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텔렌보쉬의 객석에서 만난 한국 성악의 울림
- 박의현과 현지 연주자들이 함께한 ‘이탈리아 가곡집’ 관람기 -

< 베이스 박의현의 2026년 10월 남아공 초청 투어 홍보 포스터 - 출처: 박의현 인스타그램 계정(@basseuihyun) >
지난 10월 4일 오전 11시, 필자는 남아프리카공화국 스텔렌보쉬대학교(Stellenbosch University)의 스탠더드뱅크 엔들러 홀(Standard Bank Endler Hall)에서 베이스 박의현의 공연을 관람했다. <부르드피스(Woordfees) 축제> 프로그램으로 마련된 ‘이탈리아 가곡집(An Italian Songbook)’은 한국 성악가와 현지 음악인들이 함께 꾸민 무대였다. 한국 음악인이 남아공의 예술축제 안에서 관객과 만나는 모습을 직접 접한 자리이기도 했다.
박의현은 피아니스트 피터 흐로블러(Pieter Grobler), 수잔 마르텐스(Suzanne Martens)가 이끄는 현악 앙상블과 함께 출연했다. 프로그램은 비발디의 두 대의 바이올린을 위한 협주곡 가단조(RV 522)의 알레그로 악장으로 시작해 성악곡과 기악곡을 번갈아 들려주는 방식으로 이어졌다. 이탈리아 고전 가곡집의 작품들을 중심으로 구성된 공연에서, 필자는 한 명의 독창자뿐 아니라 함께 무대를 만드는 여러 연주자의 역할에 주목하게 됐다.

< 현지 오케스트라와 협연하는 베이스 박의현 – 출처: 통신원 촬영 >
객석에서 공연을 감상하며 떠올린 것은 한국문화 소개의 범위였다. 이번 무대는 한국의 전통음악이나 한국어 노래를 중심으로 한 공연이 아니었다. 이탈리아 음악을 한국 성악가와 현지 음악인들이 함께 연주했다. 그럼에도 한국 예술가의 음악적 역량과 해석을 현지 관객에게 전달하는 문화교류의 장으로 볼 수 있었다. 한국에서 온 음악인이 다른 나라의 작품을 매개로 남아공 연주자들과 만나는 모습은, 문화교류가 다양한 방식으로 이루어질 수 있음을 생각하게 했다.
특히 성악과 기악이 교차하는 구성은 필자에게 공연 전체를 하나의 흐름으로 바라보게 했다. 성악가의 출연에만 시선을 두기보다 현악과 피아노가 맡는 부분까지 함께 듣게 되는 프로그램이었다. 한국 성악가와 현지 연주자를 각각 소개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같은 작품과 무대 안에서 연결하는 방식이라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함께 연주하는 과정 자체가 양국 음악인 사이의 접점을 만든다는 의미에서다.
이날 관람을 통해 필자는 한국 예술가의 해외 활동을 평가하는 기준도 생각해 보게 됐다. 한국인이 출연했다는 사실은 관심의 출발점이 될 수 있지만, 공연의 의미는 관객이 실제로 듣는 음악과 그 음악을 함께 만드는 과정에 있다. 한 곡의 해석과 프로그램의 흐름을 따라가는 시간은 예술가의 국적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한국 음악인의 역량이 현지 공연의 일부로 자연스럽게 자리하는 모습을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느꼈다.
공연이 열린 공간과 맥락도 눈여겨볼 만했다. 필자가 찾은 곳은 대학의 공연장이었고, 무대는 현지 예술축제의 프로그램 안에 놓여 있었다. 한국문화에 관심이 있는 사람만을 별도로 모으는 행사와는 다른 만남의 가능성을 가진다. 물론 현장에 있던 모든 관객의 방문 목적을 확인한 것은 아니다. 다만 현지의 공연 공간과 축제를 통해 한국 음악인을 접할 수 있다는 점은 향후 문화교류의 기획에서도 참고할 만하다.

< ‘부르드피스 축제’의 공연 소식과 평론을 다루는 간행물 ‘잉크’ 배너 – 출처: ‘부르드피스 축제’ 공식 웹사이트 >
필자가 관람한 무대에 대한 현지 평가도 이어졌다. 축제 연계 간행물 ≪잉크(INK)≫는 10월 5일 아누크 크로녜(Anouk Cronjé)의 공연평을 게재했다. 크로녜는 박의현의 음색과 무대 존재감, 설득력 있는 표현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한편 녹음용 마이크가 가수의 얼굴을 가려 표정을 충분히 보기 어려웠다는 지적도 담았다. 이는 평론가의 관람 경험에 따른 의견이며, 한국 성악가의 공연을 음악적 완성도와 관람 환경 양쪽에서 살핀 자료다.
이러한 평가는 국제교류 공연의 운영에도 시사점을 준다. 영상과 음향 기록을 남기는 일과 현장 관객에게 좋은 감상 환경을 제공하는 일은 함께 고려돼야 한다. 무대를 기록하는 장비의 배치가 시야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점검하는 것 역시 공연의 질을 뒷받침하는 요소다. 해외 공연의 성과를 소개할 때도 호평뿐 아니라 구체적인 개선 의견을 함께 살펴보는 태도가 필요하다.
이번 스텔렌보쉬 공연에 이어 그는 5일 공영방송 ≪에스에이비시(SABC)≫의 라디오 채널 ≪알에스지(RSG)≫에서 인터뷰와 라이브 연주를 진행했다. 이후 8일 문화원 독창회에서는 한국 가곡도 소개했고, 11일 프리토리아대학교(University of Pretoria) 무사이온 극장(Musaion Theater)에서 하우텡필하모닉오케스트라(Gauteng Philharmonic Orchestra)와 협연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차례의 관람만으로 남아공 전체의 한국 클래식 수요를 판단할 수는 없다. 그러나 스텔렌보쉬의 객석에서 만난 이번 공연은 한국 음악인과 현지 연주자가 같은 무대를 만들고, 그 결과가 현지의 비평으로 이어진 실제 사례였다. 공연을 보고 나온 뒤에도 필자에게 남은 질문은 이러한 만남을 어떻게 지속할 수 있을까 하는 것이었다. 재초청과 공동 기획, 음악인 사이의 후속 협업으로 연결된다면, 이번 무대의 의미도 한 번의 방문보다 오래 이어질 수 있을 것이다.
사진 출처 및 참고 자료
- 통신원 촬영
- 박의현 인스타그램 계정(@basseuihyun),
https://www.instagram.com/p/Dd34TplJRdj/
- <부르드피스(Woordfees) 축제> 공식 웹사이트,
https://woordfees.co.za/ink-feeskoerant-2026/resensie-an-italian-songboo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