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31일부터 6월 14일까지 베이징 차오양구 봉황회(凤凰汇)에서 케이팝 그룹 에스파(aespa)의 정규 2집 ≪레모네이드(LEMONADE)≫의 팝업이 진행됐다. 중국 큐큐뮤직(QQ뮤직)과 함께 마련된 이번 행사는 멀리서도 눈에 띄는 형광 구조물이 사람들의 시선을 끌었다. 검은 배경 위에 노란색 형광 색상으로 그려진 도시 이미지와 대형 로고, 곳곳에 배치된 에스파의 비주얼이 지나가는 이들의 발걸음을 자연스럽게 멈추게 했다.

< 봉황회 외부에 설치된 에스파 '레모네이드(LEMONADE)' 메인 포스터 - 출처: 통신원 촬영 >
현장 분위기는 생각보다 더 활기찼다. 팬들만 찾는 행사라기보다, 주말 쇼핑을 나온 시민들과 팬들이 자연스럽게 뒤섞이는 모습에 가까웠다. 외부 광장에는 앨범 로고가 크게 들어간 바닥 그래픽과 대형 포토월이 설치돼 있었고, 방문객들은 차례로 사진을 찍거나 짧은 영상을 남기고 있었다. 몇몇은 준비해 온 응원 소품을 꺼내 들었고, 몇몇은 그냥 지나가다가 호기심에 발길을 멈췄다. 베이징 중심 상권 한복판에서 케이팝이 이런 모습으로 도시 풍경 속에 들어와 있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 방문객들이 사진을 남기던 외부 포토 존 - 출처 :통신원 촬영 >
중국 팬들 사이에서는 이런 대형 오프라인 프로젝트를 두고 '통러우(痛楼)'라는 표현을 쓰기도 한다. 건물이나 특정 공간 등 대형 공간을 아티스트 이미지로 꾸미는 팬덤 문화를 뜻하는 말인데, 최근 베이징과 상하이의 주요 상권에서 자주 보이는 방식이기도 하다. 공연이나 방송 활동과는 다른 결로, 팝업과 전시, 브랜드 협업 같은 오프라인 접점이 중국 내 한류 소비의 중요한 장면으로 자리 잡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실내 공간으로 들어가면 멤버별 이미지를 활용한 전시가 이어진다. 곡면 구조물에는 대형 사진이 부착돼 있었고, 안쪽에는 세로형 배너가 일정한 간격으로 놓여 있었다. 팬들은 각자 좋아하는 멤버 앞에서 사진을 찍고, 같은 자세를 따라 하거나 구도를 맞춰 촬영했다. 현장에서 찍은 사진과 영상은 곧바로 샤오홍슈(小红书), 웨이보(微博), 더우인(抖音)으로 올라가고 있었다. 실제로 오프라인 현장과 소셜미디어(SNS) 확산이 거의 동시에 이뤄지는 모습이었다.
1

< 멤버별 이미지를 활용한 실내 전시 구역 - 출처: 통신원 촬영 >
이번 팝업은 에스파가 보여온 미래적이고 강렬한 이미지를 유지하면서도, 여름 시즌에 맞는 조금 더 밝은 분위기를 함께 담아낸 점이 눈에 띄었다. 기존의 차갑고 날카로운 인상만 강조하기보다, 보다 가볍고 시원하게 접근할 수 있도록 공간 전체를 구성한 느낌이었다. 그래서인지 현장에서는 열성팬뿐 아니라 일반 방문객들도 비교적 편하게 공간을 둘러보고 사진을 남기고 있었다.

< 양쪽 벽을 가득 채운 몰입형 디지털 스크린 전시 복도- 출처:통신원 촬영 >
최근 중국 내 케이팝 오프라인 마케팅은 공연 중심에서 체험형 공간 조성으로 조금씩 무게가 옮겨가는 분위기다. 특히 팝업 스토어와 전시형 이벤트는 팬들이 직접 방문해 사진을 찍고 온라인에 다시 확산시키는 구조를 만들기 쉽다는 점에서 활용도가 높다. 이번 에스파 '레모네이드(LEMONADE)' 팝업 역시 음악, 이미지, 공간 경험이 자연스럽게 연결된 사례로 보였다. 베이징 봉황회 한복판에 마련된 이번 팝업은 단순한 앨범 홍보를 넘어, 중국에서 한류가 어떤 방식으로 일상 공간 속에 스며들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현장이었다. 음악을 듣는 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공간을 찾고 사진을 남기고 온라인에서 다시 공유하는 흐름 속에서 한류는 여전히 새로운 방식으로 소비되고 있었다.
사진촬영 및 참고자료
- 통신원 촬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