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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소리 밴드 '이날치', 캐나다 투어로 북미 관객과 만나다

  • 조회수

    25

  • 게시일

    2026-07-09

  • 국가

    캐나다

지난 25일 저녁, 토론토의 대표적인 문화예술 거리인 블루어 스트리트 웨스트(Bloor Street West)에 위치한 '리즈 팰리스(Lee's Palace)'에서 판소리 밴드 '이날치'의 공연이 열렸다. 공연 시작 두 시간 전부터 관객들은 공연장 외벽을 가득 채운 화려한 벽화를 따라 길게 줄을 섰다. 친구와 연인, 직장 동료 등 삼삼오오 모인 관객들의 얼굴에서는 공연에 대한 기대감을 엿볼 수 있었다.

론토 인디 음악계를 상징하는 공연장으로 알려진 리즈 팰리스는 한국인 이정수씨가 기존 영화관을 인수해 라이브 공연장으로 탈바꿈시킨 곳이다. 이후 너바나(Nirvana), 오아시스(Oasis), 레드 핫 칠리 페퍼스(Red Hot Chili Peppers) 등 세계적인 밴드들이 이곳을 거쳐 가면서 토론토의 대표적인 음악 명소로 자리 잡았다.

 

< 이날치 공연을 기다리고 있는 팬들 - 출처: 통신원 촬영 >

공연이 시작되기 전
 만난 관객들은 하나같이 "Tiger is coming(범 내려온다)", "Korea Tourism Video(한국관광공사 홍보영상)", "Leenalchi(이날치)"라는 단어를 정확하게 언급하며, 해당 영상을 통해 한국과 한국 문화, 그리고 이날치의 음악에 관심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이 밖에도 드라마 <파친코> OST를 통해, 또는 애플 뮤직(Apple Music)과 스포티파이(Spotify)를 통해 밴드를 처음 접했다는 관객들도 있었다. 한국에 거주한 경험이 있거나 평소 한국 문화에 관심이 많았던 관객들은 이날치만의 독창적인 음악에 매료돼 SNS를 팔로우하며 이번 라이브 공연을 오랫동안 기다려 왔다고 전했다.


< 코리아타운 애시드(Koreatown Acid)의 무대 - 출처: 통신원 촬영 >



공연의 문은 토론토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일렉트로닉 뮤지션 코리아타운 애시드(Koreatown Acid)가 열었다. 캐나다의 권위 있는 음악상인 주노상(Juno Awards) 후보에 두 차례 이름을 올린 프로듀서 코리아타운 애시드는 테크노와 브레이크비트를 넘나드는 실험적인 사운드를 선보였다. 관객들은 강렬한 전자음과 리듬에 맞춰 몸을 움직이며 공연의 시작을 함께했다. 뒤이어 이날치가 무대에 오르자 객석에서는 큰 환호가 터져 나왔다. 기타 없이 두 대의 베이스와 드럼, 네 명의 소리꾼으로 구성된 무대는 묵직한 베이스라인과 판소리의 구슬픈 가락이 어우러지며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가사의 의미를 이해하기 어려운 관객들도 소리꾼들이 주고받는 창과 추임새, 반복적인 리듬에 집중하며 공연에 빠져들었다. 판소리 특유의 의성어와 소리꾼들이 주고받는 앙상블은 언어를 거치지 않고도 전달되는 음악의 힘을 보여주었다. 약 90분 동안 이어진 공연에서 이날치는 16곡 이상의 노래를 선보였다. 올해 발표한 첫 글로벌 앨범 <떴다 저 가마귀>의 수록곡을 비롯해 <수궁가>, <범 내려온다> 등 대표곡을 잇달아 들려주며 무대를 흥과 에너지로 채웠다. 무대와 객석의 거리가 가까운 클럽형 공연장인 만큼, 벽면을 따라 놓인 10여 개의 테이블을 제외한 약 250명의 관객 대부분이 자리에서 일어나 리듬에 맞춰 몸을 움직이며 공연을 즐겼다.


< 이날치 공연 모습 - 출처: 통신원 촬영 >

< 이날치 공연 모습 - 출처: 통신원 촬영 >


공연이 끝난 뒤에는 이날치 멤버들과 사진을 찍고 사인을 받으려는 관객들의 줄이 길게 이어졌다
. LP는 일찌감치 매진됐고, CD와 투어 포스터를 구매하려는 관객들도 오랜 시간 차례를 기다렸다. 줄을 선 관객들 가운데에는 자신을 캐나다의 예술가와 영화감독, 음악인이라고 소개하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이들은 한국의 전통음악을 젊은 세대가 이처럼 현대적으로 풀어낸 점이 인상적이었다며, 지금까지 들어본 어떤 음악보다 신선하고 강렬한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또한 케이팝으로 대표되던 한국 음악의 또 다른 매력을 발견할 수 있어 뜻깊었다며, 한국어를 이해하지 못했음에도 세련된 펑크(funk) 음악을 듣는 듯한 신비로운 경험이었다고 평가했다. 이날 공연장에는 드라마 <김씨네 편의점(Kim's Convenience)>에서 '엄마' 역할로 잘 알려진 한국계 캐나다인 배우 진 윤(Jean Yoon)도 관객으로 함께해 공연을 즐겼다.

< 사인을 받기 위해 줄을 선 모습 - 출처: 통신원 촬영 >


이날치는 6월 21일 '오타와 재즈 페스티벌(Ottawa Jazz Festival)'을 시작으로 토론토 공연에 이어 26일 '몬트리올 재즈 페스티벌(Montreal Jazz Festival)', 27일 '밴쿠버 국제 재즈 페스티벌(Vancouver International Jazz Festival)' 무대에 오르며 캐나다 주요 도시의 관객들고=과 만났다. 다만 대형 페스티벌 무대와 리즈 팰리스에서 열린 단독 공연은 관객의 성격이 사뭇 달랐다. 재즈 페스티벌에서는 여러 무대를 오가며 다양한 공연 가운데 하나로 이날치를 접한 관객이 많았다면, 리즈 팰리스는 오직 이날치의 공연을 보기 위해 티켓을 구매하고 공연장을 찾은 관객들로 채워졌다. 미국 디트로이트에서 국경을 넘어 이날치의 공연만을 보기 위해 토론토를 찾은 커플도 있었다는 점은 이러한 차이를 잘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캐나다 음악 비평지는 포스트 펑크와 뉴웨이브, 크라우트록, 스페이스 디스코 등 서구 음악 장르에 판소리 보컬을 결합한 이날치의 음악을 두고, "수년간 접한 집단적 보컬 음악(collective vocal music-making) 가운데 가장 인상적인 사례 중 하나"라고 소개했다. 이 밖에도 현지 언론들은 낯선 판소리 형식이 서구 대중음악 팬들에게 익숙한 요소들과 어우러지며 장르의 경계를 허무는 색다른 재미를 선사한다고 평가했다. 아울러 이날치의 공연이 에너지와 흥으로 가득하다는 호평도 이어졌다.

 

미국 인디 레이블 루아카 밥(Luaka Bop)과 계약을 맺고 본격적으로 북미를 비롯한 세계 무대에 나선 이날치는 야외 페스티벌의 개방적인 무대와 토론토 클럽의 밀도 높은 공연을 모두 소화하며 한국 판소리의 새로운 가능성을 북미 관객들에게 선보였다. 뮤지션 데이비드 번(David Byrne)이 설립한 루아카 밥은 오랫동안 브라질과 나이지리아, 태국 등 비서구권의 실험적인 음악을 서구 대중에게 소개해 온 레이블이다. 이러한 배경에서 이날치와 루아카 밥의 계약은 케이팝 중심의 한류 확산과는 또 다른 경로를 통해 한국 전통음악이 북미 시장에 진입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례로 볼 수 있다. 이날치는 이번 캐나다 공연에 이어 샌프란시스코와 시애틀, 로스앤젤레스 등 미국 서부 지역에서 공연을 펼칠 예정이다. 하반기에는 필라델피아를 비롯한 미국 동부 지역을 거쳐 영국과 프랑스, 네덜란드, 벨기에 등 유럽 무대에서도 관객들과 만날 계획이다.


사진출처 및 참고자료

- 통신원 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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