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 중심부에 위치한 영국박물관(British Museum)이 한국 미술과 문화를 2천 년에 걸쳐 조망하는 대규모 특별전을 예고하며 현지 문화계의 관심을 모으는다. 이번 전시는 고(故) 이건희 삼성 회장의 기증품(컬렉션)을 중심으로 구성한 작품을 대거 포함해 영국에서 한국 미술을 본격적으로 소개하는 계기로 평가받는다.
영국박물관은 공식 보도자료를 통해 이번 전시 <코리아(Korea)>가 올해 10월 1일부터 2027년 1월 31일까지 본관 그레이트 코트 내 조셉 핫텅 갤러리(Joseph Hotung Gallery)에서 열린다고 밝혔다. 전시는 기원전 300년경부터 현대까지 이어지는 한국의 미술사와 문화사를 하나의 흐름으로 엮어 소개하는 대형 기획전이다.
특히 이번 전시는 40여 년 만에 영국박물관에서 열리는 한국 관련 대규모 전시다. 박물관 측은 1984년 이후 처음으로 한국 미술과 역사 전반을 본격적으로 다루는 전시라 설명하며, 세계적으로 상승한 한국 문화에 대한 관심을 반영해 기획한 프로젝트라고 강조했다.
전시의 핵심은 '이건희 기증품'이다. 영국박물관은 이번 전시가 지난 2021년 유족이 한국 국립기관에 기증한 2만 3천여 점 규모의 방대한 기증품을 기반으로 구성했다고 밝혔다. 해당 기증품은 이미 미국 워싱턴과 시카고를 거쳐 순회 전시를 진행했으며, 런던은 세 번째 국제 개최지가 됐다.
이번 런던 전시는 순회 일정 이상의 역할을 할 것으로 평가받는다. 영국박물관이라는 기관에서 한국 미술사를 종합적으로 소개하는 기획이라는 점에서, 유럽 관객들에게 한국 예술의 역사와 변화 과정을 보여주는 계기가 될 것으로 전망한다.

< 영국박물관이 40여 년 만에 한국 관련 대규모 전시를 개최한다고 밝혔다 - 출처: 영국박물관 >
전시는 시대별 흐름을 따라 구성하며, 고대부터 현대까지 다양한 장르의 작품을 함께 소개한다. 초기에는 기원전 300~100년경의 청동 제의용 유물과 같은 고대 유산이 등장하고, 이어 고려 시대의 대표적 도자기인 13세기 청자 등이 포함된다. 불교 미술과 왕실 공예품도 함께 전시해 한국 미술의 종교적이고 의례적인 전통을 보여준다.
조선 시대에 이르러서는 유교적 미학을 반영한 백자와 절제된 조형미를 강조하며, 산수화 전통을 대표하는 정선의 작품도 주요한 흐름으로 소개한다. 특히 정선의 〈인왕제색도〉와 같은 사실적 산수화는 한국적 자연 인식과 회화 전통의 전환점으로 꼽힌다.
현대 미술 구역(섹션)에서는 백남준의 비디오 아트를 비롯해 설치 미술가 서도호의 작품이 함께 전시되며, 개인의 기억과 이동, 정체성을 주제로 한 현대 한국 미술의 확장된 흐름을 보여준다. 박물관은 이를 통해 과거와 현재가 단절된 것이 아니라 지속해서 대화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영국박물관은 이번 전시가 단순히 미술품을 시대순으로 나열하는 데 그치지 않고, 한국 문화의 정체성이 어떻게 형성되고 변화했는지를 입체적으로 보여주는 데 초점을 맞췄다고 설명했다. 또한 다양한 시대의 작품을 함께 배치해 전통과 현대가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구조를 드러내는 것이 특징이라고 밝혔다.
이번 전시는 현재 전 세계적으로 확산한 한국 문화, 이른바 한류 현상과도 연결된다. 박물관은 케이팝, 드라마, 영화 등 현대 대중문화가 글로벌 영향력을 얻고 있지만, 그 배경에는 수천 년에 걸친 문화적 축적이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이번 전시는 바로 그 역사적 기반을 시각적으로 보여주는 역할을 수행한다.
니컬러스 컬리넌 영국박물관 관장은 한국 미술이 오랜 시간 동안 교류와 변화를 거치며 발전했다고 설명하며, 이번 전시가 다양한 시대의 작품을 통해 한국 문화가 어떻게 형성됐는지를 보여줄 것이라고 밝혔다. 김산아 전시 기획자(큐레이터) 또한 작품이 만들어진 역사적 맥락과 개인적 이야기를 함께 읽어내는 것이 이번 전시의 관점이라고 설명하며, 하나의 유물 속에도 시대를 넘어서는 개인의 서사가 담겨 있다고 강조했다.
이번 전시 개막을 앞두고 런던 문화계에서는 이미 기대감이 감지된다. 최근 런던 내 주요 미술관과 박물관에서 한국 관련 전시와 프로그램이 꾸준히 늘어나는 흐름 속에서, 이번 대규모 전시는 한국 미술을 본격적으로 조망하는 사례로 평가받기 때문이다. 이번 전시는 한국 미술을 과거의 유산으로만 보는 시각을 넘어 현재의 글로벌 문화 흐름과 연결해 재해석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사진출처 및 참고자료
- 영국박물관(British Museum) 공식 보도자료 (2026. 06. 08.). Announcing the ‘Korea’ exhibition
https://www.britishmuseum.org/press-release/announcing-korea-exhibition
- 《런던 코리안 링크(London Korean Links)》 (2026. 06. 08.). Korea: the Lee Kun-Hee bequest, at the British Museum
https://londonkoreanlinks.net/2026/06/08/korea-the-lee-kun-hee-bequest-at-the-british-museum/
- 《코리아 중앙 데일리(Korea JoongAng Daily)》 (2026. 06. 09.). Lee Kun-hee Collection heads to the British Museum for third international tour stop
https://www.koreajoongangdaily.com/lifestyle/lee-kun-hee-collection-heads-to-the-british-museum-for-third-international-tour-stop/126989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