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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아라 리 감독의 다큐멘터리 상영회 현장

  • 조회수

    61

  • 게시일

    2026-10-10

  • 국가

    말레이시아

  • 통신원

    홍성아

이아라 리 감독의 다큐멘터리 상영회 현장

- <비사우를 위한 연대>와 <쓰레기로 보물 만들기> 영화 상영 –

 


최근 말레이시아 페낭(Penang) 복합문화공간 힌 버스 디포(Hin Bus Depot)에서 한국계 브라질 다큐멘터리 감독 이아라 리(Iara Lee)의 영화상영회가 열렸다. 이번 상영회에서는 기니비사우 여성들의 삶을 다룬 <비사우를 위한 연대(Nô Kumpu Guiné: Agroecology and Feminism in Guinea-Bissau)>와 레소토 환경 문제를 다룬 <쓰레기로 보물 만들기(FROM TRASH TO TREASURE: Turning Negatives into Positives)>가 각각 9월 27일과 10월 3일 관객과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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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아라 리 영화상영회 포스터 – 출처: 이아라 리 인스타그램 계정(@iaralee.explores.brazil) >

 

영화 상영회가 열린 힌 버스 디포(Hin Bus Depot)는 1947년부터 1999년까지 버스 차고지로 사용됐던 공간이다. 2014년 리투아니아 출신 예술가 어네스트 자카레빅(Ernest Zacharevic)의 전시 <아트 이즈 러비시 이즈 아트(Art Is Rubbish Is Art)>를 계기로 예술 공간으로 재조명됐으며, 현재는 갤러리와 카페, 팝업스토어, 소규모 상점 등이 어우러진 복합문화공간이자 페낭의 주요 관광 명소로 자리 잡았다. 한국인 관광객들에게도 잘 알려진 이곳은 단순한 관광지를 넘어 예술가들이 수공예품을 선보이고 소상공인들이 음식을 판매하는 공간이기도 하다. 전시와 영화 상영회, 공연 등 다양한 문화 행사가 열리면서 예술가와 지역 상인, 방문객이 함께 어우러지는 페낭의 대표적인 예술문화 공간으로 기능하고 있다.



 

< 다큐멘터리 영화 상영회가 열린 힌 버스 디포 - 출처: 통신원 촬영 >


이처럼 예술가와 지역 상인, 다양한 문화 활동이 어우러지는 공간에서 열린 만큼 상영회에서는 이아라 리 감독의 작품에 공감하고 관심을 보이는 관객들을 만날 수 있었다. 출판업계 종사자와 영화 전공 학생을 비롯해 사회운동가, 작가 등 다양한 배경의 관객들이 한자리에 모여 영화가 다루는 사회적 메시지에 귀를 기울였다.


이아라 리 감독은 한국계 브라질인 다큐멘터리 영화감독이자 사회운동가로, 약 30년간 다큐멘터리 제작을 통해 환경과 인권을 비롯한 다양한 사회 문제를 조명해 왔다. 2006년에는 카이피리냐 재단(Caipirinha Foundation)을 설립해 전 세계의 활동가와 교육자, 농업인, 예술인 등을 지원하고 이들 간의 연대와 협력을 장려했다. ‘카이피리냐’는 브라질 포르투갈어로 시골 소녀를 뜻하는 동시에 브라질을 대표하는 칵테일의 이름이기도 하다. 재단은 이후 저항의 문화 네트워크(Cultures of Resistance Network)로 명칭을 변경했으며, 현재까지도 다양한 사회·문화 활동을 통해 변화를 위한 연대와 협력을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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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아라 리 감독 – 출처: 이아라 리 인스타그램 계정(@iaralee.explores.brazil) >

 

9월 27일 상영된 <비사우를 위한 연대>는 2023년 개봉한 40분 분량 다큐멘터리 단편영화로 미국, 브라질, 칠레 등에서 열린 국제영화제에서 최우수 다큐멘터리상을 받은 바 있다. 영화는 서아프리카에 위치한 국가 기니비사우의 여성들이 겪는 인권 침해와 불평등 문제를 조명한다.

 

기니비사우에서는 어린 나이에 성인 남성과 결혼하는 조혼과 여성 할례 등 여성의 신체적 자율성과 존엄성을 침해하는 관행이 문제로 지적된다. 특히 기니비사우는 2018년 기준 15~49세 여성의 약 52.1%가 할례를 경험한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조혼과 가정폭력, 교육 기회 제한 등 여러 사회적 제약에 직면해 있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도 많은 여성이 가정의 생계를 책임지고 있지만 사회경제적 불평등으로 인해 자신의 권리를 보호하고 삶의 조건을 개선할 기회는 충분하지 않은 상황이다.

 

영화는 이러한 어려움 속에서도 여성들이 주도적으로 변화를 만들어 가는 과정을 함께 보여준다. 기니비사우 여성들은 여성 농업 생산자 단체인 아팔코프(Associação das Produtoras Agrícolas e Luta Contra a Fome, APALCOF)와 그란자 페수베(Granja-Pessube) 등 조직을 설립해 여성 농업인의 활동을 지원하고 빈곤 퇴치와 식량 안보, 지속가능한 농업 및 생태 인식 변화에 힘쓰고 있다. 영화는 여성들이 농업과 공동체 활동을 기반으로 경제적 자립을 모색하고 서로 연대하며 폭력과 불평등에 맞서 삶의 변화를 이끌어 가는 모습을 집중적으로 담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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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사우를 위한 연대’ 포스터 – 출처: 저항의 문화 네트워크 웹사이트 >

 

10월 3일 상영된 <쓰레기로 보물 만들기(FROM TRASH TO TREASURE: Turning Negatives into Positives)>는 2020년 개봉한 24분 분량 단편 다큐멘터리로 브라질, 나이지리아, 미국 등 국제영화제 단편 다큐멘터리 부문 수상작이다. 이 영화는 남아프리카에 위치한 국가 레소토를 배경으로 현지 주민들의 일상과 공동체 활동을 가까이서 담아낸 참여형 다큐멘터리다.

 

영화는 폐기물을 친환경 수공예품으로 재탄생시키는 활동부터 여성과 소수자 권리 보호, 취약계층 지원, 사회적 편견과 혐오에 맞서는 움직임까지 레소토 국민들의 다양한 실천을 보여준다. 전통 악기와 음악을 직접 만들고 연주하면서 문화적 정체적을 이어가는 모습도 담아내며 음악을 통해 자신들의 이야기를 세상에 전하고 일상 속 실천을 바탕으로 공동체가 직면한 문제에 대응하고 있는 레소토인들을 보여준다.

 

이러한 활동은 빈곤과 실업, 질병 등 다양한 사회경제적 어려움 속에서 이뤄지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2017년 레소토는 전체 인구 중 41.9%가 빈곤에 시달리고 있으며 국제노동기구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실업률은 30.1%에 달한다. 또 저소득 국가 통계를 집계하는 더 글로벌 이코노미(The Global Economy)에 따르면 2024년 기준 레소토 지역의 성인 에이즈 감염률은 17.1%로 세계 평균 1.43%를 상회한다. 영화는 이처럼 어려운 여건에서도 자신들의 신념과 문화를 지키며 일상을 이어가는 레소토 사람들의 모습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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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쓰레기로 보물 만들기’ 포스터 – 출처: 저항의 문화 네트워크 웹사이트 >

 

이처럼 이아라 리 감독은 주류 매체에서 상대적으로 주목받지 못한 빈곤과 여성 및 소수자 인권, 환경 등 다양한 사회 문제를 다큐멘터리로 조명하며 관객들에게 깊은 울림을 전해왔다. 영화를 관람한 전 세계 관객들도 “앞으로도 이러한 작품을 통해 세상에 메시지를 전달해주세요(@miratecarts)”, “이렇게 아름다운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알려줘서 고맙습니다!(@ aristocking8545)” 등 반응을 보이며 작품이 전하는 메시지에 공감을 나타냈다.


영화 상영 후에는 이아라 리 감독과 관객들이 작품에 담긴 메시지와 제작 과정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이 마련됐다. 관객들은 수년간 전쟁과 빈곤, 인권 침해 등 비극적인 현실을 마주하면서도 감독이 다큐멘터리 제작을 이어가는 원동력은 무엇인지 질문했다. 또한 영화가 다룬 아프리카의 문제를 넘어, 말레이시아 사회의 난민과 무국적자 문제 등 현지에서 마주하는 사회적 과제에 대한 감독의 생각을 묻기도 했다.


이아라 리 감독은 아프리카를 바라보는 고정관념을 넘어 현지의 긍정적인 모습과 잘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를 전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많은 사람이 아프리카에는 말라리아와 같은 고통스럽고 비극적인 일만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저는 아프리카에서 배울 점이 많다고 생각하며, 긍정적인 이야기도 알리고 싶었습니다. 레소토라는 나라는 생소할 수 있지만, 그곳의 잘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와 긍정적인 활동을 소개하고 싶었습니다.”


이어 그는 전쟁의 참상을 기록했던 과거의 작업을 언급하며 이번 작품의 차별점을 설명했다. 2010년대 전쟁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을 촬영하고 이라크 전쟁의 아픔을 기록하기도 했지만, 이번 작품에서는 아이들의 경이로운 순간과 현지 사람들의 이야기에 주목했다. 그는 “이 영화는 멜로 영화와도 같다”며, 출연자들이 마음을 열고 자신의 이야기를 스스로 들려줄 수 있도록 기다리는 방식으로 진솔한 이야기를 담아냈다고 설명했다. 또한 깨끗한 음식과 환경 문제 등 일상과 밀접한 주제도 작품에 담았다고 덧붙였다.


말레이시아의 사회적 불평등과 로힝야 난민, 무국적자 문제에 대한 질문도 이어졌다. 한 관객은 말레이시아 사회에도 피라미드와 같은 위계적 구조가 존재한다며, 난민과 무국적자를 둘러싼 문제를 어떻게 바라보는지 물었다. 이에 이아라 리 감독은 브라질의 가정 밖 청소년 문제를 예로 들며, 사회적 취약계층을 배제하거나 제거하는 방식은 해결책이 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브라질에도 가정 밖 청소년과 같은 문제가 있습니다. 일부 사람들은 이들이 범죄를 저지를 수 있으니 제거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하지만, 저는 그것을 해결책으로 보지 않습니다. 로힝야 난민 문제도 마찬가지입니다. 말레이시아 정부가 이들을 어떻게 대하는지가 중요합니다. 사람들을 차별하고 배제하는 것이 아니라, 문제 자체를 해결하는 것이 더욱 중요합니다.”


식민주의의 유산에 관한 질문도 나왔다. 영국의 식민 지배가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주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그는 수단 사회의 피부색에 따른 위계와 차별을 언급했다. 피부색이 상대적으로 밝은 아랍계 수단인이 흑인 수단인보다 우월하다고 여기는 경향이 있으며, 이로 인해 피부색을 더 밝게 만들려는 현상도 나타난다는 것이다. 그는 이러한 사례를 통해 식민주의의 영향이 사회에 얼마나 깊이 뿌리내릴 수 있는지 설명했다.



  

< 이아라 리 감독과 관객들과의 대화 - 출처: 통신원 촬영 >


그렇다면 여러 국가에서 비극적인 현실을 목격하면서도 어떻게 긍정적인 태도를 유지할 수 있을까. 한 관객의 질문에 감독은 고통스러운 상황 속에서도 희망을 발견하려 한다고 답했다. “저는 부정적인 상황 속에서도 긍정적인 것을 보려고 합니다. 한 번은 시리아에서 시신 수습 자원봉사를 하러 간 적이 있습니다. 그곳은 자원봉사자들조차 폭격으로 목숨을 잃을 수 있는 곳입니다. 하지만 그곳에서 봉사하는 젊은이들을 보며 용기를 얻었습니다. 끔찍한 현실이지만, 그 안에서도 다른 사람들을 돕는 이들이 있습니다. 강간 피해 여성들을 치유하는 의사도 있고, 백인 전용 수영장에 저항하다 수감된 사람도 있습니다. 정의롭지 않은 것에 맞서 싸우는 사람들은 언제나 존재합니다.”


마지막으로 관객들은 영화가 현지 주민들에게도 상영되는지, 현지 비정부기구와 협력하는지, 그리고 오랜 시간 영화 제작을 이어갈 수 있는 원동력은 무엇인지 물었다. 감독은 인스타그램과 재단을 통해 사람들과 연락하고, 일회성 만남에 그치지 않는 장기적인 관계를 만들어가려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영화가 단순히 영감을 주는 데 그치지 않고 관객의 마음 깊숙이 다가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비록 영화가 직접 손으로 만질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사람들의 마음과 생각에 닿아 의미 있는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믿음이 그가 작업을 이어가는 이유라고 덧붙였다.

 

이아라 리 감독이 포착한 경이로운 순간들은 말레이시아에서 지리적으로 멀리 떨어진 지역의 이야기였지만, 국경을 넘어 관객들의 마음에 닿았다. 한국과 말레이시아라는 두 국가의 경계를 넘어 빈곤과 인권, 환경 등 세계가 함께 마주한 과제를 조명하고, 저항과 연대의 의미를 되새기는 시간이기도 했다. 서로 다른 국가와 문화, 인종, 종교적 배경을 지닌 사람들이 영화라는 매개를 통해 보편적인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다는 점에서 문화가 지닌 힘을 확인할 수 있었다. 앞으로도 말레이시아에서 다양한 문화적 배경을 지닌 한국계 창작자들의 시선과 이야기를 통해 세계의 다양한 사회적 의제를 조명하고 서로 다른 문화권의 사람들이 소통하는 계기가 늘어나기를 기대한다. 이러한 문화적 만남을 통해 상호 이해와 공감을 넓히고, 공동의 문제를 함께 고민하는 교류의 장으로 이어질 수 있으리라 믿는다.

 



사진출처 및 참고자료

- 통신원 촬영 

- 국제노동기구(ILO) 웹사이트,

https://www.ilo.org/resource/news/lesotho-takes-step-towards-evidence-based-labour-market-reform-2024-labour

- 힌 버스 디포(Hin Bus Depot) 웹사이트,

https://hinbusdepot.com/about-us

- 저항의 연대 네트워크(Cultures of Resistance Network) 웹사이트,

https://culturesofresistance.org/iara-lee/

https://culturesofresistancefilms.com/unite-for-bissau/

https://culturesofresistancefilms.com/unite-for-bissau-awards/

https://culturesofresistancefilms.com/trash-to-treasure/

https://culturesofresistancefilms.com/lesotho-awards/

- 디스커버 더 네트워크(Discover the Network) 웹사이트,

https://www.discoverthenetworks.org/organizations/caipirinha-foundation/

- 에프지엠시 리서치 이니셔티브(FGMC Research Initiative) 웹사이트,

https://www.fgmcri.org/country/guinea-bissau/

- 세계은행 웹사이트,

https://data360.worldbank.org/en/economy/LSO

- 더 글로벌 이코노미(The Global Economy) 웹사이트,

https://www.theglobaleconomy.com/Lesotho/HIV_infections/

- 이아라 리 인스타그램 계정(@iaralee.explores.brazil),

https://www.instagram.com/p/Dd5JrXAE87O/?img_index=1

- 저항의 연대 영화(Cultures of Resistance Films) 공식 유튜브 채널(@CulturesofResistance),

https://www.youtube.com/watch?v=pPvq_CzRkUc

https://www.youtube.com/watch?v=udLsJuTKrm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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