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베이징 차오양구(Chaoyang District) 왕징(Wangjing)은 오랫동안 한국 기업과 교민들이 모여 생활해 온 대표적인 한인 밀집 지역이다. 과거에 비해 한국인의 수는 줄었지만, 지금도 이곳에는 한국어와 한국문화를 이어가는 공간들이 남아 있다. 그중에서도 포스코센터(POSCO Center) B동에 자리한 ‘왕징 작은도서관’은 단순한 도서관을 넘어서 해외에서 한국어와 문화를 지켜가는 문화공동체의 역할을 하고 있다. 최근 직접 이곳을 찾아 공간을 둘러보고, 해외에서 우리말과 책이 갖는 의미를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다.
< 한국어와 한국문화를 이어가는 왕징 작은도서관이 위치한 포스코센터 – 출처: 통신원 촬영 >
왕징 작은도서관은 2014년 자녀들에게 한국어 책을 읽어 주고 싶었던 교민들의 작은 바람에서 시작됐다. 처음에는 아파트 단지의 작은 공간에서 운영됐지만, 이용자가 늘어나면서 현재는 포스코센터로 이전해 보다 안정적인 환경에서 운영되고 있다. 이 과정에는 교민들의 자발적인 참여와 후원, 그리고 지역사회의 협력이 더해졌다. 해외에서 한국어 책 한 권을 가까이 두기 어려운 현실 속에서 이러한 공간이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의미 있게 다가온다.

< 도서관 입구에는 이용 시간과 안내문이 정리되어 있어 누구나 편하게 방문할 수 있다 – 출처: 통신원 촬영 >
도서관 내부로 들어서자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정갈하게 정리된 서가였다. 어린이 그림책부터 청소년 도서, 문학, 역사, 인문사회 분야까지 다양한 한국어 도서가 분야별로 배치되어 있었다. 규모가 아주 크지는 않지만 필요한 책들이 알차게 갖춰져 있어 해외에서 접하기 어려운 한국어 책을 부담 없이 만날 수 있는 공간이라는 인상을 받았다. 조용한 분위기 속에서 책장을 넘기는 사람들의 모습은 마치 한국의 동네 도서관을 찾은 듯한 편안함을 느끼게 했다.



< 아동서부터 성인 도서까지 다양한 한국어 도서가 비치된 내부 서가 – 출처: 통신원 촬영 >
특히 인상 깊었던 점은 어린이를 위한 공간이었다. 해외에서 자라는 아이들에게 모국어는 단순한 의사소통 수단이 아니라 자신의 정체성과 문화를 이해하는 중요한 연결고리가 된다. 부모들은 아이들과 함께 그림책을 읽으며 자연스럽게 한국어를 접하게 하고, 아이들은 책을 통해 한국의 역사와 문화, 생활을 익혀 나간다. 책 한 권이 부모와 아이를 이어주고, 다시 한국과 연결해 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 공간의 가치는 더욱 크게 느껴졌다.

< 다음 세대를 위한 한국어 독서 공간은 작은도서관의 가장 큰 힘이다 - 출처: 통신원 촬영 >
왕징 작은도서관은 단순히 책을 빌려 주는 곳에 머물지 않는다. 독서 모임과 글쓰기, 어린이 프로그램 등 다양한 활동이 이루어지고 있으며, 회의와 소규모 문화프로그램을 진행할 수 있는 공간도 마련되어 있다. 실제로 둘러본 회의 공간은 밝고 개방적인 분위기로 꾸며져 있었으며, 교민들이 함께 모여 소통하고 교류하는 생활문화 공간으로 활용되고 있었다. 해외에서는 이러한 작은 만남의 공간이 공동체를 유지하는 중요한 기반이 되기도 한다.
최근 한류의 확산으로 한국문화를 향한 관심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 케이팝과 드라마를 통해 한국을 접한 사람들이 한국어와 역사, 문학으로 관심을 넓히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왕징 작은도서관은 교민뿐 아니라 한국문화를 이해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도 의미 있는 문화 거점이 될 가능성을 보여준다. 화려한 문화행사도 중요하지만, 책을 읽고 이야기를 나누며 한국문화를 일상 속에서 경험하는 공간 역시 문화교류의 중요한 한 축이라는 사실을 다시 생각하게 했다.

< 도서관은 독서를 넘어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문화교류의 공간이 되고 있다 - 출처: 통신원 촬영 >
해외에서 한국문화를 이어가는 일은 거창한 행사만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누군가의 작은 기부와 자원봉사, 부모와 아이가 함께 책을 읽는 시간, 독서 모임에서 나누는 대화가 모여 하나의 문화공동체를 만든다. 베이징 왕징 작은도서관은 그런 일상의 문화교류가 지금도 이어지고 있는 공간이었다. 빠르게 변화하는 도시 한가운데에서 한국어와 한국문화를 조용히 이어가는 이 작은 도서관은, 해외 한인사회와 차세대를 연결하는 소중한 문화 자산으로 앞으로도 오래 기억되기를 기대한다.
사진출처 및 참고자료
- 통신원 촬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