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14일 남아프리카공화국 일간지 ≪더 시티즌(The Citizen)≫과 생활문화잡지 ≪보나(Bona)≫는 남아공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데뷔 전 걸그룹 아에라(Aera)를 나란히 보도했다. 발단은 8월 11일 공개된 멤버 소개 영상이었다. 다섯 명이 차례로 이름과 배경을 밝힌 짧은 영상은 틱톡(TikTok)에서 확산된 뒤 엑스(X, 구 트위터)로 옮겨가며, 케이팝에서 영향을 받은 남아공 걸그룹의 등장과 아프리카 걸그룹이라는 명칭의 대표성을 둘러싼 논쟁을 동시에 만들었다.

< 남아공 5인조 걸그룹 아에라(Aera) - 출처: 아에라 공식 틱톡 계정(@aera.era) >
≪보나≫에 따르면 아에라는 남아공 댄스팀 에이원(A1)에서 출발한 5인조 보컬 및 댄스 그룹이다. 첨부된 사진에서 왼쪽부터 소피아(Sophia), 메건(Megan), 티아(Tia), 스텔라(Stella), 스테이시(Stacey) 순으로 구성됐으며, 라이브 보컬에 고강도 케이팝 및 현대무용 안무를 결합하는 방향을 내세운다. ≪더 시티즌≫은 이들을 남아공판 캣츠아이(KATSEYE)를 지향하는 독립적인 데뷔 전 그룹으로 소개했다. 캣츠아이는 한국 엔터테인먼트 기업 하이브(HYBE)와 미국 게펜 레코드(Geffen Records)가 한국의 아이돌 육성 방식을 적용해 만든 다국적 걸그룹이다.
아에라가 한국 대중음악과 맺는 관계는 단순한 수식어에 그치지 않는다. ≪더 시티즌≫은 아에라가 2025년 2월 무렵부터 댄스 챌린지와 퍼포먼스 영상, 멤버별 콘텐츠를 올렸고 캣츠아이를 직접 언급해 왔다고 전했다. 한 멤버가 블랙핑크(BLACKPINK) 제니(JENNIE)의 <라이크 제니(Like JENNIE)>에 맞춰 독무를 선보인 영상도 있다. 정식 음원이나 음반을 내기 전부터 연습 장면과 멤버 서사를 짧은 영상으로 축적해 팬을 모으는 방식은 케이팝 산업의 프리데뷔 홍보 문법과 닮았다.
수치로 확인되는 반응도 작지 않았다. 8월 14일 ≪더 시티즌≫ 보도 시점에 소개 영상은 아에라 측 집계로 틱톡 조회수 53만 7,500회를 넘었다. 팝 소식 계정이 엑스에 재게시한 영상은 200만 회 이상 조회됐고, 당시 아에라의 틱톡 팔로워는 약 3만 명이었다. 정식 데뷔곡과 대형 기획사 지원이 확인되지 않은 신인에게 영상 한 편이 계정 규모를 크게 웃도는 노출을 만든 것이다. 틱톡에서는 남아공에서도 응원할 걸그룹이 생겼다거나 자체 캣츠아이를 발견했다는 취지의 반응, 향후 공연과 음반 발매를 묻는 반응이 이어졌다고 ≪보나≫는 전했다.
그러나 엑스에서는 멤버 구성이 아프리카를 충분히 대표하느냐는 반론이 커졌다. 소개된 배경은 남아공계 중국인, 남아공·짐바브웨계, 가나·영국·남아공계, 남아공계, 포르투갈·프랑스·남아공계다. 하지만 그룹 소개를 하는 영상 댓글에서 다수의 네티즌이 왜 아프리카 그룹의 인종 구성이 이처럼 보이느냐며 의문을 제기했다. 반면 남아공 자체가 흑인, 컬러드(Coloured), 백인, 인도·아시아계가 함께 사는 다인종 국가인 만큼, 다양한 뿌리를 지닌 구성원도 남아공인이라는 반박도 제시됐다. 아에라는 이와 같은 논쟁에 공식 입장을 내기보다 노래와 춤 영상을 계속 공개하고 있다.

< (좌) ‘더 시티즌’, (우) ‘보나’에서 작성한 아에라 걸그룹에 관한 기사 헤드라인 - 출처: (좌) ‘더 시티즌’ 웹사이트 / (우) ‘보나’ 웹사이트 >
두 매체의 보도 방식도 눈여겨볼 만하다. 종합 일간지 ≪더 시티즌≫은 캣츠아이와의 유사성보다 아프리카라는 브랜드가 촉발한 정체성 논쟁을 중심에 놓았다. 반면 대중 생활문화 매체 ≪보나≫는 제목부터 아에라를 케이팝에서 영감을 받은 걸그룹으로 규정하고, 케이팝형 안무와 팬들의 기대를 함께 전했다. 이는 케이팝이 남아공 언론에서 더 이상 한국 가수만을 설명하는 장르명이 아니라 현지 신인의 구성과 훈련, 홍보 방식을 해석하는 기준어로 쓰이고 있음을 보여준다.
필자의 시각에서 이번 사안의 핵심은 한류의 인기를 막연히 가늠하는 데 있지 않다. 남아공의 실제 신인 그룹이 케이팝형 다인조 퍼포먼스와 프리데뷔 콘텐츠 전략을 채택했고, 그 결과가 조회수와 언론 보도, 대표성 논쟁으로 구체화됐다는 점이다. 동시에 외형과 홍보 방식만으로 아에라를 케이팝 산업의 현지화 사례로 단정해서는 안 된다. 아직 소속사, 정식 데뷔 일정, 음원 제작진과 훈련 체계가 공개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향후 아에라가 독자적인 음악을 발표한다면 확인할 지점은 한국식 제작 방식의 복제 여부보다 남아공 음악과 언어, 안무가 어떤 방식으로 결합되는가다. 이번 논쟁은 한국 문화산업의 형식이 현지에서 활용될 때 인종과 국적, 대륙 대표성에 대한 남아공 사회의 질문을 함께 통과해야 한다는 사실도 드러냈다. 아에라의 등장은 케이팝을 소비하던 현지 청년들이 이제 그 제작 문법을 자신의 그룹에 적용하기 시작한 실제 사례인 동시에, 현지화에는 문화적 대표성에 대한 세심한 설계가 필요하다는 과제를 남겼다.
사진출처 및 참고자료
- 아에라(aera) 공식 틱톡 계정(@aera.era),
https://www.tiktok.com/@aera.era/video/7672802507726507285?is_from_webapp=1&sender_device=pc&web_id=7662182390035301905
- ≪더 시티즌(The Citizen)≫ (2026. 08. 14). Are Aera really an African girl group? Musos’ multi-ethnic branding ignites Twitter debate,
https://www.citizen.co.za/lifestyle/entertainment/celebrity-news/aspiring-sa-girl-group-aeras-mutli-ethnic-branding-sparks-twitter-debate/
- ≪보나(Bona)≫ (2026. 08. 14). New African K-pop-inspired girl group Aera causes a stir with national backgrounds,
https://www.bona.co.za/entertainment/new-african-k-pop-inspired-girl-group-aera-causes-a-stir-with-national-background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