문화 속에서 성장해 나갈 것을 생각하면 이 책의 내용이 더욱 의미 있게 다가왔습니다.
3. 책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내용은 무엇인가요?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69번 주제인 '한국 사람들은 왜 "밥 사 줄게요"라고 말할까?'였습니다. 이 부분을 읽는 순간 자연스럽게 남편이 떠올랐습니다. 연애할 때부터 남편은 늘 제가 배고프지 않은지 먼저 챙겼고, 결혼한 지금도 직접 요리를 해주며 제가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는 것이 행복하다고 말합니다. 그동안은 이를 단순한 다정함이나 배려의 표현으로만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책을 읽고 나서는 '밥 사 줄게', '밥 만들어 줄게'라는 말 속에 한국인 특유의 정과 책임감, 애정 표현 방식이 담겨 있다는 점을 이해하게 됐습니다.
솔직히 책을 읽고 난 뒤에는 '사랑해'라는 말보다 '밥 사 줄게'라는 말이 더 따뜻하고 로맨틱하게 느껴졌습니다. (웃음)
4. 책을 읽은 후 한국에 대한 시각이 달라진 게 있나요?
한국에 대한 시각이 달라졌다기보다 오히려 남편을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졌습니다. 서로 다른 문화에서 자라다 보니 결혼 생활을 하면서 이해하기 어려운 순간들이 종종 있었습니다. '왜 저렇게 생각할까?', '왜 저렇게 행동할까?' 하는 의문이 들 때마다 답답함을 느끼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한국인의 사고방식과 행동에 담긴 문화적·사회적 배경을 이해하게 됐고, 덕분에 남편을 훨씬 너그럽고 폭넓게 바라볼 수 있게 됐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한국인 친구들에게 책 내용을 이야기하면 "우리도 그런 이유까지는 생각해 본 적이 없는데요?"라는 반응이 돌아온다는 것입니다. 외국인에게는 한국 사회를 깊이 이해하는 계기를 제공하고, 한국인에게는 자신의 문화를 새로운 시각에서 돌아보게 한다는 점이 이 책의 가장 큰 매력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진출처 및 참고자료
- 통신원 촬영
- 인터뷰이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