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접 케이팝에 맞춰서 춤을 추니까 너무 재미있어요. 게임 점수가 실시간으로 기록되네요!"
지난 6월 5일부터 7일까지 두바이 월드 트레이드 센터(DWTC)는 게임 팬들의 열기로 가득 찼다. 중동 최대 규모의 게임 축제인 '게임엑스포(GameExpo) 2026'이 전시장 5~8홀에서 사흘간 개최된 것이다. 행사장 입구에서부터 코스프레 의상을 차려입은 젊은이들과 가족 단위 관람객들이 길게 줄을 섰고, 행사장 내부는 LED 조명과 기계식 키보드 소리, e스포츠 중계 함성이 어우러지며 축제 분위기로 가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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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바이 월드 트레이드 센터에서 열린 '게임엑스포 2026' 행사장 전경 - 출처: 통신원 촬영 >
게임엑스포는 두바이 경제관광부(DET) 산하 두바이 페스티벌·리테일 기구(DFRE)가 주최하는 '두바이 e스포츠·게임 페스티벌(DEF) 2026'의 핵심 행사다. 올해 DEF는 5월 22일부터 6월 7일까지 17일간 두바이 전역에서 진행됐으며, 게임엑스포는 그 대미를 장식하는 대표 행사로 열렸다. 지난해 페스티벌에 4만 5,000명 이상이 방문한 데 이어 올해는 역대 최대 규모로 열렸다. 300개 이상의 체험형 게임 콘텐츠와 100대 이상의 게임 기기가 10개 이상의 테마존에 배치됐고, 통신사 두(du)가 메인 후원사로, 아마존과 두바이 문화청 등이 파트너로 참여했다.
올해 신설된 존 가운데 가장 눈에 띈 것은 일본 애니메이션과 팝컬처를 테마로 한 '네오 도쿄 디스트릭트'였다. 80명 이상의 아티스트가 참여한 크리에이터 마켓은 일러스트와 굿즈를 구매하려는 관람객들로 붐볐다. 뇌파로 조작하는 인터랙티브 기술을 선보인 '퓨처 랩', 레이저태그 미션을 수행하는 '배틀 아레나', 레이싱 시뮬레이션 존 '벨로시티 개리지'도 인기를 끌었다. 메인 아레나에서는 총상금 5만 디르함(약 1,900만 원) 규모의 두바이 코스프레 챔피언십이 열렸고, 업계 관계자 1,500여 명이 참가한 B2B 콘퍼런스 '게임엑스포 서밋'도 병행돼 산업 교류의 장으로서의 역할도 했다.
아쉬웠던 글로벌 게임사들의 빈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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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기 게임 타이틀 시연 기기가 배치된 게이밍 디스트릭트. 관람객들로 시연대는 붐볐지만, 개발사 대형 부스는 눈에 띄지 않았다 - 출처: 통신원 촬영 >
다만 아쉬운 대목도 있었다. 행사장 곳곳의 게이밍 디스트릭트에는 <스트리트 파이터 6>, <몬스터 헌터>, <모탈 컴뱃 1> 같은 인기 타이틀의 시연 기기가 늘어서 있었지만, 정작 캡콤, EA, 닌텐도 같은 글로벌 메이저 개발사들이 직접 꾸린 부스나 신작 발표는 눈에 띄지 않았다. 넥슨, 엔씨소프트 등 한국 대형 게임사들의 모습도 보이지 않았다. 퍼블리셔 부스와 신작 공개가 중심이 되는 여타 국제 게임쇼와 달리, 이번 게임엑스포는 체험존과 e스포츠, 팝컬처에 무게를 둔 구성으로 보였다. 최근 중동 정세 불안의 여파로 해외 기업들의 직접 참가가 눈에 띄지 않았다. 풍성한 즐길 거리에도 불구하고, 게임 산업 전시회로서의 존재감은 다소 아쉬움을 남겼다.

< 행사장에 전시된 휴머노이드 로봇 앞에서 기념사진을 촬영하는 관람객과 코스플레이어 - 출처: 통신원 촬영 >
현지 언론은 그 빈자리를 자국 게임 산업의 성장으로 채워 보도했다. UAE 유력 일간지 《Khaleej Times(칼리지 타임스)》는 게임엑스포가 두바이를 글로벌 게임·e스포츠 허브로 만들려는 야심을 보여주는 행사라고 평가하면서 현지 개발사들에 주목했다. 올해 행사에는 두바이에 기반을 둔 17개 스튜디오가 자체 개발 게임을 선보였는데, 그중 에미라티 스튜디오가 개발한 서바이벌 호러 게임 <다크니스 로드(Darkness Road)>가 현지 관람객들의 관심을 끌었다.
해당 게임은 1996년 걸프 지역을 배경으로 했으며 게임 플랫폼 스팀(Steam)에 출시된 지 3개월 만에 1만 건 이상의 다운로드를 기록했다. 해당 스튜디오 대표는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에미라티와 걸프, 아랍인을 대변하는 게임을 찾기 어려웠기에 우리의 문화와 전통, 이야기를 게임에 담고 싶었다"고 밝혔다. 게임을 단순한 오락이 아닌 문화적 메시지로 바라보는 시각은 한류 콘텐츠가 문화적 정체성을 담아 세계 시장에서 공감을 얻어온 사례를 떠올리게 한다.
국제 전시회에서 존재감을 드러낸 한국관

< 행사장 한편에 마련된 한국관 '코리아360'. 체험을 기다리는 현지 관람객들로 붐비는 모습 - 출처: 통신원 촬영 >
글로벌 메이저들이 빠진 가운데 통신원의 눈길을 끈 것은 한국관의 등장이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운영하는 한류 복합문화공간 '코리아360'이 행사장 한편에 한국관을 설치하며 게임엑스포의 아쉬웠던 게임엑스포의 국제적 면모를 보완했다. 한국 전통 창호 문양으로 꾸며진 부스에서는 AI가 운동량을 측정하는 자전거 게임과, 관람객의 이미지에 어울리는 일러스트 캐릭터를 생성해 화면 속에서 함께 케이팝 안무를 따라 추도록 합성하는 댄스 챌린지가 큰 호응을 얻었다.
부스 앞은 차례를 기다리는 현지 관람객들로 내내 북적였다. 한편에서는 K-푸드와 K-뷰티 제품,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 굿즈까지 판매돼 게임을 매개로 한류 전반을 소개하는 공간으로 기능했다. 직접 몸을 움직이고 결과물을 손에 쥐고 돌아갈 수 있는 체험형 콘텐츠라는 점에서, 체험 중심으로 꾸려진 이번 행사의 성격과도 잘 어울리는 콘텐츠였다.

< 한국관 댄스 챌린지에서 케이팝 안무를 따라 추는 어린이 - 출처: 통신원 촬영 >
이번 게임엑스포는 두 가지 시사점을 남긴다. 우선 UAE가 단순한 게임 소비 시장을 넘어 자체 개발 생태계를 키우는 게임 개발 거점으로 진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자국 문화를 담은 게임이 글로벌 시장에서 호응을 얻기 시작한 만큼, 한국 게임사들에게 UAE는 이제 수출 시장인 동시에 협업 파트너가 될 수 있다. 또 다른 시사점은 글로벌 메이저들의 빈자리는 오히려 한국 게임 기업들에게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점이다. K-드라마와 케이팝으로 다져진 한류 기반 위에 코리아360의 한국관이 처음 마련된 만큼, 향후 넥슨·엔씨소프트 같은 대형 게임사나 중소 개발사들의 단체 참가로 이어진다면 두바이 게임엑스포는 K-게임의 중동 진출 교두보로 활용될 가능성을 보여준다.
사진출처 및 참고자료
- 통신원 촬영
- 《칼리지 타임스(Khaleej Times)》 (2026.06.04). Anime, laser battle, Emirati horror games: What Dubai's GameExpo 2026 will look like, https://www.khaleejtimes.com/uae/gameexpo-2026-dubai-anime-esports-emirati-horror-games
- 두바이 e스포츠 & 게임 페스티벌(Dubai Esports & Games Festival) 공식 홈페이지, https://www.dubaiesportsfestival.com/en/game-exp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