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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비시(BBC)≫가 주목한 케이팝 공연 문화…“휴대폰 내려놓고 즐겨주세요”

  • 조회수

    27

  • 게시일

    2026-08-13

  • 국가

    영국

요즘 케이팝 공연장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풍경 중 하나는 객석 곳곳에서 높이 올라간 휴대폰이다. 좋아하는 가수의 무대를 직접 촬영해 기록하고 이를 온라인에서 공유하는 것은 이제 케이팝 팬 문화의 중요한 일부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최근에는 이러한 관행에 변화를 요구하는 아티스트들도 등장하고 있다.


영국 공영방송 ≪비비시(BBC)≫는 최근 보도를 통해 케이팝 공연에서 점차 부각되고 있는 ‘휴대폰 내려놓기’ 논쟁을 조명했다. 공연을 촬영해 추억으로 남기려는 팬들의 요구와 무대에서 관객과 직접 소통하고 싶어 하는 아티스트의 바람이 맞부딪히면서 새로운 공연 관람 문화에 대한 논의가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비비시≫가 주목한 중심에는 지난해 데뷔한 케이팝 보이그룹 ‘코르티스(CORTIS)’가 있다. 빅히트 뮤직 소속인 코르티스는 올해 글로벌 투어를 시작하며 공연 제목 자체를 ‘폰을 내려  주세요(Put Your Phone Down)’으로 정했다.


지난 7월 18일 한국 인천에서 시작된 투어에서 멤버들은 무대에 올라 관객을 향해 반복해서 “폰을 내려 주세요(Put your phone down)”라고 외쳤다. 하지만 그럼에도 객석에서는 쉽게 휴대폰을 내려놓지 못하는 팬들의 모습이 이어졌다. 수많은 휴대폰 화면이 무대를 향해 올라간 가운데 일부 관객은 멤버들의 요구에 따라 촬영을 멈추기도 했지만 여전히 많은 팬들이 공연을 카메라에 담았다.


≪비비시≫는 이 장면을 단순한 퍼포먼스나 농담으로만 받아들이기에는 코르티스가 그동안 같은 메시지를 꾸준히 전달해왔다는 점에 주목했다. 공연을 휴대폰 화면을 통해 바라보기보다 눈앞에서 펼쳐지는 무대와 멤버들의 모습을 직접 경험해달라는 것이 그룹이 전하고 있는 메시지다.


코르티스의 이러한 움직임은 케이팝 공연을 둘러싼 팬 문화의 특수성과 맞물려 더욱 눈길을 끈다.


케이팝 공연에서 팬들이 직접 촬영한 영상은 단순한 개인 기록을 넘어 팬덤 안에서 공유되고 소비되는 중요한 콘텐츠로 기능한다. 특히 특정 멤버의 모습을 집중적으로 촬영한 이른바 ‘팬캠’은 온라인에서 활발하게 공유되며 안무나 표정과 같은 세부적인 모습을 다시 살펴볼 수 있는 자료가 되기도 한다.


좋아하는 아티스트의 공연을 촬영하고 이를 다른 팬들과 공유하는 것이 케이팝 팬 문화의 한 부분으로 자리 잡은 만큼 공연장에서 휴대폰을 내려놓는 일은 생각보다 간단하지 않을 수 있다.


실제로 매체와 인터뷰한 한 팬은 코르티스 공연을 위해 고성능 스마트폰을 별도로 빌렸다고 전했다. 무대 가까이에서 공연을 볼 수 있는 기회를 다시 얻기 어려울 수 있다는 생각에 촬영을 멈추기가 쉽지 않았다는 것이다. 공연이 끝난 뒤 기억이 흐려질 수 있기 때문에 영상을 남겨두고 싶다는 이유도 있었다. 반면 다른 관객들은 코르티스의 메시지에 공감하는 모습을 보였다. 객석 뒤편에서 휴대폰을 내려놓고 함께 춤추며 공연을 즐기는 팬들의 모습이 오히려 그룹이 의도한 공연 분위기를 잘 보여줬다는 평가도 나왔다.



< 케이팝 공연에서 휴대폰 내려놓기 논쟁이 현지 매체의 주목을 받았다 - 출처: ‘비비시’ 웹사이트 >


공연을 기록할 것인가, 직접 경험할 것인가


이번 논쟁은 비단 코르티스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비비시≫는 공연장에서 관객들에게 휴대폰 사용을 자제해달라고 요청하는 해외 아티스트들이 늘고 있다고 소개했다.


일부 아티스트들은 공연 중 휴대폰 사용을 제한하기 위해 별도의 잠금 파우치를 사용하는 방식까지 택했다. 관객이 휴대폰을 소지할 수는 있지만 공연이 진행되는 동안에는 화면을 사용할 수 없도록 하는 방식이다. 반대로 공연 촬영 자체를 완전히 부정하지 않는 아티스트들도 있다. 공연 영상을 남기는 것이 팬들에게 공연을 다시 기억할 수 있는 방법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무대 위에서는 직접 자신을 바라봐달라고 요청하는 경우다.


케이팝의 대표적인 그룹인 방탄소년단(BTS) 역시 비슷한 요청을 한 사례가 있다. 멤버 정국이 공연 중 관객에게 휴대폰 화면을 바라보기보다 자신을 직접 봐달라는 취지의 말을 건넨 바 있다.


이처럼 공연장에서 휴대폰을 둘러싼 문제는 특정 장르에만 국한된 현상은 아니다. 다만 케이팝에서는 팬캠과 온라인 공유 문화가 특히 활발하다는 점에서 조금 더 복잡한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팬들에게 공연 영상은 단순한 기념물이 아니다. 특정 멤버의 표정이나 동작을 자세히 확인하고 다른 팬들과 공유하는 콘텐츠이자 새로운 팬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출발점이 되기도 한다. 공연장에서 촬영된 짧은 영상 하나가 소셜미디어를 통해 널리 확산되면서 아티스트의 인지도를 높이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결국 아티스트가 원하는 ‘직접 공연을 경험하는 것’과 팬들이 원하는 ‘공연을 기록하고 공유하는 것’이 서로 충돌할 가능성이 있는 셈이다.



< 코르티스는 비교적 짧은 활동 기간에도 전 세계적으로 많은 팬층을 확보하고 있다 - 출처: ‘비비시’ 웹사이트 >


코르티스가 던진 질문


코르티스의 사례가 더욱 흥미로운 것은 그룹이 처음부터 기존의 틀에 얽매이지 않는 이미지를 강조해왔다는 점이다. 그룹명인 코르티스 역시 소속사에 따르면 ‘Colour outside the lines(선 밖에 있는 색깔)’에서 따온 것으로 정해진 틀을 벗어나 자유롭게 자신들의 색깔을 보여주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지난해 데뷔한 코르티스는 비교적 짧은 활동 기간에도 빠르게 글로벌 팬층을 확대하고 있다. 멤버 대부분이 10대이며 가장 나이가 많은 멤버 제임스도 20세에 불과하다. 최근에는 미국 시카고(Chicago)에서 열린 대형 음악 페스티벌 롤라팔루자 무대에도 올랐다. 그런 그룹이 공연의 제목부터 ‘폰을 내려 주세요(Put Your Phone Down)’라고 정하고 팬들에게 직접 휴대폰을 내려놓으라고 요청한 것은 케이팝 공연을 둘러싼 익숙한 관행에 질문을 던지는 행보로 볼 수 있다.


다만 팬들의 반응이 모두 긍정적이었던 것은 아니다. 상당한 비용을 들여 공연장을 찾은 팬들에게 반복적으로 촬영을 자제해달라고 요구하는 것이 오히려 불편하게 느껴질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실제로 ≪비비시≫가 만난 팬들은 첫날 공연 이후 이러한 요구에 불만을 느끼는 팬들이 있었다고 전했다. 이후 코르티스는 두 번째 공연에서 메시지를 조금 다르게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휴대폰으로 촬영하고 싶은 팬들의 마음을 이해하면서도 공연 자체를 함께 즐기자는 방향으로 메시지의 강도를 조절했다는 것이다.


공연 제목 역시 반드시 휴대폰을 사용하지 말라는 엄격한 규칙이라기보다 공연을 온전히 경험하자는 하나의 마음가짐에 가깝다는 설명도 나왔다. 이는 앞으로 케이팝 공연 문화가 어떤 방향으로 변화할지 생각해 볼 수 있는 대목이다.


그동안 케이팝은 온라인 플랫폼과 팬덤 문화의 결합을 통해 세계적인 영향력을 키워왔다. 팬들이 공연 영상을 촬영하고 공유하는 행위 역시 아티스트와 팬덤을 연결하는 중요한 수단 가운데 하나였다. 그러나 케이팝이 글로벌 음악 산업의 주류로 자리 잡으면서 공연장에서 아티스트와 관객이 직접 만나는 경험의 가치 역시 다시 부각되고 있다.


≪비비시≫는 이번 보도에서 이를 단순히 ‘공연장에서 휴대폰을 사용해도 되는가’라는 문제로 다루기보다 아티스트와 팬이 공연을 어떻게 경험해야 하는가라는 보다 넓은 관점에서 바라봤다. 온라인을 통해 공연을 다시 보고 공유하는 것이 케이팝 팬 문화의 중요한 일부라면 공연장에서만 느낄 수 있는 현장감과 아티스트와 관객 사이의 직접적인 교감 역시 공연의 본질적인 가치다.


결국 코르티스가 던진 “휴대폰을 내려놓으라”는 말은 팬들에게 단순히 카메라를 끄라는 요구라기보다 공연을 바라보는 새로운 방식을 제안하는 메시지에 가깝다. 휴대폰 화면 너머로 남겨지는 한 장면보다 눈앞에서 펼쳐지는 공연 그 자체를 기억해달라는 것이다.


케이팝 공연이 세계 각지로 확대되고 팬 문화 역시 빠르게 변화하는 가운데 앞으로 아티스트와 팬 사이에서 이러한 균형을 어떻게 찾아갈지 주목된다.




사진출처 및 참고자료

- ≪비비시(BBC)≫ (2026. 08. 06). ‘Put your phone down’: K-pop band weighs in on concert etiquette.

https://www.bbc.co.uk/news/articles/c39ep3p0ld1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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