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해도 민요에서 마드리드의 춤판까지…
- 악단광칠, 전통음악으로 현지 관객과 호흡하다 -

< 악단광칠 마드리드 공연 - 출처: 통신원 촬영 >
지난 10월 4일 스페인 마드리드(Madrid)의 현대문화예술 공간 콘데두케(Contemporánea Condeduque). 한국 전통음악 그룹 악단광칠(ADG7)의 공연이 후반부에 접어들자 객석의 분위기가 달라지기 시작했다. 마지막 곡들이 이어지면서 관객들은 하나둘 자리에서 일어났고, 이내 음악에 맞춰 함께 춤을 추며 공연의 열기를 끌어올렸다. 무대 위 연주자와 객석의 관객이 음악을 매개로 하나가 된 순간이었다. 한국의 전통적인 음악적 요소를 바탕으로 한 공연이 스페인 관객의 적극적인 참여를 끌어냈다는 점에서 이날 무대는 한국 전통음악의 또 다른 가능성을 보여줬다.
이번 공연은 콘데두케의 2026~2027 시즌 프로그램의 하나로 마련됐다. 악단광칠은 황해도 민요와 한국 무속음악을 바탕으로 전통과 현대의 음악적 요소를 결합해 자신들만의 독창적인 무대를 선보여 왔다. 한국 대중문화가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가운데, 이번 공연은 한국의 지역적 음악 전통과 전통예술의 현대적 표현을 마드리드 현지 관객에게 소개하는 자리였다.
황해도 민요와 무속음악, 현대적인 무대로 다시 태어나다
2015년 결성된 악단광칠은 황해도 지역의 민요와 한국 무속음악에서 음악적 영감을 얻는 그룹이다. 황해도는 오늘날 북한에 해당하는 지역으로, 이곳의 민요는 한국 전통음악이 지닌 지역적 다양성과 역사적 층위를 보여주는 문화적 자산이다. 악단광칠은 이러한 음악적 뿌리를 바탕으로 팝과 포크, 펑크 등 현대적인 음악의 요소를 결합해 전통음악을 동시대 관객이 경험할 수 있는 공연으로 재구성한다.
한국의 전통음악은 오랜 시간 지역 공동체의 삶과 의례, 노동과 놀이 속에서 형성되고 전승돼 왔다. 그중 무속음악은 한국의 전통 의례인 굿과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 굿은 노래와 음악, 춤 등의 요소가 어우러지는 복합적인 문화적 실천으로, 공동체의 안녕과 복을 기원하는 의미를 지닌다. 악단광칠은 이러한 전통음악의 역동성과 에너지를 현대적인 공연 형식으로 풀어내며 과거의 음악적 유산을 오늘날의 무대 위에서 새롭게 경험하도록 한다.
전통음악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다는 것은 단순히 악기나 선율에 새로운 요소를 더하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전통이 형성된 역사적·문화적 배경을 바탕으로 오늘날의 관객과 소통할 수 있는 표현 방식을 모색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악단광칠의 음악은 한국 전통음악의 고유한 색채를 유지하면서도 현대적인 감각을 접목한다는 점에서 전통예술이 동시대 공연예술과 만나는 사례로 살펴볼 수 있다. 무대 위에서 드러나는 시각적인 요소 역시 악단광칠의 공연을 구성하는 중요한 부분이다. 전통 복식과 무속 문화에서 영감을 얻은 의상, 개성 있는 무대 연출은 음악과 함께 그룹의 정체성을 드러낸다. 이러한 요소들은 전통문화를 과거의 모습을 그대로 재현하는 대상으로만 바라보기보다, 오늘날의 무대에서 새로운 미적 표현으로 발전시킬 수 있음을 보여준다.

< 악단광칠의 무대에 열광하는 관객들 - 출처: 통신원 촬영 >
객석에서 시작된 호응, 무대와 관객의 경계를 허물다
이날 공연에서 특히 인상적이었던 것은 마지막 곡들이 연주될 때 나타난 관객들의 반응이었다. 공연 후반부에 이르러 관객들은 객석에서 일어나 음악에 맞춰 몸을 움직이고 춤을 추기 시작했다. 공연을 바라보며 감상하는 데 머무르지 않고 음악의 리듬에 직접 반응하며 무대에 참여한 것이다. 객석 곳곳에서 이어진 움직임은 공연장 전체의 분위기를 한층 흥겹게 만들었다.
스페인에서는 음악과 춤이 일상적인 사회문화 활동의 중요한 일부로 자리 잡고 있다. 물론 스페인 관객의 반응을 하나의 문화적 특성으로 일반화할 수는 없지만, 이날 공연에서 나타난 적극적인 참여는 현지 관객이 악단광칠의 음악을 자신의 방식으로 받아들이고 즐겼다는 점을 보여준다. 한국의 전통음악을 바탕으로 한 공연이 낯선 문화적 배경을 지닌 관객에게도 몸으로 반응하고 함께 즐길 수 있는 경험을 제공한 것이다. 특히 관객들이 자리에서 일어나 춤을 추는 장면은 공연자와 관객의 관계가 달라지는 순간이기도 했다. 무대 위 연주자가 음악을 들려주고 객석의 관객이 이를 감상하는 일방적인 구조에서 벗어나, 관객의 움직임과 호응이 공연장의 분위기를 함께 만들어 갔다. 마지막 곡들이 이어지는 동안 공연장은 연주를 감상하는 장소를 넘어 모두가 음악을 즐기는 공간으로 변했다.
이러한 현장 반응은 전통음악의 해외 공연이 지닌 의미를 생각하게 한다. 다른 문화권의 음악을 이해하는 데 반드시 그 음악의 역사나 언어를 먼저 알아야 하는 것은 아니다. 리듬과 소리, 연주자의 몸짓, 공연의 에너지는 언어적 설명을 넘어 관객에게 전달될 수 있다. 물론 한 번의 공연만으로 문화적 이해가 완성되는 것은 아니지만, 음악을 통해 다른 문화에 관심을 갖고 경험을 공유할 수 있다는 점에서 공연예술의 역할을 살펴볼 수 있다.
스페인어로 관객에게 다가간 악단광칠
공연의 의미를 더한 것은 악단광칠 멤버들이 관객과 소통하려는 노력이었다. 멤버들은 영어뿐 아니라 스페인어도 사용하며 현지 관객에게 다가가려 했다. 음악을 연주하는 데 그치지 않고 관객이 공연에 참여하고 함께 즐길 수 있도록 언어적 접점을 마련한 것이다.
해외 공연에서 언어는 아티스트와 관객을 연결하는 중요한 수단이다. 특히 한국 전통음악처럼 다른 문화권의 관객에게 음악적 배경이 익숙하지 않을 수 있는 장르에서는 연주와 함께 이뤄지는 소통이 공연 경험을 풍부하게 할 수 있다. 현지 언어로 관객에게 말을 건네려는 시도는 단순한 인사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공연자가 관객의 문화적 환경을 고려하고, 서로 다른 배경을 지닌 사람들이 같은 공간에서 음악을 즐길 수 있도록 다가가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이날 악단광칠 멤버들의 소통 방식은 무대와 객석 사이의 거리를 좁히는 데 힘을 보탰다. 한국 전통음악이라는 고유한 문화적 기반을 유지하면서도 현지 관객과 직접 호흡하려는 태도는 공연을 보다 열린 문화적 경험으로 만들었다. 관객들이 마지막 곡들에 맞춰 자리에서 일어나 춤을 추며 호응한 장면은 이러한 상호작용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해외에서 한국문화를 소개하는 일은 한국의 음악과 예술을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것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현지 관객이 공연을 어떻게 경험하고 반응하는지, 아티스트가 그들과 어떤 방식으로 소통하는지도 중요하다. 악단광칠의 마드리드 공연은 전통음악의 독창성뿐 아니라 관객과 함께 공연의 분위기를 만들어 가는 과정이 문화 교류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점을 보여줬다.
한국문화의 다양성을 만나는 현지 문화예술 공간
이번 공연은 마드리드의 문화예술 공간 콘데두케에서 열렸다는 점에서도 주목할 만하다. 콘데두케는 음악과 공연예술을 비롯한 다양한 현대문화 프로그램을 선보이는 공간이다. 이곳에서 악단광칠의 공연이 마련되면서 한국 전통음악은 현지 문화예술 프로그램을 통해 스페인 관객과 만날 기회를 얻었다. 한국문화는 해외에서 케이팝과 드라마, 영화 등 대중문화 콘텐츠를 통해 널리 알려져 왔다. 이러한 콘텐츠의 인기는 한국에 대한 관심을 넓히는 중요한 계기가 됐다. 그러나 한국문화의 범위는 대중문화에 한정되지 않는다. 지역 민요와 전통 악기, 무속음악을 비롯한 전통예술에도 한국 사회의 역사와 지역적 특성, 공동체의 문화적 경험이 담겨 있다.
악단광칠의 공연은 한국 전통음악을 과거의 유산으로만 소개하는 대신 현대적인 공연예술의 맥락에서 경험할 수 있도록 한다. 황해도 민요와 무속음악이라는 구체적인 전통에 뿌리를 두면서도 오늘날의 음악적 표현과 무대 연출을 결합하고, 현지 관객과의 적극적인 소통을 통해 그 경험을 확장한다. 이는 한국 전통예술이 동시대 문화의 일부로 해외 관객과 만날 수 있는 여러 방식 가운데 하나다. 또한 이번 무대는 문화 교류가 반드시 언어적 이해나 사전 지식에서 출발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보여준다. 관객들은 악단광칠이 음악적으로 어떤 전통을 계승하는지 모두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공연의 리듬과 에너지에 반응하며 무대에 참여할 수 있다. 이후 공연에 대한 관심이 한국의 민요와 전통 악기, 무속음악에 관한 탐색으로 이어진다면 한 차례의 공연은 더 넓은 문화적 관심으로 발전할 가능성도 있다.
마지막 곡들이 이어지는 동안 자리에서 일어나 함께 춤을 추던 마드리드 관객들의 모습은 이날 공연을 상징하는 장면으로 남았다. 한국의 전통음악에서 출발한 무대는 연주자들의 소통과 관객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통해 국경과 언어의 차이를 넘어 함께 즐기는 경험으로 이어졌다. 악단광칠의 공연은 한국 전통음악이 지닌 고유한 매력을 보여주는 동시에, 전통예술이 오늘날의 관객과 만나 새로운 의미를 만들어 갈 수 있음을 보여준 무대였다.
사진출처 및 참고자료
- 통신원 촬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