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문화를 대표하는 축제 가운데 하나인 〈페낭 본 오도리(Bon Odori) 팝업스토어〉가 지난 6월 20일부터 21일까지 거니파라곤(Gurney Paragon)에서 열렸다. 본 오도리는 일본의 전통 명절로, 불교와 민간 신앙이 결합된 형태의 행사이다. 조상의 영혼이 이승을 찾아와 후손들을 만난다는 믿음에서 비롯됐으며, 일본에서는 가족들이 고향에 모여 성묘를 하고 선조를 기리는 기간으로 알려져 있다. 북 연주에 맞춰 춤을 추며 조상의 넋을 위로하고 공동체의 화합을 기원하는 의미도 담고 있다.
말레이시아 본 오도리 축제는 1977년 처음 시작된 이후 규모가 점차 확대되면서 현재는 일본 외 지역에서 가장 큰 본 오도리 축제 가운데 하나로 성장했다. 기존에는 일본 교민들이 자녀들에게 전통문화를 전하기 위해 시작한 행사였지만, 이제는 다양한 민족과 문화권의 사람들이 함께 음식과 음악, 춤을 즐기는 대표적인 다문화 축제로 자리 잡았다. 이를 통해 일본 문화가 지역사회에 자연스럽게 스며들고, 주민들이 일본 문화를 이해하고 경험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
올해 본 오도리 축제 팝업스토어에서는 〈미스 페낭 본 오도리(Miss Penang Bon Odori)〉 선발대회도 함께 진행됐다. 2019년과 2024년에 이어 세 번째로 개최된 이번 대회는 단순한 미인대회를 넘어 청년들의 참여와 성장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으로 기획됐다. 페낭주 관광 및 창의경제위원회 위원장인 웡훈와이(Wong Hon Wai)는 “이 대회는 외모 경쟁이 아니라 청년들의 자신감을 높이고 개인의 성장을 돕는 중요한 기회”라고 설명했다. 이어 “참가자들은 의사소통 능력과 무대 매너를 향상시킬 수 있을 뿐 아니라 이벤트 관리, 스타일링, 사진 촬영, 미디어 제작 등 창의산업 분야에 대한 경험도 쌓을 수 있다”고 말했다.

< 가라데 시범 공연 - 출처: 통신원 촬영 >

< 지역 주민들이 참여하는 일본 전통 놀이 체험 - 출처: 통신원 촬영 >
또한 가라테(Karate) 시범 공연을 비롯해 다양한 댄스와 노래 공연이 펼쳐졌다. 행사장 곳곳에서는 일본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거니파라곤에 입점한 한 일본 음식점에서는 참치 해체쇼가 열렸으며, 여러 부스에서는 타코야키와 같은 일본 음식과 간식, 떡볶이 등 한국 음식과 말레이시아 음식도 함께 즐길 수 있었다. 또한 가족 단위 방문객들을 위한 전통 축제 게임과 액세서리와 핸드메이드 공예품 등을 판매하는 부스도 마련했다. 축제 분위기를 담을 수 있는 포토존과 일본 전통 의상을 직접 입어볼 수 있는 기모노 대여 서비스도 운영해 많은 관심을 끌었다.
< 일본, 한국, 말레이시아 등 다양한 음식을 판매하는 음식 부스 - 출처: 통신원 촬영 >


< 기모노 전시와 체험관 - 출처: 통신원 촬영 >
행사를 둘러보면서 본 오도리는 ‘일본 종합문화축제’에 가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본래 본 오도리는 조상의 영혼을 기리고 선조를 추모하는 일본의 전통문화에서 출발했지만, 오늘날 말레이시아에서 열리는 본 오도리는 그 의미를 넘어 일본 문화를 종합적으로 소개하는 축제로 발전했기 때문이다. 특히 어린이들이 즐길 수 있는 게임과 체험 프로그램은 물론, 페낭의 사립병원인 《어드벤티스트 병원》과 협력한 무료 건강검진까지 제공해 노년층도 부담 없이 참여할 수 있도록 한 점이 인상적이었다. 말 그대로 남녀노소가 함께 어울릴 수 있는 축제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무엇보다 눈에 띈 것은 본 오도리 행사가 청소년과 청년들에게 제공하는 기회의 장이라는 점이다. 〈미스 페낭 본 오도리〉는 18세 이상의 말레이시아 시민권자와 영주권자를 대상으로 열리는데, 웡훈와이(Wong Hon Wai) 위원장의 설명처럼 단순한 미인대회가 아니라 자신감을 키우고 의사소통 능력과 무대 경험을 쌓으며 창의산업에 대한 이해를 넓힐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운영되고 있다. 노래와 춤 공연, 가라테 시범 공연 역시 마찬가지다. 참가자들은 자신이 가진 재능을 많은 사람들 앞에서 선보이며 성취감과 자신감을 얻고, 이를 통해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하는 기회를 갖는다.
이러한 모습을 보며 한국 문화행사 역시 청소년과 청년들이 직접 참여하고 성장할 수 있는 종합문화축제로 발전할 수 있는 가능성을 느꼈다. 〈미스 페낭 본 오도리〉가 창의산업에 대한 경험을 넓히는 기회가 되는 것처럼, 한국 문화행사도 말레이시아 청소년과 청년들이 함께 참여하고 미래를 꿈꾸는 기회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많은 젊은 말레이시아인들이 한국 영상 콘텐츠 산업에 관심이 많은 만큼, 숏폼 콘텐츠 경연대회와 같은 프로그램을 운영해 수상작을 상영하는 등의 행사를 기획할 수 있을 것이다. 여기에 한국의 영상산업 관계자들이 심사위원이나 멘토로 참여한다면 단순한 체험을 넘어 진로 탐색의 기회로 이어질 수 있다. 또한 가라테 시범 공연이 현지 학생들과 함께 한 것처럼 말레이시아 대학 현지 학생들이 참여하는 한국어, 케이팝 등 동아리의 참여를 확대한다면 행사의 주체 역시 관람객이 아닌 지역 청소년들로 넓어질 수 있다.
특히 최근 말레이시아 정부가 16세 이하 청소년의 소셜미디어 이용 제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러한 문화행사는 더욱 의미를 갖는다. 지난 6월 1일부터 관련 규제가 시행되면서 청소년들의 온라인 활동은 제한됐지만, 이를 대체할 수 있는 충분한 대면 공간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청소년들이 취미를 개발하고 새로운 기술을 배우며 또래와 소통할 수 있는 공간과 프로그램이 충분히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단순한 이용 제한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가운데 본 오도리와 같은 문화행사는 스마트폰 화면 속에서 콘텐츠를 소비하는 데 익숙한 청소년들이 직접 무대에 오르고, 사람들과 만나고, 함께 무언가를 기획하고 만들어 갈 수 있도록 돕는다. 그런 점에서 본 오도리 축제는 일본 문화를 소개하는 행사를 넘어 청소년과 지역사회의 성장을 지원하는 문화행사로서의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이는 앞으로의 한국 문화행사에도 중요한 시사점을 준다. 한국 역시 단순히 문화를 보여주는 행사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현지인들이 직접 참여하고 함께 만들어 가는 행사를 고민할 수 있을 것이다. 교육과 체험, 진로활동, 그리고 청소년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결합된 종합문화축제는 한국 문화를 알리는 동시에 현지 사회와 더욱 깊이 소통하는 새로운 모델이 될 수 있다. 특히 청소년과 청년들이 자신의 재능을 발견하고 꿈을 키울 수 있는 무대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그 의미는 더욱 커진다. 문화행사의 의미는 단순히 한 나라의 문화를 소개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사람들을 연결하고,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며, 미래 세대가 자신의 가능성을 발견할 수 있도록 돕는 데 더 큰 가치가 있다. 그런 점에서 우리의 문화를 알리는 행사를 넘어 지역사회와 다음 세대를 함께 품는 문화행사가 앞으로 한국 문화행사가 지향할 수 있는 방향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사진 출처 및 참고자료
통신원 촬영
《더스타(The Star)》 (2026. 5. 9). Iconic Bon Odori festival returns to island on July 18, https://www.thestar.com.my/metro/metro-news/2026/05/09/iconic-bon-odori-festival-returns-to-island-on-july-18
《프리말레이시아투데이(Free Malaysia Today)》(2025. 7. 15). Bon Odori draws 50,000 in festival’s debut outside Shah Alam, https://www.freemalaysiatoday.com/category/leisure/2025/07/15/bon-odori-draws-50000-in-festivals-debut-outside-shah-ala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