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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에서 다시 그린 한국화의 세계...동시대 한국화를 조명한 현장을 찾다

  • 조회수

    17

  • 게시일

    2026-06-28

  • 국가

    영국

한국 문인화의 전통과 동시대 한국화의 흥미로운 실험이 영국 런던 한복판에서 마주했다. 지난 6월 25일 오후 6시, 영국 런던 중심부에 있는 주영한국문화원에서는 2026 투어링 케이-아츠 전시 <다시 그린 세계 2026: 순수와 혼종>개막 리셉션이 성대하게 열렸다. 이날 리셉션은 전시 개막을 현지 관객에게 처음 알리는 자리로, 수많은 관계자와 현지 관람객들이 참석한 가운데 전시 소개와 작품 관람이 이어졌다.


이번 전시는 국내 우수 문화예술 프로그램을 해외에 소개하는 ‘2026 투어링 케이-아츠’ 사업의 일환으로 마련됐다. 투어링 케이-아츠는 재외 한국문화원 및 홍보관과 협력해 한국 문화예술 교류를 확대하고, 국내 우수 문화예술 프로그램과 단체의 해외 진출 기회를 넓히기 위한 국제문화교류 사업이다. 공연, 전시, 교육 프로그램 등을 발굴해 같은 권역 내 2개국 또는 2개 도시 이상의 재외문화원과 연결하고 해외 순회를 지원한다.



 

< 런던에서 열린 '다시 그린 세계 2026: 순수와 혼종' 전시 개막 현장 1 - 출처: 통신원 촬영 >


통신원이 직접 방문한 개막 리셉션 현장은 입구에서부터 많은 관람객들로 붐볐다. 제법 긴 시간 동안 전시회장 곳곳을 둘러보며 작품 하나하나를 유심히 살펴보는가 하면 마음에 드는 작품 앞에 서서 담소를 나누는 사람들도 많았다. 큐레이터의 작품 설명을 찬찬히 들으며 작품 사진을 찍는 관람객들도 있었다. 


전시장에는 겸재 정선, 표암 강세황, 추사 김정희, 심전 안중식 등 조선 후기부터 20세기에 이르는 한국 예술가 9인의 작품이 소개됐다. 이들 소장품이 유럽 관객과 만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여기에 동시대 한국화가 송지인, 최수련, 최해리, 황규민의 신작이 더해졌다. 이들은 전통 회화의 학습 방법론인 모(模)·임(臨)·방(倣)을 오늘의 감각으로 재해석해 선보였다. 


이번 전시가 특히 흥미로운 건 그 중심에 전통 예술의 한 갈래인 문인화가 놓였다는 점이다. 문인화는 단순히 사물을 묘사하는 그림이 아니라, 시와 글씨, 사유와 삶의 태도가 함께 담기는 예술 형식이다. 그런 점에서 전시는 일민미술관 및 일민문화재단 소장품과 동시대 한국화 작가들의 신작을 한 공간에 배치하며, 한국화가 과거의 유산에 머무르지 않고 오늘의 감각 속에서 어떻게 새롭게 해석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 런던에서 열린 ‘다시 그린 세계 2026: 순수와 혼종’ 전시 개막 현장 2 - 출처: 통신원 촬영 >


전시회 현장에서 직접 만난 정연지 일민미술관 큐레이터는 관람객들이 주목해야 할 지점으로 '문인화의 방법론'을 꼽았다. 이번 전시회를 담당한 정 큐레이터는 "문인화에서 '모'는 원본을 그대로 본뜨는 것, '임'은 원리를 이해하고 따라 그리는 것, ‘방’은 이를 바탕으로 자신의 해석을 더해 새로운 결과를 만들어내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전통의 것을 지금 시대 작가들이 어떻게 바라보고, 어떤 방식으로 활용하며, 자신의 작업으로 가져가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데 이번 전시의 초점이 있다"라고 밝혔다.


정연지 큐레이터는 과거의 회화 전통과 현재의 창작을 함께 배치한 이유에 관해서도 설명했다. 그는 "한국화의 연속과 단절을 하나의 계보로 설명하기보다, 고전 소장품과 동시대 작품을 병치함으로써 관람객이 그 관계를 감각적으로 느끼도록 하는 데 전시의 의의가 있다"라고 말했다. 전통이 단순히 보존되는 대상이 아니라 오늘의 작가들에 의해 다시 읽히고 변주되는 현재의 언어라는 것을 보여주는 셈이다. 


개막 리셉션에서 박효건 주영한국문화원장은 "이번 전시가 서로 다른 시기와 세대의 작품을 함께 경험할 특별한 기회"라고 소개했다. 그는 전통 한국화와 동시대 작가들의 작품을 함께 선보이는 이번 전시가 관람객에게 한국 예술의 아름다움뿐 아니라, 오늘날 한국 문화를 형성하는 생각과 가치를 이해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또한 영국에서 한국 문화가 음악, 영화, 드라마, 음식 등을 통해 자주 소개돼 왔다면, 이번 전시는 시각예술을 통해 한국을 발견하는 또 다른 기회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 런던에서 열린 ‘다시 그린 세계 2026: 순수와 혼종’ 전시 개막 현장 3 - 출처: 통신원 촬영 >


통신원이 둘러본 전시장에서 또 하나 눈에 띄는 점은 고전 작품과 동시대 작품이 서로를 설명하거나 보완하는 방식으로 배치됐다는 점이다. 조선 후기와 근현대 한국화의 소장품은 한국 회화 전통의 깊이를 보여주고, 동시대 작가들의 신작은 그 전통이 현재의 예술 언어로 어떻게 변주될 수 있는지를 제시했다. 실제로 현장 참석자들은 작품 앞에 머물며 필선과 여백, 화면 구성을 살폈고, 전시장 곳곳에서는 작품의 의미와 구성에 대해 의견을 나누는 사람들이 눈에 띄었다. 


이번 런던 전시는 유럽 관객을 염두에 두고 '선비'와 '문인'의 문화에 초점을 맞췄다는 점에서도 주목된다. 지난해 일본 순회전에서는 한국화와 채색화의 역사적 맥락이 강조됐는데 올해 런던과 브뤼셀 전시는 유럽 관객이 한국의 지식인 문화와 문인화의 사유 체계를 접할 수 있도록 구성됐다. 문인들이 전문 화가라기보다 지식 계층으로서 시와 글씨, 그림을 함께 실천했다는 점은 이번 전시가 보여주는 중요한 맥락이다.


전시 기간에는 다양한 연계 프로그램도 운영된다. 주최 측에 따르면 한국화의 계승과 발전 과정을 소개하는 강연, 영국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참여형 워크숍, 큐레이터 전시 해설 등이 마련될 예정이다. 오는 7월 9일부터 11일까지는 전시 투어와 전통차·전통주 시음 행사가 결합된 부대 프로그램 <한국의 색을 마시다>도 진행된다. 해당 프로그램은 관람객이 한국화의 색과 재료, 분위기를 시각뿐 아니라 경험의 차원에서 접할 수 있도록 기획됐다.


 

< 런던에서 열린 '다시 그린 세계 2026: 순수와 혼종' 전시 개막 현장 4 - 출처: 통신원 촬영 >


주영한국문화원은 이번 전시를 통해 한국 문화를 대중문화 중심의 소개에서 한 걸음 더 확장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케이팝, 드라마, 영화, 음식이 한국 문화를 세계에 알리는 주요 통로였다면, 이번 전시는 먹, 옻, 분채 등 전통 재료와 한국화의 미학을 통해 한국 시각예술의 깊이와 현재적 가능성을 보여주는 장이라는 설명이다.


주영한국문화원, 주벨기에 유럽연합 한국문화원, 일민미술관이 주최·주관하고, 문화체육관광부,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한국문화예술위원회, 현대성우홀딩스가 후원하는 <다시 그린 세계 2026: 순수와 혼종>의 런던 전시는 6월 26일부터 8월 21일까지 주영한국문화원에서 진행되며, 이후 9월 17일부터 11월 13일까지 벨기에 브뤼셀에서 순회 전시로 이어져 유럽 관객이 한국 시각예술의 역사와 현재를 함께 접할 기회를 제공할 예정이다. 


사진출처 및 참고자료

- 통신원 촬영

- 일민미술관, Korean Traditional Painting in Alter-age: Pure and Hybrid, https://ilmin.org/exhibition/2026_korean-traditional-painting-u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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