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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리야 아트 퓨처스(Diriyah Art Futures)에서 만난 사우디의 인공지능(AI)과 예술

  • 조회수

    25

  • 게시일

    2026-09-24

  • 국가

    사우디아라비아

  • 통신원

    정효정

디리야 아트 퓨처스(Diriyah Art Futures)에서 만난 사우디의 인공지능(AI)과 예술

- <컨티뉴엄(CONTINUUM) ’26> 전시를 통해 살펴본 사우디의 뉴미디어 예술과 디지털 문화 투자 -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Riyadh)의 디리야(Diriyah)는 사우디의 역사와 미래가 가장 극적으로 교차하는 지역 가운데 하나다. 사우디 왕국의 발상지이자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앗투라이프(At-Turaif)를 품고 있는 이곳에서 최근에는 전통적인 문화유산과는 사뭇 다른 풍경이 펼쳐지고 있다. 인공지능(AI), 가상현실(VR), 확장현실(XR), 인터랙티브 미디어, 사운드와 데이터 등을 예술의 재료로 사용하는 작가들이 모여 새로운 작품을 제작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 중심에 있는 곳이 디리야 아트 퓨처스(Diriyah Art Futures)다.



 

< 디리야 아트 퓨처스 건물 전경들 - 출처: 통신원 촬영 >

중동 최초의 뉴미디어 예술 전문기관, 디리야 아트 퓨처스

디리야 아트 퓨처스는 사우디아라비아 문화부 산하 박물관위원회(Museums Commission)가 운영하는 뉴미디어 예술 전문기관이다. 예술(Art)과 과학(Science), 기술(Technology)의 교차점에서 새로운 창작 방식을 연구하고 지원하는 것을 목표로 하며, 중동·북아프리카(MENA) 지역 최초의 뉴미디어 예술 전문기관을 표방한다.


또한 단순히 전시만 개최하는 미술관과는 성격이 조금 다르다. 디리야 아트 퓨처스는 전시와 함께 연구와 교육, 작가 레지던시, 작품 제작, 공공 프로그램 등을 운영하며 예술가들이 새로운 기술을 실제 창작 과정에 적용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한다. 특히 신진 작가를 대상으로 하는 ‘이머징 뉴 미디어 아티스트 프로그램(Emerging New Media Artists Programme)’은 교육과 멘토링뿐 아니라 전문 시설과 제작비를 지원하고, 프로그램에서 발전시킨 작업을 실제 전시로 연결한다. 프랑스의 현대예술기관 르 프레누아(Le Fresnoy – Studio National des Arts Contemporains)와 협력해 운영되고 있다는 점도 눈에 띈다.


즉 디리야 아트 퓨처스는 완성된 디지털 작품을 가져와 보여주는 전시장이라기보다, 새로운 기술을 예술의 언어로 바꾸는 실험이 이루어지는 제작·연구 플랫폼에 가깝다. 사우디는 이 공간을 통해 자국과 중동 지역의 작가들이 국제적인 뉴미디어 예술 네트워크에 진입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드는 동시에 리야드를 뉴미디어 예술의 주요 거점으로 육성하려 하고 있다.


인간과 기계의 경계를 묻는 <컨티뉴엄(CONTINUUM) ’26> 전시


< 디리야 아트 퓨처스에서 현재 전시되고 있는 ‘컨티뉴엄 ’26’ - 출처: 통신원 촬영 >


현재 디리야 아트 퓨처스에서는 <컨티뉴엄(CONTINUUM) ’26>이 열리고 있다. 9월 3일 개막해 오는 11월 7일까지 이어지는 이번 전시는 디리야 아트 퓨처스의 두 번째 ‘이머징 뉴 미디어 아티스트 프로그램’에 참여한 작가들이 지난 1년 동안 연구하고 제작한 결과물을 소개하는 자리다. 최근 통신원이 직접 방문하여 해당 전시를 관람하였다. 


전시에서는 몰입형·멀티미디어 설치를 비롯해 빛과 사운드, 무빙 이미지, 가상현실(VR)과 혼합현실(MR), AI를 활용한 작업까지 다양한 형태의 뉴미디어 예술을 만날 수 있다. 기술 자체를 과시하기보다는 인간의 기억과 정체성, 권력, 노동, 신체와 감각 등 오히려 오래된 인간의 문제를 새로운 기술을 통해 다시 질문한다는 점이 특징이다.


전시는 크게 네 가지 주제를 중심으로 구성된다. 개인과 공동체, 환경과 문화가 기억되는 방식을 다루는 ‘살아 있는 과정으로서의 기억(Memory as a Living Process)’, 기술과 인간의 결정 및 통제의 관계를 살펴보는 ‘권력과 최적화의 시스템(Systems of Power and Optimisation)’, 신체와 다른 생명체, 몰입형 감각 경험을 탐색하는 ‘신체, 지각 그리고 존재(The Body, Perception, and Presence)’, 자동화된 시스템과 노동, 반복되는 행위를 바라보는 ‘반복, 리듬 그리고 집단적 경험(Repetition, Rhythm, and Collective Experience)’이다.


‘컨티뉴엄(CONTINUUM)’이라는 제목 역시 이러한 문제의식과 연결된다. 현실과 인공현실, 유기적인 것과 합성된 것, 인간과 인공지능 사이의 경계가 점차 유동적으로 변하는 시대에 서로 다른 작가들의 탐구가 하나의 연속선 위에서 만난다는 의미다.



  

< 전시장에서 만난 다양한 뉴미디어 작품들 - 출처: 통신원 촬영 >


전시장에서는 인공지능이 이미지를 생성하거나 인간의 행동에 반응하는 기술처럼 비교적 익숙한 디지털 기술뿐 아니라 관객의 신체와 공간, 소리, 빛, 가상의 환경을 결합한 작품도 만나볼 수 있었다. 각 작품을 따라가다 보면 흥미로운 지점이 드러난다. 이곳에서 인공지능과 디지털 기술은 작품을 화려하게 만드는 장치에만 머물지 않는다. 오히려 인간의 기억은 어떻게 기록되는지, 알고리즘은 우리의 선택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현실과 가상의 경계에서 인간의 정체성을 어떻게 정의할 것인지와 같은 질문을 던지는 예술적 매체로 사용된다.



사우디는 왜 인공지능과 디지털미디어에 투자하는가


디리야 아트 퓨처스의 등장은 최근 사우디에서 빠르게 확대되고 있는 인공지능과 디지털 기술 투자의 흐름과도 맞닿아 있다. 사우디는 ‘비전 2030(Saudi Vision 2030)’을 통해 석유 의존도를 낮추고 산업구조를 다각화하는 국가적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데이터와 인공지능은 특정 산업 하나가 아니라 국가 전반의 변화를 가능하게 하는 기반 기술로 다뤄지고 있다. 사우디 데이터·인공지능청(Saudi Data & AI Authority, SDAIA)에 따르면 비전 2030의 96개 직·간접 목표 가운데 66개가 데이터 및 인공지능과 관련돼 있다. SDAIA 역시 AI 연구·개발, 디지털 인프라 구축, 인재 육성, 투자 확대와 함께 사우디를 데이터와 인공지능 분야의 글로벌 선도국가로 자리매김시키는 것을 전략적 목표로 제시한다. 특히 2026년은 사우디 정부가 공식적으로 지정한 ‘인공지능의 해(Year of AI)’다. 사우디 각료회의는 지난 3월 이를 공식 승인했으며, 정부는 인공지능을 혁신과 국가 경쟁력 향상을 위한 핵심 동력으로 제시했다. 기술의 산업적 활용을 넘어 사회 각 분야의 인공지능 활용을 확대하고, 관련 인재와 스타트업, 연구개발 및 투자를 함께 성장시키겠다는 것이다.


이러한 전략에서 문화예술 역시 예외가 아니다. 오히려 문화는 새로운 기술을 대중이 직접 경험하고 논의할 수 있는 중요한 공간이 되고 있다. 흥미롭게도 사우디 문화부는 2026년 9월 문화 분야의 ‘인공지능 윤리 활용 가이드’도 발표했다. 11개 문화 분야를 대상으로 인공지능을 활용하면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를 살피고, 기술 활용과 동시에 사우디 문화와 창작의 고유성을 보호하는 방향을 제시한 것이다. 따라서 디리야 아트 퓨처스에서 이루어지는 실험은 사우디의 인공지능 전략과 문화정책이 만나는 하나의 현장으로 볼 수 있다. 국가 차원에서는 디지털 인프라와 인공지능 산업을 육성하는 한편, 문화 분야에서는 새로운 기술을 다룰 수 있는 작가와 연구자, 창작자를 양성하고 그 결과를 국제적인 문화 콘텐츠로 연결하려는 것이다.


이는 경제 다각화와도 연결된다. 비전 2030 아래 사우디가 추진하는 디지털·지식경제 전환은 기술 인프라 구축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가 새로운 산업과 고용을 창출하고 그 경제적 효과를 확대하는 방향으로 이동하고 있다. 사우디 정부의 비전 2030 연례보고서 역시 디지털 인프라와 교육·기술 투자를 기반으로 디지털·지식경제의 규모를 확대하는 것을 주요 방향으로 제시하고 있다.



오래된 디리야에서 만나는 미래


디리야 아트 퓨처스가 자리 잡은 장소가 ‘디리야’라는 사실도 상징적이다. 사우디의 역사적 정체성을 대표하는 지역에 최첨단 디지털 예술을 위한 기관을 세웠다는 것은, 최근 사우디 문화정책에서 ‘전통’과 ‘미래’가 반드시 반대 방향을 의미하지 않는다는 점을 보여준다.


실제로 이번 전시에서 기술은 미래를 보여주기 위한 화려한 장치라기보다 기억과 정체성, 인간의 신체와 노동, 환경과 권력 같은 문제를 다시 들여다보게 만드는 도구에 가까웠다. AI가 인간의 창작을 대신할 것인가라는 익숙한 질문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인간과 기술이 이미 함께 살아가기 시작한 시대에 예술이 무엇을 질문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사우디의 디지털 전환, 한국 콘텐츠에는 어떤 기회가 될까


사우디가 인공지능과 디지털 기술에 대규모 투자를 이어가는 지금, 디리야 아트 퓨처스는 그 변화가 산업과 경제 영역을 넘어 문화예술의 언어로 어떻게 번역되고 있는지를 직접 확인할 수 있는 공간이다. 수백 년의 역사를 품은 디리야 한가운데에서 인간과 인공지능의 미래를 질문하는 작품들을 마주하는 경험은, 현재 사우디가 그리고 있는 ‘미래’가 기술 개발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었다.


사우디의 디지털 전환, 한국 콘텐츠에는 어떤 기회가 될까 이러한 변화는 한국 문화예술과 콘텐츠의 사우디 진출에도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준다. 지금까지 사우디에서 한국문화에 대한 관심은 케이팝과 드라마 등 대중문화 콘텐츠를 중심으로 두드러져 왔다. 그러나 디리야 아트 퓨처스와 같은 뉴미디어 예술 전문기관의 등장은 앞으로 양국의 문화교류가 인공지능과 미디어아트, 실감형 콘텐츠 등 기술 기반의 동시대 예술로 확장될 가능성을 보여준다. 통신원이 올해 사우디 비주얼 아트 커미션(Visual Arts Commission)의 레지던시 프로그램에 참여한 한국 작가 티안을 만났을 때도 이러한 가능성을 엿볼 수 있었다. 티안 작가는 디리야 아트 퓨처스에 대해 이미 잘 알고 있었으며, 향후 이곳의 레지던시 및 창작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싶다는 의사를 보였다. 특히 사우디가 최근 인공지능과 디지털 기술 분야에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있으며, 뉴미디어 창작에 필요한 전문 장비와 기술 인프라를 확충하고 있다는 점에도 관심을 보였다. 


이러한 창작 환경은 인공지능과 기술을 예술적 매체로 활용하는 해외 작가들이 사우디의 레지던시와 예술기관에 관심을 갖게 하는 요인 가운데 하나가 될 수 있다. 이러한 한국 작가의 관심은 사우디의 인공지능과 디지털 문화 투자가 한국 창작자들에게도 새로운 교류의 기회를 제공할 가능성을 보여준다. 특히 디리야 아트 퓨처스는 전시뿐 아니라 레지던시와 교육, 연구, 작품 제작을 함께 지원하고 있어, 향후 한국의 뉴미디어 작가와 인공지능 기반 창작자들이 현지에서 작품을 연구·제작하거나 사우디 및 다른 국가의 작가들과 교류하는 접점이 될 수 있다. 이는 완성된 한국 콘텐츠를 사우디에 소개하는 기존의 한류 확산 방식과도 조금 다른 가능성이다. 한국 작가들이 사우디의 문화예술기관과 창작 인프라를 활용해 현지에서 작품을 개발하고, 장기적으로는 현지 작가들과 공동 제작으로까지 이어진다면 양국의 문화교류 역시 ‘한국 콘텐츠의 소비’에서 ‘창작과 제작의 교류’로 확장될 수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 한국의 뉴미디어 작가들이 디리야 아트 퓨처스의 레지던시와 전시, 제작 프로그램 등에 참여하게 된다면 케이팝과 드라마를 넘어 한국의 동시대 미디어아트와 기술 기반 창작을 사우디에 소개하는 또 하나의 통로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사진출처 및 참고자료

- 통신원 촬영

- 디리야 아트 퓨처스(Diriyah Art Futures) 공식 인스타그램 계정(@dafmoc), 

https://www.instagram.com/dafmoc/

- 사우디 데이터 앤 에이아이 오토리티 앤 비전 2030(Saudi Data & AI Authority and Vision 2030) 웹사이트,

https://sdaia.gov.sa/en/SDAIA/SdaiaStrategies/Pages/sdaiaAnd2030Vision.aspx

- ≪사우디 프레스 에이전시(SPA)≫ (2026. 03. 26). SDAIA Issues Year of Artificial Intelligence 2026’s Guidelines to Unify National Efforts and Showcase Saudi Leadership in Advanced Technologies, 

https://spa.gov.sa/en/N2546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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