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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로냐가 선택한 한국 일러스트레이터 차부미(Bumi Cha), '상하이 국제 일러스트 팝아트 박람회 SIPS(上海国际插画潮流博览会)'에서 만나다

  • 조회수

    24

  • 게시일

    2026-06-21

  • 국가

    중국(상해)

세계 최대 아동도서전인 《볼로냐 아동도서전(BCBF)》의 2026년 공식 비주얼 아이덴티티를 디자인한 한국 일러스트레이터 차부미(Bumi Cha)가, 5월 말 상하이에서 열린 〈국제 일러스트 팝아트 박람회 SIPS(上海国际插画潮流博览会)〉의 워크숍 무대에 섰다. 볼로냐가 운영하는 신진 작가 프로그램 '일러스트레이터 생존 코너(The Illustrators Survival Corner)'가 상하이로 건너온 자리였다. 한 명의 한국 작가가 유럽의 권위 있는 무대에서 인정받은 작업을 곧바로 중국의 현장 관객 앞에서 재연하는 장면은 한국 일러스트의 해외 확산 경로를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취재가 이뤄진 곳은 <상하이 국제 일러스트 팝아트 박람회(SIPS)> 부대 프로그램으로 마련된 워크숍과 마스터클래스(master class) 세션이었다. 행사장 한편에는 '일러스트레이터 생존 코너(插画师生存角, The Illustrators Survival Corner)' 배너가 세워졌고, 테이블마다 아크릴 마커와 색연필, 팔레트 나이프, 점선이 인쇄된 실습용 종이가 놓여 직접 손으로 얼굴을 '조립'해 보는 실습 워크숍 형태를 운영했다. 생존 코너는 본래 볼로냐 현장에서 신진 작가에게 포트폴리오 리뷰와 실전 조언을 제공하는 프로그램으로, 이를 상하이에서 만날 수 있다는 사실 자체가 볼로냐의 '세계 순회(Bologna beyond Bologna)' 기조가 중국 시장으로 확장되고 있음을 시사했다.

 취재가 이뤄진 곳은 SIPS 부대 프로그램으로 마련된 워크숍과 마스터클래스 세션이었다. 행사장 한편에는 ‘일러스트레이터 생존 코너 (插画师生存角, The Illustrators Survival Corner)’ 배너가 세워졌고, 테이블마다 아크릴 마커와 색연필, 팔레트 나이프, 점선이 인쇄된 실습용 종이가 놓여 직접 손으로 얼굴을 ‘조립’해 보는 실습 워크숍 형태로 운영됐다. 생존 코너는 본래 볼로냐 현장에서 신진 작가에게 포트폴리오 리뷰와 실전 조언을 제공하는 프로그램으로, 이를 상하이에서 만날 수 있다는 사실 자체가 볼로냐의 ‘세계 순회(Bologna beyond Bologna)’ 기조가 중국 시장으로 확장되고 있음을 시사했다.



< '상하이 국제 일러스트 팝아트 박람회(SIPS)'에서 한국 일러스트레이터 차부미(Bumi Cha)가 주제 형태 해체: 모듈러 초상화의 예술(解: 模化肖像的艺术’)로 워크숍을 진행했다. - 출처: 통신원 촬영>

 

<볼로냐 아동도서전(BCBF)>은 2017년, 오랜 관행을 깨는 적극적이고 과감한 시도를 시작했다. 매년 직전 회차 볼로냐 일러스트레이터 원화전에 이름을 올린 신예 한 명을 골라, 디자인 스튜디오 키아랩(Chialab)의 협력과 지도 아래 다음 회차 도서전의 비주얼 형상을 창작하게 한 것이다. 이 <비주얼 아이덴티티 워크숍(BCBF Visual Identity Workshop·VIW)>은 2026년 회차로 10년째를 맞았다. 마침 상하이 박람회 현장에는 그 10년을 결산하는 회고전 <10 VISIONS 2017 2026>이 함께 차려져 차부미 작가의 작업이 놓인 맥락을 한눈에 보여줬다. 2026년은 일러스트레이터 원화전이 60주년을 맞은 해이기도 했는데, 볼로냐 측이 제시한 테마는 ‘얼굴, 특징, 초상(faces, features, portraits)’이었다. 정면을 바라보는 시선, 이야기 속으로 몰입해 그 인물과 자신을 동일시하는 독자의 표정을 형상화하라는 주문이었다. 그의 그림에서 형태를 규정하는 경계는 ‘바깥’과 ‘안’ 사이를 역동적으로 오간다. 이마에서 턱까지, 시선과 시선 사이의 밀도 높고 강렬한 관계가 구축되는 공간인 셈이다.

차부미 작가가 그려 온 길도 이번 발탁과 무관하지 않다. 차부미 작가는 어려서부터 책과 그림을 사랑했고 부모가 운영하는 작은 출판사에서 제작 과정을 곁에서 지켜보고 거들며 자랐다. 자기만의 책을 만들겠다는 꿈은 그 일상에서 자연스럽게 싹텄다. 2023년 학업을 마친 뒤 그는 2년간 한국에서 일러스트레이션을 깊이 파고들었고, 자연의 질감을 포착하는 회화적·콜라주 기법을 주된 언어로 삼아 왔다. 그에게 이번 시각 정체성(visual identity) 작업은 일러스트레이터로서 세계 무대에 내딘 첫걸음이었다.


< 회고전 '10 VISIONS·십재만상(2017–2026)' 안내 패널에 2026년 협업 작가로 소개된 한국의 차부미(Bumi Cha) 작가 - 출처: 통신원 촬영 >

 

주목할 지점은 차부미 작가의 '발탁 경로'다. 앞선 아홉 차례의 협업 작가가 모두 볼로냐 일러스트레이터 원화전의 수상 작가(Winning Illustrators)였던 것과 달리, 2026년 협업 작가인 차부미 작가는 '입선 작가(Finalist)' 출신이다. 2004년생인 그는 2025년 제59회 볼로냐 일러스트레이터 원화전의 입선 작가 317명 가운데 한 명이었다. 실제로 2025년부터 협업 작가 선발 범위가 매 회차 300여 명에 이르는 입선 작가 전체로 확대됐는데, 이는 '신진 예술가를 지원하고 시각문화의 충돌과 교류를 통해 도서전의 내용과 정신을 구현한다'라는 이 프로그램의 취지를 분명히 보여준다. 그 프로그램의 일원을 상하이에서 만날 수 있다는 사실 자체가 볼로냐의 ‘세계 순회(Bologna beyond Bologna)’ 기조가 중국 시장으로 확장되고 있음을 시사했다.


< 한국의 차부미(Bumi Cha) 작가의 워크숍 특별 전시 - 출처: 통신원 촬영 >

 

매 회차 도서전에는 협업 작가의 창작 과정 전체를 재현하는 워크숍 특별 전시 공간이 마련된다. 2026년 회차는 '함께 나아가면 우리는 더 나아진다(Together We Are Better)', '나눔, 배려, 영감: 아동 콘텐츠의 다채로운 얼굴(The Many Faces of Children’s Content)'이라는 메시지 아래, 지난 10년간 워크숍 프로그램이 발굴하고 지원한 신진 일러스트레이터들의 출판 성과와 경력 행로를 함께 조명했다. 차부미 작가의 <페이스(FACE)>는 그 10년의 축적 위에 놓인 최근의 결과물인 셈이다. 

상하이 워크숍에서 차부미 작가는 자신의 작업을 구성하는 <페이스(FACE, 얼굴)>의 설계 원리를 직접 풀어 설명했다. 그는 도서전을 '책을 사랑하는 다양한 사람이 모이는 축제'로 규정하고, 그 참여자들을 여섯 얼굴(페르소나)로 압축했다. 작가의 발표에 따르면 여섯 인물의 정체성은 다음과 같다.

일러스트레이터 (청색 계열) : 여섯 얼굴 중 유일하게 시선이 정면이 아닌 인물. 작가가 ‘내향적인 자신’을 투영했다고 밝혔다. 조용해 보이지만 동화의 언어로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은 캐릭터.

디자이너 (주황색) : 계획적이고 신중한 인물. 작가가 책으로 디자이너라는 직업을 학습해 그려낸, 단계와 층위를 꼼꼼히 설계하는 성격.

출판사 대표 (빨강) : 여섯 얼굴 중 가장 연장자이자 중심축. 유머가 있고 아이를 좋아하는 인물로, 출판사를 운영하는 작가의 아버지에게서 착안했다고 밝혔다.

편집자 (녹색) : 느긋하고 여유로운 인물. 출판사 대표와 업무로 연결돼 있어, 두 얼굴을 나란히 두면 자연스럽게 어울리도록 설계됐다.

작가/글쓴이 (분홍) : 영감을 좇느라 밤을 새우는 야행성 인물. 짙은 다크서클과 반려견 모티프가 얼굴에 반영됐다.

아이 (노랑) : 말이 많고 활달한 인물. 작가의 남동생에게서 출발했으며, ‘모든 사람은 평생 어딘가 아이로 남는다’라는 보편성을 담아 자신을 비추는 거울로도 설정했다.


< 한국의 차부미(Bumi Cha) 작가의 워크숍 특별 전시 - 출처: 통신원 촬영 >


핵심은 ‘매트릭스(matrix)’라 불리는 생성 시스템이다. 하나의 얼굴을 7개 조각으로 나누고, 여섯 인물을 곱해 만들어지는 42개 조각을 자유롭게 재조합하면 무한에 가까운 새 얼굴이 만들어진다. 작가는 이 구조에 두 가지 조건을 두었다고 설명했다. 첫째, 사람과 사람이 만날 때 가장 먼저 일어나는 ‘시선의 교환’이 가능해야 하고, 둘째, 조각들이 ‘유기적으로’ 결합해야 한다는 것이다. 각 얼굴은 검정·흰색, 그리고 그 인물의 정체성을 나타내는 고유색의 세 가지 색을 대략 균등한 비율로 사용해 통일감을 유지한다. 이는 볼로냐 측이 ‘적은 요소로 다수의 조합을 만들어 내는 생성형 시스템’을 워크숍의 가장 어려운 과제로 꼽았던 것과 정확히 맞물린다.

차부미가 강조한 창작 원칙은 ‘완벽하게 들어맞지 않는 결합’이었다. 조각과 조각이 이어지는 경계선을 일부러 어긋나게 두는데, 이는 사람의 만남이 늘 매끄럽지만은 않다는 인식에서 비롯됐다. 어떤 만남은 다정하지만 어떤 만남은 거칠거나 우연적이며, 그‘어긋남’이야말로 만남의 본질이라는 것이다. 작가는 선을 지나치게 깔끔하게 다듬으면 오히려 재미가 사라진다고 말했다.“볼로냐 아동도서전(BCBF) 2026의 비주얼 아이덴티티는 ‘얼굴(FACE)’에 관한 것이지만, 그 안에 담긴 진짜 메시지는 ‘만남(MEETING)’이다.”라고 전하기도 했다.

 ‘만남’의 메시지는 2026년 도서전이 내건 주제 ‘함께 나아가면 우리는 더 나아진다(Together We Are Better)’와도 같은 맥락이다. 서로 다른 얼굴들이 모여 ‘아동 콘텐츠의 다채로운 얼굴’을 이룬다는 도서전의 지향을, 차부미는 한 장의 생성형 이미지 체계로 풀어낸 셈이다.

그는 이 원리를 설명하기 위해 ‘파레이돌리아(Pareidolia)’, 즉 사람이 사물에서 얼굴을 읽어 내는 심리 현상을 끌어왔다. 건물 외벽이나 평범한 사물도 점 몇 개만 있으면 얼굴로 인식된다는 사례를 제시하며, 얼굴을 ‘해체하고 다시 조립하는’ 작업의 이론적 토대로 삼았다. 실습이 진행된 워크숍 현장에서도 참가자들이 자신이 그린 얼굴을 여러 조각으로 나눠 옆 사람과 교환, 재조합하면서 새로워진 얼굴에 자신의 정서를 투영하는 작업을 하면서, 작가의 매트릭스 개념과 파레이돌리아를 몸으로 체험하게 했다.


< 한국의 차부미(Bumi Cha) 작가의 워크숍 특별 전시 - 출처: 통신원 촬영 >

 

이날 실습 워크숍 다음으로 이어진 마스터클래스에서 가장 인상적인 대목은, 진행을 맡은 큐레이터 톈둥밍(田)이 차부미에게 던진 질문이었다. 요지는 이러했다. ‘아시아, 특히 한국 출신 작가인데 왜 당신의 시각 표현은 다분히 서구적, 유럽적으로 보이는가. 다른 한국 작가들의 그림에서는 표면적이지 않은 민족적 정서가 읽히는데, 당신의 작업에서는 그것이 잘 보이지 않는다.’ 이는 한국 일러스트가 해외에서 받아들여지는 방식을 가늠하게 하는, 이 리포트의 핵심 내용이기도 했다. 

차부미의 답변은 명료했다. 그는 창작에 국적의 경계를 두지 않으며, 어느 나라의 것이든 소재로 삼아 참고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한 가지 역설을 짚었다. 유럽의 동료들은 자신의 작업에서 ‘동양적 요소’를 읽어 내지만, 동양의 관객은 같은 작업에서 ‘서구적 요소’를 본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번 ‘얼굴(FACE)’ 작업에서 그는 중국의 가면과 한국의 탈에서 적지 않은 영감을 얻었다고 설명했다. 보는 이의 위치에 따라 같은 그림이 ‘서구적’으로도 ‘동양적’으로도 읽히는 이 어긋남은, 공교롭게도 그의 작품 주제인 ‘불완전한 만남’과 맞닿아 있다.

마스터클래스 후반부에서 차부미는 한국의 일러스트 창작 환경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한국에서 일러스트는 결국 ‘대중에게 보여 주기 위한’ 창작이며, 전하려는 메시지가 대중에게 가닿지 못하면 의미가 옅어진다고 보았다. 동시에 자기만의 고유한 작풍을 지키려는 독립 창작자가 과거보다 크게 늘었다고 진단했다. 작가 개인으로서는 대중 속으로 들어가 그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살피고 ‘공감’의 접점을 찾는 일을 중요하게 여기지만, 그 창작의 단서를 발견하는 일 자체는 늘 어렵다고 토로했다. 이는 한국 일러스트 신(scene)이 ‘대중성’과 ‘작가적 고유성’ 사이에서 균형을 모색하고 있음을 보여 준다. 

이날 무대는 ‘자유 창작자에서 브랜드로: 대중문화 시장에서 커리어 쌓기(From Freelance to Brand: Building a Career in the Pop Market)’를 주제로 한 마스터클래스였다. 진행은 큐레이터·일러스트레이터·브랜드 디자이너로 활동하는 톈둥밍(田)이 맡았고, 발표자로는 차부미와 함께 화폐(지폐) 도안을 정교한 점·선으로 재현하는 중국 인터넷 화가, 그리고 1919년 창립된 중국 미술재료 브랜드 ‘마리(, Marie’s)’의 부총경리 왕칭칭(王青青)이 올랐다. 창작자·플랫폼·브랜드의 시선을 교차시키는 다자 토론으로, 한국 작가의 작업이 중국 창작 생태계의 다양한 이해관계자와 같은 테이블에서 논의했다는 점은 그 자체로 의미가 있다.

첫째, ‘글로벌 권위 획득’과 ‘현지 전파’의 결합이다. 한국 작가가 세계 최대 아동도서전의 공식 얼굴을 디자인했다는 사실은 그 자체로 큰 성취다. 그러나 더 주목할 지점은, 그 권위가 ‘볼로냐 → 상하이’로 곧바로 이동했다는 데 있다. 유럽에서 인증된 작업이 중국의 현장 관객, 창작자에게 워크숍 형태로 전달되는 구조는, 한국의 일러스트가 한 번의 수상이나 전시에 그치지 않고 ‘권위 있는 창작 무대의 이동이 한국 작가들로 하여금 상하이까지 영향력을 확장할 가능성을 열어주었다. 

둘째, ‘한국적임’의 재정의다. 차부미 사례는 ‘민족적 정서가 표면에 드러나야 한류’라는 통념에 질문을 던진다. 그의 작업은 한국의 탈과 중국의 가면을 함께 흡수하면서도 특정 국적의 기호로 읽히지 않고, 보는 이의 위치에 따라 다르게 읽힌다. 이는 한국 콘텐츠의 경쟁력이 ‘가시적 한국성’이 아니라, 국경을 넘나드는 보편적 조형 언어와 그것을 빚어낸 작가 개인의 시선에서 나올 수 있음을 시사한다.



< ‘자유 창작자에서 브랜드로: 팝 시장에서 커리어를 쌓는다는 것’라는 주제로 열린 마스터클래스 참여자 단체 사진 - 출처: 통신원 촬영>


'얼굴'에서 출발해 '만남'으로 끝나는 차부미 작가의 작업은, 공교롭게도 한국 일러스트가 해외에서 통과하는 방식 그 자체와 닮았다. 서로 다른 문화의 조각들이 완전하게 들어맞지 않은 채로 결합하고, 보는 위치에 따라 다르게 읽히며, 그 어긋남 속에서 새로운 얼굴이 만들어진다. 그는 한국 일러스트의 세계화가 '무엇을 한국적으로 보이게 할 것인가'가 아니라 '어디까지 보편의 언어로 만날 것인가'의 문제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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