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폴란드 서점에 등장한 두 편의 한국 관련 문학
- 8월 폴란드 서점에서 만나는 한국 관련 문학, 따뜻한 편지에서 강렬한 호러까지 -
백승연 작가의 『편지 가게 글월』과 한국계 작가 모니카 김의 호러소설이 폴란드어로 소개되며, 한국과 한국계 작가의 이야기를 접하는 폴란드 독자들의 선택지가 다양한 장르로 넓어지고 있다.
최근 폴란드 출판시장에서는 한국과 관련된 문학 작품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한국문학에 대한 관심이 이어지는 가운데, 8월에는 서로 전혀 다른 분위기의 두 작품이 폴란드 독자들을 만났다. 백승연 작가의 『편지 가게 글월』 폴란드어판 『서울의 별난 편지 가게(Niecodzienny sklepik z listami w Seulu)』과 한국계 작가 모니카 김(Monika Kim)의 『눈이 가장 맛있다(Oczy są najsmaczniejsze)』다. 한 작품이 서울의 작은 편지 가게를 통해 사람 사이의 위로와 새로운 시작을 이야기한다면, 다른 작품은 가족의 붕괴와 복수심을 강렬한 호러로 풀어낸다. 분위기와 장르는 크게 다르지만 비슷한 시기에 폴란드 출판시장에 소개됐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백승연 작가의 장편소설 『편지 가게 글월』은 폴란드 출판사 오트바르테(Wydawnictwo Otwarte)를 통해 『서울의 별난 편지 가게』라는 제목으로 소개됐다. 폴란드어 번역은 카타지나 스타브니츠카(Katarzyna Stawnicka)가 맡았다. 이 작품은 영어권에서도 『The Seoul Letter Shop』이라는 제목으로 출간된 바 있으며, 서울 연희동의 작은 편지 가게를 배경으로 꿈과 희망, 그리고 편지가 사람에게 전하는 위로를 그린다.

< ‘서울의 별난 편지 가게’라는 제목으로 발간된 백승연 작가 책 - 출처: 오트바르테 출판사 웹사이트 >
주인공 효영은 영화감독이 되겠다는 꿈이 좌절된 뒤 자신의 삶이 제자리에 멈춘 것처럼 느낀다. 고향에서도 더 이상 미래를 그리지 못하던 중 친구로부터 서울 연희동의 편지 가게에서 잠시 일해보지 않겠느냐는 제안을 받고 새로운 출발을 기대하며 이를 받아들인다. 가게에는 아름다운 펜과 화려한 편지지, 가지런히 쌓인 봉투가 가득하지만 효영의 관심을 가장 끄는 것은 이곳만의 특별한 편지 서비스다. 손님들은 익명의 편지를 통해 자신의 꿈과 희망, 두려움을 적고 가까운 사람에게도 쉽게 털어놓지 못했던 이야기를 낯선 사람에게 전한다. 효영은 다양한 사람들의 사연을 접하면서 편지가 서로 모르는 사람들을 연결하는 특별한 힘을 가지고 있음을 깨닫는다. 그 과정에서 재능 있는 젊은 웹툰 작가 영광을 비롯한 새로운 사람들과 가까워지고,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에 둘러싸여 지내면서 자신에게도 오랫동안 글로 남기고 싶었던 말이 있다는 사실을 발견한다. 특히 작품의 주요 공간으로 서울 연희동이 등장한다는 점은 폴란드 독자들이 한국의 일상적인 도시 풍경을 접할 수 있는 요소다. 폴란드어판 제목에도 ‘서울(Seoul)’이 직접적으로 포함됐다. 유명 관광지를 전면에 내세우기보다 동네의 작은 편지 가게와 그곳을 오가는 사람들의 일상을 통해 서울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독자들은 이야기를 따라가며 자연스럽게 한국의 도시 공간과 정서를 만나게 된다.
같은 시기 폴란드 서점에는 이와 분위기가 전혀 다른 작품도 등장했다. 포즈난 출판사(Wydawnictwo Poznańskie)는 8월 26일 모니카 김 작가의 『눈이 가장 맛있다』를 출간했다. 나탈리아 라프루스(Natalia Laprus)가 번역을 맡았으며 폴란드어판은 320쪽 분량이다. 다만 이 작품은 한국어 원작을 번역한 한국문학 작품이 아니라 한국계 미국 작가가 영어로 발표한 작품이 폴란드어로 번역된 사례라는 점에서 백승연의 작품과는 구분된다.

< ‘눈이 가장 맛있다’라는 제목으로 발간된 모니카 김 작가의 책 - 출처: 포즈난 출판사 웹사이트 >
작품의 주인공 지원은 아버지가 가족을 떠난 뒤 무너진 가정 속에서 살아간다. 상처받은 어머니가 새로운 남성 조지(George)를 집으로 데려오면서 지원과 여동생의 불편함은 더욱 커진다. 그러던 중 지원은 꿈속에서 푸르고 먹음직스러운 ‘눈’을 보기 시작한다. 공교롭게도 조지 역시 같은 색의 눈을 가지고 있다. 조지에 대한 지원의 분노와 복수심이 커질수록 꿈속의 이미지는 더욱 강렬해지고, 주변에서 잔혹한 살인사건까지 발생하면서 악몽과 현실의 경계가 점차 흐려진다. 포즈난 출판사는 이 작품을 복수심에 사로잡힌 젊은 여성의 이야기를 다룬 강렬한 호러로 소개하고 있다. 가족 갈등과 분노, 욕망을 ‘눈을 먹고 싶다’는 기괴한 이미지와 결합하면서 백승연 작가의 책과는 완전히 다른 독서 경험을 제시한다. 또한 모니카 김 작가가 이 작품으로 ‘굿리즈 초이스 어워즈(Goodreads Choice Awards)’ 후보에 오른 이력이 있다는 점도 폴란드어판 소개에서 강조하고 있다.
두 작품을 함께 살펴보면 폴란드 독자들이 접하는 한국 관련 문학의 장르적 폭도 엿볼 수 있다. 『편지 가게 글월』이 서울의 일상적인 공간을 배경으로 상처받은 사람들이 서로의 이야기를 통해 위안을 얻는 과정을 그린다면, 『눈이 가장 맛있다』는 한국계 여성 주인공의 가족과 분노, 복수심을 호러라는 장르를 통해 강렬하게 풀어낸다. 따뜻한 편지 한 장에서 시작되는 서울의 이야기부터 인간의 어두운 욕망을 파고드는 호러까지 서로 다른 작품들이 폴란드어로 독자들과 만나고 있다는 점은 한국 및 한국계 작가의 작품을 접하는 현지 독자들의 선택지가 점차 다양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사진출처 및 참고자료
- 오트바르테 출판사(Wydawnictwo Otwarte) 웹사이트,
https://www.otwarte.eu/book/niecodzienny-sklepik-z-listami-w-seulu
- 포즈난 출판사(Wydawnictwo Poznańskie) 웹사이트,
https://wydawnictwopoznanskie.pl/produkt/oczy-sa-najsmaczniejsz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