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와 예술의 경계를 넘어, 시드니에서 ‘사이(間)’의 의미를 생각하다
- 한국과 세계 예술가들이 함께 펼친 오세아니아·아시아 창의예술기구 국제 현대예술 교류 프로젝트 -

< 오세아니아·아시아 국제 현대예술 교류 프로젝트 ‘더 스페이스 비트윈 | 사이’ 홍보 이미지 – 출처: 오세아니아·아시아 창의예술기구 웹사이트 >
지난 10월 25일, 호주 시드니(Sydney) 서부 뱅크스타운(Bankstown)의 브라이언 브라운 극장(Bryan Brown Theatre)에서 국제 현대예술 교류 프로젝트 ‘더 스페이스 비트윈(The Space Between) | 사이(間)’가 개최됐다. 오세아니아·아시아 창의예술기구(Oceania-Asia Creative Arts Organisation, OACAO)가 주최한 이번 공연에는 한국, 호주, 칠레, 대만 등 다양한 문화적 배경을 가진 예술가들이 참여했다. 통신원은 25일 오후 4시 공연과 공연이후 진행된 아티스트 토크를 관람했다.
공연 제목인 ‘사이(間)’는 사람과 사람, 문화와 문화, 서로 다른 예술 장르 사이에 존재하는 경계와 여백을 의미한다. 이번 프로젝트는 완성된 작품을 선보이는 데 그치지 않고, 상이한 예술적 언어가 만나 이루어지는 공동창작에 초점을 맞췄다.

< 마지막 퍼포먼스 후 무대에 선 아티스트들 - 출처: 통신원 촬영 >
‘사이(間)’의 무대에는 한국 전통무용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장정희(Jeonghee Jang), 지은진(Eun Jin Ji), 박소진(Sojin Park), 현대무용가 봉승아(SeungAh Bong), 대만 출신 무용가 유치에 카오(Yu-Chieh Kao)가 참여했다. 지은진은 이번 협업을 위해 한국에서 시드니를 방문했다. 음악 부문에는 칠레 출신 사운드 아티스트 가브작(GabzaK)과 첼리스트 겸 지휘자 김태수(TaeSoo Kim)가 함께했으며, 한국의 스테이지 마블(STAGE MARVEL)이 미디어아트를 담당했다.
공연은 무용수들의 몸짓과 함께 다양한 소리와 사물을 활용한 표현이 눈길을 끌었다. 파도가 밀려오고 출렁이는 듯한 음향효과로 공간을 채웠으며, 돌을 소품으로 활용한 장면도 등장했다. 이러한 요소들은 특정한 이야기를 직접적으로 설명하기보다 관객이 소리와 움직임의 관계를 감각적으로 받아들이도록 했다.
특히 칠레 출신 아티스트 가브작은 키보드와 아르메니아 전통 관악기인 파르카프주크(Parkapzuk)를 연주했으며, 김태수는 첼로와 장구 연주를 선보였다. 서로 다른 문화권의 악기와 음악적 표현이 무용수들의 움직임과 어우러지며 다층적인 무대를 완성해 나갔다.
이번 공연의 주요 특징은 사전에 구성된 안무와 즉흥적 표현의 공존이었다. 주최 측이 강조한 ‘구조와 즉흥성(Structure × Improvisation)’은 정해진 틀 안에서도 연주자와 무용수들이 서로의 소리와 움직임에 반응하며 새로운 표현을 만들어가는 방식이다. 음악과 무용이 어느 한쪽에 종속되지 않고 독립적인 표현을 유지하며 교차한다는 점에서 장르 간 협업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공연은 명확한 줄거리나 결론을 제시하기보다 서로 다른 감각과 정서가 만나는 과정에 주목했다. 파도 음향과 돌 소품, 첼로와 장구의 서로 다른 음색은 추상적인 현대예술에 감각적인 구체성을 더했으며, 관객에게 작품을 각자의 방식으로 해석할 여지를 남겼다.

< 본 공연 후 진행된 아티스트 토크 - 출처: 통신원 촬영 >
약 50분간의 본 공연 이후, 20분가량의 아티스트 토크가 이어졌다. 김태수는 이번 프로젝트에서 이전에 경험하지 못했던 즉흥연주에 도전하게 되어 뜻깊었다고 밝혔다. 이는 이번 공연이 참여 예술가들에게도 새로운 창작 방식을 탐색하는 기회였음을 보여준다. 공연 후에는 관객들과 출연진이 대화를 나누고 기념사진을 촬영하며 교류를 이어갔다.
현지 관객의 반응도 눈길을 끌었다. 중국계 호주 인플루언서 디온 우(Dion Woo)는 장정희 대표의 초청으로 공연을 관람한 뒤, 소셜미디어를 통해 예술가들의 역량과 문화적 다양성을 높이 평가했다. 특히 공연 이후 예술가들의 개인적인 이야기를 들으며 깊은 감동을 받았다고 전했다. 그는 예술이 단순한 즐거움을 넘어 사람과 사람을 연결한다는 소감을 남겼다.
한편 오세아니아·아시아 창의예술기구의 장정희 대표는 아티스트 토크에서 이번 공연을 첫 번째 협업 프로젝트로 소개하며, 다음 기획으로 세계전통춤축제를 구상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대예술에서 출발한 협업이 각국의 전통예술을 아우르는 교류로 확대될 수 있다는 점에서 기대를 모은다.
이번 ‘더 스페이스 비트윈 | 사이’는 한국에서 방문한 예술가와 호주 현지의 한국계 예술가들이 타 문화권의 예술가들과 창작 과정을 공유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한국문화의 해외 진출이 단순한 소개를 넘어 현지 예술 생태계와의 공동창작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보여준 것이다. 이러한 아티스트들의 활동 공간 확장은 사회적 동물인 인간으로서의 자연스러운 공간 확장 현상일 것이다. 다른 문화와 예술이 만나는 ‘사이’와 같은 이러한 시도는 지속적인 국제문화교류, 참다운 사람 간의 교류로 발전해 나갈 것이다.
사진출처 및 참고자료
- 통신원 촬영
- 오세아니아·아시아 창의예술기구(OACAO International Contemporary Arts Exchange) 웹사이트,
https://events.humanitix.com/oacao
- 디온 우(Dion Woo) 페이스북 계정(@dion.woo.7),
https://www.facebook.com/share/v/1MPGpkP5k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