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공 미디어가 주목한 한국 드라마 현지화…콘텐츠 국적보다 중요해진 이야기와 언어
- 비우 남아공, 이시줄루어 더빙 등 현지화 전략을 해외 콘텐츠 수용의 핵심으로 제시 -
지난 8월 26일 남아프리카공화국 미디어산업 전문지 ≪넥스 미디어(Nex Media)≫는 엘루이즈 켈리(Elouise Kelly) 비우 남아공(Viu South Africa) 지사장의 기고문을 게재했다. 글은 남아공 시청자가 더 이상 제작 국가만 보고 작품을 고르지 않으며, 이야기의 공감도와 현지화 수준에 따라 국경 밖 콘텐츠를 선택한다고 진단했다. 켈리는 해외 서사가 수용되는 사례로 튀르키예 드라마와 함께 한국 드라마를 들었다. 최근 남아공에서 한국 드라마가 논의되는 초점이 ‘한류가 인기인가’에서 ‘어떤 유통 방식이 시청 장벽을 낮추는가’로 이동했음을 보여주는 현지 업계의 발언이다.

< 비우 남아공 지사장 엘루이즈 켈리(Elouise Kelly) - 출처: ‘넥스 미디어’ 웹사이트 >
기고문에 따르면 비우에서는 남아공 제작물이 여전히 시청의 중심이지만 해외 장르에 대한 이용자의 참여도도 높아지고 있다. 로맨스, 가족 갈등, 복수, 유머와 긴장감처럼 문화권을 넘어 이해할 수 있는 서사가 선택을 이끌며, 남아공 시청자에게 익숙한 장편 연속극의 감상 경험도 해외 시리즈 수용에 영향을 준다는 설명이다. 과거 자막 콘텐츠가 일부 관객을 위한 것으로 여겨졌다면 스트리밍과 사회관계망서비스, 음식·여행 콘텐츠의 확산은 낯선 문화에 접근하는 비용을 줄였다.
주목할 대목은 콘텐츠의 국적보다 이야기가 중요하다는 말이 번역을 불필요하게 만든다는 뜻은 아니라는 점이다. 켈리는 해외 작품의 수요가 저절로 생기는 것이 아니라 플랫폼의 선별, 현지화, 더빙과 마케팅을 통해 길러진다고 강조했다. 이는 비우가 2025년 남아공에서 시작한 케이줄루(K-Zulu) 서비스와 연결된다. 비우는 <선재 업고 튀어>와 <상속자들> 등 한국 드라마를 이시줄루어로 더빙해 제공했고, 이후 현지 매체를 통해 일부 더빙 작품이 플랫폼 톱10에 올랐다고 밝혔다. 한국 작품의 유통 단위가 영어 자막을 읽는 기존 팬층에서 현지 언어로 시청하는 대중으로 넓어진 것이다.

< 비우 남아공에서 홍보하는 한국 작품 – 출처: 비우 남아공 공식 인스타그램 계정(@viusouthafrica) >
현재 비우 남아공 웹사이트에서도 한국 드라마와 예능은 별도 분류에 머물지 않고 신규 공개작, 인기 검색작, 다시보기 목록에 함께 배치돼 있다. <런닝맨>, <나 혼자 산다>, <택시 드라이버> 시리즈를 비롯해 과거 작품과 신작이 동시에 노출된다. 이는 단발성 화제작 한 편을 들여오는 방식보다 장르별 묶음과 지속적인 편성을 통해 이용자의 다음 선택을 유도하는 유통 구조다. 한국 콘텐츠 산업에는 작품 판매뿐 아니라 제목 번역, 성우 연기, 홍보 문구와 추천 화면까지 현지 소비 경험을 설계하는 역량이 중요해졌다는 의미다.
이번 기고는 한국 드라마의 현지화를 번역의 정확성보다 문화적 접근성의 문제로 바라보게 한다. 이시줄루어 더빙은 자막을 선호하지 않는 시청자에게 진입로를 제공하는 동시에 남아공 성우와 후반제작 인력이 한국 콘텐츠의 유통 과정에 참여하게 한다. 한국에서 완성된 영상이 일방적으로 수출되는 것이 아니라 현지 언어산업과 결합해 다시 제작되는 셈이다. 반면 대사에 담긴 높임말과 친족 호칭, 음식명 같은 문화적 맥락이 현지어로 옮겨지는 과정에서 얼마나 보존되는지는 별도의 검토가 필요하다.
자료의 한계도 분명하다. 해당 글은 독립적인 시청자 조사나 편성 통계가 아니라 플랫폼 책임자가 작성한 산업 기고다. 참여도가 높아졌다는 설명에도 작품별 시청 시간, 가입자 증감, 연령·지역별 이용률은 공개되지 않았다. 지난해 발표된 톱10 진입 역시 작품명과 순위 유지 기간이 제시되지 않아 남아공 전체의 한국 드라마 소비 규모로 확대 해석할 수 없다. 현지화의 효과를 입증하려면 자막판과 더빙판의 완주율, 더빙 언어별 이용량, 신규 시청자의 재방문율을 함께 공개할 필요가 있다.
그럼에도 남아공 플랫폼이 한국 드라마를 해외 콘텐츠 수용의 실제 사례로 다시 제시했다는 데서 의미가 있다. 이제 경쟁력은 한국 작품을 보유하는 데 그치지 않고 남아공 시청자가 발견하고 이해하며 다음 작품까지 이어 보게 만드는 과정에서 결정된다. 한국 문화산업이 현지 시장에서 장기적으로 자리 잡으려면 수출 편수보다 언어별 유통 성과를 축적하고, 현지 번역·성우 업계와 협업하며, 원작의 문화적 맥락을 살리는 품질 기준을 함께 마련해야 한다.
사진출처 및 참고자료
- ≪넥스 미디어(Nex Media)≫ (2026. 08. 26). Why great storytelling matters more than where a series comes from,
https://www.nexmedia.co.za/2026/08/26/why-great-storytelling-matters-more-than-where-a-series-comes-from/
- ≪더 미디어 온라인(The Media Online)≫ (2025. 09. 05). The future of entertainment sounds different,
https://themediaonline.co.za/2025/09/the-future-of-entertainment-sounds-different/
- ≪테크파이낸셜스(TechFinancials)≫ (2025. 06. 30). Streaming Platform Viu Adds Korean Dramas Dubbed In IsiZulu,
https://techfinancials.co.za/2025/06/30/streaming-platform-viu-adds-korean-dramas-dubbed-in-isizulu/
- 비우 남아공(Viu South Africa) 웹사이트,
https://www.viu.com/ott/z
- 비우 남아공(Viu South Africa) 공식 인스타그램 계정(@viusouthafrica),
https://www.instagram.com/viusouthafric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