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에 부는 한국어 열풍, 케이팝 팬에서 한국어를 활용하는 세대로
- 대학 강의실부터 SNS까지…2026년 홍콩의 한국어 학습 풍경 -
지난 10여년 간 홍콩에서 한국어를 학습하는 홍콩인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한국어를 배우는 이유가 점차 다양화되어 가고 있다. 좋아하는 케이팝 가수의 노래를 알아듣고 한국 드라마를 자막 없이 보고 싶어 시작했던 한국어 공부가 이제는 취업과 이직, 새로운 진로를 준비하는 수단으로도 자리 잡고 있는 것. 한국 문화에 대한 관심이 꾸준히 이어지는 가운데 한국 기업과 거래하는 회사, 한국 관련 콘텐츠와 상품을 다루는 업계에서 한국어 구사자를 찾으면서 한국어에 대한 학습 목적도 한층 다양해지고 있다. 한국 기업과 거래하는 회사는 물론 금융, 유통, 미용, 관광 분야에서도 한국어를 구사하는 인력을 찾으면서 한국어는 취업 시장의 홍콩의 젊은 세대에게 새로운 경쟁력으로 주목받고 있다.
이러한 분위기는 홍콩의 최근 채용 공고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홍콩의 대표적인 구인 사이트인 잡스디비(JobsDB)에서 2026년 10월을 기준으로 한국어 구사자를 대상으로 한 채용 공고를 살펴보면, 한국어를 활용하는 영업직과 금융·고객 서비스 직무 뿐만 아니라 한국 관련 문화 콘텐츠를 제작하는 마케팅 분야도 포함돼 있다. 즉, 현지에서 한국어를 활용할 수 있는 직무가 다양해지면서 학습자들의 목표도 구체적으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 한국어를 잘하면 한국 관련 기업에 지원하거나 한국 기업과의 거래를 담당하는 업무를 맡을 수 있고, 한국 문화 콘텐츠를 다루는 마케팅 분야에서도 강점을 가질 수 있다. 특히 광둥어와 영어, 중국어에 이어 한국어까지 구사할 수 있다면 다국어 능력을 요구하는 업무에서 차별화된 역량을 갖출 수 있어 홍콩인들은 적극적으로 한국어 학습에 나서고 있다.
통신원은 회의를 위해 홍콩의 한국 화장품 회사를 방문한 적이 있는데, 그곳에서 홍콩인 직원 수십 명 대부분 한국어를 능숙하게 구사하는 것을 보고 놀란 경험이 있다. 한국 회사에서 근무 중인 홍콩인 맨디는 "한국 회사 취업을 위해 한국어를 공부하는 친구들이 주위에 많다."며, "최근 한식당을 비롯하여 한국 문화 요소와 연결된 다양한 한국 관련 업체가 홍콩에 속속 들어서면서 한국어 구사하는 홍콩인을 찾는 수요가 늘어났다"고 전했다.
물론 이와 같은 관심에도 불구하고 한국어 학습의 가장 강력한 출발점은 여전히 한류다. 케이팝과 한국 드라마, 예능 프로그램을 즐기는 과정에서 한국어에 관심을 갖는 사람이 많은 것이다. 그러나 좋아하는 콘텐츠를 이해하는 데서 출발한 관심이 취업과 유학이라는 현실적인 목표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 최근 흐름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한국어를 배울 수 있는 환경도 다양해졌다. 다양한 사설 학원을 비롯하여 주홍콩한국문화원 세종학당은 센트럴 PMQ(Police Married Quarters)에서 한국어 강좌를 운영하고 있으며, 홍콩대학교 전문평생교육기관(Hong Kong University School of Professional And Continuing Education, 이하 HKU SPACE)에서는 입문부터 고급까지 단계별 한국어 과정을 제공한다. 홍콩대학교에서도 업무용(Business) 한국어와 고급 한국어 읽기 등 실용적인 과목을 공부할 수 있다. 현지의 학교와 문화기관, 사설 교육기관이 한국어에 대한 각기 다른 학습 수요를 뒷받침하고 있는 셈이다.

< 주홍콩한국문화원/세종학당의 한국어 강좌 소개 – 출처: 주홍콩한국문화원/세종학당 홈페이지 >
온라인 수업의 확산도 한국어 공부에 대한 문턱을 낮추고 있다. 홍콩에서 일하거나 학교에 다니는 학습자에게는 수업을 듣기 위해 이동하는 시간과 교통비도 부담이다. 그렇기에 온라인 강좌를 이용하면 집이나 직장에서 수업에 참여할 수 있어, 학습자 입장에서는 이동 시간을 줄이고 생활 일정에 맞춰 공부하기가 수월하다. 대면 수업과 달리 먼 거리를 이동할 필요가 없다는 점에서도 시간과 비용을 절약할 수 있다. 실제로 홍콩대학교 전문평생교육기관(HKU SPACE)은 정규 수업을 보완하는 한국어 온라인 학습 플랫폼을 운영하고 있다. 한국에 있는 대학의 한국어학당도 해외 거주자와 낮 시간에 대면 수업을 듣기 어려운 사람을 위한 온라인 수업을 제공한다.
각종 SNS(Social Network Service)와 유튜브(Youtube)와 같은 플랫폼을 통한 한국어 강좌도 큰 인기다. 온라인 환경에 익숙한 10대~20대들이 주로 이용하는데, 다양한 한류 컨텐츠를 병합한 수업 방식으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홍콩 현지에서도 한국어 교육 서비스를 제공하는 플랫폼이 다양한데, 대표적인 플랫폼인 '케이팝 팬즈 런 코리언(Kpop Fans Learn Korean)'은 한국어에 대한 온라인 화상 수업과 유튜브 강의, 일대일 발음 교정 등을 제공하고 있다.

< 홍콩의 한국어 교육 플랫폼 '케이팝 팬즈 런 코리언'에 대한 후기
– 출처: '케이팝 팬즈 런 코리언(Kpop Fans Learn Korean)' 홈페이지 >
한국어를 배우기 위해 아예 한국으로 향하는 홍콩인들도 있다. 한국에서 생활하면서 언어를 배우면 교실에서 익힌 표현을 식당이나 상점, 대중교통 등 일상에서 직접 사용해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대학 부설 한국어학당은 이러한 학습자들에게 대표적인 선택지다. 2026년 현재 한국어를 배우기 위해 한국으로 온 홍콩인들 중 80여 명이 서강대, 연세대, 이화여대의 한국어학당에 재학 중이며, 이 외 서울과 부산 등의 사설 학원 등을 통해 공부 중인 홍콩인들도 상당수이다.

< 홍콩인의 한국어 관련 SNS 콘텐츠 – 출처: 홍콩 인스타그램 개인 계정(@hangulstudyy) >
한국어를 배우는 세대 계층도 넓어졌다. 학생과 젊은 세대는 물론이고 일을 하면서 틈틈이 한국어를 공부하는 직장인도 눈에 띈다. 2026년 홍콩에서 열린 세종학당의 한국어 말하기 대회에서 1위를 차지한 안나(Anna D.)는 대회 참가 후 링크드인(Linkedln, 세계 최대의 비즈니스 및 고용 중심의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에 업무가 바쁜 한 주를 보낸 뒤에도 한국어 공부를 이어가고 있다고 소개했다. 한국어 학습이 학생 시절의 취미에 그치지 않고 직장 생활과 병행하는 자기계발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또한 2025년 9월 홍콩 교육계에서 주목할 만한 시범사업이 발표됐다. 이 사업은 2025~2026학년도와 2026~2027학년도에 걸쳐 약 170개 중등학교가 한국어, 일본어, 프랑스어 등 중국어와 영어 이외의 언어를 선택과목으로 제공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비록 모든 학교가 한국어를 수업 과목으로 개설한다는 의미는 아니지만, 청소년들이 학교에서 다양한 외국어를 접할 수 있는 교육 환경이 확대되고 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한국과 홍콩 사이의 문화·관광 교류, 미용과 패션을 비롯한 소비재 시장, 그리고 콘텐츠와 디지털 마케팅 분야가 다양해지면서 한국어를 활용할 수 있는 기회도 더 늘어날 것이다. 홍콩에서 시작된 한국어 열풍이 취미를 넘어 새로운 미래를 준비하는 실질적인 역량으로 발전하고 있으며, 앞으로 한국어의 경쟁력은 더욱 강해질 것으로 보인다.
사진출처 및 참고자료
- 홍콩대학교 한국어 강좌 소개 홈페이지, https://www.hkuspace.hku.hk/interest/languages/Korean
- 주홍콩한국문화원/세종학당의 한국어 강좌 소개 홈페이지, https://hk.korean-culture.org/hk/1073/board/745/read/147051
- 잡스디비(JobsDB)의 한국어 구사자 채용 관련 홈페이지, https://hk.jobsdb.com/korean-speaking-jobs
- 한국어 말하기 대회 수상 후기 관련 링크드인 계정,
https://kr.linkedin.com/posts/adarnley_yesterday-i-participated-in-the-hong-kong-activity-7471779971720626176-7F2g
- 홍콩의 한국어 교육 플랫폼 '케이팝 팬즈 런 코리언(Kpop Fans Learn Korean)'의 홈페이지, https://www.kpopfanslearnkorean.com/
- 홍콩 인스타그램 개인 계정(@hangulstudyy), https://www.instagram.com/hangulstudyy?mdxt=dmk5NDF5dHExcmhp