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르샤바에서 카토비체까지… 폴란드에 부는 ‘한국어 배우기’ 바람
- 대학 전공부터 시민 축제 부스까지, 9월 폴란드 한국어 교육 현장 -
폴란드에서 한국어는 더 이상 케이팝 팬들만의 취미가 아니다. 새 학기가 시작된 9월, 폴란드 곳곳에서 한국어를 전공으로 택하는 대학생과 퇴근 후 세종학당을 찾는 직장인, 공원 축제에서 한글을 처음 접한 시민들이 저마다의 방식으로 한국어를 만났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바르샤바(Warszawa)의 사립대학 비스툴라 재무경영아카데미(Akademia Finansów i Biznesu Vistula)에서 나왔다. 이 학교의 3년제 학사 과정 ‘아시아학: 일본, 한국, 베트남(Studia azjatyckie: Japonia, Korea, Wietnam)’은 입학할 때 일본어와 한국어, 베트남어 가운데 하나를 전공 언어로 고르는 구조다. 그런데 학교는 2026/2027학년도 겨울학기 학부 신입생을 한국어 전공으로만 모집한다고 공지했다. 과정 동안 전공 언어 수업만 700시간이 배정되고, 원어민 강사와 자격을 갖춘 한국어 교사가 수업을 맡는다. 언어뿐 아니라 동아시아의 역사와 문화, 대외무역 전략, 소프트파워, 아시아의 비즈니스 관행까지 함께 배운다.
이미 몇 달 전부터 학교는 전공 홍보도 한국 문화로 풀었다. 8월 16일 일요일, 바르샤바 프라가 북부(Praga-Północ) 지구의 카벵친스카(Kawęczyńska) 36 캠퍼스에서 ‘테이스트 오브 코리아 2026(Taste of Korea 2026)’이 열렸다. 국제청소년연합(IYF) 폴란드 지부가 주최하고 비스툴라가 장소를 내준 이 행사는 케이팝과 한국 음식, 한국 문화, 케이뷰티를 하루에 모두 맛볼 수 있도록 꾸며졌다. 오후 2시부터 7시까지 운영된 문화 구역은 무료 입장권만 예약하면 누구나 들어올 수 있었다. 방문객들은 한복을 직접 입어 보는 워크숍에 참여하고, 붓을 잡고 한국 서예를 따라 써 보고, 전통 놀이를 즐겼다. 한국어·한글 워크숍에서는 한국어와 한글을 처음 배워 볼 수 있었고, 케이뷰티 구역과 한국 문화 전시, 포토존도 마련됐다. 캠퍼스 곳곳의 음식 부스에서는 한국 음식을 팔았다. 케이팝 음악이 무작위로 흘러나오면 아는 사람이 앞으로 나와 춤을 추는 ‘랜덤 플레이 댄스’도 열렸다. 저녁에는 별도 유료 입장권으로 케이팝 공연이 이어졌다. 학교 측은 이 행사를 대중문화를 넘어 언어와 사회, 비즈니스를 깊이 배우고 싶은 사람들을 위한 전공 소개의 자리로 삼았다. 축제를 즐기러 온 방문객이 자연스럽게 아시아학 과정 안내를 받도록 한 것이다.

< 비스툴라 재무경영아카데미의 ‘테이스트 오브 코리아 2026’ 행사 포스터 – 출처: 비스툴라 재무경영아카데미 웹사이트 >
남부 실롱스크(Śląsk) 지방의 중심 도시 카토비체(Katowice)에서는 한국어가 시민들의 일상 공간으로 나왔다. 9월 12일 실롱스크 봉기 공원(Park Powstańców Śląskich)에서 제15회 <카토비체 비정부기구 축제(Festiwal Organizacji Pozarządowych)>가 열렸다. 지역 자원봉사센터 협회(Stowarzyszenie Regionalne Centrum Wolontariatu)가 주관하는 이 축제는 2010년부터 한 해도 거르지 않고 이어져 왔다. 공원에는 ‘비정부기구 마을’이 꾸려져 문화·복지·교육·환경 단체들이 부스를 차리고, 워크숍과 시연, 단체 간 만남이 하루 종일 이어진다. 단체들은 활동을 알리고 자원봉사자와 협력 파트너를 찾으며, 시민들은 참여할 곳을 찾거나 가족과 주말 나들이를 즐긴다. 입장은 무료다. 현지 매체 ≪24카토(24kato)≫는 이 축제가 카토비체 사회생활 지도에서 중요한 지점 가운데 하나로 자리 잡았다고 소개했다.
이곳에 한국 부스가 섰다. 실롱스크대학교(Uniwersytet Śląski) 폴란드-한국 협력센터가 카토비체 세종학당, 인문대 한국학 동아리 ‘하눌(Hanul)’과 함께 준비했다. 시민들은 한복을 입어 보고 한국 전통 놀이를 즐겼으며, 세종학당의 한국어 강좌 안내도 받았다. 부스 앞에서는 주민들은 물론 시와 지역 단체 관계자들과의 만남과 대화도 이어졌다. 센터 측은 행사 뒤 “함께 한국을 소개하고 한국어 학습을 알리며, 카토비체와 실롱스크에서 폴란드-한국 관계를 키워 가는 활동을 보여 줄 수 있어 기뻤다”고 전했다. 한국 문화에 관심은 있지만 어디서 배워야 할지 몰랐던 시민에게, 공원 한편의 부스가 첫 연결 고리가 된 셈이다.

< 제15회 ‘카토비체 비정부기구 축제’ 내 한국 부스 모습 - 출처: 통신원 촬영 >
센터는 올해 6월 1일에도 동아리 하눌, 번역 연구회 트란슬라토리움(Translatorium), 카토비체 세종학당 등과 함께 ‘한국의 날(Dzień Koreański)’ 행사를 열어 문화와 경제, 교육을 주제로 한국을 소개했다. 대학 안에서 열던 행사를 이번에는 시민들이 오가는 공원으로 옮긴 것이다. 카토비체 세종학당은 대학 건물에서 주 2회 90분씩 초급부터 고급까지 학기제 강좌를 운영하고, 수강생에게 문화 행사 참여 기회도 준다. 축제 부스에서 받은 안내가 실제 수강 신청으로 이어질 수 있는 구조다. 9월 폴란드의 한국어 현장을 보면 흐름이 읽힌다. 대학은 학위 과정으로, 세종학당은 단계별 강좌로, 지역 단체는 시민 축제로 저마다 한국어를 배울 문을 넓히고 있다. 세 언어 전공을 둔 과정에서 올해 신입생 모집을 한국어 전공으로만 진행한다는 점은 현지의 한국어 관심을 짐작하게 하는 장면이다.
사진출처 및 참고자료
- 비스툴라 재무경영아카데미(Akademia Finansów i Biznesu Vistula) 웹사이트,
https://vistula.edu.pl/wp-content/uploads/2026/08/PL_News-WWW-740x400-1.png
- ≪24카토(24kato)≫, (2026. 07. 31). Ruszyły przygotowania do jubileuszowego XV Festiwal Organizacji Pozarządowych w Katowicach,
https://www.24kato.pl/ruszyly-przygotowania-do-jubileuszowego-xv-festiwal-organizacji-pozarzadowych-w-katowicac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