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 영국왕립예술협회(RSA)에서 만난 <폭군의 셰프>...장태유 감독과의 특별한 만남
- 영국 ‘큐레이티드 코리아 2026’ 상영회서 작품의 탄생 과정 나눠 -
해가 진 저녁 시간, 런던 중심부에 있는 영국왕립예술협회(RSA House, The Royal Society of Arts)에 들어서자 익숙하고도 반가운 포스터들이 눈에 들어왔다. 한국을 넘어 세계 시청자들의 관심을 모은 드라마 <폭군의 셰프>였다.
행사 등록 데스크에는 한국 드라마와 문학, 음식을 아우르는 문화 프로그램 ‘큐레이티드 코리아(Curated Korea) 2026’를 소개하는 브로슈어도 마련돼 있었다. 주영한국문화원(KCCUK)이 기획한 이 프로그램은 10월 한 달 동안 런던의 여러 문화 공간에서 한국의 동시대 문화를 다채롭게 선보이는 행사다. 드라마 상영과 창작자 대담은 물론 작가와의 만남, 한국 음식에 관한 대화까지 이어진다. 개별 작품을 소개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 안에 담긴 이야기와 창작 과정, 한국 사회와 문화의 여러 면모를 영국 관객과 나누려는 취지다. 이번 상영회 역시 ‘큐레이티드 코리아 2026’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진행됐다.
_1.jpg)
< 런던 영국왕립예술협회에서 열린 드라마 ‘폭군의 셰프’ 상영회 시작 전 모습 - 출처: 통신원 촬영 >
<폭군의 셰프>가 음식을 중심 소재로 삼은 드라마인만큼 행사장에는 관객들을 위한 특별한 도시락 선물도 마련돼 있었다. 예쁜 한지로 포장돼 있는 도시락에는 한국의 고추장과 불고기에서 영감을 얻은 퓨전 음식이 가지런히 담겨 있었다.
무대 위 스크린에는 <폭군의 셰프> 포스터가 크게 띄워져 있었고, 상영이 끝난 뒤 이어질 대담을 위해 의자와 테이블도 준비돼 있었다. 상영 시간이 가까워지자 관객들이 하나둘 객석을 채웠고 행사장은 점차 활기를 띠었다. 현지 관객들은 자리에 앉아 저마다 드라마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기도 하고, 받은 도시락을 펼쳐 보이며 음식을 살펴보는 이들도 있었다.
함께 웃으며 본 <폭군의 셰프>...음식과 유머가 만든 공감
행사 오프닝이 끝나고 조명이 어두워지자 객석의 대화 소리도 잦아들었다. 이날 상영된 작품은 <폭군의 셰프> 첫 회였다. 최고의 순간 과거로 타임슬립한 셰프가 최악의 폭군이자 절대 미각을 지닌 왕을 만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서바이벌 판타지 로맨틱 코미디다.
스크린 속 이야기가 본격적으로 펼쳐지자 관객들은 화면에 집중했다. 재미있는 장면이 나올 때마다 객석 곳곳에서 웃음이 터져 나왔다. 한국의 시대극적 배경과 요리라는 소재가 어우러진 이야기였지만, 인물 사이의 엉뚱한 상황과 재치 있는 대사는 언어와 문화적 배경이 다른 관객들에게도 웃음을 끌어냈다.

< 런던 영국왕립예술협회에서 열린 드라마 ‘폭군의 셰프’ 상영회 - 출처: 통신원 촬영 >
특히 타임슬립한 주인공이 제한된 재료로 비빔밥을 만들어내는 장면에서는 요리 과정에 유머가 자연스럽게 더해지며 객석의 반응을 이끌었다. 한국의 역사적 배경과 판타지 설정, 현대적인 감각의 유머가 이어지면서 관객들 사이에서는 웃음이 이어졌고, 상영이 끝나자 관객들은 큰 박수로 화답했다. 일부 관객들은 집에 가서 나머지 에피소드를 몰아 봐야겠다는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
“한국 사람들을 위한 작품”...예상 밖의 세계적 인기
드라마 첫 회 상영 직후에는 작품을 연출한 장태유 감독이 직접 무대에 올라 작품의 탄생 과정과 세계적인 관심을 얻기까지의 경험을 나눴다. 시21미디어(C21Media)의 에드 월러(Ed Waller)가 진행을 맡은 이번 대담에는 시제이 이엔엠(CJ ENM) 플랫폼사업기획담당 장세희 부장도 자리를 함께했다. 시제이 이엔엠 장세희 부장은 먼저 이번 행사의 의미와 글로벌 시장에서 한국 콘텐츠가 갖는 가능성을 이야기하며 대담의 문을 열었다.
이어진 본격적인 대담에서 장태유 감독은 작품의 글로벌 인기를 예상했는지에 관한 질문에 “한국에서 한국 사람들을 위한 작품을 만들었던 것”이라면서 “넷플릭스 오리지널 작품도 아니었기 때문에 이런 글로벌 인기를 얻게 된 것이 놀라웠다”고 말했다.
.jpg)
< 런던 영국왕립예술협회에서 열린 드라마 ‘폭군의 셰프’ 상영회 후 이어진 감독과의 대담 - 출처: 통신원 촬영 >
원작을 드라마로 옮기는 과정에서 어떤 이야기를 더하고, 인물과 소재를 어떻게 구성할 것인지에 관한 구체적인 고민도 이어졌다. 원작 웹소설과 드라마의 차이를 묻는 질문에 장 감독은 원작에는 사랑 이야기가 없었지만 드라마에서는 로맨스를 더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작가와 가장 애를 쓴 부분이 이 로맨스 부분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원작이 로맨스보다는 모험에 더 초점을 맞췄다면 드라마에서는 두 주인공의 관계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확장한 것이다.
캐스팅에 관한 질문에는 어떤 작품에서든 배우를 선택할 때 그 배우가 가진 이미지를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또 하나의 주인공은 ‘음식’...장르와 음악을 완성한 제작 과정
이날 대담에서 특히 흥미로웠던 부분은 음식에 관한 이야기였다. 요리사가 주인공인 만큼 음식은 작품의 핵심 소재지만, 장 감독은 이를 단순히 인물의 직업이나 장면을 장식하는 요소를 넘어 “푸드 자체가 하나의 캐릭터 같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요리도 하나의 배우처럼 생각해서 맛있게 보이도록 하고 요리로 두 사람이 연결되도록 했다”고 말했다.
장 감독은 특히 이 작품에서는 다른 드라마와 달리 음식을 ‘먹는 과정’ 자체도 잘 살려야 했다고 전했다. 요리의 결과물만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인물이 음식을 바라보고 맛보며 반응하는 과정까지 설득력 있게 담아야 했다는 설명이다. 음식이 인물의 감정과 관계를 연결하는 매개가 되도록 연출에 공을 들였음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었다.
.jpg)
< 런던 영국왕립예술협회에서 열린 드라마 ‘폭군의 셰프’ 상영회 현장 - 출처: 통신원 촬영 >
장르를 넘나드는 작품의 구성에 대한 질문도 이어졌다. <폭군의 셰프>는 로맨스와 액션, 사극적 요소가 판타지 설정 안에 함께 들어 있어 복합 장르의 작품으로 읽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장 감독은 처음부터 여러 장르를 결합하겠다는 목표를 세운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그는 “사실 복합 장르를 의도한 것은 아니고 극의 흐름을 따라가다 보니 결과적으로 그렇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야기가 전개되는 과정에서 분위기가 달라지는 장면이 많았던 만큼 음악에도 상당히 신경을 썼다고 덧붙였다.
대담이 진행되는 동안 객석에서는 간간이 웃음이 터져 나왔다. 관객들은 장 감독의 설명에 고개를 끄덕이며 귀를 기울였고, 제작 과정에 관한 이야기가 이어질 때마다 무대에 집중하는 모습이었다. 메인 대담이 끝난 뒤 이어진 라이브 질의응답 시간에도 여러 관객이 앞다퉈 손을 들었다. 한국 콘텐츠가 어느 때보다 세계 시장에서 주목받는 상황을 창작자로서 어떻게 체감하는지 묻는 질문도 나왔다.
이날 행사는 한국 드라마 한 편을 영국 관객과 함께 보는 상영회를 넘어 작품을 만든 창작자의 고민을 통해 한국 콘텐츠가 세계 시청자와 만나는 방식을 살펴보는 자리였다. 특히 <폭군의 셰프>의 세계적 인기를 둘러싼 장태유 감독의 진솔한 이야기는 국경과 언어를 넘어 현지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드라마뿐 아니라 문학과 음식으로도 한국의 동시대 문화를 소개하는 ‘큐레이티드 코리아 2026’은 10월 동안 다양한 작품과 형태로 현지 사람들을 만날 예정이다.
사진출처 및 참고자료
- 통신원 촬영
- 주영한국문화원(KCCUK) 웹사이트,
https://uk.korean-culture.org/en/2000/board/1607/read/148636
- ≪시제이(CJ) 뉴스룸≫ (2026. 09. 30). CJ ENM, 주영한국문화원·한국콘텐츠진흥원 영국 비즈니스센터와 MOU 체결...영국에서 K-콘텐츠 매력 알린다,
https://buly.kr/D3hLMF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