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류는 우연이 아니다”… 폴란드 언론이 본 한국의 문화 전략
- ≪오네트≫·≪포브스 폴란드≫, 일주일 사이 잇따라 한국의 ‘소프트파워’ 전략 분석 -
폴란드 최대 뉴스 포털 가운데 하나인 ≪오네트(Onet)≫는 10월 13일 ‘우리가 일본과 한국을 사랑하게 된 것은 우연이 아니다. 문화는 어떻게 정부 전략이 되었고 폴란드는 무엇을 배울 수 있나(To nie przypadek, że pokochaliśmy Japonię i Koreę Południową. Jak kultura stała się rządową strategią i czego może się z tego nauczyć Polska)’라는 제목의 장문 분석 기사를 실었다. 필자는 ≪오네트≫ 문화·라이프스타일 섹션 부편집장 카라 베커(Kara Becker)다. ≪오네트≫는 링기어 악셀 스프링어 폴란드(Ringier Axel Springer Polska)가 운영하는 종합 포털로, 폴란드에서 방문자 수가 가장 많은 온라인 매체 가운데 하나다.
기사는 폴란드 대학가의 장면에서 시작한다. 2023/2024학년도 바르샤바대학교 한국학과의 입학 경쟁률은 24.5 대 1로, 의학과 다음으로 높았다. 일본학과는 2026년 바르샤바대 최고 인기 학과에 올랐다. 기자는 학생들이 ‘열정’으로 전공을 골랐겠지만, 그 열정 자체가 상당 부분 두 나라 정부가 오랫동안 짜 온 전략의 결과라고 짚는다.
한국에 관한 서술은 1994년에서 출발한다. 영화 한 편의 수익이 자동차 수십만 대 수출과 맞먹는다는 보고가 김영삼 정부에 충격을 줬고, 1997년 외환위기 뒤 김대중 정부가 기술과 문화에 힘을 실으며 1999년 문화산업진흥기본법을 만들었다는 내용이다. 기자는 이때 세워진 ‘지원하되 간섭하지 않는다’는 원칙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고 강조한다. 이후 기사는 드라마 <겨울연가>를 활용한 공공외교, 방탄소년단(BTS)과 영화 <기생충>, 2021년 옥스퍼드 영어사전에 한국어 단어 26개가 오른 일까지 한류의 흐름을 차례로 짚었다. 숫자도 꼼꼼히 인용했다. 전 세계 한류 팬은 2012년 926만 명에서 2023년 말 119개국 2억 2,500만 명으로 늘었고, 2025년 한국 콘텐츠 수출은 149억 달러(약 20조 원)로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고 전했다. 2026년 정책펀드에 7,318억 원이 배정됐다는 점, 문화체육관광부가 2030년까지 ‘케이 컬처’ 시장을 400조 원 규모로 키우겠다는 목표를 세웠다는 점도 소개하며 “이것은 더 이상 문화외교가 아니라 산업정책”이라고 평가했다. 세종학당이 2024년 기준 85개국 248곳으로 늘었고, 수강생의 53.4%가 대중문화를 계기로 한국어를 배우기 시작했다는 조사도 함께 실었다.
일본의 ‘쿨 재팬(Cool Japan)’ 전략은 대조적으로 다뤘다. 이미 인기 있던 애니메이션과 게임을 정부가 뒤늦게 산업화했고, 2024년 새 전략 문서에서 10년 넘게 성과 지표가 없었다고 스스로 인정했으며, 관민 펀드가 큰 손실을 냈다는 점을 짚었다. 기사는 2016년 사드 배치 뒤 중국의 비공식 한류 제한 사례를 들어, 특정 시장에 기대는 소프트파워가 정치 앞에서 얼마나 취약한지도 경고했다.

< 한국과 일본의 문화정책을 분석한 ‘오네트’의 10월 13일 자 기사 – 출처: ‘오네트’ 웹사이트 >
이 기사가 눈에 띄는 이유는 한류를 바라보는 폴란드 언론의 시선이 달라졌음을 보여 주기 때문이다. 그동안 폴란드 매체의 한류 기사는 주로 케이팝 공연 소식이나 팬덤 현상을 다루는 연예 기사였다. 이번 기사는 한국의 문화정책을 법, 예산, 기관, 성과 지표까지 짚으며 폴란드가 참고할 정책 모델로 다뤘다. 한국이 ‘좋아하는 나라’를 넘어 ‘배워야 할 나라’로 소개된 셈이다. 특히 바르샤바대 한국학과 경쟁률과 세종학당 통계를 연결해, 대중문화에 대한 관심이 언어 학습과 진로 선택으로 이어지는 과정을 보여 준 점은 의미가 크다. 실제로 올해 바르샤바의 한 사립대학이 아시아학 신입생을 한국어 전공으로만 모집하는 등, 기사가 말하는 ‘팬에서 학생으로’의 흐름은 폴란드 현장에서도 확인된다.

< 한국의 소프트파워 전략을 다룬 ‘포브스 폴란드’의 10월 16일 자 인터뷰 – 출처: ‘포브스 폴란드’ 웹사이트 >
≪포브스 폴란드≫는 같은 주제를 경제의 눈으로 풀었다. 나탈리아 후진스카-스텡피엔(Natalia Chudzyńska-Stępień) 기자가 한국무역협회 바르샤바지부의 조용석 지부장을 인터뷰했다. 기사는 한때 값싸고 질 낮은 제품을 뜻하던 ‘메이드 인 코리아’가 이제 혁신과 디자인, 전 세계 청소년이 꿈꾸는 생활양식의 상징이 됐다고 소개했다. 조 지부장은 소프트파워가 어떻게 기업의 이익으로 이어지는지를 영화 <기생충>의 예로 설명했다. 영화 속에 몇 초 등장한 짜파구리 덕분에 2020년 2월 아카데미상 수상 이후 해당 라면의 해외 월 매출이 68만 달러에서 150만 달러로 두 배 넘게 늘었다는 것이다. 기사의 부제는 그의 말을 빌려 한국의 이미지가 “인지 비용을 낮추고 신뢰 프리미엄을 더한다”고 요약했다.
두 기사의 결론은 같은 곳을 향한다. ≪오네트≫는 브랜드 파이낸스(Brand Finance)의 ‘글로벌 소프트파워 지수’에서 한국이 11위, 폴란드가 31위라는 점을 들며, 폴란드도 게임과 쇼팽, 포스터 예술, 작가주의 영화 같은 자산을 이미 갖고 있다고 짚었다. 그리고 한국에서 배울 점으로 정권이 아닌 수십 년 단위의 일관성, 내용에 간섭하지 않는 지원, 시장 다변화를 꼽았다. ≪포브스 폴란드≫ 역시 한국의 모델이 폴란드에서도 통할 수 있는지를 인터뷰의 핵심 질문으로 삼았다.
사진출처 및 참고자료
- ≪오네트(Onet)≫ (2026. 10. 13). To nie przypadek, że pokochaliśmy Japonię i Koreę Południową. Jak kultura stała się rządową strategią i czego może się z tego nauczyć Polska,
https://www.onet.pl/kultura/onetkultura/korea-i-japonia-udowadniaja-ze-kultura-to-biznes-polska-moze-pojsc-ich-sladem/8lyyzef,681c1dfa
- ≪포브스 폴란드(Forbes.pl)≫ (2026. 10. 16). Polska może być drugą Koreą Południową? Ekspert odsłania mechanizmy budowania „soft power”,
https://www.forbes.pl/biznes/polska-moze-byc-druga-korea-poludniowa-ekspert-odslania-mechanizmy-budowania-soft/k7hwnj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