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태국 방콕(Bangkok)은 동남아시아를 넘어 아시아태평양 전체에서 가장 뜨거운 피트니스 대회 도시 중 하나로 떠올랐다. 그 중심에 있는 게 바로 ‘하이록스(HYROX)’다. 1km 러닝과 기능성 운동 스테이션을 8번씩 번갈아 수행하는, 전 세계 어디서나 똑같은 규격으로 진행되는 이 실내 피트니스 레이스가 방콕에서만 2만 명 넘는 선수를 끌어모으는 대형 이벤트로 성장했다. 그리고 흥미로운 것은 이 열기 속에 한국 선수들의 발걸음도 꽤 많이 섞여 있었다는 점이다. 하이록스가 태국에서 이렇게까지 커진 배경과 한국의 운동인들이 굳이 방콕까지 원정을 가서 하이록스 태국에 참가하는 이유를 함께 짚어보려고 한다.
‘하이록스(HYROX)’란 무엇일까?
하이록스는 2017년 독일에서 스포츠 이벤트 전문가 크리스티안 퇴츠케와 올림픽 하키 금메달리스트 모리츠 퓌르스테가 함께 만든 대회이다. 달리기와 기능성 트레이닝을 결합해서 프로 선수가 아니어도 도전할 수 있게 설계한 게 특징이다. 8km 러닝과 썰매 밀기, 당기기, 버피 브로드 점프, 로잉, 파머스 캐리, 샌드백 런지, 월볼 같은 8개 스테이션을 정해진 순서대로 수행한다. 이 포맷은 전 세계 어느 도시에서 열리든 동일하게 적용된다는 게 핵심이다. 그래서 서울에서 뛴 기록과 방콕에서 뛴 기록을 그대로 비교할 수 있다. 초보자든 상급자든 같은 도전을 하고 숫자로 서로를 비교할 수 있다는 이 ‘공정한 경쟁’ 구조가 하이록스 인기의 기본 뼈대라고 할 수 있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하이록스에 참여한 누적 선수 수는 약 150만 명에 달한다고 알려져 있다.
왜 ‘태국 방콕’인가?
태국에서 하이록스가 처음 열린 건 2025년 5월이었다. 그런데 불과 1년 사이 성장 속도가 무서울 정도이다. 2026년 3월, 두 번째 대회가 방콕 국제무역 전시센터(BITEC)에서 사흘간 열렸는데 참가자가 1만 8천 명을 넘기며 전년도보다 두 배 가까이 늘었고 이걸 두고 현지 언론은 ‘아세안 최대 규모 피트니스 대회’라고 평가했다. 그리고 몇 달 뒤인 2026년 8월, 세 번째 대회가 퀸 시리킷 국립 컨벤션 센터(QSNCC)에서 나흘간 열렸는데, 60개국 넘는 나라에서 2만 명 이상이 몰려들면서 아시아에서 열린 하이록스 대회 중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국제 참가자 비중만 29%에 달했으니 이제는 완전히 ‘국제 대회’로 자리잡은 셈이다. 태국 현지에는 이미 180개가 넘는 하이록스 전용 트레이닝 클럽이 생겼고 참가자 3분의 2는 두 번째 참가자였다는 걸 보면 일회성 유행이 아니라 훈련 문화로 뿌리내리고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 하이록스 방콕(Hyrox Bangkok) 이벤트 스케줄 - 출처 : 하이록스 타일랜드 페이스북 계정(@hyroxtha) >
이 성장의 배경에는 몇 가지 요인이 겹쳐 있다. 우선 태국 시장에는 그동안 러너를 위한 마라톤 대회는 많았지만, 헬스장에서 웨이트와 같은 기능성 운동을 하는 사람들을 위한 전용 경쟁 무대는 딱히 없었다. 하이록스가 그 빈틈을 정확히 채운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또 하나는 스마트워치의 보급이다. 운동이 ‘힘든지 아닌지’의 문제에서 페이스, 심박수, 회복력 같은 데이터로 자신을 증명하는 문제로 바뀌면서 사람들은 단순히 건강해지고 싶은 게 아니라 스스로 얼마나 더 갈 수 있는지 확인하고 싶어졌다는 분석이 있다. 여기에 태국 유명 연예인들이 대거 출전하면서 ‘건강한 라이프스타일’의 상징처럼 자리 잡았고, 브랜드들도 대회 스폰서를 넘어 전용 훈련 클래스 협업 등으로 일상 속에 파고드는 전략을 펴고 있다. 대회장 분위기 자체도 한몫하는데 현지 취재에 따르면 관중석이 응원단, 첫 출전자, 릴레이팀, 헬스장 친구들로 뒤섞여 마치 작은 콘서트 같은 열기를 만들어 낸다고 한다.

< 하이록스 타일랜드 8월 경기에 참가한 태국 배우 나뎃(Nadech)과 제임스(James) - 출처: (좌) ‘이에프엠 스테이션’ 인스타그램 계정(@efm_station) / (우) 하이록스 타일랜드 인스타그램 계정(@hyroxtha) >

< 하이록스 타일랜드 8월 경기에 참가한 태국 여배우 킴벌리(Kimbery) - 출처: ‘라인 투데이’ 웹사이트 >
그럼, 한국 선수들은 왜 태국 방콕까지 가는가?
한국에서도 하이록스는 이미 탄탄한 팬층을 형성한 상태다. 인천에서 열리는 대회는 매 시즌 참가 규모를 경신하고 있고, 2026년 11월에는 서울 킨텍스에서도 대회가 예정돼 있다. 그런데 재미있는 건 하이록스의 아시아태평양 레이스 캘린더가 촘촘하게 이어져 있다는 점이다. 2026년만 봐도 자카르타(6월)-시드니(7월)-치바(8월 초)-방콕(8월 중순)-퍼스(8월 말)-서울(11월) 순으로 대회가 줄줄이 이어지는데, 이렇게 시즌 안에 여러 도시 대회가 걸려 있다 보니 이미 대회 문화에 익숙한 한국 선수들 입장에서는 방콕을 ‘겸사겸사 원정 대회’로 삼기 좋은 조건이 만들어지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 한국 룰루레몬 앰버서더들이 하이록스 타일랜드 8월 경기에 참가한 후기 - 출처: 네이버 블로그 ‘현탁이의 하루’ 계정(@takfit) >
실제로 방콕 대회를 다녀온 한국 선수들의 후기를 보면, 단순히 대회 하나를 뛰러 간 게 아니라 완전히 다른 에너지를 경험하고 왔다는 이야기가 많다. 각국 선수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만큼 서울 대회와는 다른 국제적인 분위기가 있고 여행과 대회를 결합할 수 있다는 것도 매력이라고 할 수 있다. 태국 방콕은 항공편이 가깝고 여행 비용 대비 만족도가 높다는 점과 태국이라는 여행지 자체의 매력도 원정 참가를 부추기는 요인이다. 여기에 한국 하이록스 커뮤니티 특유의 문화도 한몫한다고 할 수 있다. 마라톤 마니아들이 보스턴이나 도쿄 마라톤을 ‘버킷리스트’로 삼아 원정을 가는 것처럼, 하이록스 마니아들 사이에서도 ‘해외 레이스 원정’이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는 분위기가 생겨나고 있다. 특히 룰루레몬 같은 스포츠 브랜드의 앰버서더나 인플루언서들이 방콕 원정 후기를 소셜미디어와 블로그에 공유하면서 국내 커뮤니티 안에서 “다음엔 나도 방콕 가볼까” 하는 관심을 계속 확산시키는 구조도 보이고 있다.
하이록스 태국 열풍은 단순히 ‘운동 하나가 인기 많아졌다’는 이야기로 끝나지 않는다. 태국 입장에서는 웰니스 산업과 관광, 브랜드 마케팅이 결합된 새로운 경제 생태계가 만들어지고 있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한국 입장에서는 하이록스라는 매개를 통해 태국과 한국의 피트니스 커뮤니티가 실질적으로 교류하고 있다는 점이 눈여겨볼 만하다. 국경을 넘나드는 이 ‘땀의 커뮤니티’가 앞으로 양국 간 스포츠 관광이나 문화 교류에 어떤 식으로 이어질지 계속 지켜볼 가치가 있을 것 같다.
사진출처 및 참고자료
- 하이록스 타일랜드(HYROX Thailand) 페이스북 계정(@hyroxtha),
https://www.facebook.com/hyroxtha
- 하이록스 타일랜드(HYROX Thailand) 인스타그램 계정(@hyroxtha),
https://www.instagram.com/p/DcQD-hSR1tK/
- ≪이에프엠 스테이션(EFM Station)≫ 인스타그램 계정(@efm_station),
https://www.instagram.com/p/DWGgDY7ExxO/
- ≪라인 투데이(Line Today)≫ (2026. 04. 01). ส่องแฟชั่น “คิมเบอร์ลี่” ลงแข่ง HYROX Thailand เปลี่ยนสนามเป็นรันเวย์ แท็กทีมเพื่อนสาวเสิร์ฟลุคส,
https://today.line.me/th/v3/article/QwYZ7kG
- 네이버 블로그 ‘현탁이의 하루’ 계정(@takfit),
https://blog.naver.com/takfit/224381866682
- ≪타이랏(Thairath)≫ (2026. 08. 11). บัตรผู้เข้าชม HYROX Bangkok 2026 'SOLD OUT' เกลี้ยงทุกวัน! ผู้จัดชี้ลุ้นบัตร Walk-In หน้างาน,
https://www.thairath.co.th/sport/worldsport/others/295208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